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 사용자 그룹(LUG) 세미나

IT / FOSS / 웹

LUG(리눅스 사용자 그룹) 세미나가 잡혔습니다. 일단 신청해 놨는데 혹 같이 가실 분 계신가요?

 

----------------------------------------


제11회 한국LUG 세미나

주최 : 한국LUG
주관 :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DIP (대구광역시) 지원
장소 : 대구 영진전문대학
일시 : 2007년 4월 15일 일요일 오후 1시 ~
참가자격 : 대한민국 국민, 외국인 누구나
참가비용 : 무료~


후원 : 한국오라클, 레드헷코리아, 한국IT렌탈산업협회 등

초청인사 : 한국오라클 첨단연구소 소장(권기식 전무), 레드헷코리아 이사(박준규 이사), 한국IT렌탈산업협회 이봉주 본부장,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이영준 선임, 수원여자대학 권희춘 교수, 아주대학교 김기형 교수, 영진전문대학 김기종 교수, 영진전문대학 차용두 교수, 영진전문대학 이정우 교수,  한국산업인력공단 국제HRD센터 김운덕 교수, 경북대학교 안광선 교수, 동양대학교 이재철 교수  등
미국인 프로그래머 초청 : 미국인 프로그래머(john_schnittker)가 Python 강연을 할 예정(영어로 진행)

강연내용 : 2개 세션
강연책자 발행 예정 : 책자 배포시 인쇄비가 발생할 수 있음.

한국LUG 회장 인사말 : 김태용 회장(10분).
한국LUG 자문교수 인사말 : 권희춘 교수(10분).

* 세션 1 : 리눅스기반의 임베디드, 개발, IT-SOC 등

1. Python 프로그래밍 – john_schnittker (English Speaking!)
2. 임베디드 리눅스 개발 방법론 - 변효현 (주)아이오셀 연구소장
3. 임베디드 운영체제 부트로더 개발과 이해(디바이스 개발 설명)– 김성기 마이크론웨어(주) 대표이사
4. USN(Ubiquitous Sensor Network) – 정원도 아주대학교 박사과정

* 세션 2 : 리눅스 데스크탑, 서버, 보안 관련

1.최근 국내외 리눅스 동향 및 발전방향 - 정왕부 한국LUG 부회장
2.우분투(Ubuntu) 데스크탑 리눅스 설치 및 활용 - 정경채 서울LUG 회장
3.웹표준과 LAMP(LINUX,APACHE,MYSQL,PHP) - 전수근 코리아서버센터
4.시스템 보안 (Kernel Rootkit : LINUX & Windows) – 안성범 NHN


세미나 참가등록 페이지 바로가기 : http://www.lug.or.kr/seminar/index.php

세미나후 뒷풀이 예정~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7/02/14 02:36 2007/02/14 02:36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h2dj/trackback/324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세권의 헤인소설

SF
열두방향의 바람을 타고 빼앗긴자들을 만난 후, "세권의 헤인소설"을 읽었다. 세권의 헤인소설이란 어슐러 르귄의 초기 중편 - "로캐넌의 세계", "유배 행성", "환영의 도시".

뭘 알고 골라 본 건 아니고, 한국에 어슐러 르귄의 소설이 거의 품절, 절판 상태고, 그나마 많이 번역되어 있지도 않은데 저 세권의 소설이 서점에 있길래 사서 읽게 됐다. 유명한 어스시(earthsea) 시리즈를 볼까 아님 떡볶이나 실컷 사먹을까 고민을 많이했다. 돈이 부족하므로. 그래도 역시 마법사보다는 우주에 대한 이야기가 내 관심을 더 끌었다. 처음에는 "환영의 도시"를 사서 봤는데, 책 표지 앞뒷면에 나와 있는 티저를 보니 도가 사상이 담겨 있다 어쨌다 해서, 그리고 값은 비슷한데 다른 두 편보다 조금 더 두꺼웠으므로. -_- 잘 모르니 별 수 없다. 이렇게 사는거지.

