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잡담
분류없음 2015/04/19 13:53제목: 생활의 잡담
부제: 오늘 이브닝 시프트 끝나고 집에 와서 쓰는 하루 느낌 리뷰
라흐마니노프 작품을 전체적으로 다 좋아하지만 딱 하나, 들을 때마다 눈물이 흘러 기피하는 곡.
어제 (금요일, 04-17) 잠깐 은행에 들를 요량이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다운타운에 있는 졸업한 컬리지. 짝꿍과 함께 나선 길에 우왕좌왕 하다보니 거기까지 함께 갔다. 졸업하고 그 곳에서 일을 하다가 그 일마저 마친 뒤 들른 적이 거의 없다. 다시 다운타운에 있는 다른 유니버시티에 들렀다가 집으로 오는 전차를 탔다. 요즘 들어 유독 길어진 햇살과 리버데일 공원을 왼편에 두고 오르막길을 천천히 달리는 전차. 그러니까 나는 북쪽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마침 듣고 있던 96.3 FM 라디오에서 이 곡이 나왔다. 이어폰을 뺄까 하다가 그냥 들었다.
목적하지 않고 가는 길, 계획에 없던 길을 재촉하면 급히 피곤을 느낀다. 특히 혼자 있을 때엔 상관없는데 누가 옆에 있으면 혈당이 떨어지고 체력마저 바닥난다. 나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왼쪽 이어폰을 빼서 짝꿍의 왼쪽 귀에 꽂아주었다. 들어보세요.
잠시 말이 없던 짝꿍이 "어릴 적에 아버지께서 종종 들으시던 곡이네요" 라고 말씀하셨다.
어제는 희한하게도 눈물도 흐르지 않고 차분해졌다. 피곤함도 한결 가시고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 오늘 퇴근길에 다시 들어보았다. 역시 눈물이 흐르지 않고 차분한 느낌이 들었다. 좋다. 피곤해도 뭔가 업데이트된 것 같아 좋다.
보너스. 가장 좋아하는 라흐마니노프의 곡과 또 가장 좋아하는 엘렌 그리몽의 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