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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민주노동당이 쪼개지는 걸 두고 '이혼'이라고 한다. 하지만 주사파와의 결별은 '이혼'이 아니다. 좌파와 주사파가 독립된 존재로서 결혼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반도의 비극으로 함께 태어나 자란 샴쌍동이이다. 이들이 헤어지려면 분리 수술을 해야만 한다.
분단과 냉전, 군사정권 시대는 한반도에서 변화를 꿈꾼 이들에게도 민족주의와 권위주의를 심어주었다. 민족주의로 뒤덮힌 한반도에서는 수구적 민족주의 운동권이 더 많은 자양분을 얻었고 그래서 더 크게 자랄 수밖에 없었다. 이들과 함께 자랐지만 왜소하게 자란 좌파들은 주사파들과 몸이 붙어 있어 그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달릴 수도 없었다. 논쟁과 설득으로 덩치를 이길 수는 없다.
샴쌍동이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처지라면 꼭 분리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몸이 붙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편견을 극복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좌파와 주사파처럼 출생은 하나이지만 너무나 다른 생각을 가진 자들, 더우기 가고자 하는 길이 오른쪽과 왼쪽인 이들이 계속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불행일 뿐이다.
물론 샴쌍동이 분리 수술이 모두 성공하지는 못한다. 하나가 죽기도 하고 둘 모두가 죽기도 한다. 오른쪽 아이는 덩치도 크고 민주노총이라는 애인도 있으니 분리 수술 후 건강회복도 빠를 것이고 한 동안은 의지해서 살아가기도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다만, 왼쪽 아이가 그 동안 상쇄시켜주었던 안 좋은 이미지가 부각될 위험은 있다. 그렇지만 사회생활에서 그 정도는 어려운 게 아니다.
반면에 왼쪽 아이는 허약하다. 그를 사랑하는 애인도 없다. 이웃집에 친구인 척 하는 아이들이 있기는 하다. 그들은 붙어 있는 아이들의 꼬라지를 은근히 조롱했으며, 특히 오른쪽 아이를 욕하는 데에서 기쁨을 얻고 있다. 훌륭한 직업들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 동안 왼쪽 아이를 위해 한 일은 없다. 진정 친구일 리가 없다. 왼쪽 아이는 수술로 오론쪽 아이와 분리 되어도 당장 뭐 해 먹고 살지 계획이 분명치 않다. 과연 수술 후에 회복이나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렇다고 몸을 떼지 않으면 평생 꿈을 버리고 살아야 할 처지인 건 오른쪽 아이나 왼쪽 아이나 마찬가지다. 각자 갈 길이 다르면 몸이 붙어있어서는 안 된다. 오른쪽 아이가 일요일마다 북쪽신을 모시기 위해 교회를 찾아가는 시간에 왼쪽 아이는 동네 어귀에서 다른 일을 하고 싶어한다.
사실 분리 수술이 헤어짐에 있어서 결정적 난관은 아니다. 분리 수술 후 인생 계획이 분명치 않은 것도 결정적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서로가 떨어져 지내게 된다는 두려움, '분리 불안'이 그들의 앞날을 막고 있다.
서로를 그토록 저주하는 쌍동이들이 한편에서는 '통큰단결'을, 한편에서는 '책임감'을 내세우는 이유는 분리 불안 때문이다. 마치 떨어지면 죽을 것 같은 두려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혼란. 이 불안은, 몸이 붙어 있는 상태에서 둘이 싸우면 싸울수록 커지고 있다. 이러다가 분리 수술을 진짜 하게 되면 어쩌지? 그리고 수술 후에 서로의 몸이 떨어져도 이 분리 불안은 둘 모두를 괴롭힐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심상정 비대위 체제를 구축했다. 2월 20일 경으로 예정된 당대회에 비대위는 민주노동당 혁신안과 비례대표후보 선출안 등을 상정할 것이다. 주사파의 이념적 지향을 꺾는 혁신안은 통과할 수가 없다. 왜냐면 당대회 대의원의 다수가 NL-국민파 동맹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민주노동당은 혁신은 불가하다.
둘째, 심상정이 사실상 경기동부연합을 숙청하자는 내용을 제출할 수 있다. 경기동부연합은 지난 대선에서 엄청난 당 돈을 챙겼다. 온갖 부정의 핵심이고 인천연합과 울산연합에게도 욕 먹는 자들이다. 하지만 심상정이 직접 나선들 인천과 울산연합도 과거에 한 일이 있는데 경기동부연합 숙청하는 데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음은 그들 차례일 테니까.
셋째는 적당한 선에서의 타협이다. 일단 혁신의 내용을 정하는 게 아니라 큰 방향에서 발판이 될 만한 조치들을 열어두는 방안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것이 민주노동당식 결정이었다. 당장의 갈등은 덮어두되 앞으로 하기나름이라는 식.
첫째, 둘째 방안은 당대회에서 통과되기 어렵다. 그건 곧바로 분당이다. 셋째는 당대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에 동의할 수 없는 비NL-비국민파 당원들의 적잖은 수가 탈당할 것이다.
그러니까 이 세 가지 방법 외에는 심상정 비대위가 선택할 방법이 없고, 어느 방법을 선택하건 민주노동당은 회복할 수 없는 분열로 치달을 것이다. 대선 패배 후 권영길은 정계은퇴를, 인천연합과 울산연합은 경기동부 숙청을 스스로 결정했어야 했다. 하지만 오히려 잘 되었다. 이제는 헤어지는 길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왼쪽 아이는 언제나 오른쪽 아이를 시샘했다. 그래서 혼자서 잘 자라는 방법을 궁리하지 않았다. 시샘하는 아이는 성격이 좋을 리가 없다. 툭 하면 화내고 짜증을 부린다. 자기보다 덩치가 큰 아이에게 끌려다니면서 자기는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는 논리만 키웠다. 그러던 아이가 오른쪽 아이와 떨어지려는 얼마나 죽을 맛일까.
그래도 이제 각자 갈 길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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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예상에도 불구하고 비대위가 성공하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 비대위에서 함께 일해보겠냐는 제안도 받았는데 그런 관심을 주고 받는 것도 좋은 일이다. 비대위에 힘 쏟는 모든 이들도 좋은 경험을 쌓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말걸기는 민주노동당 고양시위원회에 탈당계를 메일로 보냈다. 아마 21일 오전 중에는 말걸기를 포함한 전 정책위와 인권위 간부들이 집단 탈당 선언을 하게 될 것이다.
탈당 사유를 다음과 같이 작성했다. 짧은 집단 탈당 선언문을 재구성한 것이다.
"저는, 민주노동당이 스스로 혁신하지 못하고 비리와 불의에 눈 감는 집단, 수구적인 민족주의 정당으로 타락하는 것을 막지 못한 데 대해 반성하며, 진정으로 노동자 서민과 함께 하는 새 진보정당 건설에 매진하기 위해 민주노동당을 탈당합니다."
9년을 민주노동당을 위해 살았다. 이젠 진짜 가야할 길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6년을 꼬박 헌신했던 청춘이 억울하기도 한 것처럼 다음 진보정당도 말걸기를 슬프게 할 지 모른다. 그래도 민주노동당이 아닌 게 확실하면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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