환영의 도시는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린" 한 사람이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주된 흐름이다. 그 사람은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언어, 생각-반응 패턴들이 완전히 파괴된 상태로 발견되어 새롭게 모든걸 배워간다. 그런데 그 사람은 다른 인간들과 뭔가 다르다. "거짓"으로 인간을 지배하는 외계 종족이 있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고, 그래서 그는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숱한 위험을 겪는다. 마지막에, 엄청난 거짓과 위험한 음모가 숨어 있는걸 알게 된다. 뒤로 갈수록 재밌고 긴장됨. 원츄!

그걸 다 본 후 "로캐넌의 세계"를 사서 봤다. 이론 제길.. 그 책 앞부분에 "세권의 헤인소설"에 대한 설명과 헤인우주 시리즈(에큐멘 시리즈)에 대한 개괄 설명들이 있는게 아닌가. 씁. 서점에서 망설일때 조금씩은 안쪽을 들여다볼걸. 거기에는 이 세권의 소설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설명해주고, 다른 건 상관없는데 이것들은 "로캐넌의 세계", "유배 행성", "환영의 도시" 순으로 읽는게 좋을걸? 하고 있었다. 뭐 처음엔 세권 다 돈주고 사서 읽게 되리라는 예상을 한 건 아니니.

세 편이 주인공이 같다거나 스토리가 바로 이어진다거나 하진 않는다. 각 편 사이에는 수백에서 천년 정도의 시간 차이가 있다. 그래도 다른 헤인 시리즈 소설보다 스토리가 많이 연관성이 있다. 전체 헤인 역사에서 보면 가운데 쯤에 해당하는데 "모든 세계의 연맹"이 만들어진 후 위기를 맞는 시기다. 연맹이 붕괴되고, 어둠의 시기에 있다가 다시 희망을 찾게 되는 과정이 이 세권에 담겨 있다. 그 이후의 나온 소설들은 이 "세권의 헤인소설"의 앞과 뒤로 들어가는데 "빼앗긴 자들"은 그 앞, "어둠의 왼손"등은 그 뒤의 이야기다.

세 권의 소설을 모두, 순서대로 읽는 걸 권하는 말에 수긍할 수 있으면서도, 역시 "책 팔아먹으려는 수작인가? -_-" 하는 생각은 든다. 뭐, 넘어가주지. 분명 앞의 두권을 읽고 다시 "환영의 도시"로 돌아왔을때 앞뒤가 딱딱 맞고, 스토리가 완전히 이해되는 건 있었는데, 그런 걸 전혀 모르고 봤을때 느낄 수 있는 것도 분명 있다. 신비감이랄까? 여튼, 로캐넌의 세계, 유배행성, 환영의 도시 세 편을 다 보는게 좋다는 건 동의. (변증법적 관계라는 말까지..-_-) "로캐넌의 세계" 앞부분에 실린 "헤인 시리즈"에 대한 설명에서 따 오면, "로캐넌의 세계"는 고립과 유배에 대한 이야기, "유배 행성"은 적응과 융합, 그리고 "환영의 도시"는 ..뭐더라? 희망? -_- 저녁에 집에 가서 업뎃해야 겠군.

바람의 열두방향을 읽으며 다른 SF와는 분위기가 확 다르다는 걸 알았는데 이 초기 중편들도 그런 분위기를 확확 느끼게 한다. 유배행성은 그래도 굵직한, 중심된 하나의 사건이 있어 좀 더 익숙한 구성이랄까? 그런데 로캐넌의 세계환영의 도시는 읽는 내내 그 묘사를 머리속에 그리고 상상하고, 지우고 다시 그리고 하느라 바빴다. 이러느라 힘 다빼서 앞만 보고 달리듯 끝을 향해 계속 읽어 내려 갔는데, 나중에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 봐야겠다. 뭐라고 딱 찝어 말하기 어렵지만 길을 오는 중간 괜찮은 것들이 언뜻 계속 눈을 스쳐간것 같은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고 일단 지나쳐온 느낌..? 그 길을 다시 한번 걸어봐야겠다. 그땐 서둘러 갈 목적지를 만들지 않고.

