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④] 태양의서커스 ‘쿠자,,,핫한 종합예술 아트서커스
-‘쿠자’의 최상급 “8가지 곡예”와 “빛나는 빅3”
[브레이크뉴스 박정례 기자]= ‘쿠자’에서 본 액트(act)는 남달랐다. 동작의 난이도와 완성도, 화려하고도 절제된 무대매너와 역동성, 라이브음악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현장성 등에서 최상급의 퀄리티를 보여주기에 내 생애 최고의 서커스가 될 것 같다. ‘쿠자’가 보여주는 곡예는 크게 9가지다.
①‘샤리바리(Charivari), ②컨토션(Contortion), ③스트랩( Straps ) 큰 바퀴 안에서의 묘기(Roue Cyr) ⑤높은 외줄타기(High Wire) ⑥8 개의 후프조작(Hoops Manipulation) ⑦공포의 대칭묘기(Wheel of Death) ⑧의자 위의 밸런싱(Balancing on Chairs) ⑨티터 보드(Teeterboard)다. 이중 빅3를 꼽으라면 개인적으로 티터 보드와 4인의 공중외줄타기 그리고 공포의 대칭묘기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칠 순 없는 것들뿐이다. 줄 하나에 의지하며 큰 낙폭과 이동거리로 무대를 휘젓는 스트랩, 3인의 몽고 출신 여성들이 고무줄처럼 몸을 뒤틀며 조화와 균형미를 이뤄내는 콘토션 동작, 이어 지름이 2미터는 돼 보이는 커다란 원형 안에서 수많은 변형동작을 구사하는 Roue Cyr도, 8 개의 의자로 7 미터의 탑을 쌓아 아슬아슬한 상황에서도 절제된 균형 잡기를 보여주는 밸런싱, 현란하다고 밖에는 달리 표현이 안 되는 훌라후프묘기, 그러고 드럼 솔로, 모두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며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서커스’라는 말은 그러니까 마술이나 여러 가지 곡예, 동물의 묘기 따위를 보여 주는 흥행물. 또는 그것을 공연하는 흥행 단체를 일컫는다. 하여 서커스 역시 세상의 모든 무대예술과 마찬지로 관객의 호응과 박수를 먹고 산다. 이와 마찬가지로 빅탑을 찾을 때라야 흥분과 긴장을 맛보며 박수와 환호로써 지지와 격려를 보낼 수 있다.
앞서 말한 빅3 묘기에 대해서다. 첫째 공중줄타기이다. 긴장감 충만, 감동 충만, 침묵 충만한 3충의 시간이었다. 곡예가 그만큼 어렵고 불가능해보여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기 때문이다. 4.5 미터 길이의 밧줄 2개를 7.6 미터 상공에 설치해놓고, 4명의 곡예사가 줄넘기, 자전거 타기, 물구나무서기, 의자에 앉아서 3명이 동시에 이동하기를 해내는 신기에 가까운 묘기였다. 균형과 무개중심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는 날엔 순식간에 바닥으로 추락하는 위험천만한 퍼포먼스였다. 재밌고, 흥미있고, 긴장되는 시간이었다.
이어 공포의 대칭묘기(Wheel of Death)다. 이 묘기는 담대한 도전정신이 없으면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기술일 것 같다. 건장한 2명의 사나이가 등장한다. 1,600 파운드 무게를 지닌 쇠바퀴가 서로 대칭을 이룬 상태다. 이 쇠바퀴가 초속단위로 회전한다. 사나이들은 거대한 쇠바퀴위에 서서 몸의 균형을 잡으며 달린다. 달리다가는 공중회전과 줄넘기를 하고 몸의 방향을 순식간에 뒤바꾸며 또다시 균형을 잡고 이내 달린다. 회전바퀴 위에서는 달리지 않으면 죽는다. 바퀴 속에 휘말려들어 그대로 죽음이다. 그야말로 목숨을 내놓고 사력을 다하는 기예다. 거칠고 용감해야 한다. 방향감각과 시공간능력과 지각능력을 겸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게다가 근력과 체력을 갖추지 않으면 불가능한 기술이다. 상남자가 아니면 감히 엄두조차 못 낼 지상최대의 쇼가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티터 보드다. 뭐니뭐니해도 ‘쿠자’의 피날레를 장식할 묘기의 끝판왕이 아닌가 싶다. 우선 여러 명이 팀워크를 이루기 때문에 무대가 꽉 들어찬다. 다이내믹 그 자체고, 스릴 만점이다. 이는 위험요소가 많고 성공하기 어려운 묘기라는 얘기다. 티터 보드에서 튀어 오르는 힘을 이용하여 공중제비를 돈 사람은 자신의 등 뒤에 서있는 동료의 어깨에 올라서야만 하는 미션이다. 그것도 두 사람이 인간 탑을 쌓고 서있는 어깨 위다. 성공은 그리 쉽지 않아 보였다. 실패, 실패, 연거푸 두 번 실패, 세 번째 시도 끝에 겨우 성공을 한다. “휴우~” 내일도 아니면서 내일이나 된 것처럼 모두 ‘휴 한숨’이다.
이어지는 순서는 더 어려운 동작이었다. 다리에 장대를 부착하고 공중제비를 돌아 착지를 하는 것이었으니까. 바닥에는 두꺼운 매트가 깔렸다. 장대를 부착한 다리는 삐끗하면 박살이 날 수 있다. 한번 두 번 세 번, 실패를 거듭하자 동료가 다가가 “계속 할 수 있냐”고 묻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맨 바닥 보다는 매트 위가 다리부상을 막아주는 데는 조금 더 도움은 될 것 같다. 하지만 균형을 잡고 착지하는 데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모두 숨을 죽인 채 시선을 고정시켰다. 동작을 재시도하는 액터(actor)는 피를 말리는 냉정 심(心)이 필요할 것 같았다.
“으쌰 파바박!?
보드 판 구르는 소리와 함께 장대다리는 순식간에 공중을 돌았다. 드디어 성공! 순간 장내에는 함성과 박수가 터졌다. 무대 위의 아티스트들도 발을 구르며 몸을 마구마구 뒤틀었다. 바타클랑(움직이는 탑) 속에 갇혀 있던 밴드에서 음악이 쏟아지고, 가수들도 목청껏 소리를 지른다. 관중들은 일어서서 휘파람을 불며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때마침 이노센트가 연을 날리며 무대를 가로 지른다. 자신의 성취를 과시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머리 위엔 왕관이, 손엔 트릭스터가 건네준 빛나는 홀이 쥐어 있었다. 피날레는 그렇게 빅탑을 삼키면서 150분간의 정적과 흥분의 순간들을 감싸 안았다.
*글쓴이/박정례 선임기자.르포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