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폐지가 답이라니까
간만에 결론에는 완전히 일치하는 견해가 언론에 등장했다.
한겨레: [세상읽기] 대학입시, 개선이 아니라 폐지가 답이다/김누리
"한국의 대학입시는 반교육적이고 반사회적일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삶을 불모화하는 근원이다." 아, 글쎄 그렇다니까!
하지만 그냥 없애자로는 좀 곤란하다. 김누리는 독일의 아비투어(Abitur)를 예로 든다. 하지만 이렇게 앞 뒤 뚝 떼어내서 고교졸업자격만 있다고 이야기하면 조금 모자라다.
독일은 4년의 초등교육 후 중등과정에 들어가는데 대학진학이 목표일 경우 김나지움(Gymnasium)에 입학한다. 9년제다. 그런데 김나지움은 2단계 교육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1단계가 6년, 2단계가 3년이다. 이때 1단계 이수 후 직업교육을 하고 싶으면 이원화제도(직업학교나 사내훈련), 직업전문학교, 전문고등학교로 진학할 수 있다. 직업교육을 희망하지 않고 9년동안 김나지움 과정을 이수하면 아비투어를 치를 수 있다.
초등교육 후 김나지움을 가지 않고 직업교육을 받고자 하면 6년제 레알슐레(Realschule)에 입학하거나 5년제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에 입학한다. 그런데 독일의 경우 매년 편차는 있지만 약 50%의 청소년이 초등교육 후 이 직업교육단계로 바로 진입한다. 한국과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독일은 인구 약 8300만명 중 전문대포함 전체 대학 재적 학생 수가 약 170만명 정도인데, 한국은 인구 5천만에 전체 대학 재적 학생 수가 338만명에 육박한다(2018년). 이러한 통계가 보여주는 바는 다름 아니라 한국은 대학을 졸업하는 게 무슨 인간자격 부여와 동급의 의미를 갖는다는 거다. 대학 안/못나온 사람에 대한 차별이 오죽하면 죄다 대학을 가고자 하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독일식의 아비투어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독일의 대학은 원칙적으로 입학정원제가 아니다. 국가차원에서 입학정원을 제한하는 학과는 의학과, 치의학과, 수의학과 등 몇 개에 불과하다. 등록금도 우리와 비교하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상황과 역사가 다른 아비투어를 모델로 한 제도를 기획하려면 상당한 진통이 요구되긴 할 것이다. 하지만, 아비투어가 되었든 프랑스의 바깔로레아가 되었든 간에 가장 중요한 건 다른 게 아니다.
바로 누구라도 공부하고 싶을 때 쉽게 공부를 시작할 수 있고, 누구라도 돈 때문에 공부를 못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학력을 조금 더 높였다는 이유로 대접을 더 받거나 학력이 초졸, 중졸이라는 이유로 대졸보다 대접을 덜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
이 전제조건을 만족하면서 대학입시제도를 없애는 것이 답이다. 입시개선 따위 백날 해봐야 소용없다는 말도 이젠 더 이상 하기조차 지긋지긋하다. 대학입시는 폐지가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