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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채식주의자'란 소설이 있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어서
읽거보고 싶었으나, 구할 수가 없었다.
'한강'이라는 소설가도 마음에 들었고 (이름이 너무 좋다. '한강'이라니...)
'채식주의자'라는 소설제목도 너무 흥미로워보였다.
창작과비평 2004년 여름호에 실려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철지난 계간지는 사 볼 수가 없어서 밖에 있는 친구들에게 부탁했지만
친구들도 구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최근 친구를 기다리다 영풍문고에 들어갔는데
우연히 스치듯 지나가는 눈길에 '채식주의자'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예상치 못했던, 하지만 막연하게나마 기다리고 있었던 만남의 순간,
마치 심심해서 틀어본 라디오에서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희미하게 흘러다니던 멜로디의 노래와 만나는 순간 같은 그런 기분이랄까.
덜컥 책을 사와서 얼른 봐야지 얼른 봐야지 하다가
갑자기 삶이 바빠지는 바람에 가방 속에 넣어두고
아침저녁으로 내 어깨에 삶의 무게만 더했던 책이 되어버렸다.
이제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그녀는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을까
한강 연작소설 채식주의자 정민호(hynews20)
문학상을 수상한 단편소설이 실린 소설이라면 수상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그 외의 작품들과 비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상문학상’이라면 어떨까? 이상문학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문학상으로 통하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홍보효과가 확실한 만큼 우려도 크다.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볼 때도 그것을 예감했다. 이상문학상을 수상해 그녀의 이름을 알리는데 일조한 ‘몽고반점’과 함께 실린 소설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한강은 이것을 기우로 만들었다. 작품이 고르기도 하지만, ‘연작소설’이라는 구조로 이상문학상 수상작 ‘몽고반점’을 다르게 만들었다. <채식주의자>에 실린 소설의 3개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만든 것이다.
첫 이야기는 표제작 ‘채식주의자’가 열고 있다. '채식주의자'의 남자는 적당한 여자와 결혼했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그런 아내를 골랐다고 자신하며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정확히 말하면 아내가 꿈을 꾼 순간부터 그런 생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아내는 핏빛으로 가득한 불길한 꿈을 이야기하며 채식주의를 고집하게 된다. 사람이 살다보면 가끔 그런 날이 있으려니 하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아내의 고집은 보통이 아니다. 그것은 고집이 아니라 삶의 신조였다. 아니 ‘삶’, 그 자체였다. 아내는 집에서 채식이 아닌 모든 것을 거부한다.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생활은 온통 채식주의다.
그와 함께 부부동반 모임에 나가서도 마찬가지다. 그가 민망할 정도로, 그녀는 다른 사람들을 당황시킬 정도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그때부터 남편은 이게 보통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장인어른과 장모 등 아내의 식구들을 불러 아내에게 억지로 고기를 먹이려고 한다. 이럴 때 그냥 넘으면 끝날 소동이 벌어지지만 아내는 죽을 각오를 하고 그것을 거절한다.
그녀의 ‘채식주의’는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일까? 공격적인 남자들과 여러모로 비교된다. 출세하려는 사회적인 동물들과도 비교된다. 그녀의 삶은 여성적이며 또한 자연적이다. 그녀는 어떤 억압이 와도 그것을 거부하는데 상상할 수 있다시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녀는 말을 잃어가고 세상을 잃어간다.
이상문학상 수상작 ‘몽고반점’은 채식주의자가 된 그녀가 처제로 등장한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처제에게 고기를 먹이려고 했던 자리에 있던 형부다. 이상문학상 수상작이 발표됐을 때와는 그 의미부터가 다르지 않은가? 형부가 처제의 몸에 식물을 표현하려고 할 때로 생각해보자. 이상문학상에 실렸을 때와 ‘채식주의자’라는 소설의 연작소설로 볼 때와 그 의미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세 번째 소설 ‘나무 불꽃’은 처제와 함께 있다가 신고당한 형부의 아내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녀 역시 ‘채식주의자’에서 억지로 고기를 먹이려던 그 순간에 있었다. 그녀는 소설에서 언니로서 그녀를 지켜보며 삶을 이야기한다. 나무와 식물을 이야기하는 동생을 보면서 그녀는 고달픈 삶을 말한다. 뭔가가 헝클어진 삶을, 너무 슬퍼서 되레 슬픔이 느껴지지 않는 복잡다단한 삶을.
한강은 세 개의 소설을 통해 여러 개이면서 동시에 하나인 이야기를 말하고 있는데 말하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 자극적이지만 선정적이지 않고 슬프지만 억지로 눈물샘을 쥐어짜지 않는다. 독특한 방식으로, 그러면서도 담담하게 말을 건네는데 그 깊이 때문인지 가슴 속을 한바탕 휘젓고 있다. 소설의 언어가 그윽하고 말하는 바가 의미심장하기에 그러리라. 그것을 깨닫는 순간, 한강 소설이 비상하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으리라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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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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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강을 무척 좋아해요. 한강의 <검은사슴>은 마음이 팍팍하거 울적해질 때 읽고나면 정신이 쨍하고 맑아지는 것같더라구요. <그대의 차가운 손>도 좋았었는데....저는 한강이 또 빨리 장편을 썼으면 좋겠어요. 아기 키우느라 힘들어서인지 장편이 안나오는군요. ^^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