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퓨지정책
분류없음 2015/12/02 15:02
지난 선거에서 집권한 자유당 정부가 공언한대로 시리안 레퓨지를 받아들이기 위한 플랜이 시작됐다. 애초에 자유당은 25,000명의 레퓨지를 연내에 받아들여 정착시킨다고 했으나 여러 이유로 일정이 수정되어 12월 안으로 10,000명, 그리고 내년 3월 말까지 15,000명이 토론토와 몬트리올 공항을 통해 입국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일정이 자세히 나오진 않았지만 차차 이런 방식으로 내년까지 약 50,000 명의 레퓨지를 받아들인다는 게 연방 정부의 계획이다. 아마도 50,000 명 가운데 대부분은 (70%) 시리안 레퓨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규모에는 연방정부가 정착을 후원하는 (GARP: Government-Assisted Refugee Program) 프로그램과 개인(들)이 정착을 후원하는 (PSRP: Private Sponsorship of Refugees Program) 프로그램이 섞여 있다. 전자는 연방정부가 펀딩을 내고 비영리에이전시가 그 운영을 도맡는다. 연방정부 (국세청) 로부터 사업허가를 받아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체-에이전시들이 연방정부를 대신해 레퓨지들의 정착을 돕게 될 것이다. 레퓨지들이 영구 주택을 얻기 전까지 임시주택, 먹을 것, 옷 등을 제공하고 일자리를 얻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곁에서 돕는다. 취학을 해야 할 아동이 있다면 어린이들이 그들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물론이다. 이에 반해 PSRP 는 그야말로 개인들이 연방정부의 허가를 받아 레퓨지 개인을 스폰싱하는 제도로 레퓨지 개인이 일 년 동안 이 나라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물리적, 재정적으로 돕는다는 증명을 해야 한다. PSRP 가운데 꽃개에게 친숙한 제도로 Group of Five 가 있다. 이 나라의 영주권 혹은 시민권을 소지한 개인 다섯 명 이상이 스폰싱 그룹을 이뤄 신청서를 내고 허가를 받아 개인을 초대하는 방식인데 중동이나 아프리카, 캐리비안 지역에서 LGBT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핍박을 받는 개인들이 이 제도를 통해 레퓨지로 입국하는 경우를 왕왕 봤다. 꽃개가 적을 두고 있는 교회는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용해 LGBT 레퓨지를 스폰싱하고 있다.
벌써부터 도시 곳곳은 시리안 레퓨지를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로 들썩거린다. 두 부류로 나뉘는데 첫째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지역에서 오는 사람들이 추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옷을 모으는 등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는 "환영" 그룹이다. 둘째는 예상했다시피 "반발 (backlash)" 그룹이다. 자유당이 큰 폭의 지원을 얻어 집권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캐나다 사람들 60% 이 레퓨지 유입에 반대하고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이슬람포비아는 대단히 인스티튜셔널하게 (내밀하게) 확산되어 있으므로 직접 말하지 않는 이상 이유로 잡히지 않는다. 즉 다시 말해 공식적으로 "이슬람포비아"는 없는 셈으로 된다. 하지만 다른 이유, 즉 공공주택 공급의 부족함이나 소득부조 서비스의 한계 등을 언급하면 이야기는 다소 달라진다. 가령 캐나다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지닌 사람이 공공주택에 어플라이를 하면 적어도 평균 일 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일 년은 평균이고 어떤 사람은 삼 년 이상을 기다리기도 한다. 당연히 불만이 쌓인다. 캐나다 역사 상 양차대전 뒤로 가장 많은 레퓨지를 받아들였던 것은 1979-1980년 "보트피플" 60,000여 명이다. 대부분 베트남에서 온 이들은 평균적으로 볼 때 (아시안 특유의 높은 교육열과 맞물려)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이 캐나다로 올 때 국내 경제는 세계경제 호황과 맞물려 "좋은" 편이었다. 공공주택의 불안정한 공급, 불충분한 소득부조는 이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보트피플"을 반대하면서까지 불만을 토로하는 뻔뻔함이 널리 장려되는 그런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다.
상황이 사뭇 달라졌다. 이슬람포비아아는 이제 제노포비아로까지 번질 기세다. 벌써 "내국인부터 고용하라"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내년, 내후년, 앞으로 몇 년간은 이 백래쉬들과 다투는 그런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들이 나름대로 정교한 근거를 들고 나올텐데 단지 "인정"에 호소하거나 "캐나디언의 가치"에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나 싶다. 한편, 1990년대부터 들어온 동아프리칸 레퓨지 사례로 볼 때 이번에 들어오는 시리안 레퓨지 어린이들이 어떻게 성장할는지 관심을 두게 된다. 아마도 생애연구를 도맡아 하는 사회학자들이 그들의 연구주제로 벌써 세팅하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남여차별이 우세하고 젠더롤 구별이 현저한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경향이 이러한 곳에서 온 사람들 가운데 남성들의 자립도와 적응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양육의 과정에서도 남아들의 높은 부적응도가 (형사) 범죄로 이어지는 경향이 높았다.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