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만 국가들 사이의
역사적인 우호 관계 간과
긍정적 관계 개선도 진행중
페르시아만 국가들 사이의
역사적인 우호 관계 간과
긍정적 관계 개선도 진행중
연합뉴스
이란 외무부가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두고 “페르시아만 국가들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긍정적 관계 개선에 대해 전적으로 모르는 발언”이라며 강한 비난을 내놨다.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카나니 대변인은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과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의 역사적이고 우호적 관계와, 이들 사이에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긍정적인 발전에 대해 전적으로 모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란 정부가 한국 정부의 최근 입장, 특히 이란과 UAE의 관계와 관련해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이번 사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을 격려하면서 “여기가 바로 여러분들의 조국”이라며 “우리의 형제 국가인 UAE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고 말했다. 이어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대통령실은 “현재 한-이란 양자관계와는 무관하다”며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의 말씀이었다. UAE가 당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에서 하신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정영학 녹취록 보고서③]경기관광공사 사임한 유동규, 유원홀딩스 설립... 남욱, 35억 건네
| 지난 1월 12일 1325쪽에 이르는 '대장동 정영학 녹취록'이 '뉴스타파 DATA 포털'에 공개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녹취록 가운데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연속보도합니다.[편집자말] |
2020년 10월, 그때는 이재명 vs. 이낙연이었다.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하던 때였다. 상승세는 이재명이었다. 한때 리얼미터 기준 25% 포인트 이상 벌어졌던 두 사람의 격차가 오차 범위 안으로 바짝 좁혀졌던 시점이었다. 당시 퇴임의사를 밝힌 윤석열 검찰총장(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는 있었지만, 그때까지 이들 두 사람과 윤 총장의 격차는 제법 있던 상황이었다.
비슷한 시기, 대장동 정영학 녹취록에 따르면 '대장동 일당 4인방(김만배·남욱·유동규·정영학)'의 대립 구도는 김만배·정영학 vs. 남욱·유동규였다. 대장동 수익 배분과 관련 특히 김만배와 남욱 두 사람 사이는 크게 벌어져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만배가 보기에 남욱은 "괜히 관여해서 사이 벌리는 것이 기술인 애"였고, 정영학이 보기에 유동규는 그런 남욱과 "같이 붙어있는" 사람이었다.
김만배 "유동규 저쪽 탈출해서 사업하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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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왼쪽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남욱 변호사가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
| ⓒ 연합뉴스 | |
2020년 10월 26일, 김만배와 정영학은 판교 ○○○○○에서 만난다. 인근에 골프장이 있는 곳이었다. 차를 시키고 잠깐 골프 얘기를 나누다가 김만배는 유동규 이야기를 꺼낸다.
[2020년 10월 26일, 판교 ○○○○○]
김만배와 정영학 대화 "유동규 저쪽 탈출해서 사업하고 싶어한다"
김만배 : "동규는 저쪽에서 탈출을 해서 사업을 하고 싶은 거지. (정영학, 네 분위기도 좋은데, 좋죠) 아니 그런데 걔는 만약에 저기 가서 쫓아갔다가 부정한 일이 나타나면 난리 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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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10월 26일, 김만배는 정영학에게 "유동규가 저쪽에서 탈출해서 사업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 |
| ⓒ 뉴스타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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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원홀딩스가 과거 입주했던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건물. | |
| ⓒ 이정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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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년 2월 1일, 김만배는 정영학과의 통화에서 "유동규가 지금 엄청나게 대든다"고 사실상 하소연을 한다. 그러면서 김만배는 유동규 요구대로 투자가 들어갈 경우 "몰살"이라고 우려했다. | |
| ⓒ 뉴스타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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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원홀딩스 등기부. 회사 설립일자는 2020년 11월 10일이다. 그리고 2020년 12월 31일, 유동규는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사임한다. | |
| ⓒ 이정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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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탈자 신고[2023년, 묻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전홍기혜 기자/이명선 기자 | 기사입력 2023.01.16. 07:05:50
"대입수학능력 시험 결과 상위권 159명의 성적이 시스템 오류로 10점씩 낮게 나왔다면 교육부 장관이 자진해서 사퇴하겠다고 하지 않을까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석달이 되어가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주 국회 국정조사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도 종결됐지만, 이 장관은 건재하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프레시안과 신년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참사와 관련한 '사회적 감각'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수능 점수'와 비교하며 말했다.
그는 "진상규명은 어떤 사건의 프로파일을 완성하는 과정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가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돼야 한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문제가 정말로 중요하며 책임지지 못하면 자리가 위태롭다는 감각을 키우고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이를 독려하는 정부 조직과 기조가 자리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이상민 장관 퇴진 운동’은 참사의 정쟁화가 아니라 정치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며 올해 인권의 차원에서 시민들이 요구해야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이태원 참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는 유가족을 끝까지 '개인화' 시키려 했고, 이런 태도는 여성가족부 폐지, 장애인 이동권, 화물연대 파업 등 다른 사회경제 정책에 있어서도 일관되게 발견된다.
장애인, 여성, 노동자 등이 시민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평등을 주장하고 나서면 윤석열 정부는 "평등성과 보편성이 아닌 편 가르기를 하는 정치"를 통해 "차별의 문제를 피해를 경쟁하는 문제로 만들고 있다"고 미류 활동가는 지적했다. 장애인 이동권을 지적하면 이를 당장 시민의 불편을 대립하는 문제로 제기하면서 시민과 장애인이 대립하는 구도로 치환시킨다.
"윤석열 정부는 집단적 권리의 실현을 통해서 모두의 권리를 증진하는 것은 철저하게 배제한 채 개인을 구제하는 방식을 '개혁'이라고 말한다. (…) 많은 이들이 윤석열 정부가 공정을 이야기하니까 이명박 정부를 떠올리는데, 윤석열 식의 공정은 MB 정부 때보다 더 위험하다. MB는 공정을 가이드 혹은 지향으로 이야기했다면, 지금 윤 대통령은 개인의 권리 자격을 묻는 잣대로 공정을 들이대고 있다."
다음은 미류 활동가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프레시안 : 이태원 참사 발생 석 달이 되어가고 있지만, 희생자 유가족들은 "아직도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없다"며 울부짖고 있다.
미류 : 두 가지 이유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국가의 책임 부정이다. 참사 직후부터 "주최 측 없는 행사"(박희영 용산구청장),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 아니었다"(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같은 말들이 나왔다. 특수본은 "책임 소재를 규명"하겠다며 수사를 했다. 국가가 "책임" 자체를 지지 않겠다고 하는데 소재를 밝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결국 꼬리 자르기였고, 유가족들에게 진실도 정의도 되지 못한다.
다른 하나는, 재난참사 진상규명이 누군가 고통과 죽음을 겪은 과정을 살피는 일이라는 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 정부기관 업무 평가와 다르다. 재난참사의 진상규명이라는 것은 각각의 고유한 빛깔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삶과 존엄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되짚는 과정이어야 한다. '도대체 그날 어떤 상황이었기에 꼼짝할 수 없게 됐고, 꼼짝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또 어떤 우연들이 겹쳐서 목숨을 잃게 되었는가?' 혹은 '살아남았지만, 이런저런 힘든 상황 끝에 겨우 살아남은 건가'처럼 구체적이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진상규명이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각각의 고유한 빛깔을 가진 159명과 함께 살면서 지키고 싶었던 것,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하면 다시 지켜나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와야 비로소 '이태원 참사를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가 완성된다고 본다.
"'정쟁화'는 옳지 않지만 '정치화'는 중요하다"
프레시안 : 지금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열리고 있는데, 정치권으로 넘어오니 역시나 정쟁으로 치닫고 있다.
미류 : 세월호 참사와 마찬가지로 이태원 참사도 정쟁의 대상이 됐다. 재난참사를 이렇게 정쟁화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정치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재난참사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가 침해된, 혹은 그것을 보장하는 데 국가가 실패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재난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는 '우리 사회가 무엇을 잘못했고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를 밝히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단편적인 사실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참사 당일 윤석열 대통령보다도 19분이나 늦게(10월 29일 오후 11시 20분) 보고를 받고 85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그런데도 "제가 그 사이에 놀고 있었겠나", "중대본 가동은 촌각을 다투는 문제는 아니다" 같은 말을 했다. 재난안전 주무부처로, 이태원 참사에서는 재난관리 주관기관의 장으로, '10분이라도 더 일찍 보고 받았다면 무엇을 더 할 수 있었을까?', '중대본을 조속히 꾸렸다면 기관 간 협조가 조금이라도 원활하지 않았을까?'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도 부족할 판에 잘못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럴 경우, 행안부 하위 기관도 '더 빨리 보고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했어야 했지?'와 같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 아니, 할 필요가 없다. 왜? 상급자가 그런 말을 안 하니까. '괜히 일찍 보고하려고 애쓰지 말자'가 되고 만다.
그러면서 이상민 장관은 "현재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159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를 두고 자신은 최선을 다한 듯 말하는 장관에게 어떻게 우리의 생명을 맡기나. 이런 사람이 우리의 안전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 그만둬야 한다.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프레시안 : 참사를 인권의 관점으로 보고 진상규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류 :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진상규명이라는 것이 어떤 사건의 프로파일을 완성하는 과정이 아니라 우리의 권리가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지 함께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축제를 한다고 사람이 모일 때 경찰들이 가이드라인을 펼치고 질서유지하는 사회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 않나.
