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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0_vol김성만-낡은 신발.mp3 (5.01 MB) 다운받기]
저는 고용불안, 노조생활에 염증을 느껴.. 이럴바엔 아이들 책상이나 뚜닥뚜닥 고쳐주며 살아야겠다고 40이 훌쩍넘어 학교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제가 학교에 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벤치, 철봉대 페인트를 칠하는 일이었습니다. 철봉대는 그냥 맨 기둥이었거든요. 그래서 미색 에나멜 페인트를 칠해 놓았는데 반짝반짝 예쁜 기둥을 어느 학생이 쓰다듬고 있지 뭐예요. 학생들은 작은 변화도 금새 감지한다는걸 알게되었고 왠지 뭉클했습니다. 칠해 놓은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정이었습니다. 제가 2학년 7반에 뭔일을 했는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아주 사소한 일도 이 친구들은 기억하고 관심이 많으며.. 누군가는 고마워도 한다는 충격이 지금도 가시질 않습니다.
그런데 며칠전에 전공노와 전교조 정책국장 등이 민주당 국회의원과 행정실 법제화라는 토론을 했다합니다. 토론 자료집을 우연히 봤는데.. 토론의 전제는 바로 제가 일하고 있는 학교 시설관리 직렬을 외주한다 였습니다. 외주화를 전제로한 토론이었고요. 어처구니 없는 것은 자료집 행정실의 업무를 나열한 것 중에.. 행정직렬의 업무중 발전기금, 관인관리 이런 걸 업무랍시고 우선순위 항목으로 넣어놓고는 시설관리 직렬 업무는 제일 밑에 딱 한 줄 적어 놓았습니다. 시설관리는 학교의 중차대한 대부분의 업무입니다. 행정실의 최소 80% 업무비중은 학교 시설관련 업무입니다. 그 외엔 나중에 해도 그만인 업무들이고요. 잘못된 시설로 인해.. 학생들이 악취에 내몰리거나 호흡기 질병에 걸리고 정서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학교 시설관리 중에는 급수가 고장나면 학생들 급식을 할 수 없으며, 오수관이 막히면 전교생이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난방기 고장나면 추위에 떨어야하고 잘못된 시설물에 크게 다치기도 합니다. 불이나면 이런저런 소방시설 도움도 받아야하고 엘리베이터도 멈춰서야합니다.
그럼 왜 시설관리 주무관이 있는데 학교가 이 모양이냐고요? 비극의 시작은.. 시설을 아무것도 모르는 노량진 고시생들이 합격해서 학교에 발령되어 시설 관리감독 일을 한다는데 있습니다. 몸으로 하는 노동을 전통적으로 천시여기는 이들은 아는척, 모르는 척, 학교 시설물을 조용히 망쳐놓는 명백한 주범입니다. 그리고 아무도 시설관리 주무관들에게 전문시설관리 일을 하도록 업무분장이나 교육을 시키려 노력하지도 않습니다. 이들의 인식속엔 학교시설관리는 아무나 하는 천한 일이며 부려먹어 마땅한 심하게 말해 외거노비 정도입니다. 이런 저런 잔심부름 부려먹어 마땅한 이들을 시설관리 주무관이라 여깁니다. 행정직렬은 선생님들과 비교하면 을의 입장이지만.. 을은 시설관리 을에 대해 또다른 엄청난 치졸한 갑질을 아무런 양심의 가책없이 자행하고 있습니다. 업무분장도 없고 노예처럼 일하는 일부 시설관리 주무관들에게 필요한 것은 전직과 외주화가 아닙니다. 부당한 업무 지시에 대해 거부하며 스스로 노예의 사슬을 끊어버릴 수 있게 함께하는게 정상적인 노동조합이 할 일이며 전교조, 전공노가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학교 시설관리 노동자가 시설관리 업무분장 아래 정상적으로 학교 시설을 관리하며 정규직 노동자로 우뚝 서는 것, 그것이 바로 당신들이 가끔씩 말로만 심각한척 외치고 있는 ' 비정규직 철폐' 이기도 합니다.
