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가 되고 싶었다
나의 화분 2006/03/22 00:00새만금 연안주민들과 함께 해상시위에 다녀왔다.
아쉽게도 끝물막이 공사를 잠시라도 중단시키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해상시위는 실패다.
주민들은 조그만 선외기에 나눠타고 방조제를 기어올라가 새만금 물막이 공사를 중단시키려 했지만 철조망과 전투경찰과 해경특공대와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을 가진 저들은 눈하나 꿈쩍하지 않고 공사를 지속시켰다.
사람만한 바위덩어리들을 덤프트럭에 가득 싣고 방조제 끝으로 가서 그곳에 바위덩어리들을 집어넣는 작업은 바로 건설자본과 개발주의자들 눈 앞에서 이백여 명의 새만금 연안주민들과 활동가들이 '죽음의 끝물막이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이 터지도록 외치고 있는 와중에도 결코 중단되지 않았다.
그 뻔뻔함에, 그 끔찍함에, 그 폭력에, 그 무관심에 나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저렇게 공사가 진행되는데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이 온몸을 휘감으며 난 너무나 비참했다.
밤에도 낮에도 공사는 멈추지 않았다.
저들은 24시간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을 가동시키고 있었다.
덤프트럭이 1km도 채 남지 않은 갯벌의 숨구멍으로 쉴 새없이 바위를 떨어뜨리면서 들리는 우르르쾅쾅 하는 소리가 한밤중에도 귀청을 찢을 듯 달려들었다.
처음으로 배 위에서 제대로 발을 뻗지 못하고 새우잠을 자면서 마음마저 불편했으니 가히 최악의 잠자리였다.
생각해보니 3월 내내 편한 곳에서 잠을 잔 기억이 별로 없다.
비행기에서 자고, 공항에서 자고, 다른 사람들과 비좁은 곳에서 자고, 코를 고는 사람과 자고 그러면서 지냈다.
편한 곳이 아니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잠자리를 유난히 가리던 내가 이 정도까지 변했으니 그래도 대견스럽다.
지금 당장 갯벌의 마지막 숨구멍이 하루에 200m씩 막히고 있는데, 그 끔찍한 공사는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어민들은 배에 나눠타고 바다로 나가 공사를 막으려는 직접행동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도 잘 조직되어 있지 못하다.
약간씩 이해관계가 다른 연안주민들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인데, 주민대책위는 아직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질적인 투쟁의 동력을 가진 사람들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지 못한 것 같고, 그런 상황에서 환경활동가들이 연대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어서 안타깝다.
해수유통이 차단되어 갯벌이 막히게 되면 주민들의 생존권도 완전히 물거품이 되고, 그곳에 사는 무수한 생명들은 목숨을 잃고 썩어가게 될 것이다.
나는 밀물이 들어 짠물로 넘실대는 새만금 갯벌을 배를 타고 지나가면서 이곳을 사람들이 자동차를 타고 지나다니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아찔해졌다.
끝도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 같은 새만금 지역을 사람 크기만한 바위덩어리들로 가득 메워 그곳에 미군기지도 짓고, 골프장도 짓고, 빌딩도 짓고, 논도 만든단다.
내가 쓰나미가 될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그 푸른 물결에 몸을 던지고 싶었다.
그 바위덩어리들을 모조리 쓸어내는 쓰나미말이다.
바다에서 일단 돌아왔지만 여전히 그곳이 바다로 남길 바라며 마음을 바다에 남겨두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