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권력을 분산/해체하는 방안
공수처법이 막판까지 진통이다. 나야 뭐 공수처라는 게 결국 옥상옥이 될 뿐이라고 생각하므로 검찰vs더민당의 싸움이 그닥 효과적이라고 보진 않는 입장이다. 이젠 권은희의 수정안까지 나왔는데, 그따위로 할 거면 공수처를 뭐하러 만드는가 말이다. 어차피 검찰견제의 의미가 완전히 실종되는 판에.
뷰스앤뉴스: 공수처법 막판변수, '권은희안+무기명투표'
공수처 설치에 최대한의 선의를 가지고 본다면, 검찰의 주장이나 기타 공수처법을 비난하는 측의 논리에는 구멍이 많다. 예를 들면 공수처장 임명권을 대통령이 가지고 있으므로 대통령의 수족이 된다는 비난. 이건 애초에 공수처에는 검찰과 달리 공수처장 임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원회가 구성되기도 하려니와, 아니 그렇게 따지면 검찰총장은 뭐 국회의장이 임명하냐? 임명권을 대통령이 가지고 있느냐 자체가 문제될 게 없는데 공수처법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가 대충 이런 수준이다.
문제는 어떤 제도를 두든 현재 논의되는 수준에서는 검찰의 권력이라는 걸 분산할 방법이 없다는 거. 언제나 이야기하지만, 검찰의 권력을 해체하는 수준에 가지 않는 한 검찰에게 무슨 정치적 중립따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를 위해선 기본적으로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일체 배제해야 한다. 검찰이 수사권을 쥐고 있는 한 어떤 가능성도 나오지 않는다. 그럼 경찰에 수사권을 다 주느냐? 수사권은 수사에 필요한 부처에 인력과 권한을 주면 된다. 경찰만이 아니라 출입국관리, 조세, 마약 등 중요범죄를 위해 별도 구성된 기관 뿐만 아니라 노동문제나 복지문제 등에도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 있고, 이때 수사권을 해당 부처에 부여할 수 있다.
기소권이 문젠데 한국처럼 검찰에 기소독점을 부여하고 있는 체제에서 어떤 변용이 가능할 것인가?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예외도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71조 제1항에 규정된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권 행사다. 이 경우 공정거래위가 고발을 해야만 검찰이 기소를 할 수 있다. 매우 예외적인 현상이지만 이러한 예외를 고려한다면 방법이 아주 없진 않다.
검찰의 기소편의주의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고, 검찰의 권한을 기소독점이라기보다는 본연의 공소유지권한에 맞출 필요가 있다. 수사결과 사법적 판단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검찰에 기소요청된 사안에 대해 검찰이 편의적 판단으로 기소여부를 결정할 수 없도록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즉, 위 열거한 수사권을 가진 조직의 판단이 기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도록 만들면 된다는 거다.
물론 현재 논의되는 공수처조차도 저 난장판이 벌어지는 판국에 이런 류의 개혁안을 내밀었다가는 내민 사람이 그 즉시 검찰에 의해 평생 털리고 인생 조질 수도 있겠다만, 장기적으로는 이 방안이 아니면 가능성이 없다.
내내 하는 말이지만, 권력을 다 쥐고 있는 것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것만큼 가당찮은 게 없다. 애초 그런 류의 권력-즉 무소불위의 군주권을 민주적으로 제어하고자 한 게 시민혁명 아니었나? 그렇게 따지면 오늘날에 와서 한국은 새로운 왕인 검찰을 대상으로 시민혁명을 수행해야 할 상황에 이른 것이다. 그거 빼곤 답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