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윤모-김수용-조약골-김세리씨
추석을 맞아 전국민이 귀향길을 재촉하고 있다. 추석연휴기간 고향과 가족을 찾는 대이동 행렬이 3000만명에 이른다. 제주를 찾는 귀성객과 관광객도 15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향을 찾아 가족들을 만나고, 친인척과 친구들 그리고 이웃들을 만나 정다운 이야기 꽃을 나누는 게 추석명절이다.

 

하지만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에도 고향엘, 가족들에게 가지 않고 강정마을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해군과 정부에서는 불순한 '외부세력'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지난 7일 강정마을 중덕삼거리에서 <제주의소리>가 해군기지 건설에 맞서 추석에도 고향에 가지 않는 외부세력을 만났다.

그 주인공은 양윤모 전 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과 요리사 김수용씨, 가수 조약골씨, 춤꾼 김세리씨다. 이들은 전문시위꾼이 아니라 모두 반듯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적어도 그 판에서는 프로로 인정받는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아름다운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에 매료돼 몇달째 눌러 앉거나 아예 주소를 이 곳으로 옮겨 강정마을 주민이 됐다. 

이 '외부세력'들은 왜 강정을 찾았고, 추석명절에도 가족들에게 가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뭘까. '왜 해군기지에 반대하느냐'는 우문에 이들은 "강정마을에 와 보시면 안다"는 현답을 내놓았다.

 

   

▲양윤모 영화평론가. ⓒ제주의소리

# 양윤모 "해군기지 관련 첫 구속, 옥중에서 70일 단식"...강정주민 1년째

 

양윤모 전 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은 제주출신이다. 지난 2007년 30년만에 낙향한 양 전 회장은 고향 제주에서 영화인을 키우기 위해서 왔다. 하지만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유치되면서 한라대학에서 교수의 지위를 내던지고 3년째 반대 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강정마을로 아예 주소를 옮겨 마을 주민이 됐다. 또한 지난 4월 해군기지 반대 시위로 처음으로 구속돼 70일 동안 옥중에서 단식을 하기도 했다. 동력을 잃어가던 해군기지 반대 운동이 다시 전국으로 점화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 전 회장은 71일간 몸을 회복한 후 8월25일 다시 강정마을에 복귀했다. 그는 "강정에 복귀했는 데 아름다운 구럼비 해안을 밟을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럽다"며 "마치 사랑하는 사람 앞에 철책(펜스)를 쳐 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 일원으로 한가위를 맞는 첫해가 된다"며 "서서히 강정마을에 물들여 지는 것 같다"고 주민이 된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해군기지 반대는 한사람의 지식인으로서의 과제이며, 마을주민으로서 지역문제"라며 "예술가로서는 구럼비의 아름다움이 파괴되고 없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실천행동"이라고 해군기지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해군이 원하는대로 절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운동은 그대로 가고, 앞으로 저는 문화와 외교적 연대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요리사 김수용씨. ⓒ제주의소리

# 요리사 김수용씨 "해군기지 왜 반대하냐구요? 강정마을에 와보시면 압니다"

 

고향 인천에서 요리사를 하고 있던 김수용씨(27)는 8월에 강정에 내려왔다. 언론을 통해 해군기지 문제가 알려지자 한번 가보자는 생각에서 왔단다.

김씨는 "처음 구럼비 해안을 봤을 때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좋았다"며 "한달 동안 있으면서 해군의 행태를 보고서 반드시 막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외부세력'이라는 표현에 대해 그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강정마을에 와 보시면 왜 반대하는 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하면서 그는 경찰과 처음으로 몸싸움을 해보고, 처음 연행도 당해봤다. 그는 "해군이 너무 밀어붙이기식으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다른 방식도 있을텐데..."라고 아쉬워 했다.

가족도 모르게 강정마을에 내려온 그는 추석은 물론 앞으로 2-3달 더 있을 계획이다.

 

   

▲가수 조약골씨. ⓒ제주의소리

# 평화크루즈 타고 온 가수 조약골씨 "국책사업에 외부세력이 어디 있나"

 

다섯장의 음반을 낸 가수 조약골씨(38)씨는 지난 6월30일 평화크루즈(인천-제주)를 타고 강정마을에 공연을 하기 위해서 왔다.

그동안 해군기지에 대해 파편적으로만 알 수 있었던 것이 강정마을에 오자 퍼즐을 맞춘 것 처럼 몰랐던 것까지 알게 됐고, 강렬한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 후로부터 7월부터 9월까지 4차례나 더 강정에 왔다. 그는 "지난 2일 공권력이 투입됐을 때 제주에 없었다"며 "더 이상 구럼비 해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있을 계획으로 서울 일을 정리하고 내려왔다"며 "해군기지 공사가 재개됐다는 얘기가 들리는 데 더 큰 평화적 저항운동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해군기지는 남방수송로 확보와 국가안보를 위한 국책사업이라고 정부와 해군에서는 홍보하고 있다"며 "단순히 마을길을 늘리는 사업이라면 제가 외부 세력이라고 할 수 있지만 국책사업인데 국민의 한사람인 제가 어떻게 외부세력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적 약자를 노래해 온 그는 앞으로 강정마을에 살면서 음악활동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리씨. ⓒ제주의소리

# 강정당 당수를 아시나요? 강정소식을 가장 빨리 올리는 트위터리안 김세리씨

 

지리산과 섬진강을 낀 구례에서 다큐영화를 만들던 김세리씨. 동료인 조성봉 감독과 함께 강정에 내려온 지 벌써 5개월이 넘었다.

기자회견이나 해군기지 공사 현장, 물리적 충돌의 현장이면 언제나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로 영상과 사진을 찍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린다. 강정 현장 소식을 가장 빨리 올리는 사람이 바로 김세리씨다.

'강정당' 당수를 맡고 있는 그는 "강정사람인지 육지사람인지 이젠 모를 정도"란다. 그는 "지리산과 섬진강이 있는 구례가 최고라고 생각했었는 데 이젠 구례가 생각조차 나지않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 역시 '외부세력'이라는 말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해군과 정부가 안보.국책사업이라고 하면서 국민을 나누고 있다"며 "외부세력이라는 주장은 정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해군은 주민이 반대하면 왜 반대하는 지 고민하고, 먼저 설득하고, 동의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며 "주민의 눈과 입을 막아서 강제로 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전문 투쟁꾼으로 몰아붙이는 데 전 트위터리안이자 다큐영화 제작자"라며 "해군기지가 끝날 때까지 강정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