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연대로 갯벌을 살려내요
나의 화분 2005/11/03 03:30그 보드랍고 포근하고 드넓은 새만금 갯벌이 완전히 막혀버린다니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많은 환경운동단체들이 새만금 문제에 뛰어들었지만 이제는 거의 끝났다고, 승산이 없다고, 갯벌은 어차피 막히게 되어 있다고,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고 체념한 채 손을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화도 어민들은 다시 한번 힘을 내고 있어요.
새벽 같이 일어나 첫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와 하루 내내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삶의 터전이 죽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는 것이죠.
1억2천만평의 넓디넓은 갯벌에는 또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을까요?
8천년 전에 만들어져 이 땅의 생명들을 기르고 낳아온 갯벌을 모두 메워 그 위에 골프장과 도박장과 비행장과 미군기지와 그밖의 산업시설들을 짓는다는 개발업자들의 횡포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요.
세상에는 많은 절박한 문제들이 있지만 몇 달 후 새만금 방조제를 모두 막아서 바닷물이 완전히 차단되면 하나님의 마음만큼이나 넓고 부처님의 마음만큼이나 자비로운 갯벌도 마지막 남은 숨조차 쉬지 못하고 딱딱하게 굳어버리게 될 것이기에, 그 갯벌의 절규를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더 이상의 개발은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오겠죠.
천 배로 앙갚음하겠죠.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공유수면매립법에 의하면 모두의 땅이어야 할 갯벌이 일단 매립이 되면 사유지가 된다고 해요.
이 법을 악용해 이 땅의 대기업들은 앞다투어 갯벌이란 갯벌은 모조리 매립을 해왔고, 거기에 공항이니,신도시니, 경제특구니, 복합산업단지니, 골프장이니 이런 것들을 짓고 자연을 마음껏 착취해왔잖아요.
그렇게 배를 채워온 대기업 자본가들과 개발업자들 그리고 권력자들은 오늘도 새만금 갯벌을 유린해 그 위에 무엇을 건설할까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잖아요.
새만금 갯벌에 나가 그 재잘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나왔다가는 사라지고 마는 수 많은 생명체들이 전해주는 경이로움을 잠시나마 느껴보세요.
그곳이 바로 세계 최고의 놀이공원이고, 위락시설이고, 자연학습장이고, 동물원이고, 피서지이고, 마음의 안식처이고, 그대로 논밭이고, 우리의 고향이잖아요.
왜 그곳에 산을 깎아 채취한 토석을 들이붓고 그 위에 다시 콘크리트와 결국 건설폐기물이 되어버릴 쓰레기들로 채워버린단 말이죠?
짓고 허물고 폐기하고 다시 짓고 버리고 오염시키고 파괴해야 그놈의 이윤이라는 것이 만들어져 비로소 유지되는 자본주의 체제이니 새만금 갯벌은 비극으로 끝날지도 몰라요.
하지만 법원과 농업기반공사와 정치인과 권력자와 개발업자들이 모두 결탁해 바닷물을 막아버리고, 갯벌을 살육한다고 해도 이것은 오로지 가진자들의 돈벌이를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무릇 가진자들은 돈벌이와 권력유지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삼성재벌에게서, 이라크를 침공한 부시에게서, 평택땅을 먹어치우려는 미군기지에게서, 초국적기업의 이익을 위해 빈곤을 세계화시키고 풀뿌리 농민들을 죽이는 아펙에게서, 그리고 노무현이 수장으로 들어가 있는 이 정권에게서 매일같이 느끼고 있지요.
우리는 결국 이 복잡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어요.
소수의 힘을 가진 자들에 맞서 힘 없고, 이름 없는 사람들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죠.
그 힘을 모아내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죠.
'새만금 방조제 공사를 중단하라', '이미 막혀버린 방조제 4공구를 터라'고 주장하며 갯벌을 살려나가는 운동은 노동자와 농민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함께 해나가야 해요.
어민들만의 몫도 아니고, 환경운동단체들만의 책임도 아니죠.
우리의 일상은 힘들고 팍팍하지만 우리들을 끝없는 노동과 만족할 수 없는 소비의 나락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 바로 새만금 갯벌에 가해지고 있는 개발과 파괴 그리고 폐기의 악순환이 아닐까요?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정한 자유이고, 해방이라고 생각해요.
이미 우리가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풍요롭고 고르게 살아갈 수 있는데, 왜 저 평화로운 갯벌 위에 융단폭격을 가해야 하는 것일까요?
모두가 나서서 함께 '안 돼!'라고 외쳐야 해요.
새만금 갯벌을 살리는 것이 우리 목숨을 살리는 길이에요.
부패하고 썩어 문드러져 악취가 진동하는 이 땅에서 그나마 썩지 않은 채 생명의 기운이 움트는 곳이 갯벌이에요.
갯벌을 살리는 것이야말로 희망을 살리는 것이랍니다.
11월 5일 토요일 오후3시부터 서울 신촌 지하철 역에서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작은 캠페인을 합니다.
각자 조그만 홍보물을 만들어 오세요.
퍼포먼스를 준비해 오세요.
기타와 악기를 들고 오세요.
더많은 사람들이 함께 새만금 갯벌 살리기에 참여할 수 있는 멋진 아이디어를 바리바리 싸들고 오세요.
종이 도요새 접기도 좋고요, 편지쓰기도 좋고요, 홍보 테이블을 가지고 오셔도 좋고요, 대자보를 써오셔도 좋고, 유인물을 만들어서 나눠주셔도 좋아요.
자전거를 타고 오셔도 좋고요, 에코몹을 하셔도 환영이고요, 만화를 그려오셔도 대환영이고요, 시낭송을 해주셔도 감사하겠고요, 노래를 불러 주셔도 넘넘 반가울 거에요.
그냥 빈손으로 오셔도 마음만은 꼭 뜨겁게 오셔야 해요.
그리고 꼭 오셔야 해요.
다채로운 연대로 이 완강한 이윤과 파괴의 세상을 녹여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