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살이 될 때까지나의 화분 2007/07/04 23:34 1. 원래 비가 내리는 날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여름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계절인지라 요즘같은 장마철이면 내 상태는 최악이 된다. 아무런 의욕도 생기지 않아서 오후 늦게 일어나 그저 멍하게 하루를 보내다 날이 어두워지면 밤새 기타를 치거나 영화를 보거나 한다.
왜 이렇게 기분이 다운되어 있나 했더니 지붕이 새기 때문인 것 같다. 먹을 것이 없어도, 판자집에 살아도, 고운님이 없어도 견딜 수는 있지만 비가 새는 집에서 사는 것은 인간이 할 짓이 못되는 것 같다. 최소한의 존엄성 마저 박탈당한 기분이랄까. 비참하다.
2. 피자매 활동가 루드가 담배를 끊었다고 한다. 알고 보니 담배는 구조적 폭력이었다면서 끊은지 5일이 되었다고 했다. 루드도 '환경학과 평화학'을 읽었나보다. 카메라를 들고 루드를 찍던 가지는 '젊은 여성은 참 아름다운 존재야'라고 감탄한다.
3. 사랑하는 사람이 39살이 될 때까지 사랑을 하고 싶다. 그런 바람이 한갓 부질없는 소망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그래도 품어보기로 했다.
4. 피자매 사무실에서 함께 밥을 지어 먹고, 밴드 연습을 하던 가지가 모기에 물렸다. 물린 자리가 하트 모양으로 부어 올랐다. 모기가 피를 빠는 것은 참으로 에로틱하지만 난 그래도 모기들이 싫다.
5. 남은 힘을 짜내 스페인 어, 일본어, 피아노, 미술 등을 배우려고 한다. 팥칼국수, 청국장, 단호박 파스타, 버섯장조림 등등 생전 먹어본적도, 만들어본적도 없는 요리들도 시도해보려 한다. 낯선 세계에 뛰어든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6. 셋이서 사진을 찍는다. 이런 순간이 영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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