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노선'의 재현?
옛날 고래가 풀 뜯어먹고 호랑이가 미역 따먹던 그 때 '사회당'이라는 정당이 하나 있었더랬다. 이 당이 2004년 17대 총선을 준비하면서 전 지역구 출마라는 선거방침을 세웠다. 그때 나온 이야기가 '출동노선'이었는데, 난 그게 죄다 선거에 출동하자는 뜻인줄 알았더랬다. 나중에 알고봤더니 출마 동지회라나 뭐라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 노선은 폭망. 조직차원에서도 그랬고 조직원들 개인들 차원에서도 그랬다. 하긴 이 노선을 구상하고 추진한 그 조직의 수뇌부들이 벌인 행태들은 지금도 보면 이해가 안 되는 일들이 많았다. 다들 그런 건 아니었고, 이후 조직이 깨지기도 했지만, 그나마 생각이 박힌 사람들이 떠난 후에도 그 조직은 정당의 외피를 걸치고 살아남았더랬다.
이것 역시도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조직의 실질적 운영은 무슨 보드게임인가 만드는 업체의 오너가 한 것이었고,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그런 관행을 줄곧 이어가다가 여러 사람 골로 보내더니 기껏 진보신당하고 합친 후에도 이런 음모론적인 태도로 물을 흐리다가 결국 당 자체를 폭망하게 만들었더랬다.
멀쩡하던 당을 불과 몇 년 사이 근간에서부터 뒤흔들더니만 당명을 '기본소득당'으로 바꾸자고 난동을 피우다가 그것만은 도저히 용납이 안 된다고 하니 당 깨고 나가 아예 '기본소득당'을 창당했다. 이 과정의 역사는 누가 정리 좀 안 해주나 모르겠네. 암튼 그렇다.
그렇게 만든 '기본소득당'이 이번 총선에 또다시 과거의 '출동노선'을 채택했나보다. 도처에서 출마한다는 출사표가 솟구치고 있다. 그 패기, 장하다. 특히 청년들을 중심으로 출마선언이 이어지고 있는데 아마 현존 등록정당 중에 주요 활동가들의 평균연령이 가장 낮은 정당이지 않을까 싶다. 아, '미래당'이라고 있긴 한데 이 당은 도통 정체를 잘 모르겠고.
아무튼 열심히 하기 바란다. 물경 16년 전 그대들의 선배들이 부나방처럼 쫓기듯이 죄다 출마했다가 그길로 청춘을 저당잡혀 허덕거렸던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그리고 제법 좋은 성과를 거둬서 말 그대로 '기본소득'이 도입되어 그대들 덕분에 내 주머니에도 향기로운 현찰이 넘쳐날 수 있게 되기를.
그나저나 그 보드게임 실 소유주는 아직도 뒤에서 돈지랄 하면서 보스노릇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 아, 저 '기본소득당' 멤버들이 떠난 후에 남은 자들이 지금 '노동당' 혁신을 하겠다고 한다. 보드게임 실소유주 판 기본소득 받아가며 프락션하면서 건강한 활동가들 다 나가떨어지게 만든 자들이 모여 앉아 이제와서 무슨 혁신을 하겠다고.
자아비판과 진정성 있는 반성도 하지 않으면서 무슨 놈의 혁신을 하겠다는 건지도 모르겠고, 보드게임 실소유주의 주구노릇하다가 갑자기 발현한 주체적 각성으로 뭘 해보겠다는 게 도통 믿기지도 않는다. 뭐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