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창당 러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창당 러시
-“나는 되고, 너희는 안 돼!”라는 이중적인 잣대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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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뉴스 박정례 기자]= 바로 앞의 미래, 우리 앞에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성큼 다가왔다. 이런 때일수록 대승적인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나는 되고 너희는 안돼!“라는 사고방식은 금물이다. 예컨대 거대 양당의 강고한 담합은 기존의 정치구조를 바꾸고 싶지 않은 것이어서 진보성향의 야당들은 누더기 연동형비례대표제이나마 통과시키려고 갖은 희생을 치러야 했다. 사정이 이런데 기존정당 일부에서는 정당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선을 긋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자고로 많이 가진 자들이 ‘저만 아는 거인’과 같은 행동으로 일관한다면, 가진 것마저도 빼앗길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거대 양당을 비롯하여 기존의 정당들에 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 기득권 양당정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사회를 경화시키고 고인 물을 많이 만들었으며 정치의 건전한 순환 이동과 생태계 조성을 막아서는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해왔다.

그것은 50.01%의 표만 얻으면 모든 것을 독식하는 기존의 선거제도였다. 하지만 4월 15일에 치러지는 제21대 총선에서는 49.09%의 표심이라 할지라도 헛되고 억울하게 사장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배분을 추구하는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첫걸음을 내딛게 된다. 이에 따라서 그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각계각층의 정치적 요구는 더 많이 분출할 것이고 세분화. 조직화를 거쳐 창당 러시 또한 붐을 이룰 것이다. 그렇다. 바뀐 선거제도는 정치의 수요와 공급을 새롭게 불러일으킬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 희망은 <농민당>, <어부당>, <청년당>, <지구환경당>, <세금혁명당>, <자영업자당>, <물류유통인들의당>, <체육인당>, <예술인당> 혹은 <미용인당>, <연극인당>, <축산인당>, <청소업자당>, <통신설비업자들의 정당>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누구든 자기 분야를 귀하게 여기며 “우리 분야에서도 대표를 배출하여 국회로 보내자!”라는 욕구를 표출할 기회가 찾아왔다. 이게 바로 정치개혁이요 개벽일지 모른다.

그러나 선거가 임박해질수록 뜻하지 않은 문제점이 돌출할 수도 있다. 지난 1월 22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선거제도 개혁과 한국정치의 대전환, 연동형 선거제 흔드는 꼼수정당 퇴치>를 위한 긴급토론회가 열렸는데 바로 그 장소에서 뜻하지 않은 말을 듣게 되었기에 앞으로 노출될지도 모르는 문제점들에 대한 기우가 어렴풋이나마 고개를 쳐들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토론회는 사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사람들이 서로 제3세력 통합의 가능성에 대한 탐색을 겸한 자리였다. 토론회를 마련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왜 양당제가 아닌 다당제인가? 365일 권력투쟁을 일삼는 쟁투의 정치를 종식시키고, 민생 경쟁의 시대와 합의제 시대로 가자“라는 내용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2018년 말 10일간의 단식으로 5당 합의문을 이끌어냈고 2019년 12월 24일에야 비로소 거대 양당 제도가 아니라 다당제로 연합 정치를 펼쳐보자는 첫걸음인 ‘연동형비례대표제‘ 통과가 이뤄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바른미래당의 유성엽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다당제의 실현을 위해서 필요하고 그래서 우리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위해 노력을 해왔지만 너무 심한 다당제는 그 자체가 혼란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당제도 유분수지 너무 심하게 다당제가 난립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정치에 혼란을 가져온다.”라면서 많아질 정당 숫자에 대한 염려를 처음으로 피력함으로써 관심을 집중시켰다. 
  
유 의원은 또한 “적정한 연동형비례대표제로 나갈 수 있는 지금 현재의 기존 정당 간 통합과, 정계개편도 같이 모색되는 것이 오늘 현실적인 토론회의 우리가 기대하는 목표가 되고, 결과가 되어야 한다.”라며 “아무리 옳은 방향이라 하더라도 이것을 지지하고 추진하는 세력이 조금 덩치가 있어야 그래도 국민들이 믿음을 가지고 기대를 걸 수 있다”는 이유에서 제3지대 야권 통합에 방점을 찍는다는 점을 역설하였다.

문제는 유성엽 의원의 주장이 “나는 되고, 너는 안 돼!”라는 대목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이다. 매사 자기 편리한 대로 해석하고 자기 뜻대로만 하다가는 그 사회는 갈등이 만연하는 사회가 될 것이기에 힘 있고 말발 있는 지도층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만큼 파급력이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일반인들에 비해서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더 많은 수단과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다. 예컨대 사회 지도층에 속하는 사람들 중 대표적인 사람들이 정치인이고, 그중에서도 정당 대표나 입법을 책임지고 있는 국회의원들에 이르러서는 더할 나위가 없다 하겠다.

그래서다. 저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 속 ‘저만 알던 거인’처럼 거인의 힘자랑이 무서워 자유롭게 드나들던 정원에는 온갖 동식물의 발길이 끊기는 사태를 초래하는데, 누군 되고 누군 안 된다는 식의 구분짓기는 거부감을 부추길 수 있다. 우리의 바로 앞의 미래는 새로운 정치구조에 담아 저마다의 표심을 공평하게 수렴하려는 데 있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그런데도 이를 깨닫지 못하고 닫힌 사고로 일관하는 기성정치인이 있다면 제2의 제3의 ‘저만 알던 거인’이 될 것이다.

대세를 거스를 순 없다. 연동형비례대표제 시대가 도래 한 이상 많은 정당이 출현할 수 있고 이는 모두 한 번은 겪어야 할 통과의례가 아닌가 싶다. 그러니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른 창당 러시는 필연적인 과정이라 생각된다. 이쯤 해서 언필칭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말은 “나는 되고, 너희는 안 돼!”라는 이중적인 잣대로 국민들의 정치 욕구를 섣불리 재단하지는 말자.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제도를 능동적으로 맞이하고, ‘피할 수 없으면 즐기도록 하자’

*글쓴이/박정례 선임기자.르포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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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1 11:53 2020/02/0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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