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잡기장
요즘 넘 포스팅을 안하니
삶의 락!을 잃는 분이 혹 있을까하여(누가?)
그냥 요즘 사는 근황이라도 쓰겠음다 ^^

* 지난 주말에는 IT노조 총회가 있었습니다. 요즘 노동상담도 많아지고, 홈페이지 가입자도 부쩍 늘고, 조합원 가입도 다시 서서히 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상근자 한명의 활동비를 최저임금과 4대보험 수준으로 줄 정도의 조합비도 안 걷히지만.. 최근 눈에 띄게 활력이 생기는 것 같아 신이 납니다.

주말에도 대부분 일하는 IT 비정규 노동자들이라 많지 않은 조합원들이 모이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작년에는 총회 성사도 안됐는데 올해는 요즘 분위기를 탄 걸까요?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성사가 되고, 좋은 의견들도 많이 많이 주셨습니다. 아직 힘이 부족하여 얼굴을 드러내기 쉽지 않아 사진 한장도 올리기 어려운게 아쉽군요.

이번엔 빔프로젝터를 빌려 PPT자료로 교육도 하고, 영상도 보고 했습니다. 총회인데다, 모처럼 모인 자리라 할 얘기가 많아 준비해간 영상을 다 보고, 얘기나누진 못했지만 나름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스스로)합니다.

그전날 점검회의 하고는 밤새 마시고, 총회 뒷풀이로 또 밤새 마셨습니다. 그리고 아래 얘기하겠지만 일요일도 자정을 넘겨 술을 마셨습니다. 그 후유증인지 한쪽 머리가 계속 아프고(전엔 왼쪽이 아프더니 이번엔 오른쪽이 계속 아프네요), 잇몸이 더 약해졌는지 욱신욱신합니다. 당분간 술 자제효.. -_-


* 일요일에는 "여수참사 희생자추모,정부 규탄대회"에 참가했습니다. 그동안 무관심했던게 미안합니다. 같은 사무실에 이주노동자가 있어 옆에서 보고 느낀 외로움과 숱한 어려움(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일일히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 밖에 하지 못하는게 부끄럽군요. 그동안 계속 친구들이 잡혀가고, 하루하루 불안에 떨고 있는 걸 옆에서 보면서도 딱히 해줄 수 있는게 없습니다. 가끔 신문에 나는 짤막한 사건들,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면 이 한국 사회가 얼마나 잔인하고 증오로 차 있는지 몸서리칠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그 입장이라고 생각하기조차 싫을 만큼..

* 다음날 신문을 보고, 포털을 들어가 봅니다. 좀 알려졌는지, 이슈화가 되는지..
.. 참 너무합니다. 어떻게 이렇게들 무심한건지. 그런데 무심한게 오히려 나을뻔 했습니다.
어느 포털에 한 블로거가 올린 뉴스에 달린 덧글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무조건 불법은 나쁘답니다. 싸그리 잡아 쫓아보내야한답니다. 죽은 사람을 욕합니다. 심지어 쏴죽여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의 일자리, 재산을 빼았는다고 합니다. "우리 나라"의 여성들을 강간한다고 합니다. 민주노동당과 NGO들도 욕합니다.
온통 "다른 이"에 대한 증오로 가득차 있습니다. 지금까지 무관심한것도 부끄럽고 미안한데 이런 덧글이 계속, 반복되어 올라오는 걸 보니 참 어이가 없고, 화가 나고,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어려워서 그럴겁니다. 사는게 어려우니 불만에 차있고, 어디에 풀 수는 없고.. 누군가에게 화풀이 하고 싶을겁니다. 누구나 그럴겁니다. 하지만... 자신보다 더 어렵고 힘든 사람에게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은 "한국"이 구조적으로 불러들인 사람들이고, "한국"이 고된 일을 시키고 제대로 대접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계속 상처를,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한 번이라도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그렇게 말하지 못할 겁니다. 나찌가 연상됩니다. 한국에 정말로 파시즘이 창궐하는 것 같아 섬뜩합니다. 그들이 없으면 정말로 자신들의 어려움이 자연히 해결되리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그건 아닐겁니다. 사람들의 이성을 상실하게끔 만드는 현실이 안타깝고, 분개합니다.


