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하여 '옆집 레이블'을 만들었다.
그래도 명색이 앨범을 하나 내는데, 이름만이라도 레이블이 하나 필요할 것 같아서 만든 것이 옆집 레이블이다.
내가 사는 대추리 불판집을 '옆집'이라고도 하는데, 지킴이네 집 옆에 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옆집이라.
마을스럽지 아니한가?
난 이 이름이 친근해서 좋다.
옆집에서 이번 앨범 작업을 모조리 해버렸고, 앞으로도 계속 이 불판집 파란방 스튜디오를 옆집 레이블의 본거지로 삼아서 묵묵히 마을을 지켜나가기로 했다.
다들 알겠지만 문화노동자 연영석은 1998년인가부터 '맘대로 레이블'을 만들어 활동해오고 있다.
맘대로 레이블 역시 1인 레이블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 역시 혼자서 옆집 레이블을 운영하려니 힘든 점들이 많다.
노래를 만드는 작업이야 재야가수인 내가 앞으로 오랫동안 해야 할 일이지만 노래를 녹음하고 믹싱하는 엔지니어링 작업과 음반을 제작하는 잡다한 실무까지 모조리 하다 보니까 가끔 힘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물론 옆집 레이블 이전에도 나는 레이블을 만들어본 적이 있긴 하다.
2001년 무렵인가 이름하여 '길바닥 레이블'이란 것을 친구들과 만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 레이블로 앨범을 몇 장 내긴 했었다.
당시엔 그저 순수한 재미와 열정만으로 일을 추진했었다.
함께 길바닥 레이블 활동을 하던 친구들은 지금은 뭘 하고 있는지 잘은 모르지만, 나는 여전히 독립 레이블을 만들어서 음반을 내고 있는 것을 보면 나도 참 고집스러운 구석이 있다.
옆집 레이블 활동이 여전히 재미와 열정을 불러 일으키긴 하지만 그것에 덧붙여 이제는 약간의 부담감과 책임감도 생겼다.
특히 이번 앨범 같은 경우에는 대추리에서 제작하는 첫번째 음반이니만큼 어떤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담보해야 한다는 그런 부담감이 있었다.
여전히 이곳은 투쟁의 한복판이고, 나는 이 사회를 변혁하는 운동의 맨앞에서 노래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안운동의 현장에서 불리워지는 노래들이라면 그 자체로 대안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노래들이 허접해서는 안 된다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랄까 그런 것들이 나를 압박하기도 했었던 것이다.
겉포장은 대중가수들 음반처럼 예쁘고 깔끔하고 반짝반짝하지 않겠지만 그 속에 들어가는 알맹이는 세상을 착취함으로써 이윤을 얻기 위해 만들어지는 음반들보다 못하면 안 될텐데...
이 악취 나는 세상을 끝장낼 수는 없어도, 최소한 심각한 균열이라도 일으킬 수 있어야 할텐데...
그런 마음가짐으로 정말 피와 땀을 바쳤다.
그리고 지난한 제작 과정을 거쳐서 비로소 이번 앨범의 마스터 씨디가 나왔다.
노래를 한 곡 한 곡 들어보면서 새삼 기쁘고, 뿌듯하고,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게다가 오늘 달군이 만들어준 디자인을 보았는데, 완전 완전 맘에 드는 것이었다!
아마 이런 앨범은 내가 다시 만들 수 없을 것이다.
노래들 하나하나가 질기고 험난한 투쟁을 거치면서 솟구쳐 나온 민중들의 절박한 요구를 담아 만들어진 것들인데, 그것 자체로 나에겐 놀랍고 감동적인 체험이었다.
그런 노래들을 음반에 그 느낌 그대로 잡아넣는 것은 내 역량이 100이라면 한 300 정도를 요구하는 작업이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완벽하게 하려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몇 달이 흐른 지금 나는 매우 만족스럽다.
앞으로도 나는 길바닥에서, 민중들의 투쟁의 현장에서, 집회와 시위에서, 마을에서 그리고 대안을 만들고 차별을 없애기 위한 모든 공간에서 물러나지 않고 노래를 할 생각이다.
노래들은 그렇게 투쟁의 현장에서 만들어지고, 퍼져 나가며 더 큰 활력과 힘을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 혼자 만드는 노래들이 아니라 억눌린 사람들이 모두 함께 만드는 노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