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와자살
분류없음 2015/04/11 04:22부활절 연휴 기간에 함께 일했던 파트너가 북쪽에서 왔는지 남쪽에서 왔는지 물었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나름대로 껄끄러운 질문이라 생각했었는지 그동안 묻지 못했던 것.
이 친구는 캐나다 동쪽, 섬 Nova Scotia 라는 곳에서 왔다. 우울한 십대를 보낸 이 친구의 유일한 고등학교 친구가 바로 한국인이었는데 아버지는 남한, 어머니는 북한에서 온 사람이었다고. 특이한 케이스다. 그 친구에게 한국에서는 정신건강을 어떻게 다루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한국엔 그런 건, 정신질환이란 건 없다"고 대답했다고.
없을 리가 있나. 며칠 전에 다시 함께 일했다. 지난 번에 끊어진 질문, 한국 사회와 정신건강에 관한 질문을 계속 하다가 최근 자기가 졸업한 대학의 한 웹페이지에서 봤다면서 최진실 씨 이야기를 물어봤다. 그녀는 어떤 사람이었어?, 명예를 위해 자살하는 게 한국에선 보편적인 거야?, 그녀가 죽었을 때 동조자살 비율이 갑자기 늘었던 게 사실이야?...
SOUTH KOREANS USE SUICIDE TO PRESERVE HONOUR
올리비아 존_ 객원 필자
사람들은 유명 인사들의 자살에 충격을 받는다. 로빈 윌리엄스의 죽음 이후 감당하기 힘든 슬픈 상황이 한동안 지속됐다. 자살은, 여느 정신건강에서 드러나는 여타 다른 요소처럼 문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한국 최고의 국민적 여배우였던 최진실 씨는 지난 2008년 10월, 스스로 목을 매 자살했다.
한국 문화에서 명예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최진실 씨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중은 그녀를 종종 이혼녀, 싱글맘 등으로 낙인을 찍어 바라봤다. […] 그녀의 이혼은 가정폭력의 결과였지만 법원은 “(그녀가) 결혼생활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고 “(결혼 생활의 유지를 위한) 존엄을 지키고 사회적, 도덕적 명예를 지키는 데 철저하지 못했다”고 판결했다.
그녀의 자살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녀의 자살 뒤 동조 자살의 기운이 일어 같은 달 자살률이 70% 증가했다. 2010년 3월, 그녀의 동생[이던 최진영씨]도 목을 매 자살했고, 그녀의 전남편[이던 조성민씨]도 2013년 1월에 목을 매 자살했다.
일련의 이러한 사례는 정신과 치료를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회의적인 시선을 보여준다. 하규섭 서울대 의대 정신과 의사는 한국인들이 심각한 우울증을 겪어도 [서구적인 방식의] 치료를 받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긴다고 말한다.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일과 삶에서]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가문에 수치로 된다. 때로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그 자체를] 감춘다.
가문의 명예 [혹은 평판] 를 지키는 것은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일이다. 가족구성원 가운데 우울증을 앓았거나 자살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린다. "사람을 두 번 죽이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죽은 사람의 명예가 [그 사람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더럽혀질 수 있다는 말이다.
조선대학교 정신과 의사인 김형수 씨는 이런 평판을 중요시하는 것에 사람들의 동요가 있다고 말한다. 한국인들은 그들이 심리치료를 받을 때마저 보험회사가 치료사실을 찾아내는 것을 막고자 치료비를 현금으로 계산한다.
서울대학교 정신과 의사이자 한국자살(예방)협회에서 연구를 하는 윤대현 씨는 한국인들이 [정신건강을 예방하기 위해] 전문적인 사람들보다 성직자나, 무속인, 혹은 접대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룸살롱 같은 곳을 더 많이 찾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정신건강에 관한 한 서구적인 접근은 확장되지 않았다.
한편, 한국의 우울증 비율을 계속 늘고 있으며 자살의 80-90%는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
2010년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자살을 받아들이는 것과 더불어 전문적인 치료를 거부하는 경향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율을 나타내는지 이유가 될 수 있다고 한다. (2014년, 한국의 자살률은 그린란드와 리투아니아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정부로 하여금 다리 위에 자살방지 시설을 만들거나,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늘리고, 24시간 운영하는 생명의 전화 같은 공공 예산을 확충하는 동인이 되었다. 일부 한국인들은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여전히 [진보적인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믿고는 있지만 변화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현재, 한국 정부는 정신건강, 자살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예산을 늘리고 있다. 온라인 모니터링을 통해 자살을 독려하는 사이트를 폐쇄했다. 과거에 자살하는 사람들의 흔한 수단이었던 농약, 그라목손은 현재 판매금지되었다. 그리고 개선된 연금 제도와 대기업 지원 등을 통해 과거 정신건강을 위한 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던 이들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정부가 이끄는] 공공 서비스의 메세지는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 자살한 데에는 자살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었던 그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들 [정부 서비스의 메세지는] 은 이제 명예는 삶을 통해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차적으로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프론트라인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이 어떤 삶의 가치와 방식을 갖고 있는지 그것을 이해해야 하며 그 문화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을 개선하는 열쇠이다. [*프론트 라인에 있는 사람들이 잘해야 한다] 생명을 버려서라도 명예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 [전통을 지닌 문화의] 나라에서는 해법 또한 그 전통을 깨는 것이 아니라 그 전통에 기반해 수립해야 할 것이다.
올리비아 존이라는 사람이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정신건강서비스 실태와 시민의식 등에 관해 얼마나 어떻게 잘 알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이 짧은 글만으로는 알 수 있는 게 대단히 제한적이다. 다만 필자는 전통적인 가치와 관념을 혁명적으로 뒤집지 않고도 해법을 찾아갈 수 있다는 데에 의미를 두는 것 같다.
"[...] They focus on the idea that honour can be regained by living."
죽지않고 살아 명예를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In a country where honour is tantamount to life, solutions must build on tradition, not break it."
명예의 가치가 생명보다 중요한 나라에서는, 해법 또한 이 가치를 부수는 것이 아니라 이 가치에 근거해야 한다.
서구인들의 의식에서는 이른바 명예를 위해 자신을 죽이거나 (자살), 가족을 살해하는 것 (명예살인) 이 매 한가지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일 테다. 따라서 그들이 이해할 수 없는 관념의 측면을 부수지 않고 (not to break) 그것을 인정한 가운데 정책을 수립하자는 포인트를 찾아낸 혜안이 놀랍다. 한국정부의 움직임을 그렇게 해석해낸 관점이 놀랍다. 꿈보다 해몽이지만.
* 나는 자살하는 사람들을 존중한다. 그러나 타인을 살해하는 명예살인 따위에는 철저히 반대한다. 자살과 타살의 차이.
* 팩트 보충 http://www.salon.com/2014/03/15/why_is_suicide_so_popular_in_south_korea_part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