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신을위해

분류없음 2017/02/07 00:11

여러가지 핑계로 그간 집청소를 하지 못했다. 대단한 것도 아니고 그냥 청소기를 돌리고 밀대로 걸레질을 하는 것 뿐인데도 쉬이 착수하지 못했다.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미루고 미루다가 어제 드디어 "미션 컴플리트". 짝꿍이 고맙다고 안 그래도 이메일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고맙다고 거듭 말씀해주셔서 못내 무안하고 미안하고 그랬다. 청소 따위로 뭔놈의 이메일이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우린 이렇게 산다. 그리고 청소기 청소는 내 몫이다. 이렇게 살기로 약속하고 공동의 삶을 시작했다 (동거를 시작했다). 따라서 둘 사이에 느닷없이 화를 내거나 폭발하는 일이 거의 없다. 싸울 일도 없다 (싸우긴 싸운다. 여전히 우리도 사람이니까). 만약 서로에 관해 잔소리할 일이 생기면 정중하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자고 권하거나 그도 여의치 않으면 이메일을 쓴다. (물론 사랑의 고백도 간혹 이메일로 한다규!!!) 짝꿍이 보내는 이메일은 그래서 더할나위 없이 소중하고 나를 반추하게 만드는 거울이다. 편지를 써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주구장창 내 얘기만 쏟거나 내 입장만 강변할 순 없다. 쓰면서 나를 돌아보고 상황을 복기하고 정중하게 글을 매만질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이메일로 "욕을 해대는" 경우는 정말 어렵지 않은가 말이다. 만약 그런 이들이 있다면 절대지존일 것이다.

 

 

짝꿍은 꽃개와는 성정이 아예 다른 사람이다. 차분하고 기다릴 줄 알고 약속한 것은 지키려 노력하는 사람이다. 맥락없이 왈칵 성을 내는 사람도 아니다. 약간 차원이 다르다고 할까. 며칠 전에 짝꿍에게 처음 만났을 때, 그리고 몇 번 만나면서 4차원인 것 같아서 무척 끌렸다, 라고 말씀드렸더니 엄청 웃어제끼셨더랬다. 4차원이라는 말은 처음 들으셨다고... 꽃개도 약간 (?) 4차원적인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꼬장꼬장하고 까칠하다. 자기연민과 아집이 강하고 picky 하다고 해야 하나... 짝꿍과 살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고 인간화가 많이 되었는데 여전히 부족하다. 그래 난 여전히 개야, 꽃개...

 

 

올해는 짝꿍을 만나 삶을 함께 일군 지 십년 차에 접어든다. 처음에 약속했던 계약은 십 년 정도 살아보고 더 같이 살지말지 결정하자는 거였는데 꽃개는 계약을 십 년 더 연장하고 싶다. 짝꿍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몇 번 장난삼아 좋다고 하시기는 했는데. 정말이었으면 참 좋겠다. 청소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 

 

2017/02/07 00:11 2017/02/0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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