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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철거는 마음을 철거하는 것

이를테면 하늘을 찌를듯 솟아있는 타워팰리스 같은 사람살기 힘든 집들은

돌덩이가 맞다. 그 집을 철거한다는 것은 그냥 돌덩이를 부수는 것이다.

 

건설회사가 대규모로 뚝딱 만들고 마치 닭장처럼 사람들을 가두어 두는

고층의 아파트들은 그냥 잠을 자는 숙소일 뿐이다.

 

원래 사람사는 집은 그런것이 아니다.

원래 사람이 꽃과 나무와 벌과 나비와

지렁이와 개미와 함께 살아가는 집은 단순한 돌멩이 흙덩어리가 아니다.

 

건설회사따위가 지어낸 싸구려 겉치장은 없어도

직접 살아갈 사람이 지어낸 집들은 그 정성과 마음이 들어있다.

그리고 그 집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땀과 채취와 영혼이 담겨있다.

사람들과 더불어 세월을 견뎌온 나무와 바위 모두가

그 집의 식구이자 주인이다.

 

단순히 국가에 등록된 주소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회사의 돈벌이와 부동산투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집은 완성되어 있는 조그만 한 세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집을 철거하는 것은 국가의 행정구역에서 주소가 하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돌덩이와 나무, 흙덩이를 부수는 일이 아니다.

 

그 집과 함께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생명을 부수는 일이며

이미 완성된 한 세상을 부수는 일이며

그 집에 담겨있는 사람의 마음을 부수는 일이다.

인간의 마음을 파괴하는 것이다.

 

대추리 도두리의 빈집이 철거되면

마을에서 쫓겨나는 것은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뿐일까?

우리는 과연 인간의 마음이 세상의 마음이 파괴된 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집을 철거하려고 준비하는 사람들, 실제 중장비를 움직이며

그 집들을 파괴하려는 사람들은 과연

인간의 마음이 사라진 세상에서 살아갈 자신이 있을까?

자신이 세상의 마음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대추리 도두리의 마음이 무너지고 커다란 구멍이 생기면

내 마음도 파괴되고 커다란 구멍이 생기는 것이다.

세상의 마음도 파괴되고 복구되기 힘든 커다란 구멍이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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