정부는 진상규명의 시작과 동시에 이미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지난해 11월 행안부는 '주최 측 없는 행사'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책임 강화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112 반복 신고 감지시스템 구축', '112기본법 제정', '혼잡경비 업무 담당 민간 경비원 육성' 같은 대책을 발표했다. 이태원 참사가 주최 측 없어서 발생했나? 혼잡경비 업무를 담당할 경찰공무원이 부족해서 발생했나? 112신고가 반복되는 걸 감지할 기술이 없는 게 문제였나? 참사의 원인 규명과 무관한 대책들만 무성하고, 정작 우리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가 어떻게 더 지켜지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을 개선하고 시나리오별 대응 훈련을 반복하는 기술적·기계적인 것만으로 위험을 감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은 위험 상황을 인지하는 역할을 맡은 관련자들이 '이 문제는 정말 중요하다. 책임지지 못하면 정말 위태롭다'와 같은 감각을 키우고 그런 감각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이런 것을 독려하는 정부 조직의 기조와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사람 목숨'보다 '수능 점수'를 더 중시하는 사회
프레시안 : 정쟁화는 옳지 않지만 정치화는 중요하다고 했다. 정치화한다는 것은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인데, 책임을 묻는 순간 다시 정쟁이 된다. 참 어려운 문제다.
미류 : 어려운 문제지만, 사회적 감각을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대입수학능력 시험 결과 상위권 159명의 성적이 시스템 오류로 10점씩 낮게 나오면 교육부 장관은 어떤 입장을 밝힐까? 자진해서 사퇴하겠다고 하지 않을까? 다시 말해, 서울 한복판에서 길을 걷다가 159명이 사망했는데,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은 자진 사퇴는커녕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이는 곧, 한 사회가 어떤 사건의 비중이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다.
프레시안 :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10대였던 이들이 2022년 20대가 돼 이태원 참사를 겪은 셈이 됐다. 이 같은 집단 트라우마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 같다.
미류 : 참사에 따른 트라우마는, 특정 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누구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살다가 사회적‧정치적 감각을 갖게 되는 사건이 있다.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당시 10~20대였던 사람들에게 어떤 정치적 감각을 갖게 한 것처럼, 세월호 참사 또한 어떤 이들에게는 우리 사회 혹은 정치에 대한 감각을 형성하게 된 계기가 됐을 것이다.
트라우마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날 것 같다. 우선은 이태원 참사를 처음 접했을 때 분노했을 수도 있지만, '뭐가 좀 달라지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와 같은 무력감도 있었을 것이다. 솔직히 분노보다는 무력감을 더 크게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또 언제 어디서 위험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내가 더 위험해. 내 일자리가 더 불안해. 내 안전이 더 문제야' 같은 피해 경쟁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나'의 문제 혹은 '내'가 겪는 문제가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기를 서로 경쟁해야 되는 상황, 이런 게 더 강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프레시안 : 더는 무력감을 느끼지 않고 피해 경쟁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참사로부터 회복될 수 있을까?
미류 :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은, 그동안 어떤 사회를 작동하게 한 구조나 시스템이 붕괴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참사로부터의 회복은, 구조와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인 동시에 무너진 신뢰를 다시 찾아야 하는 일이다.
신뢰는 절대 혼자 만들 수 없다. 타인을 믿을 때, 서로 믿는 관계가 확장될 때 신뢰가 생긴다. 따라서 혼자 안전하려고 하는 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리 스스로가 타인을 혹은 사회를 믿을 수 있어야 '내가 안전하다'는 감각이 돌아올 수 있다.

'안 된다'는 신호,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
프레시안 : 지난해 봄,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46일간 단식을 했다. 그런 투쟁 덕에 법안 발의 15년 만에 처음으로 공청회가 열렸다. 비록 반쪽짜리였지만…. 우리 사회에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는?
미류 : 차별이라는 사건은 사회적 구조에서 비롯되지만, 그 피해는 개별적으로 겪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차별당했다'고 주장하기보다 그냥 참고 살기를 택한다. 그런 순간, 누군가는 좀 더 싸워볼 수 있게 공적인 역할을 하는 제도가 차별금지법이라고 생각한다.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을 하면서 '누구도 혼자 남겨두지 않는 법'이라고 했다. '차별당했다'고 호소하는데 모두 무시할 경우 혹은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라며 스스로 자책하는 경우 또는 '네가 유난스러운 게 문제야'라고 사회가 말할 때도 혼자 남겨두지 않겠다는 법이 차별금지법이다.
차별의 구조를 바꾸는 싸움은, 누군가의 싸움으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 차별의 구조는 역사적으로 축적된 것인 만큼 누군가가 먼저 용기를 내고 시작해야 맞설 수 있다. 결국은 우리가 함께 싸우기 위해서라도 누군가 먼저 싸울 수 있도록 법을 통한 보장이 필요하다.
법 제정이 자꾸 미뤄지는 이유 중 하나는 차별금지법을 차별을 겪는 '일부'의 문제, '소수'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사회에서 더욱 구조화되고 있는 이 '혐오'라는 문제 때문에라도 법 제정을 더는 늦출 수 없다.
혐오는 다층적일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축적된 것이기 때문에 법을 만든다고 해서 해소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런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신호는 분명히 필요하다. 단지 당신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어떤 집단을 악마화·타자화하거나 특정 권리에서 배제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일단 '안 된다'라는 신호를 줘야 한다.
뿐만 아니라 차별과 혐오는 먹고 사는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다.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내가 왜 저 사람보다 덜 받아야 해?'라는 물음에 '너 고등학교밖에 졸업 안 했잖아', '너는 여자잖아', '너 아직 청소년이잖아'라는 말로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 이주민이나 성소수자의 경우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데, 이런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신호가 필요하다.

"차별의 문제를 '피해의 경쟁'으로 만드는 정치"
프레시안 : 차별금지법 제정에 큰 저항 중 하나가 성소수자 혐오 문제인데, 종교와 결부돼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미류 : 얼마 전 김진표 국회의장이 저출생 해법을 논하는 자리에서 "동성애·동성혼 치유 회복 운동"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세력들이 말하는 '병이다' 류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지만 우리 사회는 내가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누군가가 '다르다'고 지목하는 집단과 나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소수자와 자신이 어떤 의미에서 동료 시민인지 이해를 못 하고 있다.
소수자와 동료 시민으로 마주하고, 그래서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의 핵심 아닐까?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평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정치권부터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프레시안 : 과거에는 평등권 문제를 시혜나 수혜 차원에서 접근했다면, 지금은 '내 것을 빼앗고 있다'는 인식을 하게 만들고 있다. '장애인 지하철 시위'만 해도 장애인의 이동권 요구를 '나의 출퇴근 시간 불편을 가중시키는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미류 : 차별의 문제를 '피해를 경쟁하는 문제'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 '장애인들이 이동 못하는 것, 그래 그것도 좀 문제지. 그런데 시민의 불편은 어떻게 할 거야?'라는 인식, 즉 이동권이라는 문제를 시민과 장애인이 대립하는 문제로 치환했다.
지금의 한국 정치가 양산하고 있는 큰 문제 중 하나다. 평등성과 보편성이 아닌 어느 한쪽의 편을 들게끔 편 가르기를 하는 것, '일반적으로 여성들의 피해가 더 크지. 그렇다고 남성들이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은 아니야'라며 본질을 벗어나 편 가르기 하는 방식, 그게 바로 '이준석 식 정치' 아닌가.
"윤석열 정부, 젠더 이슈를 '여성 대 남성'의 갈등으로 치환했다"
프레시안 : 혐오를 말할 때 젠더 이슈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지금 10대들에게는 '페미니스트'가 하나의 욕이 됐다. 이런 사회에서 여성은 자신의 권리를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나?
미류 : 젠더라는 것은 그 자체로 갈등적 개념일 수밖에 없다. 여성에게 강요되는 역할이 있듯 남성에게도 그에 부합하는 요구가 있다. 이는 동시적으로 작용하는 것이고 '나답게' 살고자 하는 바람이든 관계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든 누구에게나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갈등을 조직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젠더 이슈를 '여성 대 남성'의 갈등으로 치환해버렸다. '신당역 살인 사건'을 우연히 정신질환을 앓는 남성과, 우연히 그 남성에게 걸린 여성 개인의 문제로 만든 것이다. 여가부 장관은 "신당역 사건은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라며 "남여 이중 프레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무총리는 또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에 효과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했다. 구조적인 문제를, '여성 대 남성'의 문제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이들의 프레임이다.
핵심은 '구조'를 없애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구조를 향해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폭력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향하는 방식이 됐지? 왜 여성들은 이렇게 쉽게 폭력의 대상이 되는 거지? 왜 여성들은 폭력의 피해를 입어도 사회에 대고 그것을 '폭력'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거지?'라고.
프레시안 : 역시나 정치권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미류 : 활동가 입장에서 보면, 정치권에 기대하는 것도 기다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 정부는 미투(#Metoo)와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확장된 성차별 구조에 대한 인식과 문제제기를 쫓아가려는 시늉이라도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여가부 장관이나 총리의 발언에서 본 것처럼 어렵게 쌓아온 하나의 흐름을 역으로 이용하고 있다. 문제는 민주당 역시 이런 흐름을 겨우 쫓아왔기 때문에 누군가 역으로 돌리려는 걸 다시 제 방향으로 밀어붙일 힘이 없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 시민을 '피해 호소인'으로 만드는 정치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 : 윤석열 대통령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발언 또한 젠더 이슈나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류 : 윤석열 대통령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발언은 윤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강조했던 "약자와의 동행"과 연결해서 생각해야 한다. 구조나 시스템이 아닌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진짜' 약자를 분리한다는 전략이다.
반노조 정책도, 단순하게 '노동자라면 그냥 시키는 대로 해'가 아니다. '노동조합은 강자야. 약자는 노조도 구성 못하는 다른 데 있어'라는 의미다. 즉, '네가 개인으로 남아있는 한 국가는 도움을 줄 거야. 그런데 집단을 구성해 무언가를 더 내놓으라며 싸운다면 너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야'라는 것이다.
