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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털렸다…‘윤석열 특활비’ 1만6천쪽 압수수색 상자로 날라



등록 2023-06-23 17:55

수정 2023-06-24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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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언론인들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활동가 등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정 들머리로 대검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검찰이 털렸다…?

23일 오후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 시민행동, <뉴스타파> 등 네 곳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을 ‘털었’다. 이들 손에는 압수수색의 상징인 ‘파란 박스’가 들려있었다. 박스에 담긴 건 1만6천여 쪽 분량의 문서로,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쓴 특수활동비(특활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등이 적혀 있다.

 

이 시기는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있던 때다. 이 기간 대검이 사용한 특활비 등은 461억원에 달한다. 중앙지검은 해당 기간 사용 금액을 따로 밝히지 않았다. 2019년 하승수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등이 특활비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이 지난 4월 하 변호사 쪽 손을 들어준 데 따른 것이다. 하승수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는 “검찰 또한 감시와 검증을 받는 보통 행정기관이라는 게 증명됐다”며 “검찰도 국민 세금을 어떻게 썼는지 설명하고 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자료가 제공되지는 않았다. 대검은 특정업무경비 관련 자료를 2017년 6월까지 6개월치만, 중앙지검은 2017년 3월까지 3개월치만 공개했다. 하 변호사는 “특정업무경비 관련 서류 양이 많아 검토에 어려움도 있고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검찰은 ‘인력이 부족하다’고만 한다. 국민 관심이 많으니 인력을 더 투입해 더 빨리 복사 작업을 마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과 중앙지검 쪽은 ‘자료량이 방대해 복사에 시간이 걸린다. 준비되는 대로 공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자료는 최대한 빠르게 일반에 공개된다. 하 변호사는 “오늘부터 바로 스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대한 빨리 작업해 자료를 공개할 것”이라며 “언론과 시민단체 등 국민이 함께 검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밀유지가 필요한 수사 등에 쓰이는 특활비는 사용처 증빙을 하지 않아도 돼 ‘깜깜이 예산’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 집행 일자나 액수 등은 공개되지만, 집행 내용 및 사용자 이름과 참석자 숫자 등은 이번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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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로 대입 전문성 키워온 尹대통령이 걱정스러운 이유

[박세열 칼럼] 스스로 '킬러문항'이란 좁은 프레임에 걸어 들어간 대통령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3.06.24. 06:46:38 최종수정 2023.06.24. 07:17:43

 

역시 수사를 통해 입시 전문성을 쌓아온 검찰 출신 대통령(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답다. 교육 정책을 검찰 수사하듯 한다. '킬러 문항'의 '핀셋 제거'라는 말도 나왔다. 벌써 교육부 대학입시 담당 국장과 교육과정평가원장을 날리고 시작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무총리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교과과정 밖 수능 출제 배제' 지시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교육부에 대한 복무 감사에 돌입했다. 대통령이 지난 3월부터 수능 모의고사에 킬러 문항을 출제하지 말라고 지시했는데, 6월 모의고사에서 킬러 문항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어떤 복무 행태를 감사하는 것인가. 직권남용인가, 복지부동인가? 그림도 잘 그려지지 않는다.

 

보안을 요하는 수사처럼, '6월 모의고사'에서 킬러문항이 어떤 형태로 등장했는지부터, 모든 게 베일에 가려있다. 킬러 문항이 6월 모의고사에서 실제 등장했는지 여부조차 아직 정부가 '분석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킬러 문항' 혐의는 있다는 것이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대통령이 킬러 문항에 격노한지 일주일도 넘은 오는 26일에 그걸 공개한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전광석화같은 '깨알 지시'에 대한 반응 치고 너무 오래 걸린다. 대체 대통령실과 교육부는 소통이란 걸 하고 있는 것인가. 

 

공개된 후에도 문제다. 과연 공개될 문제는 '킬러 문항'인가 아닌가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킬러 문항'의 기준은 무엇인가. 대통령이 '어렵다' 느끼면 킬러 문항인가? 여론조사라도 할 것인가? 나아가 공개된 킬러 문항 수준의 난이도 문제가 9월 모의고사와 수능에서 제거되면 '사교육비 경감' 효과가 발생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다. 킬러 문항이 제거됐는데 사교육비 통계 수치상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것인가? 변화가 없다면 대통령이 직접 챙긴 정책은 실패했다고 평가될 것인가? 대통령은 지금 스스로에 대한 평가 기준을 '킬러 문항'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 수사처럼, 킬러 문항을 잡아 넣고 철창문 닫히는 소리가 들릴 때 이 스토리가 끝나면 다행이다. 그러나 정책은 수사가 아니다. 킬러 문항을 잡았을 때, 그것이 실제 국민의 생활에 어떤 이익으로 돌아가는지 평가를 받아야 한다.   

 

킬러 문항, 문제다. 중요하다. 그런데 무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모의고사 수능 문제 출제까지 꼼꼼히 챙기는 '만기친람' 방식은 우려스럽다. 검찰 수사하듯 '킬러 문항'과 그와 연계된 '잇권 카르텔'의 환부를 도려내면 마치 사교육이 줄어들 것처럼 프레임을 만들고 스스로를 가뒀다. 실제로 수술하듯 교육 정책을 만지고 있다. 깡패를 많이 잡는다고 범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재벌 총수를 구속한다고 재벌 개혁이 되는 것도 아니다. 사교육 '잇권 카르텔', 이게 실체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본보기로 '카르텔 패밀리' 몇명 잡아들인다고 사교육 시장이 축소될 것 같지도 않다. 게다가 그게 유의미한 저출생 대책으로 이어질 것 같지도 않다. 지나친 비약 같나? 하지만 이 비약의 모델은 윤석열 정부가 만들어 제시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킬러 문항 타령'도 뜬금없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지시했다고 반박했지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3월 28일 '저출산 정책 추진방향 및 과제'을 마련하면서 내놓은 '저출산 5대 핵심 분야'에서 사교육 문제는 달랑 한 줄 언급돼 있다. 그 내용도 (사교육비 경감) 빈틈없는 돌봄과 수준 높은 방과후 프로그램제공 등 사교육비 경감대책 마련" 수준이다. 대입 수능시험 문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었다. 

 

지금 교육 정책을 다루는 윤석열 정부의 방식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다룬 그것과 비슷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다양한 방식을 강구했지만, 정작 시장 구성원들에게는 마치 '부동산 세금만 올리면', 마치 '공직자의 주택 보유 수만 줄이면', 마치 '다주택자만 단속하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처럼 받아들여진 면이 있다. 정부의 나이브함과 보수 언론의 집요한 공격, 부동산 수요·공급 주체의 심리 예측 실패가 뒤섞인 것이다. 모든 걸 고려해 법과 제도를 종합적으로 개선했어야 하는 일인데, 정부 스스로 '공직자 2주택'과 같은 특정 사례를 제거하는 대증요법에 매몰되며 좁은 프레임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부동산이 심리라면, 교육도 심리다. 교육 정책 역시 부동산 정책 못지 않게 복잡하다. 대통령이 직접 눈에 보이는 '킬러 문항'(실제 존재하는지 아직 알 수 없는)을 때려잡겠다고 검찰 수사하듯 달려들면 여론의 이목은 킬러 문항에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 대통령과 교육당국이 움직일 공간은 좁아진다. 대통령 스스로 '킬러 문항' 프레임을 만들고 자신을 가둔 셈이다.  

 

이제 6월 모의고사, 9월 모의고사, 12월 수능에서의 최대 관심은 '킬러 문항'이 됐다. '킬러 문항'이 타나났느냐, 안나타났느냐가 논쟁이 될 수밖에 없고, '불수능'이든 '물수능' 그에 따른 혼란도 대통령이 오롯히 책임지게 되어버렸다. 만약 '킬러 문항'이 제거됐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교육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 평가마저 대통령이 안아야 한다. 킬러문항을 제거했는데 사교육비가 줄지 않았다는 통계가 나오면 이제 뭐라고 할 것인가.  

 

사교육 문제가 문제 출제 '기술'의 문제였다면 진작 해결됐을 일일 것이다. 한심스럽게도 보수 언론은 대통령의 '킬러 문항 죽이기' 장단에 맞춰 사교육 시장 몇몇 기술자(일타강사)들의 초호화 생활을 캐내고, 이미 수십년 지난 야당 정치인의 '학원 운영' 경력을 보도하고 있다. 이런 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난하기 위해 청와대 대변인의 흑석동 땅 구매를 추적하는 것만큼이나 허탈하고 무의미한 일이다. 학원 강사 세무조사 하고, '카르텔'로 지목된 전직 교육부 간부 몇 명 잡아들이면 사교육비가 줄어들까?  

 

검찰은 사회 구조를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나쁜 놈'을 포착해 잡아들이고 벌해 '나쁜 짓 하면 이렇게 된다'는 본보기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검찰 수사는 보직을 날릴 수 있고 때론 사람을 처벌할 수 있고 '잇권 카르텔'을 일시적으로 와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건 교육 정책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근본적으로 '조국 사태'에 올라타 정시 모집 확대 여론을 받아들여 공약에 반영한 윤석열 정부가, 정시의 근간인 수능의 변별력을 손대겠다는 것도 모순이다. '모순'은 이 정부의 주요한 특성이기도 하다.   

 

검찰 수사로 대학 입시의 전문성을 키운 윤 대통령이 걱정스러운 이유다.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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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에 대한 사유를 개척한 역사학자 강만길 명예교수 별세

  • 이계환 기자 
  •  
  •  입력 2023.06.24 00:21
  •  
  •  수정 2023.06.24 00:27
  •  
  •  댓글 0
 
2010년 8월 서울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강제병합 100년 즈음한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2010년 8월 서울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강제병합 100년 즈음한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역사학자로서 통일에 대한 사유를 개척한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가 23일 오후 1시경 별세했다. 향년 90세.

1933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강 명예교수는 고려대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59년부터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일하다 1967년 모교 교수로 임용됐다. 1980년에 전두환 정권에 의해 해직됐다가 4년 만에 복직했다. 이후 근현대사 연구와 저술 활동을 활발히 펼치면서, 월간 '사회평론' 발행인, 계간 '내일을 여는 역사' 발행인을 맡았다.

상지대 총장, 국가기록물관리위원회 위원장, 청명문화재단 이사장,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남측 위원장,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내일을여는역사재단과 민족문제연구소는 23일 부고를 통해 “고인은 『분단시대의 역사인식』, 『한국근대사』, 『한국현대사』, 『한국민족운동사론』 등 180여 권에 이르는 선구적인 업적을 남겨 한국사 연구에 크게 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평생을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평화통일운동에 앞장서는 등 역사와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헌신하였다”고 기렸다.

빈소는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이다. 발인은 25일 오전 8시30분이며, 장지는 고양시 청아공원이다.

 

