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친구에게
희망을 노래하라 2006/01/21 05:35몸도 아팠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기타를 쳤다.
왜냐하면 며칠 간 나는 다른 일도 거의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무슨 사명에 이끌린 채 나는 이 노래를 만들고 다듬고 또 다듬고 또 다듬었다.
지금도 몸이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지만 이걸 완성짓지 못하면 다른 일을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만 같아서 그냥 이렇게 녹음해버렸다.
그 역시 이 가사를 얼마나 많이 읊으며 나처럼 마음으로 같은 길을 걸었을 것인가.
그리고 언제나 멋진 시와 가사를 써 나에게 용기와 감동을 주는 활동가 친구 보라돌이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모든 활동가 친구들에게 나의 깊은 존경과 애정을 담아서 이 노래를 보낸다.
물살을 거슬러 기어코 가고자 하는 곳에 다다르는 연어의 퍼덕거리는 심장처럼, 살아있기에 투쟁하는 모든 활동가들에게 바침
활동가 친구에게
넌 언제나처럼 잠에서 덜 깬 피로한 목소리로
여전히 바쁘다고, 전화 못해 미안하다고 인사 했어
얼굴 한번 보여줄 여유조차 없는 네가 밉기도 하지만,
어제밤 썼다는 네 성명서 한 장에는
가난한 이들의 분노가 한 자도 어김없이 들어 있었어.
언젠가 넌
함께 걷던 동료가 세상을 향해 돌아서 갈 때 제일 슬프다고 했지
거리에서 매 맞아 죽은 농민의 죽음이 제 아비의 죽음인양 펑펑 울었고
네 가난과 모진 일거리에 부대끼는 네 육체는 언제나 뒷전이었어
예전의 동지들이 소주 맥주 안주에 지금 운동이 어쩌니 들먹거려도
그 무례함에 화내지 않고, 민중을 대하듯 조곤조곤 말해주었지
그런데 돌아서는 네 뒷모습은 참 쓸쓸하더라
남들은 그 나이에 다 가진, 아파트 분양권도 없으면서
변호사, 교수 그런 전문직 명함도 없으면서
여전히 잠 못 자고 시국 제안서를 쓰는 소주 좋아하는 내 활동가 친구
세월이 산만큼 흘러도 그래도 여전히
네가 초라하기를 네가 가난하기를 네가 명망가가 되지 않기를
그래서 늘 한 곳에서 꼿꼿하고 명예롭게 늙어가기를
그래서 내 활동가 친구
조금만 몸과 마음을 잘 돌봐주길 바래
조금만 더 지금 네 행복에 충실하길 바래
내가 존경하는 활동가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