범죄 피해를 입은 여성들에게도 '그냥 그렇게 있으면 법무부가 도와줄 거야'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신당역 사건 때 주무부처인 여가부보다도 법무부가 더 적극적이었다. '구조적 차별은 없지만, 법적으로 피해를 구제할 여성들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강력하고 단호하게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윤석열 정부의 여러 가지 개혁은 '개인을 구제하는 방향'에 방점이 있다. 집단적 권리의 실현을 통해서 모두의 권리를 증진하는 것은 철저하게 배제한 채. 따라서 '여가부 폐지'라는 전선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싸움이라고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도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메시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돼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미국 트럼프 정권의 통치를 '트럼프 월드'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한국에는 윤석열 정권이 만들어 가고 있는 '윤석열 월드'가 있는 것 같다. '윤석열 월드'는 법질서 아래 그 어떤 피해도 입지 않고 굳건하지만, 그 안에서 발생하는 온갖 피해는 모두 개인의 몫이 되는….
미류 : 그렇다. 윤석열 정부의 개혁은 구조는 그대로 두고 그 구조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선에서 '구제하겠다'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을 권리를 가진 시민이 아니라 '피해 호소인'으로 만드는 정치를 하고 있다.

'윤석열의 공정'이 'MB의 공정'보다 더 위험한 이유
프레시안 : 보수 정권이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와 윤석열 정부와 유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어떤 면에서 보면 윤석열 정부가 한 단계 더 나아갔다는 느낌도 들고.
미류 : 그렇다. 그러나 MB 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시기적으로 다르다. MB 정부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지만 한국은 그 피해를 덜 겪으면서 정책 기조가 4대강사업 같은 토목사업에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불안정성이 더욱 높아졌다. 훨씬 더 심각한, 그래서 제대로 된 구조적 재편이 필요한 때다.
프레시안 : MB는 소수 집단의 욕망을 극대화해서 그 소수가 나눠 먹는 방식으로 재편했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개개인을 파편화시켜 무력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미류 : MB 역시 '공정의 전도사'였다는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유사한 점이 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MB는 공정을 가이드 혹은 지향으로 이야기했다면, 지금 윤 대통령은 개인의 권리 자격을 묻는 잣대로 공정을 들이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화물연대나 건설노조를 '사업자'라고 하면서 칼을 빼든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청소 노동자가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폐기물을 처리해주고 주민들에게 직접 수수료 3만2000원을 받은 일로 징계해고된 데 이어 지방고용청을 상대로 한 실업급여 불인정 처분 소송에서 패소해 실업급여도 받지 못하게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규칙을 위반했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유가 되느냐 하는 문제에서는 상식적이지는 않다. 그런데 규칙의 문제가 되어 버리는 순간 혹은 불법이라고 결론 내리는 순간 정당화된다.
시민단체 회계감사 문제도 비슷한 경우다. 시민단체가 국고보조금을 공익적으로 쓰고 있느냐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사회적 문제다. 그런데 회계 기준에 맞춰 사용했느냐의 문제로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시민단체의 실질적인 평가와는 무관한 일이 된다. 회계 기준은 결사의 자유를 누릴 자격의 잣대가 될 수 없다.
규격화된 기준으로 잘잘못을 가려 처벌한다면, 결국 우리 사회에 사회적 가치라는 것은 남기 어렵다. 계량화·규격화에 발목이 잡혀 더 나은 삶을 도모할 가능성이 제한당한다는 점에서 '윤석열의 공정'은 'MB의 공정'보다 더 위험한 면이 있다.
2023년에는 '이상민 퇴진·차별금지법 제정·기후정의' 외쳐야…
프레시안 : 이렇게 개인을 계량화하고 원자화하는 윤석열 정부의 맞서서 어떤 정치적 요구를 해야 할까?
미류 :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연이어 겪으면서 '국가의 부재'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정말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국가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국가를 원하는지 먼저 제안하고 구체적인 상을 만들어야 한다.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인권과 연관 지어 세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 번째는 기본이다. 국제인권규약은 인권 실현에 대한 의무를 국가에 지우고 있다. 기본을 지킬 줄 아는 국가를 만든다는 것은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를 지키고 책임지는 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마련하는 과정이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는 방법? 최소한이 이상민 장관 해임이다.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우리가 끌어내려야 한다.
다음으로, 지향이다. '평등'을 조금 더 실질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가의 지향점으로 '자유'만을 강조하며 왜곡하고 있지만, 자유와 평등은 서로 맞물린 개념이다. 근현대사적으로 반공주의 기조를 오래 경험했기 때문에, 자유보다는 평등에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그 어떤 정치 세력도 '대한민국을 평등하게 만들겠다'는 선언을 한 적은 없다. 결국 평등의 의미가 우리 사회의 가치와 지향으로 제대로 된 사회적 선언이 될 때 비로소 실질적 자유도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이후로 숨 고르기를 하며 또 다른 싸움 준비하고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 함께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
세 번째는, 체제다. 가치가 마련됐다고 해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구조가 절로 갖춰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질서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세계인권선언 제28조는 '모든 사람은 이 선언에 나와 있는 권리와 자유가 온전히 실현될 수 있는 사회체제 및 국제체제에서 살아갈 자격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 질서를 만들 것이냐와 관련해 '기후정의'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인간 대 자연'으로 인식됐던 문제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터전으로, 그 관계를 어떻게 다시 구조화할 것인가. 산업은 또 어떻게 재편되어야 할까. 이에 맞춘 삶의 양식은 또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이런 체제의 변혁·변형·변화에 대해 토론하고 구체적으로 만들어 싸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인권'이라는 것이 그냥 인간이라는 생물종의 한정된 권리가 아니라 '산다'는 것의 의미를 좀 더 새롭게 확인할 수 있는 언어이자 가이드이자 경험으로 공유될 수 있으면 좋겠다.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국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프레시안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한국의 국제입양 실태에 관한 보고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주민들이 15일(현지시간) 네팔 포카라에서 여객기 추락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네팔에서 한국인 승객 2명 등 72명이 탑승한 항공기가 추락했다. 사망자는 68명으로 중간 집계됐다.
15일(현지시간) 카트만두포스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네팔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향하던 네팔 예티항공 소속 ATR72기가 네팔 카스키 지구에 추락했다. 해당 항공기는 구공항과 신공항 사이 세티강둑에 떨어졌다. 포카라공항 착륙을 약 10초 앞둔 상황이었으며, 착륙 직전 불길이 관찰됐다고 인디아투데이는 전했다.
해당 항공기에는 승객 68명과 승무원 4명 등 총 72명이 탑승 중이었다. 네팔 민간항공국(CAAN)은 적어도 68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네팔 경찰은 확인된 생존자는 없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는 “사고가 난 네팔 예티항공 항공기에 한국인 2명이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국인 탑승객의 사망 여부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항공기에는 네팔인 외 인도인 5명, 러시아인 4명, 아일랜드인 1명, 한국인 2명, 호주인 1명, 프랑스인 1명, 아르헨티나인 1명이 타고 있었다.
Plane with 72 people on board crashes in Nepal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된 현장 사진과 영상 등을 보면 충돌 현장에서 연기가 피어나왔다. 인근 주민은 “항공기 절반은 산비탈에, 나머지 절반은 세티강 협곡에 떨어졌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구조를 위해 헬리콥터와 구조대가 현장에 파견됐다. 푸시파 카말 다할 네팔 총리는 긴급 장관회의를 소집해 내무장관과 모든 정부 기관이 즉각 구조 및 구호 활동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이날 사고는 네팔에서 30년 내 최악의 항공기 추락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1992년 파키스탄항공의 에어버스 A300기가 카트만두에 접근하던 중 언덕에 추락해 탑승자 167명 전원이 사망한 이후 가장 큰 항공기 추락 사고다. 네팔에서 항공 사고는 종종 발생한다. 에베레스트를 포함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14곳 중 8곳이 네팔에 있어, 갑작스런 기상 변화가 위험 상황을 만들어내곤 하기 때문이다. 2018년 3월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출발해 카트만두에 착륙하려던 여객기가 추락해 71명 중 51명이 사망했다. 지난해에도 항공기가 산자락에 부딪히며 22명이 숨졌다.
다만 15일 오전 사고 당시 날씨는 맑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네팔 정부는 패널을 꾸려 추락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팔 정부가 16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발표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날 추락한 ATR72기는 에어버스와 레오나르도의 합작이다. 항공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에 따르면 항공기 연식은 15년으로 파악됐다.
15일(현지시간) 네팔 포카라 항공기 추락 사고 현장에 구조대원들이 모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현장] 새해 첫 이태원 참사 추모제... "꼬리 자른 특수본, 아무것도 못한 국정조사"
23.01.14 18:36l최종 업데이트 23.01.14 20:07l
글: 김성욱(etshiro)
사진·영상: 유성호(hoyah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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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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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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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겨울비가 거짓말처럼 그쳤다.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해밀턴호텔 골목에서 불과 1500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참사 유가족들이 모여 있었다.
한 아버지가 단상에 올랐다. 2022년 10월 29일 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함께 있던 친구들을 잃고 고통스러워하다 지난 12월 12일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16세 고 이재현군의 아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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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서 159번째 참사 희생자가 된 고 이재현군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쓴 편지를 읽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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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태원 참사에서 겨우 생존해 돌아왔는데, 한 달 전에 다시 먼저 아들을 보낸 재현이의 아버지입니다. 그동안 재현이한테 편지를 쓰고 싶었는데, 마음이 아파서 편지를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런 기회를 주셔서, 재현이에게 오늘 편지를 보내고 싶습니다.
'재현아, 아빠야. 사랑하는 우리 아들. 재현아, 너의 마지막 43일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이태원에서 겨우 살아왔는데 또 다른 고통을 겪다가 친구들에게 갔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 차라리 이태원에서 친구들과 함께했다면 43일간의 고통은 없었을 거잖아.
재현이가 기적적으로 이태원에서 살아왔을 때, 살아온 것만 기뻐했지 너의 마음을 몰랐어. 지금 재현이가 없으니 이제야 재현이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거지. 재현이가 먼저 간 친구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좋아했는지 아빠 엄마는 모르고 있었어. 시간이 지나고 다른 친구들을 만나면 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 이제야 친구들을 정말 사랑했다는 걸 알 것 같아. 정말 친구들을 사랑했구나 우리 재현이가.
