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글임
분류없음 2014/09/05 12:11한국, 한반도 남단이 아닌 곳에 정착한 한국인들이 -- 여기에서 한국인이라 함은 국적을 말하는 게 아니라 민족 (ethno-)이다 -- 한국 혹은 한국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블로그를 많이 접한다. 나와 비슷한 조건에서 사는 사람들에게서 배우려는 의도,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도 있다. 대개 이른바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의 글을 많이 읽는 편인데 그건 내가 지금 사는 나라가 그렇게 일컬어지는 이유 때문이지 이른바 '중진국' 내지 '후진국'에 사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듣고싶지 않아서가 아니다. -- 즉, 내 코가 석 자다.
간혹 글을 읽고 덧글을 읽다보면 가슴이 답답해질 때가 있다. 필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읽는 사람들이 전혀 다른 의도로 읽어내고 비난으로 덧칠하는 덧글릴레이는 솔직히 말해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예를 들면 어떤 이가 한식의 세계화에 대해 쓴 글에 달린 덧글들. 너는 미쿡물 먹어서 한식을 그렇게 폄훼하느냐, 류의 글들. 솔직히 말해 한식은, 우리나라 정통한식 (궁중한식을 위시로 한) 은 세계화하기 어렵다. 밥 한 그릇, 국 한 그릇, 반찬 따로따로. 이렇게 담아내는 식사는 요리를 준비하는 이들의 노동을 아주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착취하는 것일 뿐, 그것 자체로 세계화하여 지구촌민중이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만들기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밥 한 그릇, 닭볶음탕 하나. 이렇게 만들어서 개인 스스로 한 장의 접시에 담아 일시에 모든 사람들이 어울려 먹는 거라면 모를까. 우리나라 한식은 한 사람을 위한 것으로도, 여럿이 먹기 위한 것으로도 "영, 아니다". 우선 한 사람을 위한 것이라면 그런 밥상을 받고 즐길만한 사람이 일단 존재해야 하는데 그럴만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 말이다. 상위 몇 프로 정도? 이 정도라면 그 정도 밥상, 가령 9첩 반상 이상을 지출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일진대 그런 사람들이 지구상에 얼마나 있겠느냐고. 둘째로 여럿이 먹는 거라면 찌개든, 반찬이든 여럿의 젓가락이 동시에 들락날락해야 하는데 그런 비위생성은 또 어쩌란 말이냐. 한식은 그야말로 어정쩡한 음식이다.
사실을 인정해야 발전이 있다. 인정은 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자는 말이다. 한식? 9첩반상? 아니, 가정식 백반?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그거 정말 차리고 먹고 치우고 --- 그것 자체가 힘들다는 말이다. 만날 하는 일인데 왜 그것도 못해? 라고 물으실 분들이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난 정말 대답할 게 없다. 쳐먹고 싸는 거야 누가 못해 이 똥뙈지야.
하지만,
한식도 잘만 차리면, 잘만 준비하면 어느 곳에 내어놓아도 빠지지 않는 훌륭한 지구촌음식이 된다. 정말 그건 맞다. 가령 콩나물만 따로 한 사발, 무생채무침만 한 사발, 갈비찜만 한 사발, 현미콩밥만 한 사발 내어 놓고 사발마다 큰 집게를 푹 꽂아놓고 각자 접시에 알아서 덜어 잡수시오, 라고 하면 아주 좋은 한 끼 식사를 공동체가 해결할 수 있다. 이런 것을 제하고 한 상 거나하게 차리는 한식만 최고라고 우기면 한식세계화 따위는 영영 이별이다. 미쿡물 먹은 사람들이 잘났거나 발랑 까져서가 아니니 그것을 제발 좀 이해해주십사하여 올리는 글이다. 이명박도 물러갔고 명바기마누라가 깝치던 한식세계화도 이젠 없어진 지 오래건만.
* 사실 이런 글을 쓰려던 게 아니라 여기에서 만난 한국인들과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돌아보고자 로그인했는데 젠장. 다음 기회에. 나는 왜 만날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