2018년 5월초 전공노, 전교조서.. 정규직 노동자를 (행정실 시설관리직렬) 외주화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토론을 했다는 것은 스스로 노동자임을 포기하는 선포에 다름 아닙니다. 이런 토론을 했다는 것 자체로 전공노, 전교조는 반성 정말 많이 해야합니다. 마치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 해고에 나는 아니니 꿈쩍도 않는 모습의 데쟈뷰입니다. 회사가 어렵다고 비정규직 해고하면.. 나는 아니니 안심인가요? 제들은 태생이 원래 일회용이라 해고되어야 마땅한가요? 그렇게 불구경하고 나면 다음 칼끝은 정규직으로 향하는거 못 보셨습니까? 거꾸로.. 교육공무직들 임금이 올라서 정규직 교육행정직렬보다 임금이 많아졌습니다. 공무직 대우가 좋아져서.. 행정직렬 대우가 좋아지지 않는걸까요? 과연 행정실 법제화 하면 행정직렬 들만의 임금이 오를까요? 다 감수하며 주판알 퉁기며 진급만 바라보고 숨직이고 있는 행정직렬들이.. 승진에 대한 당근만 마냥 기다리면 행정직렬 해결이 되는 걸까요? 제발 정신들 좀 차리세요.
학교내 그 어떤 노동자의 권익이 올라가면 다른 노동자의 권익도 덩달아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행정실 시설관리 정규직을 외주화하면.. 행정직들은 노동환경이 절대로 좋아질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전교조 선생님들이 말하는 참교육이요? 시설이 망가지고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시설관리 직렬은 이미 학생들에게 알게 모르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으니까요. 시설관리가 바로서야 학교가 바로설 수 있습니다.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 양심있는 교육행정직렬은 시설관리 주무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피부로 느끼고 계실 겁니다. 교육개혁은 시설로부터, 학교 환경으로 부터 시작됩니다. 학교 시설이 바뀌면 교육이 바뀝니다. 오랜 교직 경험이 있으신 선생님들은 대번 아실겁니다.
학교에는 교육 아닌게 없습니다. 선생님들 옷차림, 말 한마디도 민감한 학생들에겐 영향을 주지요? 시설관리를 외주화 하시겠다고요?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언제 짤릴지 모르는데.. 학교가, 선생님들이, 학생들이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학생들 또한 맨날 용역직원들 보며 공교육을 받는데.. 각인효과로 용역, 파견 노동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학생들이 아.. 나는 피터지는 경쟁을 통해 공부 열심히해서 저런 용역 노동자 되지 않아야겠다. 하지 않겠습니까? 학교내 시스템은 사회 시스템의 준거가 되어야 합니다. 학교 노동자들은 더욱더 철밥그릇이 되어 쉬운 해고를 어쩔수 없이 받아들이는 사회분위기에 준엄한 준거집단이 되어야합니다. 공무원들이 더욱 철밥그릇이 되는 것이 궁극적으로 모든 노동자에게 유익한 길입니다. 자신있게 얘기하십시요. 우리가 아니라 사회가 잘못되고 있는거라고요. 학교는 가장 도덕적이어야 하며.. 대부분 학생들이 노동자로 살아갈 수 밖에 없으므로 근조조건의 준거 또한 되어야만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교조, 전공노는 기본부터 잘못 되었습니다. 당신들은 노동조합 이전에..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부터 되짚어 보았으면 합니다. 학교서 공공조노는 정말 잘하고 있습니다. 제 말이 잘 이해안가는 부분이 있었다면.. 공공노조에 자세히 물어보셨으면 합니다.
다시 얘기하지만.. 민주노조를 자처하고 있는 전공노, 전교조는 반노동자적인 본인들의 행태를 제발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2018년 5월 12일
건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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