* 그날 집회때 인상깊었던 것 두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이미 ScanPlease 님이 말했던 그 구호, 간명하게 한방에 와 닿는.. :)
두번째는 당시 보호소 화재시 살아남은 중국동포의 당시 상황 증언인데, 그때 통역을 맡으신 아주머니의 가슴을 울리는 절절한 외침.. 그 순간 서울역 전체가 일시에 정적에 잠긴 듯했습니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그 때만큼은 집중이 되더군요. 늘 "선수"들의 발언만 듣다가 정말 모처럼 "와 닿는"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니 저절로 그런 분위기가 형성된 듯합니다. 지난 몇년간 모든 집회는 아니지만 꾸준히 여러 집회에 참석을 해왔는데 "시민발언" 을 들은 적이 얼마 안되는 것 같습니다. 소위 전문가들의 "성찬"에 질려 있었는데 모처럼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 어슐러 르귄의 "어스시" 시리즈를 2권까지 읽었습니다. "어스시의 마법사"와 "아투안의 무덤". 어슐러 르귄의 책을 읽을때 느끼게 되는 것은, 일단 "짜증"나는 것들이 없습니다. 판타지,SF를 많이 본 편은 아니겠지만 보통 그런 걸 보다 보면 많은 경우 "왕 짜증"나게 하는 것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지나친 폭력, 힘의 추구, 숱한 정당화, 여러 우월주의 등.. 르귄의 소설엔 이런게 없습니다(눈에 안띕니다). 그리고 묘사와 스토리가 훌륭합니다. 정말 "빨아들이는", "손을 못 놓게" 합니다. 며칠동안 밤에 잠을 안자고 아침에 자게 만들더군요. 세번째는 직설적이지 않으면서도 교훈적이고, 또 깊은 곳을 건드립니다. 이제 퇴근하며 서점을 들러 3권을 살생각입니다. 돈 없어 큰일이지만 그나마 살 수 있을때 사보렵니다.


이제.. 집에 들어가 쉬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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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8 20:35 2007/02/2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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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 2007/03/02 00:50 URL EDIT REPLY
어, 어스시 3권 내가 선물한다니까 -ㅅ-); 벌써 산겨?
지각생 2007/03/02 16:42 URL EDIT REPLY
너무 늦었음. 신나게 보고 있삼. 업무 마비 상태.. ㅎㅎ
빨리 일 마치고 마저 읽으려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일이 또 계속 번져가는 중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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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

잡기장
맘먹고 밤새 뭔가 해보려고 하는데 평소보다 더 졸린다. 끊다시피 한 커피를 마셔도 전혀 효험이 없다.

미문동 방에 오자마자 나를 부르는 부드러운 두 목소리. 하나는 쥔집에서 회비가 이체될 계좌번호를 적어주라는 것이고, 하나는 새로나온 따끈따끈한 CD를 사라는 것. 이 얼마나 따뜻한 분위기인가.

돕헤드의 CD를 듣는다.
어? 점점 잘 부르네? 조약골의 노래를 처음 들은건 아나클랜 게시판. 몇년전이지? 모르겠다. 시간개념이 없다. 참.. 노래 좋고, 그 자체로 감동인데, 아무래도 역시 "조금만 더 잘 부르면 더 좋을텐데.. 흠흠 -_-" 하고 중얼거리는 경우가 많았다.

참 부럽다. 조약골이 노래 부르는 걸 보고 듣다 보면
쓸데 없는 생각만 하느라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잘하려다 정작 해얄 것을 놓치고 잘 못하는 건 말로 때우는 내 자신이 답답해질 때가 많았다. 하고 싶은 걸 하는게 아니라 잘하는거, 정확히는 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거를 우선해서 하고 산다.

잘하려는거.. 그게 문제다. 잘하려다 안하는게 문제다. 왜 사람들의 시선을 끊임없이 의식하고 사는 걸까. 내가 하는 말, 행동, 심지어 꺼내지 않은 생각까지 왜 늘 외부의 평가에 끌려다니고 사는 걸까. 왜 이리 자신이 없는 걸까? 가끔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 안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그러는게 오히려 멋있어 보이겠다고 미리 그려 본 경우가 많다.

블로그를 요즘 잘 안보고, 안쓰는 이유는
몸을 더 움직이고 오프라인 활동을 더 열심히 해보려는 건데, 별 상관은 없었던 듯 싶다. 괜히 핑계를 댄게지. 불편하니까. 도망치고 싶었고, 감추고 싶었으니까. 그렇다고 되는 것도 아닌데.
그래선지 최근에 쓰려고 했고, 실제로 써진 글에는 "잘 써야지"라는 생각이 가득하다. 잘 쓸 수 있겠다 싶은 글이 아니면 아예 안쓰려고 하나부다.

