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경과 폐경에 관한 가벼운 글을 쓰고,
블로깅을 평소보다 오랜시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사이에 리드미님 덧글을 보고 가디록님의 관련글과, 늘꿈속님의 덧글을 읽어 보았습니다.
(덧글로 쓰려다. 덧글이 너무 많이 달려있어 혼란스러워보여서 포스트 하나를 할애합니다.)
리드미님의 덧글 :
저도 폐경을 완경으로 부르는 건 반대입니다. 왜냐하면 폐경에는 부정적 의미가 전혀 없기 때문이죠. 폐경은 廢경이 아니라 閉경입니다. 월경을 닫는다는 뜻이죠. 시인이 그랬건 아니면 여성 운동 차원에서 했건 ‘완경’ 이라고 했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완경' 은 엉터리 용어입니다. 그걸 널리 쓰자고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늘꿈속님의 덧글 :
폐경(閉經)이란 월경이 끝난다는 것이고, 그 반대는 초경(初經)이 되겠습니다. 아래 월경의 다른 이름처럼, 월경이란 매(每) 달(月) 완성(完成)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월경이 끝남(닫음)을 완경(完經)이라 하는 것은 '음식을 먹거리라 하면서 의미를 부여함-어줍잖은 한글쓰기-'처럼 잘 알지 못 하고 하는 이름붙임이 되겠습니다.시인이 자기 흥에 겨워 억지로 이름붙이는 것에 이끌려 그걸 모방하는 것은 참으로 철없는 짓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월경의 다른 이름
월객(月客);월사(月事);월후(月候);환경(環經);홍조(紅潮)
폐경이란 말에는 월경에 대한 그 어떤 불순한 의도도 담겨있지 않습니다.
예민하게 반응할 사안이 아닙니다
폐경이라는 단어자체에는 어떤 부정적 의미가 없을수 있습니다.
하지만 폐경이라는 말이 사회적으로는 부정적인 맥락에서 쓰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리드미님과 늘꿈속님이 올바른 용어냐, 아니냐 라는 판단을 내리는데 언급하신 설명이 너무 짧은 것도 있고. 제가 그쪽으로는 별 지식이 없어서 그것이 참이냐 거짓이냐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아직도 왜 엉터리용어인지를 이해 못했습니다. 기회가 되면 자세히 알려주시면 좋겠네요)
폐경이라는 말을 완경이라는 말로 대신해서 부르자는 것은 어떤 문제제기 , 각성의 의미를 가집니다. 용어의 재정의는 소수자 운동 방식중 하나로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용어의 사용은 어떤 사건이나 현상, 사회적 관계를 재해석 혹은 전복/ 저항하는 정치적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단어 자체에는 어떤 부정적 의미도 없고, 불순한 의도도 담겨 있지 않으므로 완경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철없거나 예민하게 반응할 사안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것에 대해서는 유감입니다. 단어자체의 뜻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지 않을 뿐더러 월경이 멈추는 현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표현하는 단어로서 자리잡고 있음을 예민하게 인식하고, 그것에 균열을 내는 작업이 저에게는 더 의미 있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맥락을 떠나 객관적으로 사전적 의미만을 표상하는 단어는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늘꿈속님이 예민함을 지적하는 대신 폐경이라는 말을 재해석하고, 부정적 인식을 교정해서 긍적적 의미의 용어로 사용하는 편이 더 낫지 않겠느냐 라는 말정도가 붙어줬다면 맥락에 맞는 대화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바른말 고운말도 좋지만, 문제는 '정치-힘관계'였다고 생각하거든요..
하고싶은 말을 짧게 잘 못쓰겠네요.간단한 이야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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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폐경, 완경
Tracked from 2004/11/28 18:08 deletehttp://blog.jinbo.net/dalgun/?pid=284 달님의 [올바른 용어와 정치적인 용어]에 댓글 달려다 댓글 글자수 제한에 걸려 트랙백합니다. (쓰다보니 점점 길어지고^^;;) 먼댓글입니다. 달님 포스트에 달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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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폐경(閉經)과 완경(完經) [終]
Tracked from 2004/12/02 14:37 delete폐경(閉經)과 완경(完經) [1] 폐경(閉經)과 완경(完經) [2] 위 2.의 주장에 동의하고 공감한다. 그리고 상기(上記) 주장자들이 왜 이 시기(時期)에 집중하고 있는지 대체로 이해할 수 있겠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폐경 자체의 사전적 의미에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많은 여성들이 이 말에 대해서 불쾌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폐경이라는 말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는 이 말의 주인공인 여성 자신이 그 말을 싫어한다는 것이겠지요.
한 낱말이 사용되는 데에는 그 단어의 사전적 의미가 전부를 차지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언어의 일차적 존재이유가 사회적 약속이니만큼,그 단어의 사전적 의미보다는 그 사회에서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그래서 저는 완경이라는 말의 사용을 지지합니다.
또한 저는 완경이라는 말이 굳이 틀린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완성이라는 말에는 끝났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고,그래서 여성이 달거리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달거리의 총체적인 완성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폐경이라는 말이 사전적으로 아무런 잘못이 없다 하더라도 일단 그 말을 사용하는 여성들이 이 말에 감정적으로 불쾌를 느끼고 있다는 것은 이 사회가 그만큼 여성의 월경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이겠지요.
따라서 여성들의 폐경에 대한 반응은 예민한 것이 아니라 마땅하고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실...제가 생각하기에 완경이라는 말은 참 멋있어요.
'운동'의 차원에서 쓰는 것임을 왜 모르겠습니까...마는, '올바른 용어'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나중에 골치 아플 겁니다. 그럼, 콘돔의 새이름으로 '애필(愛必, 사랑할 때 꼭 필요한 것이라는 뜻이랍니다. 순 엉터리 용어죠)' 로 쓰는 건 어떨까요? 의도가 좋으니까 널리 쓸까요?
가디록님, 달군님의 '좋은 취지' 가 '운동'의 차원이고, 좀 더 대중적 호응을 얻으려면 늘꿈속님 처럼 지적해주는 이들이 많아야 합니다. 좀 더 단단해지려면 말이죠. 그걸 '태클' 이나 '비아냥'으로 받아들이면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냐?'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요. 비판적 덧글은 항상 조심스럽군요. 몇 번을 지웠다 다시 씁니다...
리드미님. 그러니까 올바르지 않은 이유를 좀 알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태클이나 비아냥으로 받아들이고 무시하고자 쓴글은 아니니까요.그리고 콘돔의 예와는 좀 다른것 같은데요.(덧글로 뭔가 토론하는것. 아니 글로 토론하는것은 역시 힘들군요.조심스럽구요..-_-;)
네. 곧 행사가 있으니까 그때 얘기를 나누면 좋겠네요. 서로 강철 같이 단련되기 위하여 말이죠.
네. 그때 뵈요.(그래도 강철 같이 단련되고 싶지는 않은데 ㅎㅎ 저는 말랑말랑한게 좋아요)
난 사업장에서 건강상담하다가 가끔 완경이라는 말을 알려주면서 축하할 일이니 약간의 생리적인 증상을 걱정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라고 할 때가 있는데 다들 그 이야기 듣고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써클대신 동아리, 국민학교대신 초등학교, 폐경대신 완경...... 이런 날도 올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근데 개인적으로 애필이란 말은 좀 거슬리네요. 애마부인 이런 게 생각나서 그런감. 지나가다 한 마디 해보았어요^^
달군님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님의 지적에 대하여 글을 엮어놓았습니다. 잘못된 곳이 있으면 따끔하게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