재현아. 엄마, 아빠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의 허전함과 고통이 이렇게 심한지 이제야 알게 되었어. 뭘 해도 가슴이 뻥 뚫린, 시린 느낌을 지울 수가 없거든. 그래도 엄마, 아빠는 서로에게 의지하는데, 우리 재현이는 혼자서 그 고통을 안고 있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랑하는 친구들을 두 명이나 한 번에 잃었는데 얼마나 외롭고 그리웠을까. 재현이가 죽기 전 일주일 동안, 밝은 모습으로 밥도 잘 먹고, 노래도 많이 부르고, 게임도 재미있게 해서 이제 조금씩 예전으로 돌아오나 하고 안심했었어. 그런데 그것이 친구한테 갈 결심을 하고 마음이 편안해져서 그랬다는 걸 알고 나서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
왜 아빠는 재현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을까. 아빠는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경험이 없어서 그래. 그래서 재현이의 마음을 몰랐던 거야. 지금 재현이가 떠난 지 한 달이 되었는데 바로 어제 일 같아. 그런데 재현이가 한 달 만에 친구들의 죽음을 잊고 예전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했다니. 너의 마음을 몰라서 아빠가 바보 같고 미안해.
재현아, 너는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 사람이거든. 그런데 아빠가 제일 많이 화를 낸 사람도 재현이더라고. 왜, 제일 사랑하는 재현이에게 제일 많이 화를 냈을까. 아빠와 아들 사이가 그럴 수밖에 없다지만, 이걸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난다. 내가 조금만 참았으면 됐을 일을. 우리 재현이한테 화를 많이 낸 거 미안해 정말.
재현이 너는, 그렇게 아빠 말 안 듣더니. 마지막도 아빠 말 이렇게 안 듣고. 혼자 먼저 가버리는구나. 아빠가 너한테 말했잖아. 죽더라도 아빠 죽고 나면 죽으라고. 그거 농담 아니었는데. 너 먼저 이렇게 가버리면 아빠는 남은 인생 너만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잖아.
우리 재현이 이제 겨우 16살인데. 엄마, 아빠 품에 더 있어야 하는데. 우리 품에서 너를 더 키워야 하는데. 이렇게 너를 잃어버린 엄마, 아빠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너는 어리니 친구들을 따라 훌쩍 떠날 수 있지만 엄마, 아빠는 그럴 수가 없잖아.
아빠의 제일 큰 행복이 재현이랑 OO 품에 안고 자는 거였는데. 니들이 다 커서 이제 그럴 수가 없었잖아. 그래서 이번에 같이 여행가면 핑계 대고 둘 다 꼭 안고 자려고 했는데 너무 아쉽다.
재현아, 네가 떠난 지 한 달 되던 날에 밤부터 비가 내렸어. 꼭 네가 엄마, 아빠한테 미안해서 우는 거 같았어. 하지만 엄마, 아빠한테 미안해하지 마. 전혀 미안해하지 마. 엄마, 아빠 아들 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정말 고마워. 다음 생에도 엄마는 꼭 엄마 해주고 아빠는 꼭 아빠 해달라고 했잖아.
우리 다음 생에도 꼭 만나자. 다음 생에는 좋은 아빠가 될게. 아빠 죽는 날 꼭 마중 나와야 해. 죽는 날까지 절대 잊지 않을 거야. 재현아 사랑해. 너무 보고 싶어.'
이런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윗선' 수사 안 한 특수본, '맹탕' 된 국정조사… 유가족 "시민 여러분, 연대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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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왼쪽)씨가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서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 조미은씨를 위로하며 안아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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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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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번째 희생자인 고 이재현군 아버지의 편지에 우비를 입고 모인 유가족들과 수백 명의 시민들이 함께 울었다. 한 어머니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청년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를 붙잡고 한참을 서서 오열했다.
가수 장필순씨도 검은 옷을 입고 추모제에 참석했다. 그는 유가족들 앞에 서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제비꽃>을 불렀다. 그는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 너머 먼 눈길 넌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라고 노래하다 눈물 흘렸다. 그는 "해결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날짜만 지나가는 것 같다"라며 "노래로 위로해 드리러 왔다"고 했다.
새해 들어 열린 첫 번째 이태원 참사 시민 추모제였다. 참사 후 78일이 지났지만, 책임자 처벌은 멀어지고 있다. 전날인 13일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윗선에 대한 책임은 전혀 묻지 않은 채 70여 일간의 '셀프' 수사를 마무리했다. 50여 일간 진행된 국회 국정조사 역시 여야의 무관심 속에 성과를 내지 못했고, 전날 사실상 종료됐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국정조사는 아무것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채 보고서 채택만 남겨뒀고, 특수본 수사는 '꼬리 자르기'로 끝을 맺었다"라고 했다. 유가족협의회 대표이자 고 이지한씨의 아버지인 이종철씨는 "어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태원 사태로 인해 경기지표가 나쁘다고 발언했다"라며 "정부는 이제 경제까지 아이들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다. 시민들이 연대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걸 막아달라"고 했다.
가족들은 희생자를 추모하며 부둥켜안고 가슴을 치고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대통령실을 향해 "사죄하라"고 소리쳤다. 이날 유가족들, 참사 생존자들 발언을 그대로 싣는다.
[고 조경철씨 누나 조경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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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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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 도중 비가 내리자, 한 시민이 우산을 꺼내 유가족이 비에 젖지 않도록 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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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엄마 대신 편지를 읽겠습니다.
'안녕 경철아 엄마야. 경철이가 떠난 지 78일이나 지났어. 경철이 사진들을 봐도 또 봐도 너무 보고 싶고 너의 방에서 지내도 늘 너의 빈자리 좁혀지지가 않아. 좁혀지기는커녕 더 너의 빈자리를 크게 느낄 만큼 너의 빈자리가 너무 커. 그만큼 엄마는 경철이가 너가 떠나간 뒤로, 일을 할 때도, 잠을 자기 전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매 순간마다 너의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는구나.
너의 동생들과 누나가 엄마를 도와줬고, 너가 없는 빈자리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느껴진다. 내 곁에 있을, 장난 치는 경철이를, 엄마를 마중하는 경철이. 간단한 요리를 하는 경철이, 노래하는 경철이, 커피 스무디 만드는 경철이. 애교 부리는 경철이. 엄마 이름 불러주는 경철이. 이렇게 많이 하던 너가 이제 없어서 너무 슬프면서도 그리워.
경철아,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며칠이 지나도 몇 년이 지나도 나는 10.29 그날을 반드시 기억할 거고, 늘 그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거야. 경철아 나는 너가 지금도, 그리고 항상 가족 곁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생각들만큼 너를 너무나 그립고 보고 싶어.
그래서 말인데, 내 부탁 좀 들어줘. 보고 싶은 경철아. 제발 엄마 꿈에 나타나 줘. 꿈에 나타나서 엄마랑 이야기 하고 맛있는 거 먹고, 술도 마시고 그러자. 알겠지?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고 편안하게 쉬렴. 언제나 너의 곁에 있을게. 영원히 있을 거야. 경철아, 엄마가 사랑하는 거 알지. 많이 많이 사랑해. 엄마가 가는 날까지. 잘 지내고 있어. 나의 영원한 껌딱지 경철이. 사랑하는 엄마가.'
그리고 저와 저의 동생의 심정을 읽어 드리겠습니다.
'저와 동생이 유튜브에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영상을 봐도, 마음이 무너지고 슬픔에 잠겨 화를 참지 못해 분노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어른들의 말, 국정조사 등 어른들이 말하는 얘기를 귀로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못 알아들어도 조금이라도 알겠습니다. 지금의 정부는 저의 하나뿐인 오빠가 억울하게 방치되었다는 것과, 마지막 오빠를 눈앞에 두고도 붙잡지 못해 후회하고 슬퍼하는 기분을 모르고, 무책임한 정부인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정부는 국민들에 의한 정부인지, 무엇을 위해 159명의 생명을 빼앗아 갔는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정부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데, 제대로 하는 사람은 고작 몇 명 없다는 게 참 놀랍고 어이가 없습니다. 정부가 겁쟁이마냥 남 탓하고, 발을 뒤로 빼도 됩니까? 아주 나라가 이렇게까지 되도록 뭐했냐고 묻고 싶습니다.
이상민 등 '골든타임 지났다', '몰랐다'라고 말한 사람들이 몇 명 있었죠. 그 사람들의 말 자체가 혐오스럽습니다. 골든타임 지났다, 몰랐다 등 이런 무책임한 말을 하는 정부가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진짜 어이 없었습니다. 누가 이런 정부를 이제 믿겠습니까. 이제는 나라도 못 믿습니다. 어디에다 양심과 개념을 팔아먹었습니까. 정신 차리세요. 그리고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지금까지 뭐 했습니까. 제대로 한 게 없으니 이 지경이 된 거 아닙니까.
엄마의 심정은 이렇습니다. 정부는 잘 들으십시오. 한 번만 말하겠습니다. 진상 규명 철저히 밝히시고 겁쟁이마냥 남 탓하면서 뒤로 발 빼지 마시고 사과를 제대로 하세요. 저희들의 요구를, 부탁을, 진지하게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귓등으로 듣지 말고, 잘 들어주세요. 무책임하게 굴지 마시기 바랍니다. 어른들이 이래도 됩니까. 이제 저희의 인내를 시험하지 마세요. 저희가 다 지켜보고 있으니, 정부의 일을 제대로 하십시오.
경고를 하겠습니다. 사람보다 못한 짐승이 아니라면, 유가족 희생자에 대한 말을 생각하면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막말했다간,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더 이상 유가족들을 희롱하지 마세요. 욕되게 만들지 마세요. 바보 취급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진상규명 철저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된 사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상민 장관님, 사퇴하십시오. 그리고 대통령님, 지금 당신이 앉은 그 자리가, 우리 아이들이 하나밖에 없는 그 소중한 목숨보다 더 소중하십니까. 진심으로 사죄해주시기 바랍니다.'"
