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태 위원장이 구속되었다.
가진자들의 폭력성이 다시 한번 만천하에 드러났다.
지난 3월 인권활동가 박래군, 조백기가 구속되었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법원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맨몸으로, 가장 평화적으로 포크레인에 맞섰던 박래군과 조백기를 구속한 이유는 뭘까.
'공권력에 도전하는 자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며 정치적 구속을 결정한 검사와 판사의 작태를 보면서 저들은 뭔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미군기지확장에 맞서 농민들의 평화적 생존권을 주장하는 평택평화항쟁이 정당하다는 것을 저들도 속으로는 알고 있는 거야.
수많은 사람들이 나서고 있다는 것, 민중의 거대한 힘이 결국엔 부당한 공권력, 아니 김지태 위원장이 자주 쓰던 말마따나 '공폭력'을 산산히 부서뜨리고 말 것이라는 것을 권력자들은 어슴푸레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뼛속 깊이 두려움을 느낀 저들은 무슨 예방조치라도 취하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 싶었던 것이겠지.
그래서 박래군과 조백기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것이고, 다시 김지태 위원장을 감옥에 가둔 것이 아닐까.
나는 저들의 두려움을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민중의 역사가 그래왔듯이 지배계급이 그런 것을 느낄 때는 이미 때가 너무 늦은 법.
저들은 팽성의 싸움이 들불처럼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참으로 어이 없는 이유로 인권활동가, 평화활동가 그리고 주민들을 구속시키고 있지만 그 들불은 이미 겉잡을 수 없는 기세로 타오르고 있다.
김지태 위원장을 구속시킴으로써 지배자들은 미군기지확장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이 그 구심점을 잃고 표류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도주 우려도, 증거 인멸의 우려도 없는 사람들이 구속될 때는 지배계급이 분명히 뒤가 켕기는 구석이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평택에서 자라나고 있는 이 평화항쟁이 더욱 커지고 커져서 마침내 자신의 모가지를 뎅겅 베어버릴 낫이 되지는 않을까 저들은 내심 떨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 사태를 막기 위해 저들이 가진 무기, 법과 감옥을 동원해 민중의 투쟁을 꺽어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민중은 이미 그 낫을 날카롭게 벼리고 있다.
촛불을 들고 모여들고 있다.
올해도 팽성의 농민들이 농사를 짓게 하라고 두 눈 부릅뜨고 요구하고 있다.
황새울 들녘에서 군부대와 경찰을 철수시키라고 외치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뜨거운 외침들은 사실은 승리의 함성소리가 아닐까.
우리의 눈물과 분노와 무기력감과 절망과 비명소리 안에는 실은 이미 하나되어 울려퍼질 감격의 소리가 들어있는 것이 아닐까.
눈물이 흘러넘치면 파도가 되고 폭풍이 되고 벼락이 되는 법이다.
그 파도와 폭풍과 벼락이 누굴 겨누고 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각오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