약해서 강해지려 하고, 외로워서 사랑받으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더 약해지고, 더 외로워진다. 그렇게 생각한 지 오래됐지만 좀처럼 그런 걸 바꿀 수 없다.

뭔가 끄적거리고 있다 보니 졸음이 좀 가신다.
지금까지 하고 있던 거는 "미디어위키"의 사용법을 더 익히고 확장기능을 설치해보는 거였다. 얼마전에 미디어문화행동 홈페이지가 죽었는데, 엄청난 스팸 탓이었던 듯하다. 대개 이런 것도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무언가가 불을 당겨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이참에 다른 것도 살펴보니 미문동 위키도 스팸에 엄청 시달리는 것 같아서.. 뭔가 방법이 있나 들여다 봤다.

StrongBerry 님이 언젠가 채팅하다 얘기해준 Confluence 도 찾아보고, 또 다른 위키는 어떤가 들여다 보다 보니 미디어위키에도 생각한 것 보다 많은 기능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확장 기능들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시작을 했는데 막상 찾아보니 재밌는, 유용한 기능들에 눈이 휙휙 돌아가 딴 거를 써보는중이다. 이를테면 미디어위키에 게시판을 달 수 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다.

잘 하는 걸 잘하는 줄 알고 그렇다고 말하고 행동하고, 잘 못하는걸 잘 못하는 줄 알고 그렇게 말하고 해보고 하면서 살면 참 좋을텐데.. 언제부터 시작된 자기 방어인지 모르지만 말로 정치로 때워가며 하루하루 때워가며 산다.

오픈웹 운동, 전자정부 사이트의 웹 표준 문제가 불거진 지 꽤 됐건만, 여전히 나는 소극적으로 추이나 살피고 있고,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는 건 거의 안하고 있다. 전에 썼던 것만큼 간단히 기사 하나 써보라고 하는데 그러겠노라 해놓고 계속 안하고 있고, 부끄런 칼럼 써주는 곳에 그 주제로 쓰려고 맘먹었는데 역시 기한을 넘겨 세월아 하고, 그나마 이슈를 제기하려고 했던 것은 그것 외에는 별로 할 말도 없고 내 존재 가치가 약해진다고 느껴지는 자리.. 그리고 내가 그런 말을 할때 관심가져 줄 것 같다고 미리 판단한 자리.. 이런 좋은 기회가 사실 많지 않은 건데, 정부와 MS가 이렇게 물러설 수 없는 입장 차이에 있고,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문제이며, (ActiveX 가 안되면 인터넷 뱅킹도 거의 안될테니) 엮으려면 정책적 이슈들과도 얼마든지 엮을 수 있고.. 폭넓은 공감을 얻을 수도 있고.. 함께하는 시민행동만 거의 유일하게 그 문제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

아... 하(려)고 하나 못하고 있는 것들, 그 이유 나열하다가는 밤 새겠다.
잘 하려다 삑사리 내는건 추하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기 위해 필요한 건 뭘까. 정확히 그건 몰라도 그 시초랄까.. 어디서부터 그렇게 됐는지는 알것도 같다. 애정 결핍인게야 ..-_-;
그렇다해도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겠지. 이제 곧 슬럼프는 끝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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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1 02:45 2007/02/21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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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내가 채식하는 이유

사회운동
ScanPlease님의 [계속 채식 논쟁] 에 관련된 글.
EM 님의 [채식(주의)] 에 관련된 글.

요즘 불질을 잘 안하다 보니 이런 얘기가 오고 가고 있는 줄 몰랐군요. 채식에 대한 논의가 아직 풍부하지 못하고 인식이 폭넓게 공유되지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진보불로거들에게 서서히 "이슈화"는 되어 가는 듯 해 일단 반갑네요. 그 전에는 채식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이 공공연하게 글로서 표현된 적은 많지 않은 듯 하니 말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겪을 어쩔 수 없는 문화 충격? ^^  "그래, 이제 사람들이 관심 가져주려는 모양이니 옛날에 했던 말들이 다시 쏟아져 나오면 좋을 타이밍이군" 하고,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하겠습니다.