[고 이상은씨 이모 강민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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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서 159번째 참사 희생자가 된 고 이재현군의 아버지의 발언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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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상은이에게. 네가 거짓말처럼 사라진 지 벌써 두 달이고, 계절이 바뀌고 해가 넘어갔구나. 내 사는 동안에 네가 이 세상에 없을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해서,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내 마음은 내내 휘청이고 있단다. 그래서 상은아, 이모는 한 달 전부터 심리상담 치료소에 다니고 있다.
출근하다, 점심 먹다, 업무 보다 작은 실마리에도 너의 부재가 폭풍처럼 몰아쳐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터지곤 했단다. 책상 옆 네 사진들을 보면 싹싹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저쪽에서 '이모 나 왔어!'라고 나를 부를 것만 같은데…
핼러윈 열흘 전쯤 우리 맛있게 쌀국수 먹은 날, 그게 마지막 만남이 되어 버렸지. 고된 수험생활 합격으로 끝나고도 취업 준비로 또 바쁘길래 면접 연습이나 같이 해보자고 내가 불렀었지. 간만에 보니 부쩍 어른스러워졌더라. 지나간 면접을 복기하는 네 모습이 어찌나 똘똘하고 열정적이던지… 보태고 손봐줄 것 하나 없었어, 우리 상은이가 멋지게 컸구나, 어느 회사 인터뷰에서도 손색이 없겠다, 곧 합격하겠다 생각했단다.
스물다섯 해 전 병원 분만실 앞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지막 그날까지 너는 연약해 보여도 늘 사려 깊고 기특한 아이였어. 그런 너를 이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화도 나고 눈물이 나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들을 이모는 더 많이 기억하려고 노력 중이야. 따스한 봄볕 같고 화사한 여름꽃 같은 내 조카와의 추억들을 기억 속 가장 큰 서랍에 소중하게 두고 눈물나고 그리울 때마다 꺼내 볼게.
상담사분이 이제 내 마음은 예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하더라. 이 암흑이 길어지지 않게 조금씩 줄여가는 게 최선의 목표라고 하더라. 이모는 받아들이면서도 새삼 또 가슴이 미어진다. 그래도 이 슬픔과 이 고통들이 우리의 행복한 기억들을 압도하지 않게 스스로 잘 다독여볼게. 그리고 너의 소원들, 이모가 다 지켜줄게. 너 취직해서 돈 많이 벌어 멋진 데 같이 놀러 가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같이 여행 가자고 한 것들. 걱정하지 마. 이모가 너 대신 엄마, 아빠랑 다 해주도록 할게.
그리고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너의 미래, 그 시간 그 공간에 같이 있던 많은 친구들의 미래를 앗아간 데에 책임 있는 자들, 모두 다 기억해둘게. 막중한 자리에서 사명을 다하지 않은 자들, 조아려 사죄했어야 하는 자들. 합당한 처벌과 책임지도록 여기 모인 유가족분들과 함께 노력할게. 너와 같이 떠난 모든 친구들을 기억해주는 많은 시민분들과 함께 노력할게.
곧 설이다. 이제 세배는 못 받겠네. 그래도 너 좋아하던 리시안서스 꽃다발 들고 너 누워있는 산에 갈게. 바람이 되어 이모 곁에 와주렴. 내 가장 어린 '베프' 상은아. 안녕."
[일본인 토미카와 메이씨의 아버지 토미카와 아유무씨(편지 대독)]
"메이에게. 정말 좋아하는 한국에서 많은 친구가 생겨서 매일 즐겁다고 얘기했었지. 꿈을 향해 나아가다 이런 일이 벌어져 너무 억울하고 슬프다. 지금까지 고마웠다. 아빠가."
[참사 생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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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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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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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10.29 이태원 참사 목격자이자 생존자입니다. 저는 중국에서 대학교에 다니다가 개인적인 일로 한 학기 동안 휴식을 취한 후 작년 9월에 복학했고 대학 시절을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청춘을 즐기기 위해 작년 10월 29일 지인들과 함께 이태원에 갔습니다.
그날 이태원은 참 사람이 너무 많았습니다. 식당 웨이팅이 기본적으로 한 시간을 훌쩍 넘기고 행인들과 쉽게 부딪힐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때가 8시 반 정도였는데 저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식당에 들어가 10시 20분 30분쯤에 나왔습니다. 분명 지인들과 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파가 너무 많아 밀물과 썰물이 오가듯이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치이고 또 치어 해밀턴호텔 사고 지점까지 밀려갔습니다.
현장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코로나19에 걸릴 것 같아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마스크를 쓰다가 숨을 쉬기 어려워 마스크를 벗었습니다. 하지만 마스크를 벗어도 숨을 쉬기가 너무 어려워 저는 거기서 까치발을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제 눈앞에서 사람이 쓰러져 실려 가는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제 일행 중에서 사상자는 없지만 저는 사고 지점까지 갔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사후에 공황과 극심한 우울감을 느껴 심리 치료와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제 우울감은 감히 현장에서 생때같은 자식들을 잃은 유가족분들의 슬픔에 비교할 수 없겠지만 이 편지를 빌려 유가족분들께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함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사고 이후에 뉴스를 보고 가해자 소리를 들으며 저 자신을 한국에 사는 이방인이라 표현한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 가족들, 가까운 지인들과 유가족분들의 모습을 보니 저를 지지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 든든하다는 생각 또한 들었습니다. 이상민 장관, 박희영 용산구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윤석열 대통령 등 적어도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토끼 머리띠 남성에게 여론몰이를 하는 것을 보니 현실이 참 개탄스럽습니다.
제 의사 선생님께서는 저는 지금 참사의 기억을 옅게 만드는 과정 속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참사의 기억은 참 고통스럽고 피해자에게 남긴 상처는 매우 크고도 깊은데 왜 윗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요. 사건의 책임이 없다고 한 이상민 장관, 세월호와 이태원 유족분들께 공격을 한 권성동 의원, 유가족들을 향해 "같은 편이네"라고 비아냥거린 조수진 의원, 이상민 장관에게 힘내라는 듯이 어깨를 토닥였던 윤석열 대통령 등은 사람이 아닌 건가요?
책임 회피하며 유가족분들과 생존자들을 우롱하고 모욕하고 피눈물 쏟게 만드는 사람들은 이에 마땅히 사과를 하고 본인의 책임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무엇이 두렵기에 왜 이렇게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지 저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유가족분들, 저는 제 일행 이외에 다른 분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되면 같이 힘을 합쳐 목소리를 내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혹여나 외롭고 힘들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유가족분들 뒤에는 저처럼 유가족분들과 함께하고 싶어 하는 생존자들이 있음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뉴스타파 보도를 보다 고 이지한 님의 아버님과 고 김산하 님의 어머님께서 하신 말씀을 듣고 생존자들과 연락을 기다리는 유가족분들이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저도 유가족분들과 같은 마음이기에 참여연대 측에 제 전화번호 공유를 가능하다고 이렇게 말씀을 드려놨으니 아마도 물어보시면 그분들이 유가족분들께 제 전화번호를 알려드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생존자 여러분들, 저와 같거나 비슷한 생각이 있지만 마음이 아파 나설 용기가 나지 않는 생존자분들이 많을 거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표현해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듯이 우리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국민이 무서운지 모르는 윗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제2의 10.29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참여연대 측에 연락하기 전에 저 또한 여러분들과 같았지만, 진상이 밝혀져야 제 마음을 완전히 치유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제 심리 상담 선생님 또한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상처를 공유하면 치유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최전방에 나가 투쟁에 참여하는 건 어려울지라도 여러분들께서도 조금만 더 힘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유가족분들 그리고 다른 생존자 여러분들 우리 같이 힘을 내보는 건 어떨까요. 제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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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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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를 마친 뒤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분향소로 행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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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특수본식 '윗선 배제' 법리 검토, 이상민·윤희근은 수사망에 없었다 https://omn.kr/22c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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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태원참사, #장필순, #특수본, #고이재현군, #159명
"사람이 하지 못하면 하늘이 나선다."
그 어떤 무도한 권력이 잠깐 사람을 이기는 것 같아도 결국 세상의 순리와 이치에는 무너진다는 것이 역사와 종교의 유구한 언명이다.
벼랑끝에 메달린 세상의 아우성은 억누르려는 힘에 정비례하여 터져나오게 마련이다.
경향 각지의 미술인들이 권력의 무도함과 무모함을 거침없이 타매하는 붓과 펜을 들었다. 제멋대로 세상의 민주적 운행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권력, 말길을 교묘히 비틀어 제 잇속을 차리는 '기레기' 언론이 우선 대상이 됐다.
그 언저리의 모든 부스러기들도 다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명백한 의사도 담겨있다.
지난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막했다 국회사무처가 강행한 뜻밖의 강제철수 조치로 물러섰지만 11일부터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벙커1'으로 자리를 옮겨 전시를 재개한 '2022 굿, 바이전(展) 서울'이 우선 그렇다.
지난해 10월 22일 처음 시작해 14일 서울시청 앞에서 4회째 진행된 촛불갤러리 역시 '보편적 가치와 규범이자 규칙'인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의 이름으로 이를 훼손하는 권력과 언론을 엄중 규탄하고 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쫓아낸 '2022 굿,바이전(展) 서울'은 아예 이름을 바꿔 '2022 굿,바이 in 서울 망명작가전'으로 기세를 올리며 오는 2월 9일까지 '벙커1'에서 계속 개최된다.
날로 참가 작가와 작품 규모를 확대해가는 촛불갤러리는 매달 열리는 '공포정치 폭압정치 윤석열 퇴진 전국집중촛불대행진'마다 멈추지 않고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굿바이전와 촛불갤러리에는 기성 화가들외에 젊은 카툰 작가들이 참가하고 있으며, 새로운 작가들과 작품들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촛불갤러리와 굿바이전에 출품된 주요 작품들을 소개한다.







