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일요일

분류없음 2013/07/21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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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남들은 -내가 아는 사람들은- 다 잘 것 같은 시간에 퇴근 준비. 백투백은 무리인가. 어제 아침처럼 경쾌한 기분이 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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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엔 9시부터 지하철이 다닌다. 어쩔 수 없다. 지하철 다니는 시간까지 버스를 타고 최대한 가까이 가는 수밖에. 버스는 Dufferin 역에 도착했는데 여전히 9시 전이다. 잠긴 지하철 문을 야속하게 바라보다가 책을 꺼내 읽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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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로 내려가는 문이 열렸다. 플랫폼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이게 또 오질 않는다. 책을 집어넣고 세미나 다음 주제인 흄에 대해 읽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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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무거운 가방을 들었는데 자리가 없다. 가방을 어깨 한 쪽에 짊어지고 한 손으로 뭘 들고 읽자니 여간 고단한 게 아니다. 자리가 나서 앉았는데 어떤 백인 할매가 하필이면 나한테 와서는 자리를 내어달라고 한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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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서양)철학을 읽으면 읽을수록 사람에 대한 연민이 깊어진다. (당시) 사람들의 생각, 관념, 지각하는 방식이 주는 외로움 때문이다. 이것은 지적 유희가 아니다. 정말로 정말로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인식해내는 타자, 상대를 이해하는 그 방식을 이해하고 싶다. 이제 조금만 아니, 몇 개월만 달리면 다시 맑스일 것이다. 2013년, 혹은 2014년의 맑스(철학)는 1999년, 2000년, 혹은 2000년대 중반, 나의 맑스와 무엇이 다를 것인가. 시선의 차이, 그 차이가 궁금하다. 조급증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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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에피쿠로시안이 되려면 동양철학을 다시 읽어야 하는 건 아닐까. 역시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귀로를 이렇게 그리는 건 내가 황인종이기 때문인 건가. 아시아에서 왔기 때문인 건가. 중국의 콜로나이제이션 영향 아래 태어나 살았고 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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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왔는지는 알겠는데, 알 것 같은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이 갑갑함. 외롭다. 외로워. solitude.

2013/07/21 22:59 2013/07/21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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