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어두워진 저녁 7시, 찐빵으로 허기를 달래고 서둘러 기타를 챙겨들고 아랫집을 나선다.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촛불집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2006년 2월 22일은 새만금 갯벌 사망선고 예정일로부터 딱 30일 남은 날이었다.
개발세력은 3월 24일을 기해 이미 준비해놓은 집채만한 바위들을 방조제 마지막 구간에 채워넣어 새만금 갯벌을 완전히 죽일 참이다.
이제 겨우 한 달이 남은 셈이다.
현수막에는 'D-30'이라고 쓰여 있다.
나의 목숨이 한 달 남은 셈이라고, 그 앞에서 난 시한부인생을 사는 환자가 된 기분으로 중얼거렸다.
촛불집회에는 어김 없이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표정은 제각각이다.
침통한 이들, 반가운 표정의 사람들, 온몸의 간절함이 손끝에 받쳐든 자그만 촛불에까지 전해지도록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여전히 추운 날씨에 움츠려든 사람들까지.
이제 남은 한 달 더욱더 힘을 내야 할텐데 과연 저들의 날선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을 막아낼 수 있을까.
바다를 향해 우르르 쏟아져내릴 바위덩어리들을 저지할 수 있을까.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는 2003년 삼보일배의 감격스런 장면들을 담은 비디오가 상영되고 있다.
그때의 벅찬 감동을 말로, 영상으로, 또 무엇으로 감히 표현해낼 수 있으랴.
그 감동은 지금 내게 다음과 같은 확신으로 자리를 잡았다.
개발의 경제논리가 무너져야 방조제도 무너진다.
국익이 사라져야 자연에 대한 착취도 사라진다.
돈벌이를 위해 생명을 무참히 학살하는 세상에 아무런 희망은 없다.
내가 사는 곳에서 희망을 만들기 위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새만금 갯벌이 막히는 것만은 막아내야 한다.
이제 남은 한 달, 무엇을 할 것인가?
촛불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올해도 조개 잡고, 내년에도 조개 잡자'고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팽성 농민들의 절박한 외침 '올해도 농사짓자'와 궤를 같이 하는 구호다.
구호를 외친 사람들과 함께 오는 2월 26일 일요일 오후 1시부터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새만금 갯벌살판 두번째'를 열기로 했다.
갯벌을 반드시 살리겠다는 마음을 모아서 남은 한 달 우리는 세상을 향해 목이 터져라 외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