아마 세 권중 하나만 읽으셔야 한다면, "환영의 도시"를. 저처럼 SF 초보라면 "유배행성"을, 느긋하게 세권 모두 읽으시려면 "로캐넌의 세계"부터 보실 걸 추천합니다. 유배행성과 환영의 도시는 로캐넌의 세계보단 더 직접적으로 연관되니 두 권을 보시려면 그것.

* "환영의 도시"와 같은 날 산 "뉴로맨서"는 길기도 길지만 어슐러 르귄의 소설만큼 저를 계속 붙들어두진 못하네요. 이제사 3분지일 읽는 중.
* "어둠의 왼손"이 품절/절판 상태네요. 혹 빌려주실분? ㅡㅜ 빌리기 어렵다는 건 알고 있으나..
* 진보불로거 SF읽기 모임 같은거 하면 안되려나? :)
* 세권의 헤인소설, 꼭 보고 싶은데 돈 없으신 분은 빌려드립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7/02/05 12:43 2007/02/05 12:43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h2dj/trackback/323
쥬느 2007/02/06 01:41 URL EDIT REPLY
re 2007/02/06 20:07 URL EDIT REPLY
'꼭 보고 싶은데 돈 없으신 분' ==> 여기에 100% 맞지는 않지만...꼭 보고는 싶어서,빌리고파요~~ 천천히요.^ ^
지각생 2007/02/07 18:31 URL EDIT REPLY
쥬느// ^^=b

re// 100% 맞아야만 빌려드림 :) 왠만하면 사 보셔요. 그래야 자꾸자꾸 번역되어 나오지 않겠삼? ㅋ 사볼 뜻 있으면 한권은 빌려드리겠삼 ㅎㅎ
outwhale 2007/02/07 20:07 URL EDIT REPLY
어둠의 왼손은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읽었습니다만.. 주변의 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심이...^^;;
re 2007/02/07 21:38 URL EDIT REPLY
넵! ㅎㅎ 이번달 용돈 중 '도서구입비'를 이미 다 써버려서.ㅋㅋ
새벽길 2007/06/12 21:07 URL EDIT REPLY
저는 도서관에서 가서 르귄의 SF소설 4권을 빌렸답니다. 다행히 바람의 열 두 방향에 로캐넌의 세계가 언급된 부분이 있어서 그걸 먼저 봤더니 3권에 대한 해설이... 웬 재수? 덕분에 유배행성과 환영의 도시를 쉽게 읽을 수 있었지요. 그래도 자꾸 그 해설을 다시 뒤적였어요.
지금은 짬을 내서 틈틈히 빼앗긴 자들을 읽고 있는데, 갈수록 빠져들고 있습니다. 역시 놀라운 소설.
지각생 2007/06/13 13:04 URL EDIT REPLY
새벽길// 빼앗긴 자들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이 많아요. ㅋ 다 읽고 감상을 살짝 기대 :)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나는 왜 정보통신활동가가 되었나?

사회운동
이제 거의 3년이 되어 간다. 상근활동과 자활을 합친 기간. 지금껏 난 저 질문을 당당하게 그 자체로 던져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막연히, 늘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을뿐.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보낸 그 동안 깊게 질문을 던지는 법, 출발점을 기억하는 것, 온 길을 돌아보는 것을 잊고 살았다. 두려움이 빚은 망각일까.

나는 왜 정보통신활동을 할까? 이 질문을 진작 던졌어야 했다. 그랬다면 좀 덜 흔들렸을 거다. 기운이 빠졌을때 다시 불어넣을 수 있었을거다. 더 늦기 전에 지금 이 질문에 답을 구해야지.

--------------

컴퓨터는 생산수단이다. 저렴한 개인용 생산수단. 전기외에는 지식과 개인의 노력만이 필요한. 컴퓨터 자체에 대한 지식을 알면 쓰레기장을 뒤져 나온 부품으로 조립해 한푼도 안들이고 만들 수 있지만(먼지는 뒤집어 쓴다), 내 하기에 따라 역량은 무한대가 된다. 서버를 구축해 온라인 토지를 다지고, 프로그래밍을 통해 그곳에 집을 짓고, 길을 털 수 있다. 부족한 하드웨어, 오프라인의 재물이 필요한 것을, 정신노동을 통해 부족하게나마 보완할 수 있다. 무지 삽질하지만, 어떻게든 현실의 넘지 못할 차이 - 출발 위치, 달리는 수단 - 를 극복할 수 있다는 꿈을 품을 수 있다. 나는 그런 생산수단이 필요했다.

