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 말다 하루분류없음 2013/07/01 13:11 지난 주는 사실 마음이 무척 복잡했다. 미국 연방법원에서 VRA 위헌 판결을 내렸고 바로 다음날 DOMA 합헌 판결을 내렸다. 전자는 1960년대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시기에 소수자 -이 때는 아마도 흑인이 소수그룹의 다수였으리라-의 권한을 보호할 수 있는 일종의 장치였고 후자는 비이성애자들에게도 결혼권, 결혼에 따른 혜택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미 연방법원의 말은 '시대에 걸맞게'라고 하는데 나는 도무지 이게 무슨 개수작 돋는 말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 마침 전세계적으로 프라이드 Pride 주간이기도 해서 미국 본토는 물론 이 곳 캐나다까지 DOMA 판결을 환영하는 글들, 기쁨의 소리들이 울렁울렁 했다. 나? 물론 기쁘지. 뭐, 슬플 일은 아니잖아. 그런데, 나는 점점 이 나라에 머무는 날이 늘어갈수록 세상 끝날 날까지 멸절하지 않을 것은 인종차별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리고 이 인종차별은 웨스터나이즈 컬쳐와 아주 굳게 결합하여 언어, 관습, 음식, 교육 등 삶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이 곳의 백인들이 주도하는 게이커뮤니티에서 겪는 인종차별과 황인종들이 주도하는 게이커뮤니티에서 겪는 '인종'차별은 그래서인지, 어떤 면에서 같고 어떤 면에서 비슷하거나 다르다. / 나는 솔직히 말해 DOMA를 진심을 다해 반길 수가 없었다. 아니, 너 혹시 백인하고 결혼하고 싶은 거 아니었니? 뭐, 이렇게 물을 철딱서니는 없겠지. 나는 백인도, 황인도, 흑인도, 퍼스트네이션도, 심지어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도 지금 같아선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아니, 그런 마음이 싹 달아나버렸다. 소수자 우대, 우대는 젠장, 그나마 있던 최소한의 장치도 '시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빼앗겨버리고마는 마당에 뭔 놈의 결혼이냐. 그냥 이게 가장 심플한 생각이고, 내가 VRA 를 내어주면서까지 DOMA를 쟁취해야만 하는 어떤 이유가 있는가, 이게 그 다음 생각이다. 막말로 나는 백인도 아니고 미국시민은커녕 북미대륙에서 3등 시민도 못되는 사람인데, 젠장. / 미국의 이민법이나 연방법은 주변 나라에 영향을 많이 끼친다.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세부 영역과 따아서 학문에까지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회학자들이 좀 바빠지겠지, 뭐 이렇게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이게 바로 내 마음이 복잡했던 원인이었다. / 그러나 나는 오늘 토론토 Pride 행진에 참여했다. "물지 않아요; We don't bite you" 배너를 업고 토톤토 시내를 친구들과 걸었다. 슬프면서도 기쁘고, 환하다가도 우울한 그런 행진이었다. 웃다가 말다가 웃다가 말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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