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리 노인회장님꼬뮨 현장에서 2006/09/30 21:52이번 주 촛불행사는 매일 평택구치소 앞에서 했다.
김지태 이장님과 평택지킴이 오기성 씨가 갇혀 있는 바로 그곳에서 말이다.
이장님과 기성씨를 면회하고 돌아온 사람들이 촛불행사에 모인 사람들의 소리가 감옥 안까지 들린다면서 안에 있는 사람들이 더 크게 우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더욱 크게 소리를 높이자고 했다.
나는 정말 목이 터지도록 구호를 외치고,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불렀다.
이장님은 지난 9월 22일이 선고공판일이었고, 죄가 없으므로 당연히 그날 출소할 것으로 다들 생각했었다.
검찰에서는 이미 4년 구형을 한 상태였고, 심리도 모두 끝나 재판부의 마지막 선고만 남았던 것이다.
그런데 김지태 이장님이 풀려나 9/24 평화대행진에 참석해 모인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것이 지배자들은 적잖이 염려되었던 모양이다.
검찰은 마지막 순간에 돌연 증거가 더 있다느니 하는 치졸한 방법을 동원하여 선고공판일 연기를 재판부에 요청했고, 재판부는 옳거니 이를 즉석에서 받아들였다.
한마디로 김지태 이장님을 옥에 더 가둬놓음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이 전파되는 것을 막아보려 한 것이다.
법을 이용한 졸렬하고도 비열한 수법이 아닐 수 없다.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과 지킴이들 그리고 평택구치소 앞 촛불행사에 매일같이 모여든 많은 사람들은 하나된 커다란 목소리로 정도를 포기하고 치졸한 길을 택한 검찰과 재판부에 야유를 보냈다.
사람들이 입법부든 사법부든 행정부든 가리지 않고 거짓말과 폭력을 일삼고, 이제는 치사한 방법까지 동원해 주민들을 갈라놓고 찢어놓으려 하고 있는데 대해 대단히 분노하고 있다.
입법부인 국회는 평택미군기지확장 계획을 자세히 들어보지도 않고 무작정 비준시켜주더니, 이제는 국민들에게 약속한 청문회도 말도 되지 않는 변명만 늘어놓으며 열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9월 13일 1차 마을파괴를 강행해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유포시키려는 심리전술을 사용했지만 이것은 실패로 돌아갔다.
국방부가 원했던 마을 사람들의 동요는 일어나지도 않았고, 오히려 마을의 분위기는 더욱 끈끈해졌을 뿐이다.
사법부는 죄 없는 사람 잡아가두는 것도 모자라 지나가는 소도 비웃을 졸렬한 방법을 동원해 불타오르는 이 운동을 어떻게든 무마시키려고 하고 잇다.
농민들에게 국가는 이렇게 치졸하고, 비열하고, 졸렬할 뿐이다.
지난 며칠간 벼베기를 하느라 바빴던 노인회장님은 오랜만에 대추리 농협창고에서 열린 오늘 촛불행사에서 '저들이 총을 들고 오든, 칼을 들고 오든 김지태 이장님이 석방될 때까지 이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굳게 지키자'고 말해 모인 사람들로부터 커다란 박수를 받았다.
국가가 이렇게 비열하게 나오면 나올수록 권력자들의 횡포에 사람들은 더욱더 분노할 뿐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막기 위해 모여들 뿐이다.
평생 농사만 짓고 살아오셨다던, 농민인 것이 그렇게 자랑스럽다던, 누구보다 벼농사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시다는 '촌놈' 노인회장님의 나직한 결의의 발언을 들으며 나는 박수를 치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퍼지기도 하고 그렇다.
농민이 들고 일어나면 세상이 바뀐다.
이것은 역사가 증명해온 것이다.
평생 흙만 파온 농민들을 때려 죽이고, 잡아 가두고, WTO와 FTA로 숨통을 조이는 것도 모자라 이제 강제로 땅을 빼앗아 쫓아내려고 하는 이 정권에게 대추리, 도두리의, 그리고 전국 방방골골의 농사꾼들은 결사항전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분노의 시간이 흘러만 간다. tag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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