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텃밭
꼬뮨 현장에서 2009/07/08 01:23사진들이 내가 하고싶은 말들을 다 하고 있다.
텃밭상자들이 늘어나다보니 이제 거의 하루에 1시간 가량은 이 행동하는 텃밭에 신경을 써야 한다.
용산 현장에는 매일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
그리고는 이 텃밭을 보며 한 마디씩 한다.
이러는 것이 좋겠다, 저러는 것이 좋겠다, 이건 이렇게 해줘야 하고, 저건 저렇게 해줘야 한다는 조언들도 많고, 그런 이야기들이 때로는 서로 모순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마구 돋아난 상추를 지금 솎아줘야 한다고 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더 놔두었다가 나중에 솎아줘도 된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그런 식이지만, '집단지성'의 힘이랄까, 텃밭은 그런대로 잘 유지되는 편이다.
사람들이 특히 내가 보지 않을 때(특히 아침 시간에) 나름대로 이곳을 잘 돌봐주고 있다는 것도 잘 안다.
나는 주로 저녁 시간에 주로 얘네들을 관찰을 하면서 매일매일 어떤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느끼고 있는데, 요즘에는 그것이 거의 유일한 낙일 정도가 되었다.
저번에 비가 내리던 날 디온과 함께 심은 열무들이 3일 전부터 싹이 돋아나고 있는데, 참 귀엽고 흐뭇하다.
아까는 용산경찰서 정보과 형사 하나가 지나가다가 내가 텃밭을 가꾸고 있는 모습을 곁눈질로 보면서 '어, 아주 농사를 잘 지었네'라고 혼잣말을 일부러 크게 내고 지나가기도 했다.
그래, 경찰 눈에도 이 텃밭은 아름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