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까르랑께
뒤바뀐 현실 2007/07/07 02:50달빛시위에 참가했다.
최연희나 박명수 같은 놈들에 대해서 법원이 선고유예를 내리거나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경찰청에서는 성폭행을 예방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면서 여성들보고 밤이 늦기 전에 집에 돌아가라거나 노출이 심한 옷은 입지 말라는 등의 헛소리를 해대는 상황에서 이번 달빛시위는 더욱 의미가 컸다.
피자매 활동가들은 '늬들이 밤길을 알어?' '눈깔어' 등의 피켓을 들고 나갔다.
광화문부터 서울역까지 걸어가는 동안 내가 들고 있던 이 피켓을 보고 진짜 눈을 까는 남자들도 있었는데, 허연 눈을 희번덕거리며 시비를 걸려는 마초들도 있었다.
루드가 '눈깔어'를 전라도 말로 어떻게 하냐고 묻길레, 내가 '눈 까르랑께'라고 대답해주었다.
순간, 그 말이 재미있어서 곱씹어보다가 얼마전 결성한 우리 밴드의 이름으로 삼기로 했다.
눈 까르랑께.
알파벳으로는 Nun Carranque 라고 쓰는데,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스페인에 까르랑께Carranque라는 이름의 소도시가 있다는 것이다.
까르랑께는 스페인 중부 똘레도 주에 있는 조그만 도시라고 한다.
눈 까르랑께, 참으로 정겹고도 지구적인 이름 같다.
이제 우리 밴드가 공연을 할 때면 다들 눈을 지그시 깔아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