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가 끝난 지 이제 20일 가량.. 에너지는 회복된 것 같지만 회로는 몇군데 타버렸나보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귀찮다. 고민하기 싫다. 혼자 생각하기 싫다.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게 스스로를 놔두지 않는다.
메일을 확인하고, 블로그 덧글을 확인한다. 인터넷 만화가 업데이트 됐는지 보고, 주된 화제를 놓치지 않기 위해 포털 뉴스도 살짝 봐준다. 전화를 받는다. 일을 처리해준다. 오늘 할 일을 꼽아본다. 그걸 어떻게 할지를 고민한다. 그걸 하는데 더 개선된 방법과 툴이 있는지 떠올려 본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본다. 찾다보면 옆길로 샌다. 시간은 잘도 간다.
서버는 잘 있는지 확인해본다. ls ls ls .. 회의를 한다. 끝나고 밥을 먹고, 간단한 퍼즐 게임을 한다. 저녁이 되고 사람들이 한명씩 사라진다. 블로그를 돌아다닌다. 깊게 읽지는 않는다. 생각하기 귀찮다. 또 메일을 확인한다. 별반 관심을 끄는 건 없다. 인터넷 뉴스를 본다. 이제 정말 시간이 많이 지났다. 아무것도 안한 하루로 남지 않기 위해 오늘 하기로 한 일중 제일 고민 안하고 금방 할 수 있는 것부터 몇가지 해결한다.
집에 오기 전에 책상을 정리한다. 내 문서 폴더를 정리한다. 리눅스 업그레이드를 한다. 차는 끊길 시간이지만 내겐 자전거가 있다. 12시가 넘으면 집에 갈지 사무실에서 잘 지 생각한다. 역시 집에 가는게 좋겠다. 자전거와 함께 사무실을 나선다. 1시간 못 되게 달리면 집이다. 겨울 밤은 춥다. 집에 와서 옷을 벗고 씻는다. 출출하니 밥을 먹는다. 밤에 뭐 먹는게 안 좋은 거 알지만 별 저항 없이 욕구를 따른다. TV를 켠다. 게임 채널로 돌린다. 스타크래프트를 본다. 또 본다. 또 본다. 어느새 잠든다.
아침이다. 보통 일어나면 10시. 사실상 자율출근으로 만들어버린지 오래다. 일어나자마자 밥먹는다. 일어나 있는 사람들은 TV를 보고 있다. 나도 본다. 드라마 재방송 한다. 보다 보면 11시 반이다. 일어나 씻고, 옷 입으면 12시. 자전거를 타고 그제서야 집을 나선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1시가 다 되간다. 점심을 먹는다.
다시 메일을 확인하고, 블로그 덧글을 확인한다....뭐 하는지 모르게 보내는 시간이 반복된다.
12시간 동안 스트레이트로 한가지 문제를 붙잡고 있다.
짜증나 뒤질 것 같은데, 이것저것 손대다 보니 또다른 문제가 생겼다.
아... 돌아가시겠다. 이럴땐 정말 이 짓 때려치고 싶다니깐.
물론 이러다 어케든 해결되면 짜릿해하긴 했지만 -_-
문제가 생겼을때 바로 해결했어야 하는데 연말에 급한 일이 많아 그거 하느라 2달간 방치해놨더니 로그도 안 남아 있고, 백업한 것도 다 그 이후 꺼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 기초가 부실한 탓인가.. 막 부닥치며 익힌 것의 한계인지
이러다 어떻게든 해결되면 다행인데 못하면 타격이 클거다. 안그래도 때려치고 죽겠던 차인데 -_-
원래 붙잡던 문제는 기왕 2달 된거니 하루 정도 더 걸린다 해도, 그거랑 연결된 건지 모르겠는데, 새로 생긴 문제는 시급히 잡아야 한다. 홈페이지 로그인이 안되니까.. 폼 값이 POST 로 전달이 안된다. 더 짜증나는 것은 전에 비슷한 문제를 겪은 적이 있는데 메모를 어디다 했는지 못찾겠다는 것. 이럴 때 정말 내 자신이 기초부실 아마추어 삽질머신임을 느낀다.
요즘 지난 4년간의 메모장을 온라인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마구 놀랜다. 아니 이때 이미 이런생각을 했었는가? 근데 지금껏 뭐한거지? 어떤건 시간을 거꾸로 먹은것도 같고.. 얼마전에 무진장 삽질을 한 것의 힌트가 되는 메모를 뒤늦게 발견해 허탈해 하기도 하고.. 지금 날 미치게 하는 이 문제도 다 해결되면 발견될 것인가? ㅡㅜ
아.. 정말 서버관리는 적성에 맞는 사람에게 넘길 수 있으면 좋겠는데.. 나같은 덜렁 태만이는 이걸 위한 최적의 성격은 아니다. 어제도 삼실에서 잤는데 오늘도 그럴순 없다. 추워진다는데... 가려면 빨리가얄텐데. 눈도 온다는데.. 요즘 살짝 몸살기가 있는지 춥다. 이럴땐 자전거 타고 집에 가는 길이 더 길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