공정한 기회를 원했다. 내가 가난한 건 내 잘못이 아니다. 돈 가진 사람들 토해내라는게 아니라,  내가 열심히 해서 그들을 따라잡겠다는게 아니라, 그저 난 살고 싶을 뿐인데, 한 사람으로 살고 싶을 뿐인데, 어떻게든 살려 아둥바둥해도 더 막막한 느낌만 들게 하는 건 잘못된 거다. 오프라인 질서는 이미 넘을 수 없(다고 생각되)는 격차가 있고, 그걸 극복할 길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된)다. 나는 새로운 질서, 가능성의 공간, 길을 찾고 싶었다. 그리고 온라인이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됐다.

------------------
사실 위 두가지는 출발점이 아니다. 난 단지 컴맹을 면하고 싶었다. 도서관에서 닥치는데로 기술서적을 읽었다. 등록금 내는게 버겁고 아까워 휴학한 후 혼자 공부하기 시작했다. 컴퓨터는 재밌었다. 게임을 해서 재밌고, 문제 해결해 가는 과정이 재밌다. 그걸로 소통하고 관계 형성하고 하는게 재밌다. 비장애인 남자의 관점에서는 온라인에서는 기존의 차별 구조, 한계들이 극복되는 것 같았다.

컴퓨터 공학과를 원해서 간건 아니었다. 그리고 출발은 기계-전자-공학부, 기계기계설계 전기전자전파 산업공학컴퓨터 전공이 합친 어이없는 학부. 난 기계쪽으로 시작했다. 남들처럼 돈 벌어 먹고 살 궁리외에 심각한게 없던지라 운동은 조금 해보려다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에 주변만 맴돌고, 무슨 말 하는지만 나중에 따로 혼자 알아냈다. 휴학중 알바하고 남는 시간의 대부분은 과방에서 후배들과 노는데 보내고 그래도 남는 시간은 도서관에서 당장 필요한 실용 기술 공부하다 알게 된게 리눅스다.

리눅스를 다룰 줄 알면 고물 PC로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고 했다. 난 남들처럼 좋은 최신 컴은 사기 어려우니 그렇게 상쇄하는게 낫겠다. 게다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본책이 GNU -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을 얘기한다. 리눅스 이거 정말 괜찮다. 이걸 알면 서버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물론 그땐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몰랐다.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알면 가능성을 더 키울수 있었다. 내 컴을 더 자유자재로 동작시킬 수 있었고, 웹 프로그래밍을 하면 온라인 공간을 내 입맛에 맞게 만들고, 바꿔 볼 수 있다. 물론 그 집을 짓는데 들어가는 재료는 전자 비트, 전력 뿐이고, 내 정신노동만 투여되면 된다. 즉 돈이 안든다. 잘 못 지으면 헐고 다시 지어도 환경을 배신하는게 아니다.


체계적이지 않고, 되는대로 배웠지만 어쨌든 정보통신기술을 어느 정도, 일부분 습득했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내가 기회를 놓치고 있으며, 이제 와 바둥거려도 한계가 있다는 걸 알았다. 대기업에 들어가려 애쓰는 동기와 후배들이 서서히 학교를 떠나는 걸 보며 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졸업은 틀렸고 기술은 인정받기 어려웠다. 나는 천재는 아니었고 강한 의지와 추진력을 가져 그걸 만회할 사람도 아니었다. 두 가지 중 하나였다. 나를 더 과소평가해서 알바하듯 시작해 계속 죽어라 삽질헤딩하고 착취당하다 어디에선가 지친 내 몸을 기댈 곳을 찾고, 돌아봤을때 이미 늙어가고 있던가, 아님 이 불합리한 구조를 바꿔보려는 노력을 기울여보던가. 세상을 바꾸겠다는 강한 신념과 의지 따위는 없다. 하지만 어릴때부터 알바하며 왜, 얼마나 내가 착취당하는지도 모르게 착취당해온 경험이 내 등을 밀었다. 이제 그런건 끔찍해, 싫어. 돈을 덜 받고, 계속 가난하게 살더라도 착취당한다는 느낌 없이 살고 싶어. 인간답게, 존중받으며 살고 싶어. 내가 할 수 있는건 얼마든지 뽑아내 줄테니.

