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이 되라평화가 무엇이냐 2006/04/27 23:39 예수님이 2천년 전에 사람들보고 '빛과 소금'처럼 되라고 일갈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요즘 사람들은 이것을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이해한다.
오늘은 서울 광화문에서 황새울을 지키기 위한 다섯번째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낮에는 태양 때문에 따뜻하던 거리가 해가 지자 쌀쌀해졌다.
평택 촛불문화제를 서울에서 여는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기온이 내려간다.
촛불문화제에서 촛불을 들고 앉아서 사람들의 노래와 몸짓과 이야기를 들으며 예수님이 2천년 전에 말한 빛과 소금은 2천년이 지난 지금의 남한 땅에서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지금 이땅에서 빛이 된다는 것은 무엇이며, 소금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대추리, 도두리 들녘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벼들에게 햇빛은 필수적이다.
햇빛이 없으면 벼는 자라지 못한다.
빛이 되라는 것은 황새울 들녘의 벼들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따스한 온기를 불어 넣어주라는 말일 것이다.
전투경찰과 용역깡패로도 모자라 이제 군대가 침략 준비를 하고 있는 바로 그곳, 팽성의 땅에서 올해도 작물이 짓밟히지 않도록 빛을 비추라는 말일 것이다.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완공되어 해수유통이 완전히 차단된 지금, 새만금 갯벌은 타는 목마름으로 쩍쩍 갈라지고 있다.
그곳에 살던 수억의 생명들이 내지른 고통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물이 되고, 소금이 되어 그곳을 다시 촉촉히 적시고 싶었다.
짠물이 흘러 갯지렁이들과 서해비단고둥과 백합과 농게에게 다시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바로 예수님이 말한 바 소금이 되라는 것이다.
바다였던 곳을 가로막아 거대한 죽음의 바리케이트를 설치한 자들, 자본을 신처럼 섬기는 자들에게 염전에서 햇빛을 받아 알알이 보석처럼 맺히는 천일염의 정직함과 순수함 그리고 무한히 반복되는 생태순환의 원리를 따르라는 것이야말로 '소금이 되라'는 말에 담긴 서릿발 같은 가르침이 아니었겠는가.
나는 신앙을 갖고 있지 않지만 옛 성현의 깊은 뜻을 나름대로 헤아려본다.
그리고 세상에 필요한 빛과 소금이 된다는 것은 결국 민중(바로 나 자신)의 아픔을 직시하며 시대의 모순을 꿋꿋히 해결해나간다는 것임을 촛불을 든 자리에서 어렴풋이 깨닫는다.
이 깨달음은 어둠을 밝히는 촛불의 힘에서 나온 것이리라.
6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그 질기고 질긴 풀뿌리 민중의 힘이리라.
경찰도, 군대도, 국가의 호통소리도 이 힘을 억눌러버리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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