 "운동"이 무조건 "선"은 아니라는데 동의합니다. 근데 왜 "채식은 운동이 아니다"는 말에 발끈하게 될까요?(저말입니다) 무엇이 운동이고 아니고를 굳이, 꼭, 반드시 판단해야 한다면 그 기준은 "목적"과 "대상"이 아니라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개인적으로 수양하는 것은 운동이 아닐 겁니다. 뭔가 집단적으로 행동들이 이뤄져야겠죠. 집단적으로 뭘 하는데 그게 폭력적으로 누군가를 핍박해서 목적을 관철시키는 거라면 그것도 운동이 아닐겁니다. 오직 그 두가지 외에는, 어떤 목적이던 스스로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그것을 억압하는 구조에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모든 것은 운동이 되겠죠. 이런 생각을 하고 있기에 "운동이 아니다"는 말에 발끈했습니다. 그건 "채식이 선이 아니다"라는 말로 해석했기 때문이 아니라, 채식을 "개인적 수양"의 차원으로 끌어내림으로써 지금까지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가치를 훼손했기 때문이죠.

채식은 개인적 취향이다. ?
취향은 운동의 대상이 아니다 ?
고로 채식은 운동이 아니다 ?

이렇게 생각하는 분이 지금 한국에 굉장히 많을 겁니다. 사실 저도 계기가 있어 채식에 관심가지며 생각이 달라진 거지만 저도 전에는 이런 논리를 흔쾌히 채택했지요. 저 각각에 대해 반박이 가능하지만 그전에 먼저, "채식은 운동이다"고 항변(?)하는 형태가 되는 것 자체가 사실은 공평한 논의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이미 나온 말이긴 하지만 사실 지금 한국에는 "이런 게 진짜(혹은 근본적인, 핵심적인) 운동이다"고 하는 생각이 이미 지배적으로 자리잡고 있고, 그 외 다른 "운동"들은 부차적인 것이다라고 생각되는게 전보다는 줄긴 했지만 여전히 암묵적으로는 강할테니까요. 공평한 논의를 한다면 사실 "그 운동이 정말 진짜, 근본적인, 핵심적인 운동인가" 혹은 "그 운동만으로 충분한가"가 되어야 할겁니다. 그리고 다른 여러 "무시되는 운동"들이 연합전선이라도 형성해서 공동으로 논의를 해야겠죠. (아, 물론 EM님의 생각을 지레짐작해서 겨냥해서 말하는게 아니라는 건 말할 필요가 없겠죠?)

전 주위 사람들에게 채식을 적극적으로 권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밥 먹고 있다 "채식중이다"고 하면 많은 경우 자연히 화제가 그것으로 돌려지고, 그럼 그때 내가 왜 채식하는지  얘기하고, 공감도 받고 비판도 받고 하며 자연스럽게 인식이 확장되기를 바랄뿐입니다. 당장 내 옆에 앉은 사람이 채식으로 돌아서기를 (희망이야 하지만) 요구하지도 않고 그저 계속 퍼져나가다 보면 그 중에는 채식을 선택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그리 합니다.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채식 권유는 "취향에 대한 강요"가 아닙니다) 그러다 보면 흔히 나오는 얘기가, 구조를 바꿔야지 개인적 실천(한명분의 소비 감소)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겁니다. 동의하면서, 그럼 구조만 바꾸면 되느냐. 그럼 그때부터 사람들이 자연히 고기를 안먹게 되느냐. 물론 고기를 저가에 유통시키는 구조가 붕괴되서 값이 비싸지면 자연히 덜 먹게 되지 않겠느냐. 그럴수도 있겠다 동의한다. 그럼 그 구조는 어떻게 바뀌느냐. 결국 이것도 혁명만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거니 "경제주의적" 운동에 대열에 합류하면 되는 거냐. 아마 그때 속으로는 "그렇지" 하시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명확히 답들은 안하시더군요.

채식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는 두가지가 깔려 있다고 보는데, 그건 "모든건 경제구조가 변혁되어야 하는(혹은 그러면 다 되는) 문제"라고 보는 "주류"(이렇게 말할까요?) 운동 담론의 사고 방식이고, 채식이 저 깊은 곳을 건드리는 문제이기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방어적인 심리가 그것입니다. 요 두 가지 모두 엄청나게 반박을 당할 문제라고 보지만, 솔직한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이제 "내용"에 대해서 얘기를 해볼까요. 저보다 더 깊은 고민을 갖고 오랫동안 "운동"(이던 개인적 실천이던) 해오신 분이 많지만 얼마 안되나마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1. 채식은 취향이다.
 이건 ScanPlease 님의 글에서도 나와 있고, 다른 블로거들의 글에도 수두룩하게 나와 있지만, 채식은 단순히 개인적 취향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냥 제 얘기만 할께요. 저 아직도 지나가다 고기 굽는 냄새나면 소주 한잔 생각나고 예전에 먹었던 맛있는 집, 가족, 친구들과의 즐거웠던 기억이 소록소록 납니다. 먹을게 없을때 라면도 먹습니다. 제가 채식하는 이유는 제 지난 포스팅 "이유를 물어줘"를 살짝 읽어봐주시면 좋겠습니다.

