정권차원에서 민 데이터3법
어느 정권이든지 역점사업이라는 게 있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비정규직 로드맵과 로스쿨 추진이었고, 이명박 정권에서는 당연히 4대강이었고, 박근혜 정권에서는 ... 에... ㅆㅂ 침실 칩거였던가... 아, 역사 되돌리기(!)가 있었다. 암튼.
공약을 안 지켜도 문제고 공약을 지켜도 문제인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여론이 열화와 같이 지지를 하거나 빡이 쳐서 폐기를 요구하거나 관계 없이 각 정권은 지들의 메인정책으로 내놓은 역점사업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각 정권은 스스로의 트레이드마크인 역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악마와도 손을 잡는다. 비정규직 로드맵이야 수구반동세력들이 좋아라 하는 것이니 뭐 별 거 없었지만, 로스쿨을 설치하기 위하여 노무현 정권과 당시 여당인 열우당은 사학법을 한나라당의 입으로 밀어넣어줬다. 이명박 정권은 4대강 밀어붙이면서 대신 개혁입법 일부를 야당인 민주당과 딜해주었고. 박근혜 정권은 ... 아, 이건 뭐 이 대목만 오면 뭐 할 말은 많은 듯한데 생각나는 게 없어...
어쨌든 그렇다는 거다. 로스쿨은 우려했던 모든 문제들이 현실로 드러났으나 수습이 되지 않는 상황이고, 개혁법을 원래 개판이었던 시스템으로 되돌려준 덕분에 사학만 노나는 상황이 되었다. 4대강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난장판이 되어 과연 이를 어떻게 수습해야할지조차 감이 안 오는 상황이 되었고. 침실칩거신공의 뒤끝은 온통 눈물밖에 남은 게 없으니 이걸 다시 거론하는 것조차 분이 끓고. 그나저나 뭔 이야길 할려다가 이렇게 잡설이 길어졌는지...
아, 이번에 통과된 데이터3법. 더민당의 이상민 의원은 지가 북치고 장구치고 한 법안이 통과되어 기쁘기 한량 없다는 소회를 sns에 올렸다. 그런데 이게 이상민이라는 의원 하나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한 사업이 아니라 정권차원의 역점사업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직접 이 사안을 챙겨왔고, 빠른 법률 정비를 독촉해왔으며, 통과되자 이후 제도정비에 따른 신속한 성과를 낼 것을 요구하였다. 다시 말해 이상민 의원 따위가 설레발을 쳐서 된 일이 아니라 정권차원의 저돌적 추진이 있었던 거고, 이상민 의원은 그냥 시다발이를 한 것 뿐이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데이터 3법에 대해서는 인권사회단체가 지속적으로 우려와 문제제기를 해왔다. 의회 안에서도 이에 대한 반대의견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의제기가 소수의 목소리로 끝나자 어김없이 정권의 역점사업은 법률로 완성되었다. 도대체 이 정권이 누구를 위해 이 법률정비를 추진했나? 삼성? 의료민영화세력?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조차 무시한 채 진행된 이 사업으로 현 정권은 어떤 정치적 이익을 볼 것인가? 뭐 하긴 현 정권이라고 해서 국가인권위원회를 제자리로 돌려놓을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만.
정권의 역점사업을 막을 방법은 거의 없다. 그 정권이 들어선 이상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한 견제와 비판은 사그라들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지금 보면 데이터3법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일부에 국한된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만 나오는 듯하다. 이명박이 4대강 추진할 때, 하다못해 노무현이 비정규직 로드맵을 추진할 때보다도 더 조용하다. 이명박의 4대강이나 노무현의 비정규직 로드맵이나 문재인의 데이터3법이나 그 위험성은 전혀 다를 바가 없고, 오히려 이번 데이터3법이 가져올 파장은 앞의 경우들보다 더 심각한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