〈강만길 선생 연보〉

1933년 10월 25일 경상남도 마산에서 강재갑(姜在甲)씨와 진야묘치(陳也妙致)씨 사이의 2남1녀 중 맏아들로 태어남.
1937년 부모님의 열성으로 세는 나이 다섯 살부터 독접장(獨接長)에게 『천자문』과 『동몽선습』 등을 배움.
1940년 마산의 완월(玩月) 심상소학교(尋常小學校)에 입학.
1941년 소학교 2학년 때 제국주의 일본이 ‘대동아전쟁’이라 부른 태평양전쟁 도발.
1945년 국민(초등)학교 6학년 때 8・15 해방을 맞음.
1946년 미군정시기 변경된 학기제에 따라 9월에 6년제 마산공립중학교에 입학. ‘해방공간’의 극심한 좌우대립 상황을 여러가지 형태로 겪으며 역사공부에 흥미를 가지게 됨.
1950년 중학교 5학년 때 6・25전쟁을 겪음. 8월경 마산이 최전선지역이 되면서 마산 학도의용대에 편입됨. 8월말~9월초 학도의용대 해산 이후 숙부가 살던 부산으로 감. 약 9개월에 걸쳐 부산부두 하역 노동자, 포탄 운반 노동자 생활, 미군부대 ‘체커’ 생활을 하고 1951년 5월 하순 마산으로 돌아감.
1952년 학제 변경으로 마산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졸업함. 마산 근처 한 농촌의 초등학교 임시교사로 취직할 예정이었으나 담임교사가 구해준 대학입학원서를 받아 응시해 합격함으로써 피난지 대구에서 고려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함.
1953년 7월에 휴전이 조인되고 9월에 대학이 서울로 돌아가게 되면서 군입대 전까지 서울생활을 시작함. 이 시기부터 식민사학 극복론에 관심을 가지고 백남운, 이청원, 김한주 등 사회경제사학 계통의 연구들을 접하기도 함. 한편 1954년 학부 3학년 때 홍이섭 교수의 강의를 통해 처음으로 민족주의사학의 신채호를 알게 됨. 은사 신석호 선생의 도움으로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도서정리 아르바이트를 함.
1956년 현역병으로 군입대. 논산훈련소 교육 이후 광주포병학교에서 측량병 교육을 받음. 동두천 근처의 1군 산하 독립포병부대에서 군생활. 늑막염을 앓게 되어 병원생활 끝에 의병제대함.
1958년 신석호 선생의 부름으로 상경하여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조교로 근무하게 됨.
1959년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고려대학교 대학원에 진학. 국사편찬위원회 촉탁으로 취직. 식민사학에 의해 잘못 해석된 문제들을 골라 바로잡는 논문집 『국사상의 제문제』 발간 업무를 맡음. 『조선왕조실록』 색인 작업에도 참여함.
1960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공무원으로 있으며 4・19‘혁명’을 목격함. 1961년 1월 장성애(張聖愛)와 결혼. 1남2녀를 둠. 5・16 군사쿠데타 발발 이후 ‘국편’ 내의 군 기피 직원들이 사표를 내고 모두 국토개발단에 끌려가게 되어, 촉탁직원으로 취직한 지 2년여 만에 편사주사와 편사 관보를 거쳐 서기관급인 부편사관으로 승진함. 같은 해 고려대학교대학원에서 「조선왕조 전기의 공장(工匠) 연구」라는 논문으로 문학 석사학위를 받음. 한국사학회 연구지 『사학연구』(제12호)에 「조선전기 공장고(工匠考)」라는 석사논문을 발표함. 이후 『사학연구』에는 ‘사회경제사적’ 논문이 다수 실리는데, 이들 연구자 중심으로 자본주의맹아론 연구가 본격화됨.
1967년 성균관대학교 학장으로 자리를 옮긴 신석호 교수의 후임으로 고려대학교 사학과 전임교원(조교수)이 됨. 같은 해 한국사연구회 창립에 참여함. 이 시기 식민사학 극복의 일환으로 조선후기 상업자본 발달과 그것의 수공업경영, 즉 ‘상인 매뉴팩처’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는 한편, 한국근대사를 강의함.
1970년 반년간 교환교수로 일본을 방문. 『역사과학』 등을 통해서 처음으로 북녘의 역사학 연구현황을 접하게 됨. 한편 님 웨일즈의 『아리랑의 노래』 일본어 번역본을 읽고, 김산 즉 장지락(張志樂)의 삶에 크게 감명받음. 책의 뒷부분에 나오는 1930년대 후반기 이후 좌우익 민족통일전선운동에 주목하게 됨.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과 ‘10월유신’을 겪으면서, 역사학이 현실문제를 외면해도 되는가 하는 물음에 부딪힘. 「이조후기 상업구조의 변화」를 『창작과비평』 1972년 여름호에 실으면서 ‘창비’와 인연을 맺음.
1973년 고려대학교 학술총서 제1권으로 『조선후기 상업자본의 발달』 발간. 이 책이 박사학위논문이 되어 1975년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함.
1974년 창비로부터 천관우의 『한국사의 재발견』 서평을 청탁받음. 이 글에서 처음으로 ‘분단시대 사학’이라는 개념을 사용함.
1975~76년 『이조의 상인』(한국일보사), 『한국 상공업의 역사』(세종대왕기념사업회) 출간. 성균관대학교 이우성(李佑成) 교수 등과 함께 ‘다산연구회’를 만들어 『목민심서』 번역을 시작함.
1978년 ‘유신’ 이후에 쓴 논설문과 전국역사학대회 기조발표논문 등을 모아 창비에서 『분단시대의 역사인식』 간행. 이해 여름 해직교수협의회가 계획한 국민교육헌장 반대운동 대학교수 성명 관계로 중앙정보부 남산분실에서 취조 받음. 개항 후 상공업문제 연구를 위한 자료수집의 목적으로 8월부터 1년간 일본 와세다대학교 파견교수로 생활함. 이 시기 하따다 타까시(旗田포), 카지무라 히데끼(梶村秀樹) 등 일본의 한국사학자들과 만남을 가졌고, 1970년 일본 방문 당시 ‘조총련’계라 만날 수 없던 박경식(朴慶植), 강재언(姜在彦), 이진희(李進熙), 박종근(朴宗根), 강덕상(姜德相) 등 재일 한국역사학자들과도 교류함.
1979년 귀국 후 고려대학교 박물관장을 맡음.
1980년 ‘10・26 박정희살해사건’과 ‘서울의 봄’ 이후 학생회와 교수협의회등이 조직됨. 지식인 130여명 선언과 주요 대학 교수 대표들의 ‘교육민주화 성명’에 참가함. ‘광주민중항쟁’ 이후 성북경찰서로 연행되어, 서울에서의 광주학살 항의집회 때 읽을 성명서 작성과 학생선동강연 등을 계획했으며 김대중으로부터 선동자금을 받았다는 등의 이유로 취조를 받음. 한달 동안의 유치장 생활 후 석방됨. 7월, 이문영(李文永) 김윤환(金潤煥) 조용범(趙容範) 김용준(金容駿) 이상신(李相信) 교수 등과 함께 고려대학교에서 해직됨. 다산연구회 소속 교수 거의 절반이 해직됨. 창비로부터 『한국근대사』 『한국현대사』 집필을 의뢰받고 생활비를 보조받음. ‘해직교수협의회’ 결성에 참여함.
1982년 학문 연구의 대상이 우리 근현대사 쪽으로 기울면서 좌우익 통일전선문제에 대한 관심이 깊어감. 「독립운동과정의 민족국가건설론」 「좌우합작운동의 경위와 그 성격」(1983) 등을 씀.
1983년 『조선시대 상공업사 연구』(한길사) 출간. 일본 토오꾜오여자대학의 초청으로 3개월간 일본 체류. 이해 봄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민족분단과 통일과정의 역사적 배경’이라는 제목으로 강의했던 내용이 문제가 되어 12월말 치안국 남영동 ‘대공분실’로 연행된 후 서대문구치소에 수감되었다가 석방됨.
1984년 『한국근대사』 『한국현대사』(창작과비평사) 출간. 2학기 개강과 함께 만 4년 만에 복직, 강단으로 돌아옴.
1985년 해직교수 시절 분단 극복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민족주의는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며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쓴 글을 『한국민족운동사론』(한길사)으로 묶어 출간. 2008년 증보판(서해문집)을 냄.
1987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장을 1989년까지 맡음. 민족해방운동의 경제적 기초가 되는 식민지시대 민중의 삶을 규명하기 위해 『일제시대 빈민생활사 연구』를 창작사(창작과비평사)에서 출간.
1990년 1980년대 후반 시점에서 식민지시대 민족해방운동과 해방 직후 민족통일운동의 역사성을 살펴보고 민족운동으로서의 통일운동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쓴 글을 묶어 『통일운동시대의 역사인식』(청사) 출간. 2008년 증보판(서해문집)을 냄.
1991년 민족문제연구소 창립 당시 고문으로 참여하고,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지도위원을 맡음. 월간 『사회평론』 발행인 취임. 『조선민족혁명당과 통일전선』(화평사) 출간. 2003년 증보판(역사비평사)을 냄.
1994년 지난 10년간의 역사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특히 1930년대 이후 민족해방운동사와 좌익세력의 활동을 대폭 보충해 『고쳐 쓴 한국근대사』 『고쳐 쓴 한국현대사』(창작과비평사)를 출간함.
1996년 민족해방운동 좌익전선의 활동을 규명하기 위해 성균관대학교 성대경 교수와 함께 『한국사회주의운동 인명사전』(창작과비평사)을 엮음. 역사에쎄이 『역사를 위하여』(한길사)를 출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통일협회 이사장을 2000년까지, 동아시아 평화・인권국제회의 한국위원회 대표를 2001년까지 맡음.
1998년 청명 임창순 선생이 설립한 청명문화재단 이사로 활동. 임창순 선생 작고 후 1999년부터 2005년까지, 그리고 2007년부터 현재까지 이사장을 맡음. 청명문화재단에서 평화통일 진전을 위해 발행한 계간 『통일시론』 편집인 겸 발행인(1999~2001)을 역임함.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상임의장을 2000년까지, 정부의 통일고문회의 통일고문을 2008년까지, 한일문화교류정책자문위원회 위원을 2003년까지 맡음.
1999년 2월말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교수 정년퇴임.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제자들과 공동집필한 『통일지향 우리 민족해방운동사』(역사비평사 2000) 『한국자본주의의 역사』(역사비평사 2000), 조선후기 전공 제자들이 공동집필한 『조선후기사 연구의 현황과 과제』(창작과비평사 2000) 등이 함께 간행됨. 인터넷강의를 묶어 『20세기 우리 역사』(창작과비평사)를 출간함. 2009년 김대중정부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담은 증보판(창비)을 펴냄. 역사기행 『회상의 열차를 타고 — 고려인 강제이주 그 통한의 길을 가다』(한길사) 출간. 2003년까지 한일문화교류회 위원을 맡음.
2000년 역사학의 현재성과 대중성 확립을 위해 역사학 계간지 『내일을 여는 역사』를 창간하고, 편집인 겸 발행인을 2007년까지 맡음. 6월 13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 수행원으로 북녘땅을 밟음. 이후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등의 업무로 20여차례 남북분계선을 넘나듦. 제주4・3사건위원회 위원을 지냄.
2001년 ‘분규학원’ 상지대학교 총장을 맡아 2005년까지 학교운영 정상화와 민주화를 위해 노력함. 청명문화재단의 『통일시론』 발행이 필진 구성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던 상황에서 일부 예산을 월간 『민족21』 간행비로 지원하기로 하고 2005년까지 그 발행인을 맡음. 청암언론문화재단 이사장을 2005년까지 맡음.
2002년 사론집 『역사는 이상의 현실화 과정이다』(창작과비평사) 출간.
2003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국내외에서 강연했던 내용을 풀어 정리한 『우리 통일, 어떻게 할까요』(당대)와 사론집 『역사는 변하고 만다』(당대)를 출간.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을 2004년 까지 맡음.
2004년 2001년부터 시작된 네차례의 남북역사학자대회를 통해 북측과 남북역사학자협의회 결성에 합의하고, 북측 허종호 박사와 「남북역사학자협의회 결성에 관한 합의서」를 교환함.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남측위원회 위원장을 2007년까지 맡음. 7월, 평생 모은 장서 1만권 중 정부에 의해 허가된 8200여권을 북녘에 기증함. MBC 통일방송정책자문위원을 2005년까지, 국가기록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을 2007년까지 맡았고, 독립기념관 이사를 2007년까지 맡음.
2005년 노무현정부 출범 이후 시작된 과거사 진상규명의 일환인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2007년까지 2년 동안 맡음. ‘6・15공동선언 발표 다섯돐 기념 민족통일대축전’(평양)에 남쪽 준비위원회 상임고문 자격으로 참가. 광복60년기념사업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2006년까지 맡음.
2007년 재단법인 ‘내일을 여는 역사재단’을 설립하여, 계간 『내일을 여는역사』를 간행하고, 한국 근현대사 연구를 북돋우기 위해 매년 한국 근현대사 전공자 중 선별하여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음.
2010년 자서전 『역사가의 시간』(창비) 출간. 『역사가의 시간』으로 만해문학상을 수상함.
2013년 『분단고통과 통일전망의 역사』(선인) 출간.
2016년 『강만길의 내 인생의 역사 공부』(창비) 출간.
2018년 『강만길 저작집』(전18권, 창비) 간행.

|저서목록|
『조선후기 상업자본의 발달』, 고려대학교 출판부 1973
『이조의 상인』, 한국일보사 1975
『한국상업의 역사』, 세종대왕기념사업회 1976
『분단시대의 역사인식』, 창작과비평사 1978
『조선시대 상공업사 연구』, 한길사 1983
『한국근대사』, 창작과비평사 1984
『한국현대사』, 창작과비평사 1984
『分斷時代の歷史認識』, 宮嶋博史 譯, 旗田巍 監修, 東京: 學生社 1984
『한국민족운동사론』, 한길사 1985
『韓國民族運動史論』, 水野直樹 譯, 東京: 御茶の水書房 1985
『韓國近代史』, 小川晴久 譯, 東京: 高麗書林 1985
『韓國現代史』, 高崎宗司 譯, 京東京: 高麗書林 1985
『일제시대 빈민생활사 연구』, 창작사 1987
『통일운동시대의 역사인식』, 청사 1990
『조선민족혁명당과 통일전선』, 화평사 1991
『韓國近代史』, 賀釗城.周四川.楊永..劉渤 共譯, 北京: 東方出版社 1993
『고쳐 쓴 한국근대사』, 창작과비평사 1994
『고쳐 쓴 한국현대사』, 창작과비평사 1994
『역사를 위하여』, 한길사 1996
『韓國現代史』, 陳文壽.金英姬.金學賢 共譯, 北京: 社會科學文獻出版社 1997
『20세기 우리 역사』, 창비 1999
『회상의 열차를 타고 . 고려인 강제이주 그 통한의 길을 가다』, 한길사 1999
『21세기사의 서론을 어떻게 쓸 것인가』, 삼인1 999
『역사는 이상의 현실화 과정이다』, 창작과비평사 2002
『역사는 변하고 만다』, 당대 2003
『증보 조선민족혁명당과 통일전선』, 역사비평사 2003
『우리 통일, 어떻게 할까요』, 당대 2003
A History of Contemporary Korea, John B. Duncan trans., Global Oriental 2005
『한국민족운동사론』(증보판), 서해문집 2008
『통일운동시대의 역사인식』(증보판), 서해문집 2008
『20세기 우리 역사』(증보판), 창비 2009
『역사가의 시간』(자서전), 창비 2010

|상훈경력|
1988년 제3회 심산학술상
1992년 제18회 중앙문화대상 학술상
1999년 제13회 단재상
2000년 제2회 한겨레통일문화상
2002년 제6회 만해학술상
2005년 제3회 민족화해상 개인부문
2007년 청조근정훈장

(자료출처-민족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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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 수는 있는’ 월급 216만원…‘평균적 삶’ 포기했다

 
저임 노동자 5명의 ‘불안과 걱정’
도서관 경비 노동자 김재원씨가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를 살펴보고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도서관 경비 노동자 김재원씨가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를 살펴보고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다만 재원씨가 한국 사회 평균, “먹고 관계 맺는 데 걱정 없는 삶”을 말하며 힘준 단어는 ‘걱정’이다. 물가는 오르고 임금 인상은 더딘 탓에 재원씨는 최근 걱정하는 횟수가 늘었다. 재원씨의 잣대에 따르면 ‘평균의 삶’에서 한 발짝 멀어진 셈이다. 사소해 보이나, 돌아보면 심각한 대목도 있다.

