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에서

살아 꿈틀거리는 아나키 2006/01/16 12:40
남한강을 보았다.
목계대교 다리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강물을.
저렇게 그냥 자유롭게 흘러갈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누군가에게도 걸리지 않고 아무런 장벽도 되지 않았으면.

철새들도 보았다.
날씨가 추워지면 어디론가 날아가버리지만 날씨가 따뜻해지면 어김 없이 돌아오는 친구들.
나도 그렇게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싶다.
돌아올 땅이 남아 있다면 말이다.
 
지금은 떠나야 할 때다.
추워지면 철새들은 그걸 본능으로 안다.
어느 곳으로 가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마음 속의 본능이 알려주는 길을 따라 멀리멀리 날아가다 보면 안식처에 이를 것이니.
얼어버린 마음이 녹아 다시 따뜻해지면 꼭 돌아올 것이라 약속하면서 훠어훨 날아가야 할 때다.
 
나 역시 어디로 갈 것인가 고민하지 않는다.
내 마음 속 별이 알려주는 길을 따라 여지껏 걸어왔으니 그 가느다란 오솔길을 따라 가면 되지 않겠는가.
이 길은 이미 십년 전 누군가 갔던 길이고, 오십년 전 누군가 갔던 길이고, 이백년 전 누군가 갔던 길이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가고 있는 길이다.
일일이 이름도 얼굴도 알 수는 없지만 내 가슴에는 그들 한 명 한 명이 모두 살아 함께 하고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죽어간 사람들이 이렇게 나와 한 몸으로 한 길을 가고 있다.
난 이미 내가 아니라 그들이다.
그들은 내 몸에서 나로 살아가고 있으며, 나 역시 죽어도 그렇게 다시 이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저항의 별, 민중의 정의가 실현되는 새로운 세상을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 수고로이 일하는 자들에게 희미하게 보이는 길을 밝혀주는, 희망의 별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아 다시 함께 먼 길을 떠나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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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6 12:40 2006/01/1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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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화과 2006/01/17 08:46 Modify/Delete Reply

    목계. 나도 가보고 싶어서. 아흐레 나흘 열리는 목계장터 구경도 해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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