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담배가 땡긴다나의 화분 2005/11/02 16:39담배를 끊은지 5년째다.
끊기 전에는 10년간 하루에 한 갑 정도씩 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왜 다시 담배가 땡기는가?
아마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골초라는 원인이 하나 있을게다.
간접 흡연을 자꾸 하다보니 내몸 속에도 니코틴이 점점 쌓였던 것이 아닐까.
조금씩 조금씩 쌓이던 니코틴이 어느 날부터인가는 강한 요청을 해오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렇게 가물에 콩나듯 공급해주지 말고 정기적으로 팍팍 넣어달라고 말이다.
나는 생각보다 단호하다.
담배를 다시 입에 물게 되면
1.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된다
2. 자전거를 탈 수 없게 된다
3. 몸이 약해져서 줄기찬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내 삶의 의미이자 정체성을 구성하는 이것들을 포기하고 다시 담배를 손에 드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아주 오랜 옛날에 나는 록밴드 보컬을 잠시 맡았던 적이 있다.
그 때는 담배도 피지 않았을 때여서 날카로운 하이톤의 내 보컬 음색이 나름대로 맘에 들었고, 적어도 높은 도까지는 무리 없이 올라갔고, 연습을 하면 높은 미까지도 힘들이지 않고 올라갈 정도였다.
높은 미면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의 가장 높은 음이다.
그러다가 최루탄 가스에 따가워진 눈알을 달래주기 위해 담배연기를 흡입하고 난 이후 목소리는 형편없이 떨어지고 말았다.
이제는 높은 미는 불가능하고, 높은 도 역시 거의 불가능하고, 라에서 시 정도가 한계인 것 같다.
그래서 전에 부르던 노래들은 부르지 못하고, 이제는 내 음계에 맞게 내가 만든 노래들만 부르게 된 것이다.
자전거 역시 폐활량이 중요하다.
언덕을 올라가려면 숨이 차게 되고, 그러다보면 힘이 떨어지는데 담배를 피면 내가 올라다니는 언덕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잔차에서 내려 끌고 올라가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 여름에 제주도에 자전거 타고 갔을 때 나는 시간을 내어 짐을 가득 실은 자전거에 올라 한라산 성판악 도로에 오른 적이 있다.
해발 0 M에서 시작해서 750 M까지 올라가는 동안 심장과 폐가 터질 듯한 기분을 여러 번 느꼈지만 폐속을 파고드는 산록도로의 청량한 공기 덕분에 정신이 그렇게 맑을 수가 없었다.
저 아래로 멀리 보이는 제주시의 전경과 푸르른 바다를 돌아보며 눈 앞에 우뚝 솟아 있는 오름을 페달을 돌리며 한 뼘 한 뼘 올라가는 기분을 놓치고 싶지 않는 것이다.
담배의 유혹은 강렬하지만 난 쉽게 뿌리칠 수 있다.
문제는 출구조차 보이지 않는 그리움이다.
용기를 내 그리움을 달래고 오랜만에 기차를 타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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