그래서 시작한 활동이다. 정보통신활동에 대한 뭔가 개념이 잡혀 시작한 건 아니다. 물론 전혀 없진 않았다.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면 역시 그래도 활동을 할때 더 방향을 홱 틀어버렸을테니. 환경단체에서 자활하면서 내 수준의 기술로도 할 수 있는, 해얄게 많다는 걸 알고 자신감을 얻고, 우연히 알게된 지금의 단체 - 정보통신으로 노동운동하는 단체를 표방한 (그래서 내 귀에 쏙 들어온) 단체 - 에서 몇달 자활을 하다, 정식 상근활동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정보통신활동"을 하려고 했다기 보단 정보통신기술로 할게 가장 많을 듯 싶은 노동운동단체에서 그저 "활동"을, 아니 "노동"을 했을 뿐이었다.

----------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모른다면, 그래서 무력감과 두려움이 든다면, 아무리 관심이 있어도 뭔가에 참여하긴 어렵다. 내가 뭔가 했을때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지지 않으면 뭔가 나서서 하긴 어렵다. 그런 내게 정보통신관련 기술은 두 가지를 다 극복하게 해준다. 한국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과소평가하며 정보통신기술로부터 멀어져 있다. 조금만 할 줄 알아도 그들을 위해 많은 걸 해줄 수 있다. 당당하게. 그리고 뭔가 해주면 신비와 경외에 찬 눈빛을 받을때도 있고.

---------------

어쨌든 그래서 난 계속 운동하는 단체에서 노동함으로써 "활동"을 한다고 생각했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며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에 관심 있다는 것으로 "정보통신활동"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2년 넘는 시간을 보내고.. 난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알았다. 단지 활동하는 단체에서, 활동가들과 일한다고 바로 활동이 아니었다. 내 스스로 깨어 있고, 목적을 찾고, 길을 결정하고 직접 움직이는게 활동이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한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다고 정보통신활동이 아니었다. 그 기술이 과연 어떤 세계를 만들 것인가. 만들 수 있는가. 그 가능성 중에 어떤 것이 가장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를 고민하고, 그렇게 되게끔 노력하는 것이 정보통신활동이다.

그래서 지금, 뒤늦게나마 질문을 던진다. 물론 아주 늦은 건 아니다. 다만 지난 3년간의 부침을 생각하면 많이 아쉬울뿐. 난 왜 정보통신활동가가 되었나? 아니 되려하나?

현실 오프라인에서, 착취당하는 사람들은 옴짝달짝할 수 없다. 자신들의 처지를 바꾸려 하는 노력은 대개 수포로 돌아가고 점점 더 스스로의 처지를 곤궁하게 만든다. 그 간극, 벌어진 격차, 따라잡을 수 없는 거리, 까마득한 높은 벽.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이 자본주의 세상에는 "모아진 힘"이 필요하다. 모아진 돈이던, 모아진 사람의 협력이던. 하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다. 새 집을 지으려 해도 모든 땅이 다 누군가의 소유로 되어 있고, 모든 재료와 공구들도 내 삶을 뜯어 줘야 얻을 수 있다. 그 땅을 사고 재료와 공구를 마련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어쩌면 죽음을 앞두고 이제 집을 지을 필요가 없을때나 되서 겨우 생길지도 모른다. 영영 안 생길 수 있고. 무제한의, 규정되지 않은 공간이 필요하다. 공동으로 소유하거나 쉽게, 작은 대가로 구할 수 있는 생산수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집을 짓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어야 하고, 협력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싶다.