 

 

 
긴축: 점심 한끼와 과일

 

서비스연맹이 저임금 사업장 노동자 1156명에게 “물가 상승으로 인해 가장 먼저 줄였거나 줄이고자 하는 항목”을 물어 1, 2, 3순위에 가중치를 부여해 점수를 매겨보니 1위가 외식비, 2위가 식료품비였다. 재원씨의 ‘식사 비용’도 소박하다. 4월 한달 딱 25만원을 썼다. 주로 점심인 외식비로 15만원, 식료품비로 10만원을 지출했다. 노력의 결과다. “줄일 수 있는 게 뻔하잖아요. 주변에 1만원 이하로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을 쭉 찾아놨습니다. 별 약속 없을 때는 건너뛰기도 하고요.” 재원씨는 일터 주변 5천원짜리 세무서 구내식당을 즐겨 찾는다.

 

밥 한끼는 대수롭지 않고 흔한 긴축의 대상이다. 다만 재원씨한테는 ‘불규칙한 식사’가 남긴 질병이 있다. 2016년 ‘크론병'(소화기 기관에 염증이 생기는 자가면역질환) 진단을 받고 수술했다. “소화물 택배 일을 할 때 식사를 자주 걸렀죠. 그 전까지도 계속 비정규직이었으니까, 택배 일 할 때 돈을 가장 잘 벌기는 했는데.” 의사는 병에 걸린 이유로 불규칙한 식사를 들었다. 재원씨의 4월 카드 지출 내용에는 4일과 5일 점심 지출 기록이 없다. 10일엔 2천원짜리 커피 한잔을 사 먹은 기록뿐이다. “수술하고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요즘은 부담스러우니까요.” 지난해 기준 외식비 물가는 한해 전보다 7.7% 올랐다. 재원씨 임금은 한해 전보다 2% 올랐다. 그 격차만큼 걱정이 커졌다.

 

초등학교 청소노동자 김양자(53)씨가 생각하는 한국 사회 ‘평균적 삶’은 “과일을 마음 편히 사 먹을 수 있는 삶”이다. “우리 가족이 다 과일을 좋아해요. 마트에서 조금씩 사면 더 비싸니까 박스째 사 먹었는데…. 우리만 먹는 건 아니고 여기 선생님들 나눠 드리고 그러는 건데.” 양자씨는 한달 194만7740원을 번다. 지난 4월 그 가운데 11만7천원을 ‘과일 구매’에 쓰고 말았던 배경을 길게 설명했다. 끝내 양자씨도 평균 포기를 선언한다. “아무래도 줄여야 한다면 과일을 가장 먼저 줄여야겠죠.”

 

 

 

포기: 고양이와 제사상

 

서비스연맹은 설문조사 응답에 주관식 문항을 담았다. “최저임금 수준의 삶으로, 포기한 것”을 적도록 했다. 가족이 31회, 자녀가 14회, 부모가 10회, 지인이 5회 적혔다. ‘관계’에 드는 비용을 포기했다는 의미다.

 

재원씨는 애초 2인 가구였다. 3년 전 함께 살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포기한 것의 목록에서 재원씨도 문득 어머니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을 줄였어요.”

 

현재도 둘이 산다. 어머니를 보내고 2년 뒤 고양이 ‘꾸미’를 만났다. 4월29일 고양이 사료에 5만4천원을 썼다. “처음에 키울 때는 좋은 사료를 줬는데 점점 그러지 못하게 돼요. 괜히 내가 키워서….” 꾸미와의 관계가 무겁다. “더 좋은 것 많이 주지 못할 때 느끼는 안쓰러움이 있죠. 내 아이였다고 생각하면 아빠로서 정말로 많이 마음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 힘든 마음을 울산의 한 화학공장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강유형(37·가명)씨가 말했다. 아이가 네살이다. “제 옷은 전혀 사지 않고 아낀다고 아끼는데도 아들 옷을 많이 못 사 줍니다. 그래도 아들이 먹는 것만큼은 끝까지 포기 안 하려고 해요.” 유형씨는 한 주 52시간을 꽉 채워 일할 때 수당 등을 합쳐 281만원을 번다. 그나마 6년 근속을 한 덕에 최저임금 시급보단 많은 시간당 1만900원을 받아 가능한 임금이다. 저임금을 극복하려 주 52시간을 꽉 채워 긴 시간 노동하는 만큼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해야 하는 것 또한 “미안하다”고 했다.

 

 

미래: 빚과 치과

 

서비스연맹이 “최저임금이 250만원으로 올랐을 때 가장 희망하는 지출처나 하고 싶은 일”을 묻자 49.6%가 ‘부채 상환’이라고 답했다. 저축이 18.3%로 뒤를 이었다. 최저임금 결정 때 생계비 반영의 기준이 되는 비혼 단신 근로자 실태 생계비는 부채와 저축 같은 금융 비용과 미래 대비는 담지 않는다.

 

재원씨 한달 지출 가운데 가장 큰 부분 또한 주택담보대출 이자다. 2018년 어머니를 좀더 좋은 곳에 모시려 집 사느라 생긴 빚으로, 변동금리다. 재원씨는 “4년 전에는 한달 이자 49만원을 냈는데, 한때 74만원까지 나오다가 지금은 69만원”이라고 했다. 고금리는 고물가보다 더 큰 부담이다. 민주노총 가계부 조사에 참여한 저임금 노동자 17명의 가계부채 평균은 8225만원이었다.

 

5천원짜리 식당을 주로 이용하고, 가끔 밥을 걸렀으며, 고양이 사료를 덜 좋은 것으로 바꾸고, 어머니 제사상에 올릴 음식 가짓수를 줄인 재원씨 한달 살이 결과 14만5천원이 남았다. 그의 목표 저축액은 한달 30만원이다. “이가 많이 썩었는데 견적이 230만원 나왔어요. 모아둔 돈이 없어 치료는 그냥 포기했습니다.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저축을 30만원이라도 하면 좋을 텐데….” 예기치 못한 일상의 사건과 겹쳐보자, “딱 먹고사는 만큼은 버는 것” 같았던 재원씨 한달 월급이 돌연 초라해졌다.

 

장현은 방준호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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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은 '노출옷' 때문에 일어난다?…'강간문화'가 통계로 드러났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6/23 09:08
  • 수정일
    2023/06/23 09:0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해설] 왜곡된 '강간통념' 드러낸 성폭력안전실태조사, 어떻게 봐야하나

)한예섭 기자  |  기사입력 2023.06.23. 05:27:36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에' 일어난다?

 

성폭력이 만연하고, 또 만연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경향성을 가리켜 '강간문화'라고 한다. 성폭력의 원인을 피해 여성의 옷차림에서 찾는 등의 피해자 비난 문화가 그 대표적인 요소다. 이러한 강간문화가 한국사회에 여전히 공고함을 보여주는 통계가 나왔다.

 

21일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만 19~64세 남녀 1만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를 발표했다. 통계에선 성폭력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등의 왜곡된 성폭력 통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가령 성폭력 관련 인식과 통념을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46.1%는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에 일어난다'고 답했다.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면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대답도 32.1%에 달했다.

 

피해자의 옷차림이나 음주사실 등 행실을 성폭력의 원인으로 설정하여 행해지는 '피해자 비난하기(Victim blaming)'는 피해자로 하여금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규정하는 전형적인 '2차 피해' 행위로 꼽힌다. 

 

다수의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 법원은 "성폭력을 피해자의 평소 행실 탓으로 돌리는 주장"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사유로 삼을 수 없는"(청주지법 2021노94) "상당한 2차 피해"(서울중앙지법 2019고정215)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도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상근 변호사는 <프레시안>과의 지난 인터뷰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의 행실 등을 비난하며) 피해자의 주변인을 포섭, 회유하는 등의 2차 피해 양상은 성폭력 재판 현장에서 흔한 일"이라며 "오히려 현행 제도 상으론 법원이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어하거나 이를 (여성폭력방지법에 따른) 가중 양형요소로 고려하는 데에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조사에서 드러난 '강간통념'은 제도와 법률 현장 내에도 영향을 미치고, 결국 실제 피해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지난 2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통념을 형법체계 내에서 제거하기 위해" 비동의강간죄의 도입 등 강간죄 형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피해자의 옷차림이 가해자의 '성욕'을 자극해 성폭력이 벌어진다는 식의 인식은 성폭력의 우발성 내지 기습성을 전제로 하는 인식이기도 한데, 이는 성폭력 사건의 대다수가 아는 사람에 의해 벌어지는 '관계 내 폭력'이라는 실제 통계와도 배치되는 인식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22년 상담통계에 따르면 전체 성폭력 접수 건의 82.0%는 아는 사람에 의해 발생했다. 

 

 

 

국민 10명 중 5명은 '피해자다움' 통념 가져  근거 없는 '무고죄 공포'도

이번 여가부 조사에선 성폭력 피해자의 사건 대응방식을 '정형적인 형태'로 규정하고, 이를 벗어나는 피해자는 '진정한 피해자가 아니'라고 보는 통념도 확인됐다. 응답자의 52.6%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이라면 피해 후 바로 경찰에 신고할 것이다'라고 답했고, 39.7%는 '금전적 이유나 상대에 대한 분노, 보복심 때문에 성폭력을 거짓으로 신고하는 사람도 많다'고 답했다. 

 

이 같은 통계 결과는 "실태조사 상의 신고율이 여전히 10%대로 집계"(김혜정 소장)되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몰이해와 '성폭력 무고' 사례에 대한 근거 없는 두려움을 잘 보여준다. 

 

실제 성폭력 피해자들은 범죄 직후 '바로 신고하거나' '바로 장소를 벗어나거나' '바로 가해자와의 관계를 단절하는 등' 정형화된 대응양상을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19년 안희정 성폭력 사건 당시 대법원은 "특정하게 정형화한 성범죄 피해자의 반응만을 정상적인 태도라 보는" 것은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편협한 관점"이라는 2심 법원의 판단을 인용한 바 있다. 

 

또한 강간 등 성폭력 사건은 전체 흉악범죄에 비해 현저히 낮은 기소율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피해자들이 법적대응을 포기하게 만드는 주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신고 대응을 '피해자의 정형적 모습'으로 바라보아선 안 되는 이유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20년 상담통계에 따르면 술·약물·수면상태 등을 활용한 준강간 및 준강제추행 피해 사례에서 법적대응을 선택한 피해자들은 38%(전체 65건 중 25건)에 불과했다. 법적 대응을 선택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처벌에 대한 불확실(30.8%) 때문이었다. 대검찰청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검찰에 송치된 전체 성폭력 피의자 3만1991명 중 기소된 이들은 1만3740명으로 42.9%에 불과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3월 발간한 2022년 성폭력 상담 통계에서 검찰의 불기소뿐 아니라 경찰의 불송치 또한 성범죄 피해자가 "넘어야 할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동 기관의 2022년 한해 불송치 대상자 조사에 따르면 불송치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요소가 바로 수사기관 등의 "피해자다움에 대한 통념 작용"(32.4%)이다.

 

개별 사건을 들여다보면 △명확하게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은 점 △바로 피해 장소를 벗어나거나 주위에 도움을 청하지 않은 점 △피해 전후로 가해자와 연락을 주고받은 점 등의 모습이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않다'는 판단의 근거가 됐다. 통계로 드러난 '통념'은 실제 수사과정에까지 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통계에서 나타난 '성폭력을 거짓으로 신고하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도 비슷한 효과를 가진다고 지적한다. 근거 없이 부풀려진 '통념'이 실제 피해자들에게 불리한 사회·문화·법률 지형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2020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성폭력무고죄 검찰 통계 분석'(2017~2018년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동안 성범죄로 처분된 인원은 8만 677명인 반면 성폭력 무고로 유죄를 받은 인원수는 341명에 불과했다.

 

당시 연구원은 "성폭력 피해를 주장했다가 무고 혐의를 받거나 나아가 무고죄 유죄까지 선고받는 사례는 그 수가 적더라도 성폭력 피해자 전반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다"며 "무고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위협은 성폭력 피해자를 더욱 침묵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법률현장에서 성폭력 무고죄는 가해자들이 재판을 지연시키거나 피해자를 압박하기 위해 활용하는 대표적인 '방어 전략'으로 꼽힌다. 김정혜 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6월 무고죄·강간죄 관련 이슈토크쇼에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의심과 비난이 존재하고, 그러한 의심과 비난 때문에 피해자는 침묵하게 되고, 그로 인해서 다시 성폭력 근절이 방해되는 악순환의 구조가 있다"며 "가해자는 무고 역고소를 통해 이러한 순환구조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강간통념', 남성의 경우가 압도적 … "정부 반페미 정치엔 책임 없나" 

 

이 같은 강간통념은 어떻게 생성되고 강화되고 있을까. 성폭력을 여성의 '정조에 관한 죄'로 규정하고 있던 형법 제32장이 지난 1995년까지 유지되어온 만큼 한국사회의 강간통념·강간문화는 길고 견고한 역사를 지닌다. 통념의 극복을 위해서도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다만 여성계에선 지난 대선 국면부터 지속되어온 현 정부여당의 반 여성주의 기조가 이 같은 통념의 강화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무고죄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 강간죄 개정 반대 등 안티 페미니즘 정책을 통해 소위 '이대남(20대 남성) 공략' 전략을 국면전환 카드로 삼아온 현 정부의 기조가 강간통념의 확대재생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통계에선 연령대보다 성별에 따른 성폭력 인식 격차가 두드러졌다. 대부분의 문항에서 여성보다 남성의 성폭력 통념이나 고정관념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고죄 이슈와 관련한 '금전적 이유나 상대에 대한 분노, 보복심 때문에 성폭력을 거짓으로 신고하는 사람도 많다'는 항목은 30대 남성(43.5%)에서 가장 높은 응답률이 나왔고, '피해자가 끝까지 저항하면 강제로 성관계(강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항목의 경우 20대 남성(27.7%)에서 응답률이 높았다.