!['기레기' 풍자그림에 색칠하는 퍼포먼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https://cdn.tongilnews.com/news/photo/202301/207069_92853_326.jpg)
![자유.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https://cdn.tongilnews.com/news/photo/202301/207069_92854_3324.jpg)
![민주주의를 배회하는 지나치게 크고 불쾌한 거인-이구영 작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https://cdn.tongilnews.com/news/photo/202301/207069_92855_343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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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기자 밀치고 이재명 육탄방어전에 “그게 언론자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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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기자 보호하려고…메시 같았다던데, 미안하게 됐다” 천준호 답변없어 김재섭 “육탄방어 눈살” 김미애 “이재명 호위무사, 기자에 폭력까지” 이수진 “나라면 그렇게 안했을 것” |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대표 비서실장과 정청래 의원이 검찰 소환조사 종료 후 차량으로 이동하던 이재명 대표 옆에서 질문하던 기자들을 강제로 밀쳐낸 장면이 드러나 논란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불편한 질문을 하는 기자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폭력까지 쓰느냐, MBC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엔 언론자유 침해라고 외치더니 이건 무슨 언론자유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11일 공개된 돌발영상을 보면, 이재명 대표가 검찰 조사후 성남지청 건물 앞에서 브리핑을 한 뒤 이동하자 이 대표 양 옆에서 대기하던 기자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대표의 오른쪽)이 ‘~공모했다고 적시했는데…’라고 묻자 돌연 천준호 비서실장이 그 기자를 팔로 오른쪽 바깥으로 밀쳐냈다. 그 직후 다른쪽에 있던 기자가 ‘검찰 티타임 거절하신 건 어떤 취지였느냐’고 묻자 이번엔 그 뒤에 있던 정청래 의원이 왼손으로 슬쩍 이 기자를 밀쳐냈다.
이 같은 장면을 두고 비판이 나왔다. 김재섭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13일 채널A ‘뉴스A 라이브’에 출연해 “이제는 기자들의 질문에 육탄방어 까지 하니까 국민들 눈높이에서 굉장이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며 “얼마 전까지 대통령실과 MBC의 갈등에 민주당이 (언론자유를 이야기하면서) 굉장히 날이 서게 비판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은 “민주당이 언론중재법을 통과시키겠다고 해놓고, MBC사태 땐 언론자유를 외치고 저렇게 이재명 대표를 향한 불편한 질문에 대해서는 몸으로 밀쳐낸다면 민주당이 외치는 언론의자유를 국민이 얼마나 납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김 전 위원은 “이 대표의 주변과 측근들이 굉장히 초조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검찰조사를 마치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천준호 대표 비서실장이 옆에서 질문하는 기자를 밀쳐내고 있다. 사진=YTN 돌발영상 갈무리
이용환 채널A 앵커는 “질문을 던진 기자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밤 늦은 시간에 질문을 던진 것 아니겠느냐”며 “천 실장이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양해 구한 것 없이 밀쳐낸 것 (시청자들은) 어떻게 봤느냐”고 지적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지난 12일 논평에서 천준호 비서실장과 정청래 의원이 호위무사 역할을 했다고 규정하면서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에 질문하던 기자들이 천 비서실장과 정 최고위원의 ‘노룩(no look) 밀어내기’에 갑자기 카메라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표현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특히 천 실장의 ‘노룩 밀어내기’는 폭행 수준이었고 마치 조직폭력 범죄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며 “대통령 1호기에 MBC를 안 태워줬다고 언론 탄압이라고 난리 치던 민주당 지도부가 언론의 이재명 대표 취재를 막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행태에 개탄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에서도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3일 오후 미디어오늘 기자와 만나 “돌발영상 몇십초 나온 것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개인 의원 입장에서 볼 때 저같으면 그렇게 안했을텐데라는 아쉬움은 있긴 하지만, 그건 제가 잘라서 뭐라고 할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YTN ‘돌발영상’의 유튜브 영상을 첨부하면서 ‘쏘리’라고 썼다. 정 의원은 13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어떻게 된 일이냐’는 질의에 “월드컵 축구 메시처럼 제쳤다고 사람들이 그러데요”라고 농담조로 얘기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앞으로 나가는 과정인데 사실상 진로 방해였고 진로 방해보다 더 위험한 것은 우리는 앞을 보고 가지만 뒷걸음치는 기자들이 있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다며 “그래서 빨리 해결해야겠다 하는 과정에서 저는 그렇게 손을 쓰거나 몸을 쓰거나 (해서) 자연스럽게 그냥 앞으로 나갔더니 그 기자가 싹 돌아섰던 그것이죠. 기자를 보호하려고 그랬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검찰조사를 마치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정철래 최고위원이 옆에서 질문하는 기자를 밀쳐내고 있다. 사진=YTN 돌발영상 갈무리
정 의원은 “결과적으로 그게 나오니까 화면에 비친 기자들한테 미안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이 따라붙은 건 질문을 하나라도 더 하기 위한 거였으면’이라는 김종배 진행자 질의에 “그러려면 포토라인에서 굳이 서서 전체 기자들이 있는 데서 얘기할 필요가 없다”며 “이런 취재를 길거리에서도 많이 하는데 보기도 좋지 않고 무슨 파파라치성 취재처럼 보기 안 좋다. 신사협정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 잘 정착이 됐으면 좋겠다. 위험하지 않게”라고 답했다.
이런 두 의원의 행위가 대통령실의 MBC 전용기 배제 사태 때 언론자유 탄압이라고 비판하던 것과 다른 이중잣대, 내로남불, 위선이 아니냐는 지적에 어떤 견해인지를 묻는 질의를 천준호, 정청래 두 의원과 민주당 대변인 및 당 대표 비서실에 질의했으나 13일 오후 5시40분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 책임있는 배상 위해 당당하게 협상 임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1.13. ⓒ뉴스1
[이태원 참사 생존자, 그리고 유족의 증언] 생존자 김초롱 씨 국정조사 공청회 발언
이상현 기자 | 기사입력 2023.01.14. 00:44:16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석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상처난 마음은 치유되지 않고 있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 국회의원들은 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기 보단 아픈 상처부위를 건드리고 헤집기 일쑤다. 일부에서는 "놀러 가서 그렇게 된 일을 왜 국가의 책임으로 돌리느냐"고 그만하라고 이들의 등을 떠민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히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길거리, 국회, 대통령실을 부유한다. 세상을 떠난 이들이 어떻게, 언제, 왜 죽어야만 했는지 알고 싶다는 이유가 이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12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8명, 생존자 2명, 지역상인 1명은 국회 국정조사 2차 공청회에 참석해 참사에 대해 증언했다.이들의 이야기는 하나하나가 구구절절했다. <프레시안>에서는 이들의 발언 전문을 싣는다. 이들이 겪는 슬픔, 그리고 아픔을 공유하고자 하는 취지다. 아래는 생존자 김초롱 씨의 발언 전문이다.
※기사를 보기 전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래의 진술서 전문은 10.29 이태원 참사 당시의 현장과 참사 경험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태원 참사 당시 사고 현장에서 이태원 상인들의 도움으로 운 좋게 살아남은 김초롱입니다.
나는 왜 살았는가. 살았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다가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2017년부터 매년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습니다. 참사 당일 이태원은 사람이 많았지만 이전보다 특별히 많지는 않았습니다. 핼러윈 이태원은 늘 그렇게 사람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 세계문화음식거리에 도착했고 사고 현장 근처로 향했습니다. 그곳은 이태원에 왔으면 한 번쯤은 가보 자 하는 유명한 식당과 술집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저녁 10시 사고 현장 근처 와이키키 술집 앞에 도착했고 압박이 점점 심해져 발이 동동 뜰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조금 버티면 풀리겠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같이 갔던 친구들을 잃어버렸고 주변에 키 큰 성인 남성들로만 둘러싸여 있어서 시야 확보도 전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슨 상황이 펼쳐지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때 한 술집에서 1층 공간을 열어 두시며 그 공간으로 들어가 대피한 덕분에 살 수 있었습니다. "뒤로! 뒤로!" 하는 외침이 있었고 한 번 큰 흐름이 바뀌면서 반대 방향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있던 가게의 옆 가게에서 잃어버렸던 친구가 대피하고 있길래 함께 그 술집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바로 옆에서 사고가 발생했지만 보지 못했고 (현장 실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저 대피하던 술집에서 그냥 기다리지 말고 놀아보자 하고 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시각이 오후 10시 40분부터 11시 20분이었습니다.
그때 혼자서 목이 터져라 외친 경찰관이 "앞에 사람이 깔려 죽었어요, 제발 통제에 협조해 주세요"라고 외치는 걸 보았고 이내 곧 1초에 4~5명씩 들것으로 실려나오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지만 실려가는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고는 감히 상상도 못했습니다. 제가 있던 술집의 상인들과 아르바이트생 모두 가게를 내팽개치고 경찰을 도와 거리를 통제하고 새로 진입하려는 사람들을 막았습니다. 자신을 가지 못하게 하는 것에 화가 나 상인분의 얼굴을 가격하는 외국인도 있었지만 그렇게 맞으면서도 통제를 열심히 도운 상인들이었습니다.
참사 당시 왜 음악을 끄지 않았나라는 댓글에 대답합니다. 가게를 버려두고 모두 거리에 나가 돕고 있었기 때문에 음악을 끌 사람이 없었고 12시가 넘어서야 잠깐 들어오셔서 음악을 껐습니다.
밤 12시 30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이태원역 큰 거리로 나왔을 때 거리를 보고도 믿지 못하는 순간이 이어졌습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들. 사람들이 거리에 다 누워 있는 장면들.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뉴스 속보가 뜰 때마다 사망자 숫자가 올라가는 것을 보며 도대체 내가 무슨 현장에 있었던 것인지 피부로 느꼈고 죄책감과 후회로 서서히 제 일상은 모든 것이 망가졌습니다.
