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작가 겨울무대 시리즈,,,연극 ‘고시원 연쇄 화재사건’
-신 한국형 주거형태 고시원에서 무슨 일이?
‘고시원 연쇄 화재사건’이라는 연극에 흥미가 동했다. ‘봄작가 겨울무대’ 시리즈 중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올라 이수진 작 이우천 연출로 맹주영, 한덕호, 박미선, 박선혜, 전민영, 선종남, 안지은, 배상돈, 민경록, 오혜진 10인이 연기를 펼친 두 번째 작품(11월16 금~18.일)이다.
이 연극은 고시촌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연쇄 화재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모티브로 해서 전개된다. 고시촌의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며 추리소설 작가를 꿈꾸고 있는 치현은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화재 사건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조사를 시작한다. 여기에 치현의 고교동창이자 고시원에 거주생인 동민은 묘령의 여인 은주를 보며 한 눈에 반한다. 그런데 치현은 은주를 자꾸만 범인으로 지목한다.
우리 주변에서는 요즘 고시원 화재가 꽤나 빈번하다. 얼마 전 종로의 ‘국일고시원’ 화재에서는 사망자 7명에 부상자 11명의 피해자를 냈다. 고시원 화재의 가장 큰 원인은 대체 무엇일까. 이익추구에 비해 형편없이 열악한 시설의 후진성 때문이다. 해마다 50건 정도가 발생하는 고시원 화재가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이유는 스프링클러.화재경보.안전점검 소홀에서 보듯이 도덕불감증과 같은 후진국 형 인재(人災)에 모텔 형 벌집구조에서 보듯이 지나친 이익 추구에서 오는 자본주의 속성 때문이다.
고시원은 처음 대학가나 유명학원 근처에서부터 시작됐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지방학생들이나 통학거리가 먼 학생들, 유명학원 근처의 각종 공시생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고시원의 이용객들도 다양해져 숫자도 전국에 약 15만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도심지 고시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일용직 노동자나 큰 돈 없이 거주할 공간을 찾는 이들이다. 도심지에는 일거리와 인력시장이 많고, 무료급식을 할 수 있는 곳에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프라 구성이 돼 있어 고시원은 말하자면 가난한 사람들이 교통비 아끼고, 주거비 아끼기 위한 신 대안공간으로 선호하는 측면이 강한 대안공간이다.
고시원 화재사건은 그래서 후진국 형 사고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안전 불감증에서 오는 인명사고와 사회안전망 부재에서 오는 사회양극화로 인해 도시빈민으로 내몰린 사람의 생존권과도 맞물려 있는 양태로 나타나고 있다.
작품 ‘고시원 연쇄 화재사건’은 이런 현실과 밀접한 문제점을 시의 적절하게 건드린 작품이 아닐까 싶었다. 본 기자가 ‘고시원 연쇄화재사건’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찾은 이유다.
그러나 보자. 작품은 무대에 오르는 순간 작가를 떠나 있다고 할 수 있다. 작가나 시나리오를 모르고도 작품을 통해서 감동과 감화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이 유명 희곡작가여서 극장을 찾진 않았고, 지명도를 획득한 히트작이어서도 아니다. 2018년도에 등단한 작가들에게 무대공연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 5년 만에 부활한 제도를 통하여 한국극작가협회와 한국연극연출가협회로부터 수혜자로 선정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말이다. 작가는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화재를 강조하고 있음에도 주제의 집중력이나 메시지를 선명하게 제시하지는 못하고, 선덕여왕을 사랑한 ‘자귀의 설화’에서 작품의 결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며 불탄 시신을 이와 연결시키는 뉴앙스를 풍기고 있다. 하지만 엔딩은 결국 묘령의 여인 은주가 부동산 업자로 밝혀지며 극은 끝난다.
이와 더불어 심플하고도 모던한 무대장치는 돋보였으나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장면들은 주제 파악과 몰입에 득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등퇴장이 원활한 무대구조였으나 객석과 가까운 쪽을 놔두고 무대 귀퉁이에서 이뤄지는 동작들은 객석 왼편에 앉은 관객들에게는 보이지 않아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극장환경과 주변 여건은 나물랄 데 없는 것 같은데 무엇이 문제였는지? 주제의 부각과 배우들의 동선(動線), 설익은 대사 등 퀘스쳔 마크(question)가 찍히는 점에 이르러서는 할 말이 그리 많지 않다.
*글쓴이/박정례.르포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