 

▲지난 5월 17일 저녁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 광장에서 개최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7주기 추모집회 '누구도 우리의 전진을 막을 수 없다' 현장 모습. ⓒ프레시안(한예섭)

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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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에 "괴담 벗어났다" vs "누가 믿겠느냐"

  • 기자명 박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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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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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신문 솎아보기] 사라진 영·유아 2236명, 동아 “출산율 걱정했다니 부끄럽다”

    노동계 내년 최저임금 1만2210원 요구에 동아 “제발 최저임금 좀 그만 올리라”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국내에서 태어난 영·유아 중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경우가 2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졌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22일 “감사원이 발견한 미신고 아동 2236명을 포함해 의료기관에서 발급한 ‘임시 신생아 번호’ (출산 기록)만 있고 출생신고 기록은 없는 영·유아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영·유아 출생 미신고에 대해 전수 조사 자체가 그간 없었으며, 출생 신고하지 않아도 ‘과태료 5만원’이 전부고 형사처벌 대상도 아니다. 23일 아침 신문들은 1면에 일제히 이 소식을 보도하고, 사설로도 다뤘다.

    ▲23일 아침신문들 1면.

    21일 국방부가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6년 만에 마무리했다. 결과적으로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는데, 지난 22일부터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은 반대되는 논조의 기사와 사설을 보도하고 있다.

     

    사드 전자파 평가 결과에 조선 “사람 튀겨진다 괴담 민주당 사과 안 해”

    21일 국방부가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THAAD·사드)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2017년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미사일 방어를 위해 사드를 국내에 들여온 지 6년 만이다. 환경부는 “측정 최댓값이 인체보호기준의 0.2% 수준으로 인체 및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 22일 경향신문은 “사드 기지에서 가장 가까운 노곡리에서 암환자가 12명 발생했고 7명이 사망했다. 불과 100여 명이 사는 마을에서 벌어진 일이다. 휴대전화 기지국보다 전자파가 덜 나온다는 측정 결과를 누가 믿겠느냐”는 주민의 발언을 보도한 반면, 조선일보는 민주당 인사들이 “사드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튀겨질 것 같아 싫어”, “몇백 킬로를 들여다보는 레이더를 쏘는데 안전하겠냐” 등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22일 경향신문 1면.

    ▲22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은 23일 사설에서도 사드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반대되는 입장의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는 <괴담 정당이 돼 버린 민주당, 양심의 문제 아닌가> 사설에서 “6년에 걸친 환경영향평가 결과 사드 전자파는 인체 보건 기준 530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사드 전자파에 사람이 튀겨진다는 괴담을 주장해온 민주당은 사과하지 않았다”며 “그 대신 22일부터 이틀간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동해안에서 ‘후쿠시마 괴담’ 여론몰이에 나섰다. 태평양으로 방류되는 일본 오염수는 한국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또다시 괴담 마케팅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민주당 괴담의 시작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는 가짜 뉴스에 올라타면서였다. ‘한국인 유전자 구조가 취약해 95%가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는 식의 괴담을 유포하며 국민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뇌송송 구멍탁’이라는 황당한 슬로건을 내건 광우병 집회를 전국에서 주도하다시피 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열 손가락으로 다 꼽을 수 없는 민주당 발 괴담 중 사실 비슷한 것으로도 판명 난 것이 없다. 그때그때 국민들의 불안 심리, 특히 먹거리나 건강과 관련된 심리를 자극해 괴담의 효과를 키워왔다. 이 때문에 국가가 치러야 했던 비용은 심각하다. 민주당에는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진 의원들이 많이 있다”며 “이들은 이 괴담이 사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민주당의 행태는 단순한 정쟁이 아니라 양심의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23일 경향신문 사설.

    ▲23일 조선일보 사설.

    반면 경향신문은 <‘6년의 논쟁’ 사드, 졸속 환경평가로 일사천리 갈 건가> 사설에서 이번 조사의 한계점을 지적하며 “주민들의 반발이 전자파 때문만은 아니다. 유류 유출로 인한 토양·상수원 오염, 미군 차량에 의한 교통사고 등 많은 우려가 있다”며 “2022년 11월~2023년 1월 실시한 조사로는 사계절에 걸친 영향을 알기 어렵다. 아울러 정부는 협의에 참여한 ‘주민대표’도 공개하지 않았다. ‘졸속’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백번 양보해 다수 시민이 사드 덕에 안전해졌다고 느낀다 하더라도 다수의 안전을 위해 소수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연로하고 힘없는 농민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납득할 투명한 절차·설명도 없이, 그냥 밀어붙여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했다.

     

    사라진 영·유아 2236명, 동아 “출산율 걱정했다니 부끄럽고 미안”

    22일 조선일보는 1면 <사라진 신생아 2000명, 시신 2구 발견> 기사에서 “감사원은 지난 3월부터 보건복지부에 대한 정기 감사를 진행하면서 복지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체계에 허점이 있는지를 들여다봤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은 2015~2022년 8년간 병원에서 출산이 된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가 2000여 명에 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기간 태어난 것으로 신고된 영·유아는 261만3000여 명”이라고 보도했다.

    SBS ‘8뉴스’는 22일 <[단독] ‘결핵 접종’ 신생아, 출생신고보다 1만 명 많았다> 기사에서 “ 감사원은 병원에서 예방 접종받은 아이 가운데,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기가 있는지 확인했다. 이때 감사원이 참고했던 자료는 B형 간염 예방 접종”이라며 “그런데 실제 신생아 접종률이 가장 높은 건 결핵 백신입니다. 그래서 저희 취재진이 결핵 접종받은 신생아 숫자와 실제 출생신고 건수를 비교해 봤는데 최근 2년 동안 1만 명 넘게 차이가 났다”고 보도했다. 실제 출생신고 되지 않은 영·유아가 2000명의 최대 5배 정도일 수 있다는 의미다.

    ▲22일 SBS '8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23일 조선일보 1면.

    23일 조선일보는 <나라가 버린 (출생 미신고) 2236명의 천사들> 기사에서 “이번 ‘영아 살해’ 등 비극의 근본 원인이 국가 제도 미비라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정부 발표는 ‘뒷북’이란 지적이다. 정부와 병원은 영아의 출생신고를 확인하지 않고, 출생신고를 안 해도 ‘과태료 5만 원’이 전부인 현 제도를 정부가 방치한 것이 영아들을 사지로 몰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미국·영국·독일 등은 신생아가 태어나면 수일 내에 의료기관이 당국에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병원에서 부모에게 ‘주민등록법상 1개월 이내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것이 전부”라며 “부모가 안 하면 정부는 확인할 방법도, 의무도 없다. ‘영아 보호’에 대한 정부의 책임과 의무 방기”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2면 <샘플 조사 23명 중 생존 확인된 아기는 1명뿐> 제목의 기사에서 “23명 가운데 22일까지 생사가 확인된 아이는 4명이다. 3명은 숨졌고, 1명은 친모가 유기했으나 다른 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나머지 19명의 생사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23일 조선일보 2면.

    ▲23일 조선일보 3면.

    출생통보제 도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선일보는 이어지는 3면 기사에서 “출생통보제에 대해 의사들이 반발하면서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지지부진하다. 산부인과와 의사 단체들은 ‘정부가 출생 신고에 드는 비용과 인력을 의료 기관에 떠밀고 있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또 드러난 ‘미등록 아동’ 살해, 출생통보제 서둘러라> 사설에서 “허술한 출생시고제 탓이 크다”며 “현행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은 출생신고 의무를 부모에 한정한다. 부모가 신고를 안 하면 국가가 아이의 존재를 알 길이 없다.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들은 사회안전망 보호를 받기도 어렵다. 사실상 제도권 밖의 ‘미등록 아동’인 셈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출생 사실이 지자체에 통보되는 ‘출생통보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계 반대로 추진이 더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까지 떨어졌다. 저출생을 걱정하면서 이 땅에 태어난 아이들조차 돌보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출생신고는 ‘존엄한 존재’의 출발점이다. 기록도 없는 아이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국회는 법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당부했다.

    ▲23일 경향신문 사설.

    ▲23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8년간 태어난지도 몰랐던 ‘유령아이들’ 2236명> 사설에서 “그동안 대대적인 복지 사각지대 발굴 작업을 벌였다면서도 8년간 유령아이들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귀한 생명을 제대로 보호하지도 못하면서 출산율 걱정을 하고 있었다니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했다.

     

    노동계 내년 최저임금 1만2210원 요구에 동아 “제발 최저임금 좀 그만 올리라”

    22일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검의 최초 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2210원을 제시했다. 월급으로 환산한 금액(월 노동시간 209시간)은 255만 1890원이다. 2023년 최저임금은 9620원(월 201만580원)으로 이보다 26.9% 많은 금액이다.

    동아일보는 <“제발 최저임금 좀 그만 올리라”> 사설에서 “전국의 자영업자·소상공인 1000여 명이 그제 비를 맞으며 국회의사당 앞에 모였다. 내년도 최저임금 법정 심의기한을 1주일 앞두고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1년 전 같은 집회 때에 비해 3배 넘게 참석해 ‘제발 최저임금 좀 그만 올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했다.

    ▲23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이어 “자영업자들이 하루 가게 문까지 닫고 집단행동에 나선 건 지나치게 빠르게 오르는 최저임금을 더는 감당할 수 없어서”라며 “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의 최저임금은 41.6% 올랐다. 같은 5년간 주요 7개국(G7) 중 최저임금이 제일 많이 오른 캐나다의 32.1%에 비해서도 훨씬 높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올해 한국의 최저임금은 이미 일본, 대만, 홍콩을 뛰어넘어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반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자영업자들의 빚은 폭증했고, 연체율도 빠르게 치솟고 있다. 10명 중 한 명은 세 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돈으로 간신히 사업을 유지한다”며 “게다가 급등한 전기·가스요금과 식재료값 때문에 하루하루가 가시밭길이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리는 건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에서 떠미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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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의 염원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 결의

영원한 건설 노동자 양회동 열사, ‘노동시민사회장’ 엄수

  • 기자명 김래곤 통신원 
  •  
  •  입력 2023.06.22 10:10
  •  
  •  댓글 1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장옥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위원장이 호상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윤석열의 검찰독재정치, 노동자를 자기 앞길의 걸림돌로 생각하는 못된 놈 꼭 퇴진시키고,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 주세요. 동지여러분 사랑합니다. 투쟁!” -양회동 열사의 유서 중에서-

영원한 건설 노동자 양회동열사의 노동시민사회장이 21일 오전 8시 서울대병원장례식장에서 발인미사를 시작으로 오전 9시 발인, 오전 11시 경찰청 앞에서 노제, 오후 1시 광화문 세종대로 앞 영결식, 오후 4시 마석모란공원 하관식으로 엄숙히 진행되었다.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에서 아들이 양회동 열사의 영정을 앞세운 영구 행렬이 나서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에서 아들이 양회동 열사의 영정을 앞세운 영구 행렬이 나서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열사가 걸어온 길

1973년 강원도 고성에서 2남 4녀중 막내로 출생
(속초에 거주하면서 가족으로는 아내와 자녀 2명)
2015년 건설현장 철근노동자로 근무
2019년 11월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가입
(일반팀 철근팀장으로 일하다 임금중간착취, 임금체불, 고용불안 등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가입)
2022년 1월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역임
2023년 5월 1일 윤석열 정권의 노조 탄압에 항거하며 분신
유서 3부(가족, 노동조합, 원내 야4당) 작성
2023년 5월 2일 13시 운명

열사의 영구 행렬이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고 있다. 한때 이곳에서 경찰들이 영구행렬을 가로막아 나서기도 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열사의 영구 행렬이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고 있다. 한때 이곳에서 경찰들이 영구행렬을 가로막아 나서기도 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양회동 열사의 장례행렬이 서대문경찰청 앞 사거리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양회동 열사의 장례행렬이 서대문경찰청 앞 사거리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열사의 영구행렬은 서대문경찰청 앞에서 노제를 지내면서 추모결의대회를 진행하였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열사의 영구행렬은 서대문경찰청 앞에서 노제를 지내면서 추모결의대회를 진행하였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경찰청 앞에서 (왼쪽부터) 김정배 건설노조 강원지부 지부장, 양태조 건설노조 경기도지부 지부장,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의 추모사가 진행되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경찰청 앞에서 (왼쪽부터) 김정배 건설노조 강원지부 지부장, 양태조 건설노조 경기도지부 지부장,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의 추모사가 진행되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영원한 건설 노동자 양회동 열사의 노동시민사회장 영결식이 광화문 세종대로 앞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영원한 건설 노동자 양회동 열사의 노동시민사회장 영결식이 광화문 세종대로 앞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이 지속되는 한 노동자 민중은 더 많은 피를 더 많은 희생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면서 “양희동 동지의 억울함을 푸는 길은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는 것”이라면서 “자랑스러운 민주노총, 건설노조답게, 동지의 자랑이 부끄럽지 않게 투쟁하겠다”고 결연한 투쟁의지를 표명하였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가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가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조사를 통하여 “이 억울한 죽음은 건설자본의 앞잡이 윤석열 대통령과 원희룡 국토부장관, 조중동 등 수구적폐언론, 경찰, 검찰 등이 만들어낸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탄하면서 “남은 우리들이 동지의 간절한 염원을 기필코 실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열사의 영면을 기원하였다.

