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노동자 개인정보침해범죄 추가
삼성이 자사 노동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시로 들쑤시고 다니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내 경험에 비추어봐도 멀게는 내가 그 계열사에 다닐 때, 매일노동뉴스 정기구독했다는 어떤 선배가 구독하고 불과 며칠만에 인사과에 불려갔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니.
직접 당한 일도 있는데, 한번은 영문도 모르겠는데 인사과에서 불러 갔더니 요즘 회사에 뭐 불만이 있냐고 묻는다. 찔리는 게 없지 않았지만, 어쨌든 표면적으로야 뭐 걸릴 게 없다 싶어서 그런 거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어제 누구랑 어디서 몇시에 모여 무슨 안주에 뭔 술을 얼마나 먹고 몇시 몇 분에 자리를 옮겨 누구누구와 2차에 모여 무슨 안주에 뭔 술을 얼마나 먹으면서 1차에서는 이런 이야기, 2차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그때는 한참 "제2의 7/8/9" 운운하면서 전국적으로 노동운동이 불길처럼 일어나던 89년도 초여름 어느 즈음이었다. 공단 일대의 다른 사업장에서도 파업이 일어나거나, 그런 류의 소문이 뒤숭숭했더랬다. 우리 회사 안에서도 관련된 일련의 움직임이 있었고. 그러다보니 사측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거야 말 할 것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건 정도가 있지, 아니 나도 기억 못하는데 내가 먹은 안주며 주종이며, 만난 사람은 물론 주고 받은 이야기까지 다 알고 있다는 건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웬만해서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냥 웃고 넘어갈 일이지만, 이것만큼은 빡이 쳐서 언성이 높아지고 삿대질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파악한 바로는 통근버스에 계열사인 경비업체의 직원이 타고, 통근버스 정류장을 비롯한 인천 일대 요소요소에 직원들을 배치해서, 이들이 연락망을 통해 통근버스를 이용하여 이동하는 노동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죄다 감시했던 거. 이 과정에 도청장치 등이 쓰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만. 공장의 위치가 외지다보니 시내로 나갈 때는 어김없이 통근버스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냥 자기 정보가 다 까발려지는 상태가 되었던 거다.
이런 사태는 한동안 이어지다가 임수경이 평양을 방문한 이후 사라졌다. 느닷없는 좌경용공세력 색출에 질린 노동자들이 죄다 숨을 죽였기 때문에 더 이상 감시고 자시고 할 일이 없어졌다고 판단했던 듯하다.
그러다가 2000년대 초에 삼성 SDS 노동자 감시사건이 터졌다. 인권단체들과 연대해서 대응했고, 나중에는 민주노동당에서 의원들이 결합하여 사건에 대응했다. 결과가 썩 좋지는 않았다. 책임자는 처벌되지 못했고 불이익을 받았던 노동자들은 여전히 그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살고 있다.
그 이후에도 삼성의 노동자 감시는 이어졌고 잊을만 하면 사건이 되어 언론을 탔다. 방귀가 잦으면 똥이 나온다더니 결국 삼성이 통상적으로 노동자 감시를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겨레: [단독] 삼성, 직원 연말정산 정보 뒤져 '진보단체 후원' 수백명 색출
얼마전에는 이재용이 어떤 이상한 언론사로부터 '인권상'을 수상받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젠 뭐 '인권'이 상품권이 되어버렸구나 하는 생각에 헛웃음을 지었던 일이 있었다. 잘들 하는 짓들이다. 그나저나 저 삼성이 지정한 '불온단체'에 들지 못하는 시민/인권단체들은 좀 각성을 해야겠다. 삼성의 관리대상종목 정도 되려면 얼마나 불온해야 한단 말인가?
덧: 깜빡할 뻔 했는데, 위 경험에 나오는 그 회사는 오래 전에 이미 삼성에서 계열분리했다. 그런데 크게 달라졌을지 모르겠다. 내 보기엔 아직도 거기서 거긴 듯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