저는 300명 사상자 안에 든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공무원이나 행안부 등에 별도로 연락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고 살고 싶었기에 스스로 적극적으로 심리지원을 알아보았습니다.
전화상담을 시작한 국가트라우마센터와 민간단체인 심리학회 전화상담을 처음으로 시작했지만 국가트라우마센터보다 심리학회의 전화상담으로 많은 치료가 되었습니다.
"선생님, 아무래도 그곳에 가지 말았어야 했어요"라고 말하는 제게 "가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니라 어디를 가든 안전하게 지켜 줄 수 있는 나라인 것이 맞다. 놀다가 참사를 당한 것이 아니라 일상을 살다가 참사를 당한 것이다"라는 가슴 울리는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상담은 전문가들의 상담이라고 느낄 수 없었지만 거주하고 있는 구청의 정신상담 프로그램을 연계해 주었고 구와 연결된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게 됐습니다. 치료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복지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 느꼈지만 참사 같은 재난이 발생할 경우에 이런 사건을 담당하는 트라우마센터 내의 전문가 배치가 아쉬웠습니다.
적극적인 치료를 원했던 저에게는 도움이 되었지만 더 큰 슬픔을 겪는 유족분들이나 중증치료를 받고 있는 생존자들에게는 (지금의 심리지원이) 전혀 알 수 없고 도움 받을 수 없는 체계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강한 사람입니다. 심리상담도 자발적으로 잘 받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악성댓글이나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이 저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저에게 2차 가해는 장관, 총리, 국회의원들의 말이었습니다. 참사 후 행안부 장관의 첫 브리핑을 보며 처음으로 무너져내렸습니다. "예전에 비해 특별히 우려할 정도의 인파는 아니었다." "경찰 병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니었다." 저는 이 말을 '놀러 갔다 죽은 사람들이다'라고 받아들였습니다.
몇 주 전 고등학교 생존자가 스스로 세상에 작별을 고했을 때 저는 스스로 잡고 있던 끈을 놓칠 뻔했습니다. 그런 결정을 했을 그 마음을 너무 알 것 같게 슬펐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선생님을 찾았고 약의 용량을 늘렸습니다.
그때 국무총리가 했던 발언이 생각납니다. "스스로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습니다. 치료와 상담을 이렇게 열심히 받는 저는 매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합니다.
참사와 같은 재난을 겪은 사람에게 개인적인 극복도 중요하지만 진상규명만큼 큰 치유는 없습니다. 잘못한 사람 찾아서 벌주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극복의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치료와 상담으로 아무리 개인적으로 노력해도 결국 바뀌지 않는 사회와 매번 쏟아지는 망언들이 제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듭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조금도 없고 아직까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닫지 못하는 자신의 무지함과 비열함에 스스로 열등감을 가지셔야 합니다.
저는 올해도 이태원에 갈 겁니다. 우리는 반드시 일상으로 돌아가야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태원과 핼러윈은 잘못한 게 없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일상이었던 이태원과 누군가에게 일상이었던 핼러윈이 왜 아직도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 찍혀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사람 많은 곳은 가는 것이 아니야 라고 알리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왜 사람들은 혐오 문화를 생성해 내는지를 다 같이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긴급 분석] 강제동원 '정부안' 뚜껑 열자마자 암초... 대부분 언론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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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 |
| ⓒ 연합뉴스 | |
외교부와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한일의원연맹 회장)이 지난 12일 공동으로 개최한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 토론회'는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정부의 해법이 공식적으로 드러난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 국장이 이날 공개한 '해법'은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판결을 받은 일본 기업을 대신해, 제3자인 한국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사장 심규선)이 판결금(배상금)을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갚는다는 것이다.
[일본직격 라이브] 일본 배상금을 우리 기업 돈으로? 윤석열 정권, 제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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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피해 유가족들이 "왜 발언 기회를 주지 않는다"며 주최측에 항의하고 있다. | |
| ⓒ 유성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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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태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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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 |
| ⓒ 연합뉴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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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탈자 신고[사설]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대통령의 안보 관련 발언들
민중의소리 발행 2023-01-13 07:27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북한 핵무기)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경우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여러 단서가 붙어 있긴 하지만,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독자적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해 지금 당장 핵개발에 착수하겠다는 것은 아님을 덧붙였다.
우리 사회 내에 독자 핵개발을 주장하는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실무적으로 윤 대통령의 언급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관련 부처나 정부 조직이 윤 대통령의 말을 '업무 지침'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 정부가 비밀리에 핵개발에 착수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나올 것이다. 결국 아무런 실속도 없이 허세를 부려 괜한 의심을 사게 됐다.
윤 대통령의 안보 관련 발언은 대개 이런 식이다. 윤 대통령은 11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공격을 당하면 100배, 1000배로 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군사교리에 이런 원칙은 없다. 국지적 충돌에서 이렇게 대응하면 당연히 전면전으로 비화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저기는 핵이 있고 대한민국에는 핵이 없다"는 말도 했다. 이제는 북한의 '핵'능력을 인정한다는 의미인가? 우리 정부는 그 동안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면서 "핵이라는 것은 전면전을 의미하는 건데, 어떤 정치적 경제적 이익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 그냥 괜히 왜 쏘겠느냐"는 말도 했다. 도무지 어떤 생각인지를 알기 어렵다.
지난해 말 북한의 무인기가 침범했을 때도 윤 대통령은 직접 나서서 우리 무인기의 북한 영공 침투를 지시한 바 있다. 이런 작전은 하더라도 비밀리에 할 일이지,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공개적으로 할 말은 아닐 것이다. "입소 첫날부터 제대하는 그날까지 정말 한 시간을 아껴가면서 과학적인 교육을 시키고, 연습을 시켜야 한다”, “병사들을 잘 먹여야 한다. 배식이 좋아야 국가가 아끼고 있다는 것을 청년들이 느낀다" 등의 '잔소리'도 자주 한다.
지금은 탈냉전 이후의 국제질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때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나 북·중·러의 밀착도 이런 전략적 환경 변화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근본 전략을 재검토하고 실속있는 행동이 필요한 이때에 허장성세나 잔소리를 늘어놓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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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의 협력 이해하기] ②
한광수 미래동아시아연구소 이사장 | 기사입력 2023.01.13. 06:06:34
미, 한국 견제하며 중국시장에 집중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을 이어가는 것은, 러시아를 압박하여 중러 협력의 틀을 약화시키는데 있다. 궁극의 목표는 ‘반중국’이다. 미국은 정부와 학계, 군 등 각 분야를 총동원하여 한국이 중국 견제에 나서도록 강하게 권하는 중이다. 최근 바이든과 시진핑이 정상회담에 이어 통상, 군사, 재정 분야의 고위회담을 잇달아 열며 중국시장에 다가가는 것과는 판이하게 대조적이다. 노회한 양면전략이 지속된다.
미군은 한미군사훈련에 전투기 240대를 동원하고, 한국 내 우주사령부 설치도 마쳤다. '이제 글로벌 공조는 끝났으며, 한국은 미국을 택해야 한다.' 이는 지난 12월, 미국인 학자(시카고대학의 석좌교수 존 미어샤이머)가 한 말이지만, 앞으로도 이런 강요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미 국무부에서는 경제담당 차관이 중국견제를 독촉하기 위해 방한하고, 미국의 소리(VOA)는 '중국의 도전에 한국과 함께 맞설 것'이라고 방송한다. '인플레 감축법(IRA)'의 역풍으로 얼얼한 한국 사회는 미국의 이런 주장을 물끄러미 바라다보고 있다. '미국이 그렇다는데...'
문제는 이런 미국의 주장이 우리의 경제 상황과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친미혐중' 현상을 경제 분야로 연결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중국 정부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반중국 현상들’에 대하여 간단하게 한중관계는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표현한다. 착잡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미중 경제협력의 흐름은 다르다. 우리에게는 '반중국'을 외치며 압박하면서도, 정작 미국 자신은 중국과 3조 달러가 넘는 상호 금융 투자 등 천문학적인 협력을 계속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백악관과 월스트리는 중국시장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치밀하게 중국 전략을 조율해왔다. 이른바 양면 전략이다. 정치학 전공인 미어샤이머 교수는 백악관의 노회한 전략에 줄을 선 것일 뿐, 다른 한편에서 월스트리트는 중국 호떡집에 들어가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리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양면 전략을 모르는 나라는 없다. 그래서 중국시장을 중시하지 않는 나라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유독 한국을 채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미국의 태도는 한중수교 이래 지속되어오고 있는 흐름이다(졸저, <미중 패권전쟁은 없다> 참조). 대외 의존이 심각한 우리 경제는, 미국 뿐 아니라 중국 시장도 매우 소중하다. 미중 수교 이래 지난 40여 년 동안 우리는 양대 시장에 집중하며 발전해왔다. 경제와 시장에 관한 한, 우리에게 ‘중국 배제’는 현실적 설득력이 없다. 거센 ‘친미혐중’ 속에서도 중국시장을 활용하는데 집중하는 우리 한국의 외교 패턴은, 호주와 일본 등과 붕어빵처럼 닮았다. 그 배후는 미국과의 동맹이 떠받치고 있다(이런 딜레마를 돌파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 미국에 대해 한미동맹을 경제동맹으로 승화시키자고 제안했다).