꽃다지의 추모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꽃다지의 추모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공동장례위원장 6개 정당 대표들이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공동장례위원장 6개 정당 대표들이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계속해서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나도원 노동당 공동대표, 김찬휘 녹색당 대표 등의 조사가 이어졌다.

함세웅 신부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함세웅 신부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함세웅 신부는 조사를 통하여 “양회동 동지는 노동자의 아름다운 삶과 강령을 제시하였다”면서 “특히 야당 6개 대표들과 정치인들이 양회동 열사의 정신을 이어받아서 꼭 하나가 되어, 무리한 정치인을 몰아낼 수 있도록 하라”고 열사를 위하여 기도하였다.

열사의 딸과 아들의 ‘아빠에게 드리는 추모의 글’이 영상을 통하여 전해지는 동안  열사의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열사의 딸과 아들의 ‘아빠에게 드리는 추모의 글’이 영상을 통하여 전해지는 동안  열사의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삼헌 한국민족춤협회의 추모춤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삼헌 한국민족춤협회의 추모춤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열사의 큰형 양회선 씨가 유족을 대표해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열사의 큰형 양회선 씨가 유족을 대표해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열사의 큰형 양회선씨는 유족을 대표해서 “내 동생으로 태어나 함께 살아주어서 고맙다.”고 하면서 노동·시민·사회·정당 등 모든 분들에게 감사표시를 하였다.

계속해서 민주노총 120만 조합원들에게 “우리의 생존권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함께 나가야 하는 이 현실을 잊지 말아주십시오”라는 당부의 말과 함께 “동생은 참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라고 열사에 대한 뜨거운 그리움과 애정으로 끝맺었다. 

장옥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위원장이 호상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장옥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위원장이 호상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장옥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위원장은 호상인사를 통하여 “자신의 손으로 국민들의 살 집과 모든 사회기반시설을 창조하면서 늘 노가다라 천대받던 건설노동자도 사람답게 살 수 있다 믿었던 노동운동가의 희생을 추모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영결의 뜻을 전하였다.

또한 “전국의 노동, 시민, 사회, 정당에서 양회동 열사의 유언을 받들어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고 결의를 하고 있다”면서 “양회동 열사를 기억하고 함께 해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뜨거운 마음으로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참가자들이 열사에게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참가자들이 열사에게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날 영결식은 안지중 상임집행위원장(전국민중행동)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끝으로 참가자들이 유족부터 사회각계 인사들이 열사에게 헌화를 하고, 열사는 마석모란공원에 안장되어 민족민주열사들과 함께 영면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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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건'이라던 알프스 고장횟수, ‘사실 더 많아’

  • 김준 기자
  •  
  •  승인 2023.06.2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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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일본원정투쟁 출정

알프스 고장, 훨씬 더 많아

‘24일 공동행동 참여 호소’

IAEA, 본래 원전 진흥 기관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촉구

 

서울겨레하나 회원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 기자회견을 마치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뉴시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애초 정부가 8건이라고 발표했던 알프스 고장횟수가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로 인한 우려가 공포로 변했다. 그만큼 방류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된다.

정의당은 오늘(22일)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에 항의하기 위해 2박 3일간 후쿠시마를 방문한다. 진보당도 정부가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 또한 24일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3차 전국행동’을 선포하며 많은 시민의 참여를 호소했고, 겨레하나도 일본대사관 앞에서 오염수 방류를 규탄했다.

정부는 22일 일일브리핑에서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의 긴급 방사능조사를 벌였다며 그 결과 안전한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자리에 참석한 한필수 전 IAEA 국장은 “IAEA의 최종 보고서는 IAEA의 위상과 직결된다”며 IAEA의 조사보고서의 신뢰성을 강조했다. 야당이 계속해서 IAEA의 신뢰도 문제를 제기하자 이에 대한 대응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IAEA의 검증을 믿어야 한다고 연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의 걱정을 잠재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직 일부 지역은 방사능 장비가 부족하고 IAEA는 본래 원전을 진흥시키기 위한 취지로 설립된 기구이기 때문이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란 지적이 계속되는 이유다.

또, 최근에는 알프스(다핵종제거설비)의 고장 발생 건수가 기존 정부 설명보다 더 많은 것이 확인됐다. JTBC는 20일 저녁 '8건이라던 알프스 고장, 4건 더 있었다, 정부 부실검증 논란'이란 단독 보도를 냈다. 정부는 이에 곧바로 해명을 내놓았다.

임승철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장은 21일 일일브리핑에서 “우리는 건수가 아닌 사례로 말한다”며 “동일한 이유로 15개 호기(원자로)를 바꾸는 경우 15건 고장이 아니라, 고장 1건, 대상 15호기라고 표기한다”고 말했다.

임 사무처장의 해명대로라면 애초 정부가 발표했던 ‘8건의 고장’은 ‘8건의 사례’가 된다. 실제 개개별 호기가 고장 난 횟수는 훨씬 많아질 수 있다는 거다.

환경운동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10만인 서명운동과 24일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3차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 밝히며 “촛불 모아 큰 횃불을 만들 것”이라 강조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방사성 오염수 방류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촉구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윤희숙 진보당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982년 채택한 유엔해양법협약 194조는 ‘자국의 관할권이나 통제 하의 활동이 다른 국가와 자국의 환경에 대해 오염으로 인한 손해를 끼치지 않게 수행되도록 보장해야 하고 자국에서 발생한 오염이 밖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보장 하는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정부가 최소한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라도 해야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오는 24일 3차 공동행동의 날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며 ‘10만 범국민 서명을 벌일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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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특수한 위치...북 비핵화 적극 노력 촉구”

한미 외교차관보 회담, 블링컨 방중 결과 공유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3.06.21 17:19
  •  
  •  댓글 0
 
대니얼 크리텐브링크((Daniel Kritenbrink)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방한해 21일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와 오찬을 겸한 회담을 가졌다. [시진 제공 - 외교부]
대니얼 크리텐브링크((Daniel Kritenbrink)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방한해 21일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와 오찬을 겸한 회담을 가졌다. [시진 제공 - 외교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의 중국 방문 결과를 갖고 대니얼 크리텐브링크((Daniel Kritenbrink)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방한해 21일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와 오찬을 겸한 회담을 가져 눈길을 끌고 있다.

외교부는 21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6.18.-19.) 결과를 비롯해 한미동맹, 한중/미중관계, 북한문제, 주요 지역 및 글로벌 현안에 관해 심도있는 협의를 가졌다”며 “크리텐브링크 차관보는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통해 중측과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대화를 가졌다고 하며 최 차관보에게 방문 결과를 상세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크리텐브링크 차관보는 특히 “이번 블링컨 장관 방중 계기 미중이 날로 무모해지는 북한의 도발 행위와 위협적 언사에 관해 논의하였다”며, “미측은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대북 영향력을 보유한 특수한 위치에 있는 만큼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의 길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여 줄 것을 촉구하였다”고 설명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구무부 장관이 1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했다. [사진 출처 - 중국 외교부]
토니 블링컨 미국 구무부 장관이 1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했다. [사진 출처 - 중국 외교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한 블링컨 장관은 19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점점 더 무모해지는 북한의 행동과 말에 대해 얘기했다”며 “국제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은 북한이 책임 있게 행동하고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며 핵 프로그램 관련 대화를 시작하도록 고무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말하고 “중국은 북한이 대화에 참여하고 위험한 행동을 끝낼 수 있게 압박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외교부는 “최 차관보는 북한의 도발 중단과 비핵화가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체의 공동 이익이라는 한미의 일치된 인식을 재확인하면서, 이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지속 촉구해 나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최영삼 차관보는 블링컨 장관의 이번 중국 방문을 포함해 중국과 꾸준히 소통하며 미중관계를 책임있게 관리해 나가려는 미측의 노력을 지지한다면서 우리 나라도 상호존중에 기반한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날선 미중관계가 대화국면에 접어들자 우리 정부도 ‘건강하고 성숙한’이라는 형용사를 내세우며 한중관계를 대치국면에서 조정국면으로 바꾸어 나가는 모양새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주상하이 총영사와 주중대사관 영사를 역임한 중국통 최영삼 차관보가 전면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

크리텐브링크 차관보는 앞으로도 미측은 미중 간 오해·오판에 따른 충돌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중측과 고위급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한편, 자유롭고 개방된,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동맹, 우방국과 계속해서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미 양측은 지난 5월 G7 정상회의 계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간 공조를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기로 한 만큼,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계속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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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억 짜리 국정 농단 ‘청구서’ 한동훈 입 주목하는 이유

국제상설중재재판소 엘리엇 일부 승소 판정,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 관련…법무부 구상권 청구 할까?

 

‘국정 농단’의 밀린 청구서가 날아왔다.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대통령이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을 통해 부당한 합병에 찬성한 ‘원죄’를 배상하라고 해외 금융 투기세력이 청구했고, 1,300억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구상권을 청구할 지 주목된다. 대상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불법 행위 가담자들과 불법행위로 이득을 취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될 테지만, 고려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소송을 담당해야 할 법무부는 아직 대응 방안을 밝히지 않았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분쟁절차(ISDS)’ 중재결과 정부가 690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정이 나왔다. 배상액에 따른 이자와 법률비용을 포함하면 1,3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지난 20일 이같이 판단했다.

2015년 5월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을 발표하자,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취득한 후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다”며 합병에 반대했다. 엘리엇의 합병 반대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세습작업의 걸림돌이었다. 이 회장이 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 가치는 부풀리고, 삼성물산 가치는 낮춰 적은 자금으로 삼성그룹을 장악하려던 세습 시나리오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삼성은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다. 대통령은 보건복지부를 움직여 삼성물산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을 압박했다. 국민연금은 부당한 합병에 찬성했고, 결국 이재용 회장 세습 시나리오는 완성됐다.

불법의 전모는 2016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검사시절 참여했던 ‘국정농단 특검’을 통해 드러났고 2017년 2월 이재용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기소됐다. 수사와 기소가 마무리되자 엘리엇은 2018년 7월, ‘정부의 부당 개입으로 손해를 봤다’며 상설중재재판소에 중재를 신청했다. 배상요청액은 7억7천만달러, 약 1조원에 달했다. 중재판정부는 엘리엇 요청액 중 690억원만 인정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당시 부회장과 한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제공 : 뉴시스

 

구상권 청구, 한동훈 장관의 입에 주목하는 이유


정부는 구상권 청구가 가능하다. 이재용 회장은 ‘부정한 청탁’과 함께 뇌물을 준 혐의가, 박근혜 전 대통령은 뇌물을 받고 합병에 찬성한 혐의가 모두 인정된 상태다. 문 전 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역시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박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하지만, 구상권 청구 주체가 되어야 할 한동훈 장관의 법무부가 소송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중재판정을 끝까지 다퉈 혈세를 절약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앞서 외환은행 론스타 헐값 매각 사건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판정 당시 한동훈 장관은 “피 같은 세금이 단 한푼도 유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각오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판정문 정정 요청을 했고, 실제 판정문이 일부 정정됐다. 법무부는 판정문 정정에서 나아가 판정 취소 소송도 검토중이다.

문제는 기간이다. 구상권 청구는 법적으로 배상금 지급 이후에 청구 자격이 생긴다. 론스타 헐값 매각 사건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의 판정 취소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양국이 합의한 제3국의 재판부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소송이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는 것이다. 그사이 일종의 ‘공소시효’가 종료될 가능성이 있다. 당시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동훈 장관이 말한 배상판정 취소 청구는 공소시효만 흘려버리는 일”이라며 “현상동결, 즉 공소시효 중지 조치와 진상조사, 수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엘리엇에 대한 배상금 역시 같은 문제에 빠질 수 있다. 국제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대표변호사는 “‘중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 ‘끝까지 다퉈 혈세를 아끼겠다’는 말은 ‘정부에게 손해를 끼친 사람들, 그 과정에서 이득을 챙긴 사람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의미와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책임을 물어야 할지도 검토해야 할 문제다. 관련자들의 범죄 가담 정도에 따라 구상 액수가 달라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재판정문 원문 공개가 중요하다. 국제분쟁절차의 판정문은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송 변호사는 “한미FTA 협정을 정부가 위반했다는 것이 중재판정부의 판단”이라며 “누가 어떤 행위로 위반했는지 정확히 알아야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판정문에는 상세 내역이 기록되어 있을 것이고 법무부는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재용 회장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판정문에 이 회장 범죄 사실이 기록되어 있는지, 어떤 형태로 기록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동훈 장관은 21일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결정문을 상세히 분석하고 있고 이후 추가 조치 계획에 대해선 숙고한 뒤 말하겠다”고 했다. 엘리엇 측은 같은날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 재직 당시 수사 및 형사 절차를 통해 이미 입증했다”며 “중재판정에 불복해 근거 없는 법적 절차를 계속 밟아나가는 것은 추가적인 소송 비용 및 이자를 발생시켜 대한민국 국민의 부담만 가중시키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한국 역차별은 어쩌나...


