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에서 만난 얼굴들
유혹에 못이겨 떠났던 길이었다. 그냥 바다가 보고 싶었고, 원 없이 바다를 보고 왔다. 그거 하나로 행복했던 길이었다. 하늘은 궂었지만, 오히려 그 덕에 편안했다. 내 대신 하늘이 찡그려주니 나는 생각을 비울 수 있으므로.
길 따라 가다 보니 얼굴들이 보인다. 그 표정을 읽기 어렵다. 번뇌를 버린 표정인지, 번뇌에 휩싸인 표정인지 알 수가 없다. 내 얼굴이 저럴까.
저 먼 해원을 향한 영원한 노스탤지어...일까나...
바다를 보며 사색을...
누굴까?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그새 이 얼굴들이 다시 보고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