최근, 동남아 국가들의 중국 전략은 한국, 일본, 호주 등 친미를 표방하는 나라들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남중국해 영역 갈등이 누그러진 것이다. 최근, 그들은 중국과의 우호적 접근을 토대로 미중 등거리 경제 외교를 펼친다. 베트남을 제외하면 모두 화교국가들이다. 베트남 정부는 미중 양국을 향해 ‘우리를 골치 아프게 하지 말라. 양자택일은 없다’고 공언한다(문재인 정부 시절, 외교부 강경화 장관과 그 후임자도 그런 입장을 밝혔다). 이런 동남아와 남중국해의 변화는, 중국 주변의 군사적 긴장을 대만과 한-일 쪽으로 옮겨 오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요컨대, 동아시아에서 미중의 주도권 힘겨루기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2라운드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중러, 최근 첨단무기 협력
북유럽의 우크라이나 전쟁도 '반중국' 전략의 일환임은 맨 앞에서 밝혔다. 중러 우호관계를 단절시키면, 장기적으로 중국의 추격을 저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중국은 시장과 기술 양 측면에서 미국을 향한 맹추격에 그침이 없다. 새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7%∼5.3%로 추정되어, 미국의 최대 성장 전망 0.5%와는 격차가 크다. 초조한 미국 입장에서 ‘반중국’은 지상명령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중러 협력은 미중 경쟁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오늘날 중국의 기술굴기에 미국은 경악한다. 과거 소련의 스푸트니크 쇼크에 버금가는 일이다. 기술굴기는 ‘일대일로’전략을 통해 동남아와 중동 아프리카를 거쳐 유럽으로 향한다. 여기에 러시아와의 협력이 더해진 것이다.
푸틴이 직접 밝힌 중국과의 첨단 무기 개발 협력 분야를 보자. 에너지와 자원 협력을 전제로, 항공 우주 분야와 해상 크루즈, 항공 엔진, 항공기 및 헬리콥터, 핵 잠수함, 대형 항공기, 미사일, 그리고 합동 훈련과 첨단 기술 무기의 공동 R&D와 인문학 등을 망라한다. 여기에 러시아의 대형 전자전 장비, 특히 육상 대형 전자기 스펙트럼 전쟁 장비, 대형 원자력 선박 건설, 폭발 반응 장갑 및 복합 갑옷 기술 등도 포함된다.
그러나 러시아는 예산 제약으로 기술 개발이 쉽지 않다. 꾸준히 발전하는 중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푸틴은 중국과의 첨단 장비 협력에 관하여 4시간 동안 설명하기도 했다(2022.6). 그는 현재의 중러 관계를, 절대적이고, 포괄적인 파트너십, 역사상 최고 수준, 국제관계의 안정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 등으로 표현한다. 서방에 대놓고 하는 발언이다.
러시아는 아직도 구체제의 무거운 유산이 남아있는 나라다. 하지만, 일부 군사 기술들은 여전히 세계 선두권이다. 중국은 일찍부터 러시아 무기를 사용해왔지만, 오늘날 발전 속도는 러시아보다 훨씬 빠르다. 최근 중국이 개발하는 주요 첨단 분야를 보자. 글로벌 위성 포지셔닝 시스템, 광학 및 레이더 정찰 위성, 고급 통신 및 중계 통신 위성, 다양한 유형의 군사 위성, 스텔스 전투기, 레이더 전자 제품, 자체 개발 항공모함, 수륙 양용 공격 전함, 대형 구축함, 무인 항공기, 지능형 탄약, 극초음속 항공기, 공격 무인 항공기, 모듈형 장거리 로켓, 고급 탱크 화재 제어 시스템, 고급 전자 전쟁 시스템 등이 꼽힌다. 이에 더하여, 러시아의 첨단 핵잠수함, 항공기 설계, 방공 시스템 설계, 시스템 엔지니어링 분야와의 협력에도 나서고 있다. 요컨대, 중러 협력은 양방향에서 상호 보완적인 협력 구조다.
많은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를 전망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을 주시하고 있고, 미국의 제재를 고려해야 하는 중국은 러시아와의 협력에 거리를 두고 접근한다. 미국은, 중국이 민간과 군사 양방향 모두 사용 가능한 제품을 수출하는 형태로 군사 지원을 한다고 판단하고 제재한다.
최근, 중러 양국은 미국의 빈번한 동맹 군사훈련에 대응하는 합동 군사훈련으로 맞서고 있다. 양국의 전략폭격기 편대의 합동 훈련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양국 해군이 동해(일본해)에서 처음으로 합동 훈련을 하기도 했다(2021.8).

핵잠수함 협력
러시아는 전략 핵잠수함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향후 중국과의 협력은 최상위 설계 및 시스템 엔지니어링 분야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이 분야에서 러시아의 강점은, 유체 역학 및 수중 음향 역학, 시스템 엔지니어링 및 통합 기능 등이 꼽힌다.
중국도 핵잠수함 기술 분야에서 최근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어왔다. 자연 순환 원자로를 비롯하여 소음 베어링, 충격 흡수 래프팅,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필링 쉘, 정밀 가공 프로펠러, 샤프트리스 펌프 스프레이, 단일 이중 쉘 복합 보트 본체, 대구경 압력 쉘, 측면 포플러, 메인 패시브 통합 견인 어레이, 수중 음파 탐지기, 고속 연속 미사일 발사 기술, 통합 운영 정보 명령 시스템 등이 꼽힌다. 이런 기술 중 일부는 러시아에 없는 것들이다. 재래식 잠수함 분야에서도 중국은 강점이 있다.
미사일 협력
미사일 분야는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분야의 하나다. 공중 미사일 컴퓨터 훈련과 함께, 최신형 미사일 시스템도 공동 개발 중이다. 위성 타격 기술에 대한 공동 협력은 방공 미사일 시스템의 중요한 부분이다.
중국이 보유한 중단(中段) 미사일 기술은 러시아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 중국은 지상기반 중단미사일 요격기술(陆基中段反导拦截技术)시험을 실시했다(2021.2.4). 현재 미국과 중국만이 이 중단 미사일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각종 탄도 미사일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완전한 미사일 시스템을 갖춘 세계 유일 국가로 정평이 나 있으며, ABM 조기 경보 시스템 및 미사일 전투 경험 등은 향후 중러 협력이 주목되는 분야로 꼽힌다.
극초음속 미사일
중러 양국 모두 극초음속 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분야에서 양국의 기술은 각각 강점이 다르다. 중국은 로켓 추진 승파체(乘波体) 개념의 새로운 미사일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고, 러시아는 흡입식 초연스탬핑 엔진의 초고미사일(吸气式超然冲压发动机高超导弹)분야에서 현장 서비스 투입에 근접한 상태다.
러시아 해군이 극초음속 미사일의 시험 발사에 성공하자(2021.12), 푸틴은 이 성공이 러시아의 안보 역량 강화에 중요한 단계라고 자평했다. 이는 지르콘(锆石) 미사일 개발이 거의 완료되어 곧 현장 서비스 단계로 진입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 지르콘 극초음속 미사일의 성능은 마하 9, 사거리 1,000km 이상이며, 선박과 잠수함에 탑재 및 발사가 가능하다. 비행 속도는 시속 9,500km이며, 1,000km 떨어진 적함 표적을 타격하는 데 6분이 소요된다.
극초음속 미사일 분야에서 중러 양국은 미국에 앞서 있다. 실제, 이 분야 무기 개발을 처음 시작한 나라는 미국이었으나, 개발이 순조롭지 못했다. 반면에, 후발 주자였던 러시아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MiG-31K 요격기에 장착하는 등 급속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 중국도 둥펑-17(东风17)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공개하고, 공중발사 버전도 ‘홍(轰,hong)-6N’을 장착해 이 분야 선두로 올라서고 있다.
최근 중국은 핵탄두 탑재 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2021.8). 이 미사일은 발사되어 저지구 궤도에 오른 후 지상의 표적을 향해 활공 돌입하는 방식이다. 로켓에 탑재된 활공형 이동체가 우주로 발사되어, 궤도 비행을 하다가 대기권 재돌입 후 활공하여 표적으로 향한다. 대기권 재돌입 시 비행속도는 극초음속 영역에 해당하는 마하 5이상으로, 기존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보다는 느리다. 그러나 탄도 미사일과 달리 정해진 포물선형 궤적이 아니라, 비행 중간에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 그만큼 추적과 요격이 어렵다. 대기권 재돌입 전의 주 비행 고도가 요격하기에는 너무 낮고, 대기권 내 요격 수단으로 요격하기에는 너무 높다. 즉, 기존의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MD)를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극초음속 무기를 실전에 배치했다. 건국 70주년, 중국 정부가 발표한 DF-ZF(미 국방부 분류명 WU-14) 극초음속 활공 미사일이 그것이다(2019.10.1.). DF-ZF의 속도는 마하 5~10으로 추산되며 핵탄두 및 재래식 탄두를 탑재하고 미 해군 항공모함 전단의 방공망을 돌파, 타격이 가능하다. 중국산 DF-31 대륙간 탄도 미사일(사거리 8,000~12,000km) 등을 발사체로 사용한다.
이에 미 합동참모본부 의장인 마크 A. 밀리 대장은 ‘이 사건이 과거 스푸트니크 발사 사건과 동등한지까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실험은 매우 중대한 기술적 사건으로,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의 이번 실험이 미국 정부에 준 충격을 말해준다.
극초음속 분야에서 미국은 어떤가? 미 공군은 ‘ARRW’라는 이름으로 이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해왔으며, 최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2022.5.14).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B-52 폭격기가 마하 5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고체 로켓 부스터와 승파체 글라이딩 탄두(乘波体滑翔弹头)로 구성된 AGM-183A 미사일이었다. 그동안 미국은 시험 발사에 세 차례 실패했다. B-52H 폭격기의 행거에서 미사일이 분리되지 않았고(2021.4.5), 미사일이 선반에서 성공적으로 분리되었지만 점화 실패로 인해 바다로 직접 발사되었으며(2021.7.28), 12월 17일에는 발사 절차에 들어갔지만 발사 가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네 번째 시험 발사에서 성공했다. 하지만, 이 성공도 이 극초음속 미사일이 더 이상 기술적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향후 일련의 후속 실험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공개된 것이 없지만, 이 분야에서 중러 양국의 협력 가능성은 높다. 실제 양국 협력이 이루어지면 미국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더라도 앞으로 상당 기간은 중러의 발전을 따라잡기 힘들고,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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