한국 투자자의 역차별 문제도 있다. 구 삼성물산 주주들은 2020년 11월 제일모직과 합병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9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합병비율 산정 당시 주당 1만원 이상 낮은 수준으로 비율을 산정한 부당한 합병이었으나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권을 남용해 위법하게 개입, 합병계약 승인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한 불법행위를 했으니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엘리엇의 주장과 일치한다. 하지만 한국 재판부는 소액주주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2부는 지난해 11월, “복지부 장관 등의 직권남용 행위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국민연금공단이 자유로운 의사로 주주권을 행사했다면 위법행위와 주주의 손해 사이 인과관계는 단절됐다”고 판단했다.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다른 여러 사정을 고려해 주주권을 행사했고, 행사 과정에서 절차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때문에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한 절차적 문제가 없기 때문에 다른 주주에게 손해를 끼친 것만으로는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 1심 재판부 판단이었다.

1심에서 패소한 주주들은 항소했고 현재 서울고법 민사 14부에서 심리중이다. 최근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단이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소액주주 대리인은 중재재판소 판정서를 확보해 증거로 제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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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보] 양회동 열사 영결식, “단결과 연대로 ‘윤석열 퇴진’ 유지 받들 것”



 

[1보] 양회동 열사 발인, 장례 행렬 경찰청으로

[2보] 장례 행렬 막아선 경찰, 군사독재 시절도 없던 일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러졌다. ⓒ 김준 기자

양회동 열사를 마지막 떠나보내는 영결식이 21일 오후 1시 세종대로에서 열렸다.

양회동 열사는 “함께해서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 영원히 동지들 옆에 있겠습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야당 대표들에게 "제발 윤석열 정권 무너트려 주십시오"라는 유서를 남겼다.

이날 영결식에서 양회동 열사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결심이 담긴 조사가 이어졌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이 억울한 죽음은 건설자본의 앞잡이 윤석열 정권에 의한 타살”이라며, “양회동 동지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거대한 사회연대투쟁을 통해 함께 승리하자”고 다짐했다.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열린 노동시민사회장 장례. 영결식에서 발언하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 김준 기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릴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양회동 동지는 알려주었다”면서, “양회동이 옳고, 윤석열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자”고 호소했다.

양회동 열사의 편지로 야당 대표들도 결집했다. 편지를 받은 야당 대표들은 영결식에 함께해 추모를 이어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태일 열사가 산화한 지 53년이 지났지만, 수 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빼앗기고, ‘건폭’으로 몰렸다”면서, “국민의 정당한 노동권을 부정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정부는 존재 이유도, 자격도 없다”라고 일갈했다.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열린 노동시민사회장 장례. 영결식에 야당 대표들이 모였다. ⓒ 김준 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윤석열 정권 1년 만에 너무도 많은 불행이 시민의 삶을 덮치고 죽음의 나락으로 내몰았다”면서, “일하는 국민과 전쟁이라도 치르자는 무도한 권력을 내버려 둘 수 없다”라고 투쟁 의지를 다졌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공장에서, 지하철역에서, 이태원에서, 또 전세사기로... 이 정권 들어 너무 많은 죽음이 있었다”면서, “이 무고하고 억울한 죽음이, 그리고 그 피눈물이 윤석열 정권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양회동 열사가 야4당에 ‘윤석열 정권을 무너뜨려 달라’고 유언을 남겼다면서 “양회동 열사의 유언은 진보당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우리가 기어코 포기하지 않는다면 마침내 이기고 말 것”이라면서, “양회동 열사, 그리고 수많은 노동열사가 남긴 뜻을 더 단단한 단결로, 더 넓은 연대로 받아안자”라고 호소했다.

나도원·이종회 노동당 공동대표, 김찬휘 녹색당 대표 등 6개 야당 대표의 조사가 이어졌다.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열린 노동시민사회장 장례. 영결식에서 발언하는 함세웅 신부. ⓒ 김준 기자

야당 대표들에 이어 추모사에 나선 함세웅 신부는 “양회동 열사는 야 6당 대표에게 하나로 뜻을 모아 윤석열 독재와 싸워야 한다고 호소했다”라고 일깨우면서, “불의한 윤 정권을 끌어내리겠다”라고 기도했다.

유가족을 대표해 양회동 열사의 형님이 무대에 올라 원희룡 장관이 국회에서 ‘동생(양회동 열사)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한 발언을 지적하면서, “그 말을 들었을 때 동생이 죽었다는 소식만큼이나 가슴이 찢어지는 심정이었다”라며, “정권의 말을 들으면 국민이고, 다른 의견을 가지면 죽음도 외면받아야 하냐”라고 일갈했다.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뤄졌다. 영결식에서 발언에 앞서 양회동 열사 영정 앞에서 예를 갖추는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 ⓒ 김준 기자

장옥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위원장은 “늘 노가다라 천대받던 건설노동자도 사람답게 살 수 있다 믿었던 노동운동가의 희생을 추모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 “전국의 노동, 시민, 사회, 정당에서 양회동 열사의 유언을 받들어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결의를 하고 있다”라고 양회동 열사를 향해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영결식을 마친 건설노조는 마석 모란공원에서 양회동 열사의 하관식을 진행했다. ⓒ 건설노조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러졌다. 양회동 열사 유족들이 눈물 흘리고 있다. ⓒ 김준 기자

 

소개되지 않았지만 위 첨부파일에는 양회동 열사의 아들과 딸이 아빠에게 쓴 눈물겨운 편지도 담겼다.

영결식을 마친 건설노조는 모란공원으로 이동해 양회동 열사를 안치했다. 이렇게 분신으로 생을 마감하고도 51일 간 건설노조와 함께 투쟁한 양회동 열사는, 앞선 민주 열사들과 함께 영면하게 됐다.

 

영결식을 마친 건설노조는 마석 모란공원에서 양회동 열사의 하관식을 진행했다. ⓒ 건설노조

영결식을 마친 건설노조는 마석 모란공원에서 양회동 열사의 하관식을 진행했다. ⓒ 건설노조

 

 

양회동 열사 노동시민사회장 안내

08:00 발인 미사(서울대병원장례식장)

09:00 발인 및 행진(~경찰청)

11:00 노제 (경찰청)

11:30 운구행진 (~세종대로)

13:00 영결식 (세종대로)

16:00 하관식 (마석 모란공원)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열린 노동시민사회장 장례. ⓒ 김준 기자

 

[2보] 장례 행렬 막아선 경찰, 군사독재 시절도 없던 일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러졌다. 영결식 전 경찰청으로 향하는 행진 대오를 경찰이 막아서자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 김준 기자

경찰이 양회동 열사의 장례 행렬을 막아섰다.

21일 오전 9시 서울대병원장례식장에서 발인을 마친 ‘양회동 열사 노동시민사회장’ 행렬은 노제를 지내기 위해 경찰청으로 향했다.

10시 15분경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경찰이 대형 영정 차량 통과를 막는 바람에 장례 행렬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장례 행렬은 10여분 간 경찰과 대치한 후 10시 25분 다시 행진을 이어갔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경찰이 다시 장례 행렬을 차단했고, 장례 참석자와 경찰 간 몸싸움이 발생했다. 10시 33분 상황.

장례 행렬을 경찰이 막아선 예는 지금까지 없었다. 군부독재 시절에도 장례만은 보장했다.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러졌다. 영결식 전 경찰청에 도착한 노조를 막아선 경찰. ⓒ 김준 기자

장례 행렬은 경찰청까지 행진하지 못했다. 계획된 경철청 헌화 절차도 진행할 수 없었다.

양회동 열사를 마지막 떠나보내는 노제는 서대문사거리에서 약식으로 진행됐다.

김정배 강원건설지부장은 “윤석열 검찰 독재를 무너뜨리는 것만이 노동자와 국민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이라며 윤석열 퇴진 투쟁을 다짐했다.

윤장혁 금속노조위원장은 “양회동 열사는 건설노동자를 지키기 위해,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더 나아가서 2500만 노동자의 삶을 지키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자신의 목숨을 던져 저항했다.”라며 양회동 열사를 추모했다.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러졌다. 영결식 전 경찰청 앞에서 약식으로 진행된 노제,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이 묵념하고 있다. ⓒ 김준 기자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러졌다. 영결식 전 경찰청 앞에서 약식으로 진행된 노제,. ⓒ 김준 기자

 

 

[1보] 양회동 열사 발인, 장례 행렬 경찰청으로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러졌다. 영결식 전 경찰청 앞에서 약식으로 진행된 노제,. ⓒ 김준 기자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러졌다. 영결식을 위해 양회동 열사가 차로 옮겨졌다. 유족은 관을 붙잡고 쉽게 놓아주지 못했다. ⓒ 김준 기자

열사의 원한이 빗줄기 되어 흐른다.

21일 오전 8시 양회동 열사의 노동시민사회장이 거행된 서울대병원장례식장을 찾았다.

비가 내렸다. 비가 오면 건설노동자는 출근하지 않는다. 영원한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가 마지막으로 건설노동자 한 사람이라도 더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장례식장 입구부터 큰 도로까지 건설노조 조끼를 입은 노동자들로 가득 찼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도 빗속을 뚫고 장례식에 참석했다.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러졌다. 영결식을 위해 행진하는 대오. ⓒ 김준 기자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러졌다. 영결식을 위해 행진하는 대오. ⓒ 김준 기자

9시, 발인식을 마친 장례 행렬은 경찰청으로 향했다. 열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경찰의 폭압 수사를 꾸짖기 위해 경찰청 앞에서 노제를 지낸다.

“이제는 죽지 않고 일하고, 힘든 일 하면서 천대받지 않고,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현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유언한 양회동 열사의 바람을 가슴에 세기는 듯 장례 행렬에선 비장함이 묻어난다.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러졌다. 영결식을 위해 행진하는 대오. ⓒ 김준 기자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러졌다. 영결식을 위해 행진하는 대오. ⓒ 김준 기자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러졌다. 영결식을 위해 행진하는 대오.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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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일대 경찰들이 보면 깜짝 놀랄 이야기

경찰도 노동자라고 인식하는 아이들... '우리 모두는 시민'이라는 깨달음을 얻던 날

23.06.22 04:37l최종 업데이트 23.06.22 07:08l
그룹 '육아삼쩜영'은 웹3.0에서 착안한 것으로, 아이들을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가치로 길러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서울, 부산, 제주,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다섯 명이 함께 육아 이야기를 씁니다.[편집자말]

"엄마, 경찰이 꼭 볼링핀 같아!"

나는 광화문에서 아이를 키운다. 유아차를 끌던 시절부터 첫째 아이가 중학생이 된 지금까지 산책길에서 가장 많이 마주치는 건 경찰이다.

경찰을 관찰하는 광화문 아이들
 

추모제는 평화롭게 진행되었고 오가는 사람들은 현장을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주변에서 대기하던 대부분의 경찰이 세종대로 사거리 방면으로 이동한 후의 모습이다. 소수의 경찰이 있었음에도 질서는 지켜졌다.
▲ 2023년 6월 17일 18시 40분 양회동 열사 추모제 추모제는 평화롭게 진행되었고 오가는 사람들은 현장을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주변에서 대기하던 대부분의 경찰이 세종대로 사거리 방면으로 이동한 후의 모습이다. 소수의 경찰이 있었음에도 질서는 지켜졌다.
ⓒ 임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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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옷을 입은 경찰 집단이 오와 열을 맞춰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첫째 아이가 "볼링핀 같다"고 했다. 볼링 게임도 할 수 있겠다며. 둘째 아이는 형광펜으로 도시에 선을 그어 놓은 것 같다며 웃었다. 

'더위는 여름의 산물이 아니라 도시와 밀집에 고유한 인위의 산물'이라 쓴 신영복 선생의 옥중서간을 몸소 체험하고 싶다면 집회 유무에 관계없이 늘 정차 중인 경찰버스 옆을 지나면 된다. 시동이 걸려 있는 경찰버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지열까지 더해진 후끈한 바람이 행인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니까.

광화문을 위해 일하러 나온 경찰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그들을 위한 안정적인 공간은 이곳에 없다. 노조는 위험한 차도에서 집회를 해야 하고 기동경찰은 밤낮으로 이어지는 근무 일정을 소화하며 부표처럼 자동차 노숙 생활을 한다. 서울경찰청 책임자 중 누가 이런 결정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기 좋은 풍경은 아니다. 

"오늘의 경찰은 이십 명, 하얀색 다섯 명, 검은색 다섯 명, 경찰색은 두 명, 얼굴 토시는 세 명."

경찰을 구경하는 것이 일상인 아이들이 언젠가부터 경찰을 분류하며 놀기 시작했다. 둘째는 '토시 놀이'를 좋아한다. 아이는 같은 위치에 근무하는 경찰이 바뀐다는 것을 토시를 보고 알아차렸고 몇 가지 규칙을 발견했다.

ㄱ. 흰색과 검은색 팔토시가 가장 많다.
ㄴ. 경찰복과 같은 색의 토시가 존재하지만 사용하는 경찰은 적다.
ㄷ. 얼굴과 팔에 모두 토시를 착용하는 경찰은 깔맞춤을 한다.
ㄹ. 얼굴과 팔에 토시를 착용하고 선글라스를 끼고 양산을 사용하는 경찰도 있다.
ㅁ. 토시, 안경, 양산을 모두 사용하지 않는 경찰도 있다.
ㅂ. 밤에도 어떤 경찰은 토시를 착용하고 있다.

