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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거울'

해가 바뀌었다.  몇백년만의 돼지해, 어쩌구 하면서 난리 법석을 떠는

TV며, 신문이며, 심지어 거리의 노점상까지 황금색 돼지 저금통을

진열해 놓고선 정신 없이 올해의 화려한 타이틀을 늘어 놓기 바쁘다.

 

그렇게 정신 없는 거리를, 내 생애에서 몇 안될 그 마지막 날을

나또한 너무도 '행복'하거나, 또는 '화려'하게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랄만 했다.  특별한건 없었지만, 맛있게 밥먹고 원없이

술도 먹고, 영화도 보고, 남들이 할건 다 했는데 웬지 가슴 한켠에는

찬바람이 휑 하고 불기도 했었다.(이유는 대충 생략한다..)

 

 



길게 풀자니 횡설수설이 될것 같다.

하고픈 말은, 어젯밤 잠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다.

자려고 이불을 펴는데, 갑자기 아이가 내 옆에 와서 한마디 던진다.

 

"철들지 마! 인생이 그런거지 뭐~"

'헉! 이게 뭔소리야??'(그리곤, 찔렸다...지 눈에도 내가 철없이 보이는걸까? 하면서..)

"너 그거 어디서 들은 말이야?"

"엄마 메신저에 써 있던데?"

'잽싸기도 하다...언제 그걸 보고 절묘하게 써 먹을 생각까지 한걸까?'

(오늘도 또 한방 먹었다...)

 

하튼 애 앞에선 숭늉도 못 마신다는 말이 너무너무 가슴에 박혀왔다.

보는 족족, 느끼는 족족 저렇게 잽싸게 갖다 붙이는거 하며,

흉내까지 내는거 하며, 말 한마디에 토를 다는거 하며...

무섭다...

그래서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특히나 지금은 방학이다.

말한마디 행동거지 하나하나 신경을 안쓸래야 안쓸 수 없게

만드는 '가정교육'(?)이 나는 너무 부담 스럽다.

 

그리곤, 갑자기 작년에 읽었던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가 생각났다.

골수 운동권인 아버지와 아들의 톡톡튀는 재미난 대화들이....

(독후감을 써야 하는데 결국은 못쓰고 해를 넘겼구나..쩝~)

쨌든, 무서운 거울은 피하는게 상책인데....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는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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