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지라 기자는 강정마을서 무엇을 보았을까
나의 화분 2011/09/22 00:40
알자지라 기자는 강정마을서 무엇을 보았을까
[인터뷰] 아나, 하나의 제주해군기지 3주 취재...한 밤의 데이트
2011-09-21 23시09분 합동취재팀
알자지라는
한 밤의 대화는 경찰병력 투입으로 마지막으로 펜스가 쳐진 중덕 삼거리에서 이루어졌다.
알자지라 기자 하나(오른쪽)와 아나(왼쪽)는 3주동안 제주해군기지 취재를 했다. |
한국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트위터리안들이 공영방송인 KBS에 수신료를 낼 바에는, 차라리 한진중공업, 제주 강정마을 소식 등을 적극 보도하고 있는 알자지라 방송에 수신료를 내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소식 들었나?
아나 : 하하하. 못 들었다.
다큐멘터리 작업을 주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관심을 가지고 취재하는 부분은
아나 : 한국 강정마을에 오기 전에 브라질서 현대판 노예제도에 대해 취재 활동을 했다. 강정마을 취재가 끝나면 다시 미국에 가서 다시 현대판 노예제도에 대해서 다큐멘터리 활동을 할 생각이다.
하나 : 불의에 맞서서 싸우는 개인들이나 단체들의 목소리에 나는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많은 언론사들이 이들의 목소리를 정당하게 내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현장에 가서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취재하고 있다.
불의에 맞서 싸우는 개인과 단체의 목소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하나 : 영국 런던에서 어렸을 때부터 학교를 다니면서 느꼈던 경험들이 내가 정치적인 의식을 갖는 데 큰 계기가 됐다. 그곳은 문화적인 다양성이 존중된다고 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러 가지 차별적인 요소들이 많이 있다. 그런 억압을 어렸을 때부터 경험하면서 내 자신의 권리, 또 박해를 당하는 사람들이나 단체들의 권리에 대해 일찍부터 눈 뜨게 되었다. 언론사 기자로서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데 자긍심을 느낀다.
다른 언론사가 아닌 알자지라를 선택한 이유는
아나 : 알자지라에서 1년 반 일했는데, 여기는 흥미로운 곳이고, 오픈 마인드이다. 다른 언론사에서는 하기 힘든 취재 활동을 많이 할 수 있다. 그리고 문화의 다양성이 인정되는 데, 미국언론이 주류, 비주류 문화로 나뉘는 것에 비해 다양성이 인정된다. 일하는 욕구가 나는, 작업 환경도 굉장히 좋다.
하나 : 알자지라와 같이 일한 거는 4년이다. 4년 동안 계속 일한 건 아니고 중간에 프리랜서로 활동했던 적도 있다. 알자지라 전에
"“도착한 첫날부터 해군에 여러 번 인터뷰 요청을 했는데...”
제주 군사 기지화, 전 세계적인 문제...전쟁 발발 가능성으로
제주해군기지에 관한 취재를 하러 한국에 온 동기가 궁금하다. 이번 취재의 초점과 내용은?
아나 : 알자지라 방송이 갖는 한 가지 목표는 지금까지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특히 이번 취재 같은 경우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사회운동들, 그리고 사회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을 목표로 취재하고 있고, 그 일환으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취재하러 왔다.
하나 : 나는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취재하기 이전부터 계속 불의에 맞서서 비폭력으로 저항하는 개인들이나 단체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계속 다루는 취재 활동을 했다. 그리고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동아시아 지역의 문제, 나아가 전체 세계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왜냐면 제주도가 군사 기지화 되면 이 지역에 여러 가지 영향을 끼칠 것이고, 중국과 미국, 일본 패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이다. 단순히 이 지역,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이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더 널리 알려지게 된다면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기지 건설과 관련해 해군, 혹은 한국 정부나 경찰측 취재도?
아나 : 해군하고는 도착한 첫날부터 여러 번 인터뷰 요청을 했는데, 해군측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어제 공사 현장에 가서 인터뷰를 요청했고, 오늘 답변이 와서 그럼 인터뷰를 해야겠다고 했는데 내일 새벽에 일찍 떠나기 때문에 공사장쪽 인터뷰를 못할 것 같다.
