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우습게 만들고 나면 뭐가 남을까
선거법 관련하여 온갖 요사스런 잔머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드디어 아예 잔머리를 법으로 보장하자는 안들이 속출한다. 예를 들면, (i) 비례대표를 공천하지 않은 정당은 지역구 후보를 공천할 수 없다는 규정을 법제화하자거나 (ii) 지역구 후보를 공천한 정당에는 자동으로 비례등록을 해주되, 여력이 없어 비례공천을 못한 정당에 대해서는 지역구 낙선자를 비례로 올릴 수 있는 제도를 두자는 것 등.
(i)안은 기본적으로 공직출마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이 될 수 있으므로 위헌일 수밖에 없다. 이따위 발상을 한 놈의 뚝배기엔 도대체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다. 이건 더 부연이 필요 없고.
(ii)안은 결국 석패율제나 이중등록제 같은 걸 하자는 건데 굳이 이렇게 불필요한 제도를 덧칠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소수정당에게 기회를 더 주자는 건데 효과도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이게 무슨 기회제공인지.
근본적으로 이렇게 제도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태도 자체가 법을 우습게 만든다. '법은 최소한'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제도만능주의, 제도물신주의는 궁극적으로 제도에 대한 불신을 가져오게 된다. 왜냐하면 현대 의회주의국가에서는 제도를 의회가 만드는데, 제도의 성부는 쪽수에 달린 거고, 그렇게 따지면 어떤 제도든 입장 다른 놈이 쪽수를 확보하면 언제든 바뀌게 될 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의회정치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게 되고, 그 결과는 파시즘을 용인하게 되는 쪽으로 가기 쉽다. 2차대전 전의 독일이 그랬다. 국가권력만 독재의 경향으로 가는 게 아니라 시장 역시 독재로 흐르게 된다. 신자유주의가 바로 그 결정체다.
제발 다들 정신 좀 차리기 바란다. 비례전문당을 만들겠다는 것들이나 저따위 안을 내놓는 것들이나 다 도낀 개낀이다. 이걸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내막을 보면 죄다 진영논리만 작동하고 있을 뿐이다.
기후위기가 다가오니 적응못한 인간들의 정신상태부터 나사가 빠지는 모양이다. 이게 아마도 해수면 상승보다 더 빨리 인류절멸을 가져오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