2. 취향은 운동의 대상이 아니다.
 이것은 일단 개인 취향을 무시하거나 다른 것을 강요하는 행태와 운동의 그것이 구분되지 않고 이해된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당연히 누구던 개인 취향에 폭력적으로 대한다면 그것에 함께 맞설겁니다. 하지만 "운동"은 가능하죠. 혹 운동을 "일부의 우월한 가치를 폭력적으로 관철시키는 집단적 행동"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모르겠습니다만. 위에서 말했듯 전 제 옆에 앉은 사람에게 채식을 강요, 아니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왜 채식하는지, 채식하면 뭐가 좋은지만 얘기합니다. 퍼져나가 누군가가 듣고 동의해서 채식을 한다면 그건 그 사람 선택인거죠.
 또, "취향"이라는게 사실은 구조에 의해 주입, 형성되고, 왜곡, 강화되는 것이기에 그야말로 충분한 운동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담배와 커피만 봐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것과 관련해 이미 다양한 관점의, 방식의 운동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 운동은 옆사람에게 "담배 끊지 못해! 당장" 이렇게 협박하거나, "아직도 담배를 피는 한심한 사람이 있다니", "커피를 마시는 너는 아동 노동 착취자야, 나쁜 X야"라고 말하는 그런 건 아닙니다. 만일 누가 제 옆에서 그러고 있으면 "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데? 네게 구체적인 피해를 주는게 있다면 그걸 얘기해서 해결책을 찾고, 문제점은 차근차근 얘기해봐야지"하고 당장 나설겁니다. 채식도 마찬가지죠. "고기를 먹어? 야만인!"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신적, 영적, 도덕적 우월성을 내거려는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제가 나서 "먹고 싶으면 먹으라"고 말하고 다닐 겁니다. "식습관이라는게 모든 음식을 자유롭게 먹어볼 기회가 있어 선택해서 형성하는 게 아니라 성장과정을 통해 어쩌다 보니 지금의 식습관이 형성되어 있다더라"하는 제 지난 포스팅 "뭐든지 잘먹어야해?"을 또 읽어주시면 좋겠군요.

3. 고로 채식은 운동이 아니다.
그냥 제 생각을 정리하겠습니다.
한국에서 고기는 "뛰어난 것", 육식은 자연스런 식생활이라는 인식이 사람들 뇌리에 깊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그리고 그것에 기반한 사회 구조적인 모순이 심각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달군님의 포스팅, "채식,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행할 수 있는 한가지 방식이 그런 시스템을 거부하고 붕괴시키려는 "육식 거부"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개인적 노력으로는 힘만 들고 효과도 없습니다. 정말 일상속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처음엔 컸습니다. "크리티컬 매스"라고 할까요? 채식하는 사람이 의미 있는 비중을 차지하기 전까지는 사회 시스템에 큰 변화를 주기도 어렵기에 채식을 확산하고 조직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래서 채식은 "운동"이 되어야만 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이 똑같은 생각으로 하는게 아니기에, "순수한 취향"으로 채식하는 사람도 분명 있고, 그것을 "정신-영적, 도덕적" 우월성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그것으로 육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과도하게 불편하게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만일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전 그 사람을 비판할 겁니다. 대신 혹 그런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채식하는 사람 전체의 생각과 노력을 가치 절하하는 말과 행동으로는 이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며, 채식에 반대하는 "다른, 근저의" 이유들이 그런것을 덮어쓰고 채식 "운동"의 본질을 덮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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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9 13:22 2007/02/1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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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스 2007/02/19 16:22 URL EDIT REPLY
채식 참 훌륭한 운동이고마요!!
ScanPlease 2007/02/19 17:53 URL EDIT REPLY
히히, 지각생 멋져요~
쥬느 2007/02/21 11:19 URL EDIT REPLY
히히 내블로그에 와요 지각생 동영상 이뻐
http://blog.jinbo.net/derridr/?pid=752
지각생 2007/02/21 13:18 URL EDIT REPLY
부끄럽구만요. 특히 동영상은.. -_-; 결국 이렇게 말하면 모두가 아는건가? orz 일부러 답글도 안단건데 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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