 

아이가 팔토시를 언급한 이후부터 나도 팔토시를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 다양한 팔토시를 착용한 경찰 아이가 팔토시를 언급한 이후부터 나도 팔토시를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 임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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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집회야? 양회동이 누구야" 

지난 17일에는 양회동 열사 추모제가 열려서 평소보다 많은 경찰을 볼 수 있었다. 광화문광장, 청계천, 서울광장에서 다양한 시민 행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추모제는 유일하게 차도에 허락된 행사였다. (21일 노동자 양회동 영결식이 노동시민사회장으로 진행됐고, 행진 과정에서 참석자들과 경찰이 충돌하기도 했다.- 편집자주)

경찰들은 인도 양 가장자리에 무리 지어 있었다. 추모제 참가자들은 경찰의 지시에 순응했고 경찰은 지켜보며 대기하는 것 이상의 행동을 하지 않았다. 인도 가장자리에 단정하게 쌓아둔 경찰방패 더미를 지나며 아이가 그날 관찰한 걸 말해준다.

"서울도서관에서 여기까지 190명의 경찰을 셌어. 토시가 없는 경찰은 79명이었어. 선크림을 발랐을까? 여자경찰은 2명이었는데 머리망이 똑같아. 학급티처럼 경찰의 머리망이 따로 있는 걸까?"
 

서울광장에서 진행하는 행사는 달라져도 광장 주변을 둘러싼 경찰차량은 변함없이 존재한다. 차량은 바뀌지만 언제나 4대 이상의 경찰차량이 늘 저 위치에 있다.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 광장 가장자리 전체를 경찰버스가 에워쌀 정도로 많아지고 맞은편 덕수궁 앞 차도 역시 경찰버스로 채워진다.
▲ 서울광장 주변에 상주하는 경찰차량 서울광장에서 진행하는 행사는 달라져도 광장 주변을 둘러싼 경찰차량은 변함없이 존재한다. 차량은 바뀌지만 언제나 4대 이상의 경찰차량이 늘 저 위치에 있다.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 광장 가장자리 전체를 경찰버스가 에워쌀 정도로 많아지고 맞은편 덕수궁 앞 차도 역시 경찰버스로 채워진다.
ⓒ 임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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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집회가 예정되어 있으면, 전날 밤에 펜스를 빼곡하게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 지역 주민으로 살면서 가장 불편한 것 중 하나다. 집회 참가자들은 당일 펜스를 만나지만 동네 주민들은 전날 밤부터 펜스 방향을 따라 걸어 다녀야 한다. 

펜스를 따라 정해진 길을 지나다 보면 자유 의지를 상실한 것처럼 느껴진다. 펜스를 고정하는 케이블타이에 긁히기도 하면 시민 이하의 대접을 받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어떨 때는 정해진 길로만 가야 하는 죄수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다행히 이날 추모제는 펜스를 과하게 설치하지도 않았고 행인과 완벽하게 분리하지도 않았다. 추모제 참가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행진을 준비하고 있을 때 경찰 대부분이 세종대로 사거리로 먼저 이동해 대열을 갖추고 있었다. 주변에서 대기하던 경찰의 수가 현저히 줄었음에도 참가자들은 경찰이 있을 때처럼 행동했다. 

행진을 지켜보던 둘째가 물었다.

"그런데 무슨 집회야? 양회동이 누구야?"
"청계천로에 전태일기념관 있지? 전태일은 노동자였는데 일하는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다 몸에 불을 지르고 돌아가셨잖아. 그게 1970년의 일이고, 2023년에는 양회동이라는 노동자가 그렇게 돌아가셨지. 50년이 지나도 노동자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사회에서 비슷하게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는 행사야."
"노동자를 추모하니까, 경찰도 노동자라서 이렇게 많이 왔구나?"


순간 할 말을 잃었다. 12만 명이 넘는 경찰이 나에게는 공권력이었지만 아이의 눈에는 주말에도 출근한 아빠처럼 먹고 사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시민으로 보였나 보다. 아이에게 집회와 경찰이 많은 시내가 무섭지 않냐고 물었다.

"아니? 1029 분향소 주변에도 경찰이 많잖아. 사람들이 많이 죽어서 슬프니까 지켜주려고 그러는 것 같아."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치받아 올라왔다. 평화롭게 추모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현장을 경찰이 이유 없이 억압하지 않을 것이라는 순진무구한 믿음이 왜 내게는 없을까.

광우병 집회 때 유아차를 끌고 참가했던 수많은 부모들과 참가자를 가차 없이 대하던 경찰들을 본 후에 부모가 되었다. '나도 언제든 집회 참가자가 될 수 있다'는 마음이 강해졌고 경찰은 통제하고 억압하는 이미지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반면 아이는 집회 참가자와 경찰 모두를 아빠와 같은 노동자라는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언론에 나오는 집회 현장의 갈등은 경찰 개인의 판단이 아닌 상급 책임자의 지시에 따른 결과라는 생각을 이날 처음으로 했다. 지시를 이행한 경찰을 비난하기보다는 부당한 지시를 한 책임자를 비판하는 것이 더 어른스러운 사고방식인데, 나는 그동안 충분히 어른스러웠는지를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오늘도 배웠다
 

빌딩의 불빛에 섞여 구분이 모호하다. 신경 쓰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지만 경찰은 광화문 어디에나 있다.
▲ 광화문 광장에서 근무 중인 경찰 빌딩의 불빛에 섞여 구분이 모호하다. 신경 쓰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지만 경찰은 광화문 어디에나 있다.
ⓒ 임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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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는 휴식을 취하거나 담소를 나누는 경찰 무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똑같은 바지를 입고 비슷한 신발을 신은 사람들. 직장가에서 흔하디 흔한 사원증 하나 없이 경찰버스가 상주하고 있는 방향에서 갑자기 나타나 행인 무리에 섞이는 것도 익숙한 풍경이다.

정동길에서 길거리 바이올린 연주를 듣다가 옆에서 감상하던 경찰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한테 저정도 연주 실력이 있으면 비번일 때 대천해수욕장에 가서 알바를 할 텐데"라며 웃었던. 또 다른 경찰들이 대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으며 '그래 경찰도 먹고살기 바쁜 보통 사람이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떠올랐다.

40대의 내가 가진 경찰에 대한 편견을 바탕으로 경찰을 판단하고 규정하는 것이 어쩌면 시대착오라는 것을 아이들의 말을 통해 알게 되었다.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쌓은 편견은 과거를 설명할 때는 큰 힘을 발휘하나 미래를 위해서는 적당히 내려놓아야 한다.

광화문에서는 매일같이 집회가 열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주장을 들을 수 있다. 하나의 문제를 두고도 집회의 성격에 따라 주장이 다르다는 것을 아이들은 안다. 박근혜씨를 대하는 어른들의 생각 차이를 확인하는 일도 그렇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탄핵이 되었다는 것을 아이들은 알고 있다. 뉴스에서 봤고, 촛불집회가 매일 열리던 광화문에 살고 있으니 당연하다. 그런데 2023년을 살고 있는 아이들이 '박근혜를 청와대로 돌려보내라'고 주장하는 어른들을 만나기도 한다. 아이들은 의문을 품고, 혼돈을 느낀다. "이미 탄핵 당한 대통령을 왜 청와대로?" 이런 아이들에게 난 이렇게 말했다.

"사회적으로 결론이 난 일이라 해도 내가 진실이라 믿고 부당하다 여긴다면 타인을 위협하지 않는 수준에서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거야.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길을 걸으면서 집회 참가자들이 붙여놓은 다양한 글을 읽고 생각한다. 나 역시 무엇이 옳은 일인지 계속 고민하며 스스로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아이를 통해 또 이렇게 귀한 삶의 지혜를 배운다.
태그:#서울기동경찰#경찰공무원#정규직#광화문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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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윤석열 ‘공교육 대책’에 "경쟁 압력 높이고 사교육 내몰 수 있어"

  • 기자명 김예리 기자 
  •  
  •  입력 2023.06.22 07:55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자율형사립고 존치·전수평가 강화에 일제고사 부활 우려

‘사드 6년 괴담 벗어났다’ 밝힌 신문들…주민·환경단체 ‘불법 평가’ 반발

교육부가 공교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를 존치하기로 했다. 또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에 대한 학력진단을 강화하기로 했다. 일부 신문은 이것이 ‘사교육 카르텔’에 대한 조치라고 전한 반면 다른 신문은 되려 경쟁 압박을 높이고 사교육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정부가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서 배출되는 전자파가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결론내렸다. 이에 다수 신문들은 ‘사드가 전자파 괴담에서 벗어났다’고 전한 반면 일부 신문은 평가 결과가 졸속으로 이뤄져 신뢰할 수 없다는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반발을 함께 전했다. 사드 부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으로 현재 이를 거치지 않고 임시 배치된 상태다.

▲22일 아침신문 1면

▲22일 국민일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이 부총리는 “공교육을 혁신해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에서 흡수하고 ‘공정한 수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교과학습에 진입하는 초3과 중등교육을 시작하는 중1을 ‘책임교육학년’으로 지정해 학력진단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이들 학년의 모든 학생이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에 참여하도록 적극 권고하도록 했다. 시·도교육감은 이들 학년에 한해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에 관내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결정할 수 있다. 이 평가는 학교장과 교사가 원할 경우 신청해 시험을 치르는 자율 참여가 원칙인데, 앞으로는 일부 학년에 한해 시·도교육감이 전수평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22일 서울신문

▲22일 동아일보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외고), 국제고 존치 계획도 재확인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설립 근거를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5년부터 이들 학교가 일반고로 일괄 전환되도록 했었다. 다수 신문이 이 소식을 1면에 올렸다.

세계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이를 “윤석열 정부가 언급한 사교육 카르텔에 칼을 빼들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고교학점제 선결조건으로 꼽혔던 고1 절대평가는 도입하지 않고, 폐지 예정이던 자율형 사립고와 외고, 국제고는 조치하기로 해 교육정책이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도 했다.

▲22일 세계일보

조선일보는 관련 주제를 다루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냈다. <文 정부 ‘학생 전수 평가 폐지’ 후 기초학력 미달 학생 늘었다> 기사에서 “학생들의 기초 학력 수준이 계속 추락하고 있다. 학생 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학업 성취도 평가를 일부만 하고, 획일적 평등 교육 정책을 추진한 결과라는 지적”이라며 “여기에 코로나 기간도 겹쳤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기초 학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현 교육부가 “공교육 강화 방안으로 다양한 유형의 학교를 만들기로 했다”며 “예를 들어, 미국의 ‘차터(charter) 스쿨’처럼 정부 예산은 받지만 교육 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일반 공립고를 육성하기로 했다”고 했다.

▲22일 조선일보

다른 신문은 관련 기사에서 경쟁 압박 증가와 일제고사 부활을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방안에는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교육정책 실패 사례로 꼽히는 고교 다양화 정책과 학업성취도평가 전수화(일제고사)가 이름만 바꿔 다시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기초학력 증진과 교육 선택기회 확대로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고 했지만 고교서열화와 성취도평가 강화가 오히려 경쟁 압력을 높이고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22일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전수 참여 여부는 시·도교육감이 결정하지만, 교육부가 시·도교육청 평가와 학습지원담당교원 배정에 이를 반영하기로 해 사실상 대부분의 교육청이 전수평가를 실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사실상 ‘전수평가’가 되는 데다 자료 공개 범위도 커져 과거 일제고사처럼 ‘학교 줄 세우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는 “초·중·고 전반을 아우르는 공교육 대책이 발표된 것은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라며 “교육계에선 줄 세우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일제고사가 부활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사교육을 부추기는 요소가 내포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고교 1학년 시기의 사교육 폭증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22일 한겨레

▲22일 국민일보

 

사드 배치에 ‘정상화’라고 밝힌 신문들, 주민들은 “졸속” 반발

환경부는 국방부 국방시설본부가 지난달 11일 제출한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서를 승인했다고 21일 밝혔다. 공군과 한국전파진흥협회의 실측자료를 검토한 결과 전자파 관련 측정 최댓값이 ㎡당 0.018870W(와트)로 인체보호기준의 0.189%였다는 것이다. 가장 우려했던 전자파가 유해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번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기지를 본격 가동하기 직전 단계이자 사드 운용하기 전 마지막 문턱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추진했으나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등 반발에 진행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비판하면서 ‘사드 기지 정상화’를 선언했다. 지난해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지난 2월 환경영향평가 초안의 주민 공람을 시작했다. 2차 부지 공여, 인력·물자·유류 지상수송도 하도록 했다.

▲22일 국민일보

5개 신문이 1면에 사드 환경영향평가 마무리 소식을 다뤘다. 신문들은 2017년 4월 논란 속의 사드 임시 배치 이후 6년 만에 기지 건설을 위한 행정절차가 종료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지 내 인프라 건설이 본격화될 참이라고도 했다.

여러 신문이 이 소식을 전하며 ‘사드가 6년 만에 전자파 괴담에서 벗어났다’고 전했다. 동아일보와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이다. 동아일보는 사드를 ‘정상화’로 규정하는 기사를 냈다. 기사 <성주 사드기지 6년만에 ‘전자파 괴담’ 벗어…정식배치 돌입> 첫 문장에서 “사드는 6년 간의 임시 배치에서 벗어나 정식 배치라는 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일부 주민과 종교 시민단체가 전자파 우려 등을 이유로 기지 앞 진입로를 차단, 점거하고 반대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정상적 기지 운영을 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22일 동아일보

▲22일 동아일보

세계일보는 1면 기사 제목에서 “인체유해 ‘6년 괴담’ 종지부”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도 <사드 전자파 괴담 벗어나는 데 6년 걸렸다>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5면에 이어지는 기사를 내 사드를 임시 배치한 문재인 정부에 초점을 맞췄다. “문재인 정부 들어 환경영향평가 미완료 같은 핑계를 대며 후속 조치를 미뤘다”며 “사드가 사실상 반쪽 배치에 그쳤다”고 했다.

