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이주노동자의 날, 우리의 결의경계를 넘어 2004/12/18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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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은 매년 12월 18일을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로 정했다. 오늘이다. 또한 지난 1990년 UN 총회에서 결의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이주노동자권리규약]은 작년부터 세계시민과 국가들이 지켜야 할 '국제인권규약'으로써 그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국제사회에서 조차도 이주노동자 문제가 전세계적인 절박성을 띤 특별한 사안이 된 지 어언 15여년이라는 이야기이다. 오늘 우리의 눈길은 이런 국제사회의 흐름을 여전히 거스르고 뒤쳐져 있는 노무현정부에게로 간다. 노무현 정부는 [이주노동자권리규약]을 비준하여 국제사회의 흐름에 동행해야 함에도, 그러기는 커녕 오히려 강제추방과 반노동적인 이주노동자 정책으로 국제사회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산업연수생 제도’는 산업연수라는 특수고용관계를 내세워, 실제로는 외국의 고급인력을 낡은 중고 기계부품보다 싼값으로 사들여 인신구속시켜서 노예처럼 부려먹는 제도이다. 노무현 정부와 자본가들은 현재도 여전히 이를 애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용허가제'라는 편법까지 동원했다. ‘고용허가제’는 ‘산업연수생 제도’의 피해자들인 미등록 장기체류자들을 국가공권력을 동원하여 야만적으로 단속 추방하는 졸속적인 노동악법이다. 지난 1년간 노무현정부는 ‘고용허가제’ 실시를 전후하여 삼중수갑, 그물총, 가스총 등을 동원한 강제추방에 열을 올려 왔으며,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던 이주노동자들은 단속추방을 피하다가 거리에서 죽거나 수년동안 노동한 댓가도 받지 못한 채 한밤중 비행기로 강제추방 당하였다.
국제조류에 역행하는 노무현 정부의 반인권적 노예제도에 맞서서 이주노동자들이 그저 공포에 억눌려 도망다니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주노동자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노동권'과 '인권'을 요구하며 명동성당 등에서 1년 이상을 농성하며 일단의 이주노동자들이 싸워 왔다. 특히, <서울경인지역 평등노조 이주지부>는 사업주 중심의 '고용허가제'를 반대하고, 이주노동권 중심의 '노동허가제'를 강력하게 주장해 왔다. 2001년 조직된 이후, 평등노조 이주지부는 지속적으로 작업현장에서 사업주에 의한 폭력과 체불임금 등 이주노동문제를 현장에서 주체적이고 조직적인 투쟁으로 돌파해 왔다. 이런 저력이 있었기에, 불가능하다고만 여겨온, 1년 이상의 명동성당 농성투쟁의 중심에서 <서울경인지역 평등노조 이주지부>는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명동농성단이 해산된 이후, <서울경인지역 평등노조 이주지부>는 "현장으로 돌아가 더 열심히 투쟁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 우리는 명동농성투쟁으로 소홀했었던 이주노동현장에서의 ‘일상적인 노동조합활동’을 강화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이주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받고 있는 전국 각지 현장조직들의 <이주노동현장조직 전국회의>를 추진하려 한다. 이렇게 현장 조직들을 복원하고 확대하여 <전국이주투쟁단>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상층중심의 사업방식을 비판하며, 아래로부터 힘있는 조직을 건설해서, 마침내는 <전국이주노동조합>을 건설하겠다는 명동농성투쟁단의 결의를 담았던 것이다.
중고 기계보다 싼 값에 맘껏 부려먹을 수 있는 산업연수생을 늘려달라는 중소기업청의 최근 아우성 속에서 이미 정책적으로 실패한 '고용허가제'의 실태는 잘 드러나고 있다. 한마디로 노무현정부, 특히 중소기업청은 시대에 역행하여 이주노동자들을 노예처럼 부려 먹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야만의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 오늘 우리는 결의한다. 오늘 단 하루만이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이 아니라, 매일 매일을 “이주노동자 해방의 날”로 투쟁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와 자본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당신들 눈에는 값싼 외국노예들로 보이는 바로 ‘그놈들’이 진실로는 모든 인간의 차별없는 ‘인권’과 ‘노동권’ 그리고 ‘시민권’ 실현을 위해서 투쟁하는 이 시대의 가장 자유로운, 세계인들이라는 사실을!!
<우리의 주장>
1. 산업연수생제도 완전 철폐하라!
2.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하라!
3. 기만적인 고용허가제 중단하고, 노동허가제 즉각 실시하라!
4.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라!
2004년 12월 18일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이하여
서울경인지역 평등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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