정보통신활동은 그런 공간을 찾아주고, 소유주의자들의 무차별 공세를 막아낸다. 온라인. 재료와 공구를 사용하는 법을 알려준다. 컴퓨터. 자유소프트웨어 운동. 집을 짓는 방법을 함께 연구하고, 기록해 공유한다. 그래서 마을을, 공동체를 이룬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자신을 위해서 한다. 여전히 나는 값싸고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생산수단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대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싶고, 공정한 2라운드를 시작하고 싶다. 지금까지 내가 익힌 것 중 가장 익숙하고 많은 시간을 투여한게 정보통신기술이다. 나는 하고 싶은게 여전히 많다. 빼앗긴 자로서의 원통함과 욕구불만인지는 모르겠다. 아무리 이미 빠른 속도로 잠식되고 있을 망정, 난 온라인 공간, 컴퓨터, 정보통신기술에 희망을 걸고 계속 나갈 뿐이다.

그리고, 이제, 2년간 몸 담으며 익숙해진, 더 이상 자극을 얻지 못하는 이 단체를 떠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적게나마, 불안정하게나마 받았던 상근활동비가 끊길거다. 다시 나는 불안한 하루하루 일상에 던져질 거다. 몇년 전에 비해 뭔가 에너지가 부족하거나 정신이 부분마비 증상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흐물흐물해져버린 생활패턴을 다시 가다듬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것이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언젠간 다시 다른 단체에 들어가거나 일반 회사에 취직하게 될거다.. 그때까지, 개인 활동가로서 할 수 있는것, 하고 싶은 것을 후회없이 할 수 있기를 바랄 뿐.

그저 그런 하루에 마지막으로 쏟아내는 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7/01/30 02:01 2007/01/30 02:01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h2dj/trackback/322
로이 2007/01/30 10:32 URL EDIT REPLY
저와 컴퓨터에 대한 생각이 비슷하시네요. 아무것도 없는 기반에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 점이 재밌어서 컴퓨터를 좋아하게 되었지요..

이런 지각생님의 고민이 굉장히 저에게도 자극이 되네요. 저 또한 열심히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봐야겠어요... 화이팅하세요!
ScanPlease 2007/01/30 12:52 URL EDIT REPLY
앗, 로이는 컴퓨터를 좋아하는구나~ ㅋ
torirun 2007/01/30 20:13 URL EDIT REPLY
잘지내나유?~
저번에 정보운동과 관련한 활동가들이 쫘악 모이는 자리가 있었는데요. 얼굴 봤으면 좋았으려만.
지음 2007/01/31 04:05 URL EDIT REPLY
오~~ 멋진걸?
지각생 2007/01/31 11:30 URL EDIT REPLY
로이// 격려 감사 ^^ 로이님도 홧팅! 또 하나의 좋은 점은, 오프에서는 궁핍하면 실패가 곧 끝장이 되어 두렵고, 소극적으로 보수적으로 임하게 되곤 하는데, 컴으로는 실패의 두려움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거에요. 상대적으로 더 자유롭게, 적극적으로 사고해 볼 수 있죠. 물론 그래도 성격상 한계는 있습니다만 ^^

스캔// 로이님이 스캔보다 컴퓨터를 좋아할까봐 걱정? 스캔도 이제 마음을 열어바바요 ㅋ

토리// :) 아마 일때메 꼼짝 못할 때였을거임. 아쉬웠지요. 자주 모일 기회를 만들면 좋겠죠.

지음// 멋진..건가?;; ㅋ 금욜에 바퀴 찾으러 갈거임.
ScanPlease 2007/01/31 20:47 URL EDIT REPLY
걱정은요.ㅋㅋ 가짜 컴과생으로서 진짜 컴과생을 대하는 기분이랄까..ㅋㅋ
꿈속에서 2007/02/06 03:18 URL EDIT REPLY
댓글 남겨주신 분이 누구신가 하고 찾은 공간에 주옥같은 글들이 가득하네요. 많이 배워갑니다. 행복하셔요.
지각생 2007/02/07 18:32 URL EDIT REPLY
꿈속에서// 감사합니다 :D 꿈속에서도, 밖에서도 행복하셔요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