기자들은 기지 건설을 위해 중덕 해안가 구럼비 바위가 부서지는 것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곳은 취재가 자유롭지 못하다. |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운동가들의 기지 반대 운동의 특징적인 모습을 보았을 것 같다.
하나 : 영국과 한국, 혹은 동서양의 문화적인 차이가 때문에 도드라지게 보이는 점도 있지만, 대치 상황에서 주민이나 평화운동가 등 저항을 하는 사람들과 공권력의 갈등 상황이, 단순히 싸움뿐만 아니라 어떤 시점에서는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는 모습을 느꼈다. 그 사이에 주민으로서, 또는 이 지역에 사는 사람으로서 서로 갖게 되는 인간적인 감정 같은 것들. 그런 부분이 나에게는 인상 깊었다.
아나 : 사람들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힘을 모으는 것, 연대라고 표현할 수 있겠죠. 예를 들어 음식을 같이 먹는 다거나, 같이 요리를 한다거나 조금씩 나누고 힘을 모으는 것을 보았다. 또 이 싸움을 하는 사람들이 다양하다. 종교인, 마을 주민, 조약골(통역사) 같은 평화운동가도 있고. 이런 사람들이 섞여서 같이 기지 반대 운동을 한다는 게 특징인 것 같다.
취재를 하면서 느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하나 : 이 제주도가 군사 기지화 되면서 지역의 군사 긴장감이 높아질 것이고, 그것은 또 다른 나라를 자극해 군비경쟁을 강화시킬 것이다. 그렇게 군비 경쟁이 강화되면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실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한 나라가 군사 기지화 중단을 선언하고, ‘우리는 그렇게 가지 않겠다’라고 해야 긴장이 완화되는 거지, 국제 사회에서 계속 군사 기지를 건설하고 군비 경쟁을 강화하면 그것은 전쟁 발발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각 국 정부 간의 전쟁은 국민과 주민의 이해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것이고, 그 위험은 그 나라의 국민, 주민이 짊어지는 것이다.
내가 기자가 되긴 전, 2003년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역시 나의 의지에 반하는 전쟁이 발발했다. 제주도에 군사 기지가 만들어지고, 군사화가 진행되면 마찬가지로 벌어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의 사실을 지적하고 싶은데,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주민의 10%로도 안 되는 사람들이 처음에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을 했고, 땅을 소유하고 있는 일부의 의견에 따라서 그 지역에 살고 있는 다수 주민의 의견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것은 큰 문제인 것 같다.
아나 : 일단 나에게 인상 깊었던 것은 땅과 바다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깊은 동질감과 유대감이다. 얼마 전 구럼비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펜스 앞에 서 있었는데, 올레꾼들이 구럼비로 가려다가 그곳이 막혀 있는 것을 보고 너무 놀라서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땅이나 자연에 대해 깊은 동질감을 가지고 있다는 게 나에게는 인상 깊었다.
기자로서 해군기지 건설이 과연 옳은 일이냐, 그른 일이냐 라는 것은 이야기하기 곤란하지만, 그래도 내 마음을 움직였던 점은 한국의 활동가들, 일반인들도 자연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기자들이 한 쪽으로 간다면 너는 반대쪽으로 가라"
알자지라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분쟁지역에서 종군기자들이 현장 상황을 그대로 전달해 전 세계인의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현장 취재의 원칙이 있다면.
아나 : 내가 알자지라 방송을 대표해서 이야기 할 수는 없겠지만, 내 생각에는 어떤 방송이 그걸 보도하던 보도 하지 않던, 우리가 보기에 그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면 현장에 가서 취재하는 것을 원칙이고,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알자지라가 지향하는, 다른 목소리를 낸 다는 것은?
