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씹어 부르는 노래들평화가 무엇이냐 2006/01/19 18:35한 친구가 나보고 시집을 읽어보라고 충고했다.
내가 쓴 노래 가사들이 거칠고, 투박하고, 맘에 들지 않는다면서 시를 많이 읽어야 노래 가사가 나온다고 했다.
맞는 소리다.
난 시를 읽지 않았다.
글을 쓸줄은 알았지만 말을 표현하는 법은 잘 몰랐다.
노래는 너무 하고 싶은데, 내가 부를 노래가 없었다.
그래서 부를 노래가 없으면 내가 만들어서 부르자고 결심했다.
죽기 전에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이 딱 하나 있다면 그건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행복했다.
하고 싶은 말들을 그대로 가사로 옮겼고, 투박하게 노래들도 만들어갔다.
팻말에 들고 있으면 어울릴만한 생경한 구호들이 그대로 가사가 되었고, 그런 말들은 내 음악과 묘한 부조화를 만들어냈다.
점점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
여전히 행복했지만, 내 슬픔을 음악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지만, 내 희망과 분노를 음률에 실어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신기했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가사에 즉자적으로 떠오르는 선율을 붙여 만들어낸 부조화스런 노래들이 점점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했다.
나는 다른 이들이나 시인 친구의 말을 받아와 노래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들이 바로 평화가 무엇이냐, 언니들이 넘는 산, 아무것도 아닌 일, 희망을 노래하라, 애국자가 없는 세상 등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내 노래들이다.
노래를 부르는 것은 음만 흥얼거리는 것이 아니라 가사를 실어 보내는 것이기도 하기에 노래말이 좋아야 함은 당연하다.
노래를 부를 때마다 곱씹게 되기 때문이다.
좋은 노래말에서는 곱씹을 때마다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향기가 피어나고, 난 거기서 알 수 없는 뭉클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이 쓰는 멋진 시들을 읽고 있노라면 저것들을 내 음악으로 잡아내고 싶어 안달이 나기도 한다.
저 말들을 어떻게 음악으로 변화시켜낼까 고민하면서 어두운 밤을 보낸다.
그건 떨림이다.
음악에 좀더 진지해져야겠다.
처음엔 그저 음악을 만들고,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했지만 이제 나는 좋든 싫든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내가 만들어 부르는 노래들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저항하는 모든 친구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노래들이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조금의 힘이라도 발휘하기 위해서는 활동가 친구들과 함께 불러야 한다.
함께 부를 때 노래는 힘을 얻는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기를, 친구들이여 나와 함께 노래를 부르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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