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의 자유
나의 화분 2006/04/24 18:57
<성명서> 양동중학교는 두발집회 참가 학생에 대한 징계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지난 4월 19일 서울 목동의 양동중학교에서는 두발자유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교내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학교측의 강제 해산으로 불과 10여분만에 끝이 났다. 우리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는 학교측이 학생들을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 참가 학생은 물론 주변에서 이를 지켜보던 학생까지 체벌한 데 이어, 학생 7명을 ‘선도위원회’에 회부해 징계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우려와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인권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보장되지 않으면 안되는 기본적인 권리이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학생신분이라는 이유만으로, 학교라는 이유만으로 인권의 보편성은 부정되어서는 안된다. 교내 집회를 연 양동중학교 학생들은 국제인권조약과 이 나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행사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동중학교가 집회 참가 학생들을 징계하고자 한다면, 학교 스스로 야만과 폭력, 반인권의 공간임을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학교측은 ‘불법집회 개최’, ‘교내질서 문란’ 등을 명분 삼아 학생징계의 불가피성을 내세우고 있다. ‘학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모든 집회는 불법집회’라는 학교측의 발언은 인권과 법 위에 학교가 존재한다고 강변하는 꼴이다. 무릇 모든 표현은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소통하기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의 불가피함을 주장하는 것 역시, 질서에 대한 학교측의 구시대적 강박만을 확인시켜 줄 뿐이다. 우리는 학교측이 징계의 근거로 내세우는 교칙 내용 자체가 인권과 헌법을 부정하는, 아무런 정당성을 갖지 못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나아가 우리는 이번 두발자유 집회가 학교측의 야만적인 두발규제로부터 촉발됐다는 학생들의 증언에 특별히 주목한다. 두발단속에 걸린 학생들이 교사에게 끌려가 체벌을 당하는 과정에서 느꼈을 모멸감과 분노가 이번 집회를 낳은 직접적 도화선이 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두발제한 규정이 있는 한 두발단속은 불가피하고, 두발단속이 있는 한 학생들의 인격을 짓밟는 2차 폭력이 뒤따를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학 생들이 외친 두발자유는 학생의 기본적 인권으로서, 지난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서도 이는 확인된 바 있다. 그럼에도 학교측은 학생의 두발을, 아니 학생의 인권을 제한해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무엇인지도, 현재의 두발규정이 필요최소한의 제한인지도 증명하지 못한 채 지금껏 두발규정을 유지해 왔다. 정해진 규칙은 따라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로 두발단속을 실시하고 규정을 어긴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왔다. 당연 책임을 묻는다면 인권을 함부로 침해해 온 학교에 물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학교측이 인권 보장을 요구한 학생을 징계하고자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나아가 학생들이 직접 선출한 대표 자격을 학교가 일방적으로 박탈하는 일도 있어서는 안된다. 양 동중학교는 이번 교내집회를 계기로 자신의 인권불감증을 반성하고, 학교를 인권친화적으로 재구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만약 집회 참가 학생에게 어떤 식으로든 불이익을 가한다면, 우리 청소년인권단체는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양동중학교는 집회 참가 학생을 징계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양동중학교는 두발단속과 집회 해산 과정에서 자행한 폭력에 대해 학생에게 사과하라! 양동중학교는 반인권적 교칙을 즉각 개정하라! 교육부와 교육청은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총체적인 대책을 즉각 수립하라! 2006년 4월 24일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