하나 : 알자지라 런던 사무실 벽에 걸려 있는 모토가 ‘목소리 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이다. 선배 언론인이 나에게 해 준 말이 기억에 남는데, 대부분의 주류 언론은 결국 트렌드를 쫓아갈 수밖에 없고. 그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되어 버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게 뜨는 기사라며 그것을 쫓아갈 때, 선배가 나에게 해준 말은 ‘반대쪽으로 가라. 대부분의 기자들이 한 쪽으로 간다면 너는 반대쪽으로 가라’고 조언해줬다. 언론사들이 유행에 민감하게 된다면, 결국 중요한 목소리들은 무시하게 되거나 그것에 관심을 덜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알자지라는 그래서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을 많이 진행하는 데, 예를 들어 아프리카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가나에 가서 취재를 하는데, 단순히 상황을 전하는 것을 넘어 그 지역의 젊은 기자들과 경험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해서 경험도 전수 받고. 그래서 그들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제주 강정마을에 와서도, 우리가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인터뷰를 따서 사람들이 스스로 말하는 것을 대신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것이 언론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프로듀서로서 하고 싶은 일, 그리고 중심에 두고 해 왔던 일은 사람들이 좀 더 편하게, 함께 힘을 모아 협동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취재하는 하나(오른쪽) 씨. |
2011년 정세 키워드 아랍혁명, ‘분노의 해’
2011년 정세의 핵심이 당연 ‘아랍혁명’인 만큼, 그 얘기를 빼 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자세히 모르지만 알자지라의 역할이 중요했으리라 본다. 특히 장기독재에 맞서 투쟁하는 민중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보는지?
하나 : 알자지라는 중동 그 지역에 기반을 둔 방송이기 때문에, 다른 언론사가 하지 못하는 취재도 많이 할 수 있었다. 그 지역에 깊이 천착하고, 사람들도 그 지역에 폭넓게 분포되어 있고, 그래서 소식들을 빨리 전달할 수 있었다.
알자지라 방송에서 내보내는 튀니지를 비롯해 이집트 등 혁명의 물결이 전 중동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해여서,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에서 2011년을 ‘분노의 해’ 라고 표현하는 것을 많이 봤다. 사람들이 독재 정권, 억압적인 국가 권력에 맞서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그것을 위해 싸우는 모습을 알자지라가 그 자리에 있었기에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튀니지와 이집트와는 달리, 리비아 시민군은 나토군의 지원을 받아 카다피 정권을 붕괴시켰는데, 아랍민중들의 시각은 어떤가?
하나 : 내가 직접 취재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것을 읽어볼 때, 리비아 민중들의 입장은 두 가지로 갈려 있었던 것 같다. 하나는 나토군의 지원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그래서 민중들이 나서서 직접 싸워야 한다는 쪽과 그 지원을 받아들인 쪽이다. 카다피는 워낙 엄청나게 많은 돈을 축재하고, 그 돈을 이용해서 사적인 군대 유지, 예를 들어 용병도 사고, 많은 무기들을 구입해서 자기들에 찬동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줘서 정권을 유지했다. 그런 것들을 볼 때, 얘기하기 힘들지만,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본다.
군대의 개입, 특히 외국군의 개입에 관련된 문제는 우리가 항상 조심스럽게 살펴봐야 한다. ‘왜, 지금, 외국군의 개입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예를 들면 보스니아의 경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유엔은 그저 팔짱만 끼고 지켜만 봤는데, 리비아의 경우 나토군이 개입했다. 그래서 항상 우리는 항상 왜 지금 외국군의 개입이 필요한가 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많은 경우, 지금까지 외국군의 개입이 있었던 곳은 결국 외국군 자신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개입을 했다고 생각한다.
아랍혁명에서, 민주주의 혁명의 성공을 위해서 필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봤나
하나 : 아랍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국가와 종교를 분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국가와 종교가 합치되어 있다면, 일상적인 지배과정에서 그것이 혼재되고, 민주주의 혁명을 완수하는 데 많은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국가 권력과 종교 권력을 완전히 분리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국가는 항상, 어떤 경우에라도,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국가가 어떤 정책을 펼 때 민중들에게 큰 억압이 될 수 있고, 또, 권력자들의 탐욕을 채우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항상 이것에 대해 자유롭게 비판을 할 수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
통역 : 평화운동가이자 가수인 조약골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