▲22일 세계일보

이들 신문은 2017년 도입 당시 ‘사드 전자파가 성주 참외에 스며들어 썩게 한다’는 소문을 일각에서 퍼뜨렸다며 “과학적 검사 결과는 인체에 무해한다는 것이었다”고도 했다.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사설을 내고 “사드는 (국가) 주권적 선택”이라며 “안보에 관한 선택에 어떤 외국의 개입도 허용할 수 없다”(조선일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환경영향평가 마무리 소식과 함께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의 “졸속 저차”라는 거센 반발을 함께 전했다. 3면 “100명 마을에 암환자 12명…기지국보다 적은 전자파, 믿겠나” 기사에선 이들이 밝힌 반발의 근거를 다뤘다.

▲22일 경향신문

이들은 전자파에 대한 1년 이상 상시 모니터링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경향신문은 “전자파 측정은 1년 이상 상시 모니터링 측정 결과를 반영해야 하지만 이번 조사는 4개월 만에 졸속으로 이뤄진 결과물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사드 레이더 장비의 출력과 측정값 간 관계를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측정값만 나오는 자료를 제출했다고도 했다.

이들은 사드 부지가 당초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사드는 국방·군사시설사업법과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전략 환경영향평가 대상이지만 정부가 이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이들이) 불법적으로 일반환경영향평가로 진행됐다는 점도 문제삼고 있다”며 “주민들도 알 수 없는 주민대표가 비공개로 선정돼 평가 항목을 결정하는 등 환경영향평가 전반에 걸쳐 요식·형식·기만적인 행태를 인정한 수 없다는 얘기”라고 했다.

▲22일 경향신문

▲22일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국방부가 사드 부지에 대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만 실시한 뒤 2017년 4월 사드 발사대 2기와 레이더를 임시배치했고 이후 발사대 4대를 추가로 들였다고 했다. 미국 측에 공여된 사드 부지가 일부라는 이유였는데, 정부는 이후 2022년 9월 나머지 땅을 미군에 넘겼다.

경향신문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6~8월 소성리 주민 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건강 기초조사’ 결과 참여 주민 모두가 불안장애 증상을 보였다고 전했다. 9명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인 ‘경계수준’, 7명은 우울증 증상을 나타냈다.

한겨레는 “지역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강현욱 사드배치철회 소성리 종합상황실 대변인은 환경평가가 졸속으로 이뤄졌고 전자파 측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이날 밝혔다”고 했다. 이어 “미군이 사드 기지 터에 들어설 건물과 인프라 설계를 하고 있으며 올 연말쯤 착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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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헤게모니의 지배방식 변화.."자립경제의 길을 찾아"

[겨레하나 평화포럼 지상 중계 ②] 경제위기와 진보의 대안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06.20 18:20
  •  
  •  수정 2023.06.21 0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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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가 13일 '경제위기와 진보의 대안' 주제 2회 겨레하나평화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가 13일 '경제위기와 진보의 대안' 주제 2회 겨레하나평화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를 겪은 미국은 2016년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이어진 글로벌공급망 위기앞에 자유무역의 깃발을 내리고 급격히 세계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정책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경제안보'의 개념으로 재설계되어 △해외진출 제조기업을 다시 국내로 돌아오도록 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중국과의 경제 유기성을 벗어나려는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 △전통적 우방인 서유럽과 일본, 한국 등에 노골적 반중국동맹 강요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봉착한 위기의 한 가운데 한치 앞도 분간이 어려운 세계경제속에 한국경제는 도탄에 빠진 민생에는 절대 무능한 가운데 방향을 상실하고 표류하고 있다.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소장 변학문)는 탈세계화의 여러 전망과 대안 모색을 위해 13일 겨레하나 평화통일교육장에서 2회 겨레하나평화포럼을 개최해 '경제위기와 진보의 대안'을 주제로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의 발표와 아영훈 동국대학교 DMZ평화센터 소장, 장창준 한신대 그로벌피스연구원 교수의 지정토론을 진행했다.

나원준 교수는 먼저,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지배자본주의(Finance-Dominated Capitalism)는 월가의 지배력과 군산복합체의 영향력이 달러 헤게모니로 구체화되어서 세계 경제를 지배한다고 전제하고는, 달러 헤게모니가 세계경제를 지배하는 방식이 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은 그동안 국제수지 적자국들(Global South)에 대해서는 채권국의 위치에서 IMF와 같은 국제기구를 동원해 외환위기, 긴축강요, 군사개입, 공공부문 인프라 민영화 수탈 등의 방식으로 지배력을 확대하고, 국제수지 흑자국들에 대해서는 흑자국이 벌어들인 달러로 미 재무국채권(국채)을 구매하도록 하는 이른바 '달러 리사이클링'으로 재정적자를 감당하며 풍요를 누려왔으나, 지금은 흑자국과 적자국을 가리지 않고 '근린궁핍화 정책'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린궁핍화 정책'이란 말 그대로 '이웃나라를 가난하게 만든다'는 것. 

단기적으로 미국이 고금리·긴축 통화정책을 취하면 달러 헤게모니 영향아래 있는 나라들은 미국을 따라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가 없고, 외환시장에 불안요인이 만들어져 환율도 오를 수 밖에 없게 된다. 환율이 오른만큼 달러로 표시된 미국 제품의 가격은 더 올라가게 되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그걸 수입하는 나라에 인플레이션도 함께 수출하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게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어떨까. 20세기 초 제국주의론에서는 제국주의가 식민지에 자본(공장)을 수출한다고 했지만, 지금 미국은 세계에 흩어져 있는 글로벌 공급망을 미국에 집중시키려고 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이웃나라들의 산업은 공동화되고 일자리도 미국이 가져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졌다.

지정토론자인 이영훈 동국대DMZ평화센터 소장(오른쪽)과 장창준 한신대 글로벌피스연구원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정토론자인 이영훈 동국대DMZ평화센터 소장(오른쪽)과 장창준 한신대 글로벌피스연구원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달러 헤게모니는 붕괴할 것인가?

위기는 코로나 팬데믹에서 시작됐다. 코로나19 델타변이 바이러스가 덮친 동남아시아 공장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사태를 낳으면서, 아주 취약한 고리에서 발생한 작은 균열이 생산체계 전체를 붕괴시키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그만큼 각국 경제의 연관성이 커지면서 불안정성도 오히려 증폭됐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취약하다는 걸 확인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아무튼 미국 금융자본은 처음엔 '저임금 공장'인 중국이 필요해서 세계시장에 끌어들였지만, 더 이상 중국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판단과 자신들이 첨단기술과 전략산업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중국과의 디커플링, 노골적인 반중 동맹을 일방적으로 절교선언하듯 했다.

중국을 배제하는 방식은 첫째 미국내로 공급망을 집중시키기 위한 인플레감축법과 같은 노골적인 정책이, 두번째로는 범위를 조금 넓혀 우방국과 경제블록(반도체공급망동맹 칩4(CHIP4),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미-EU 무역·기술협의회(TTC))을 형성해 그 안에서 공급망을 안정시키려는 정책이 활용되고 있다. 

또 과거와 같이 FTA(자유무역협정)을 강제하는 방식은 자국 제조업 기반이 입을 피해가 우려됐기 때문에 검토하지 않고 그 대신 '자유', '인권', '환경' 등 비경제적 가치를 내세워 '가치동맹'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한 특징이다. 

미국이 다시 FTA와 같은 틀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자국중심주의가 강화되면서 아·태 지역 11개국이 결성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다. 

중국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1980년대 들어 미국과 협력하거나 갈등하면서 세계경제질서를 재편하는데 성공해 온 중국과 중국경제의 잠재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화된 미국 주도경제의 지배력을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가능하겠다는 일부 전망이 나오게할만큼 '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핵물질의 최소 질량)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조심스럽다.

미국을 중심으로 완성된 세계체제에 대한 반대흐름은 그동안에도 쭉 있어왔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단적으로 일본이 1985년 미국의 강압적 조치에 따라 플라자합의라는 이름으로 엔화절상의 폭탄을 맞고 '잃어버린 20년'이라는 타격을 받지 않았나.

나 교수는 중국 이전에 만들어지지 않았던 '크리티컬 패스'가 만들어지고 있으나, 아직 '중국몽'으로 표현하는 변화가 현실이 될 수 있을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다만 달러 헤게모니의 붕괴가 가능하다면, 그것은 '세계사적 대지진'과 같은 사건임에 분명하고, 그렇더라도 그것은 마치 백여년에 걸쳐 빙하가 녹는 것처럼 진행중에는 인식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각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의 러시아 경제제재가 빙하의 녹는 속도를 빠르게 하고 있다고 진단하지만 역시 미래의 변화는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만큼 글로벌 공급망 개편의 시나리오는 다양하고, 또 그 과정을 거치면서 세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즉 탈세계화의 전망도 여러가지 나올 수 있으니 이를 검토하고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결론은 "우리는 자립적인 경제기반을 갖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경제 구조 자체가 수탈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진보적인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분명히 미국의 경제수탈이나 정치 개입이 있을텐데 이에 대한 방어선 확보를 위해서도 '자립적 경제기반'을 갖추는 것은 필수적이라는 생각이다. 

대안 1로는 초과착취의 대상인 주변부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국제적인 계급 역관계 자체를 변혁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경제적으로 달러 헤게모니에 의해 지배되는 현행 국제통화체제를 벗어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인식이 바탕에 있다.

대안2는 자본주의 체제 틀내에서 위계적 체계를 약화시키는 개혁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중심부 국가의 반독점운동과 주변부 국가의 정책여력 확대를 위한 제도개혁을 결합해야 한다는 것으로, 소수 의견이다. 자본시장을 완전 개방해 놓은 상태에서는 미국의 정책선택에 종속될 수 밖에 없으니까 그같은 금융자본의 지배력을 통제, 차단하기 위해 자본이동을 제한하는 것과 같은 개혁으로 정책여력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겨레하나평화센터는 지난 4월부터 겨레하나 평화포럼을 격월로 진행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겨레하나평화센터는 지난 4월부터 겨레하나 평화포럼을 격월로 진행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 치 앞도 분간이 어려운 세계 경제', '위기 속 표류 중인 한국 경제'

그렇다면 탈세계화는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까.

시나리오 1은 미국의 의도와 달리 단일 헤게모니가 무너지면서 다극화, 내지는 강해지는 중국과 약해지는 미국으로 양극화하고 중미간 무역은 사실상 붕괴되는 상황이다. 20세기 전반기인 제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와 유사한 모습이다.

시나리오 2는 미국의 의도대로 가치기반의 블록화가 진행되는 냉전시대 미·쏘 모델과 닮은 신냉전 상황이다. 이때 미국은 중국의 체제변화를 유도하고 중국은 미국 중심의 반권위주의 블록의 공동시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배제된다. 

시나리오 3은 탈세계화가 부분적으로 이루어져서 미국의 의도대로 가치기반 블록화로 중국을 첨단산업과 전략적 부문에서는 배제하되, 저렴한 인건비에 의존하는 전통산업에서는 기존 무역질서를 유지함으로써, 선택적이고 부분적인 디커플링이 실현되는 상황. 

현재 미국의 접근은 첨단 전략산업에서는 중국을 배제하되, 전통산업에서는 중국에 의존해야 미국 노동자들의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시나리오 3이 좀 더 현실성있는 전망이라고 보았다. 

중국 입장에서도 서방과 척지지 않고, 반미블록이 만들어지더라도 그 중간지점에 스스로를 위치지우는 방식이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이라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한 치 앞도 분간이 어려운 세계 경제', '위기 속 표류 중인 한국 경제'

나 교수는 거시경제 전망을 하면서 두개의 표현을 거듭 사용했다.

MF 전망 GDP 갭률
MF 전망 GDP 갭률

먼저 세계 경제 전망이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이후 세계경제의 위기적 상황은 몇 년째 지속되는 중 △글로벌 공급망은 팬데믹 영향과 경제회복 지연, 중미갈등,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은 신냉전 등 중첩된 요인으로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재편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해 각국이 통화긴축으로 대응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 현실화 우려 점증으로 압축된다.

1년에 두번 4월과 10월에 발표하는 IMF의 세계경제전망은 호황과 불황을 가르는 GDP갭률이 플러스, 마이너스로 계속 바뀌면서 '믿을 수 없을 만큼 매번 너무 달라'지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위 표에서 파란색으로 표시된 미국은 코로나가 확산된 2020년에 크게 안 좋았다가 큰 규모의 재정부양으로 2021년 플러스로 바뀌어 올해까지는 플러스를 유지하는데 내년부터는 소폭 마이너스로 갈 것이라는 게 IMF 전망이다.

검은색의 한국은 계속 마이너스인데, 특히 무역수지 적자가 구조화되는 모습이다. 중국과의 관계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10년의 자본주의 전성기에 대중국수출로 일궜던 축적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되었고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것으로 진단했다.

지금의 상황이 주체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미국 패권주의가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제하며 역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예속된 경제정책으로 일관하며 도탄에 빠진 민생에 대해서는 절대 무능해 한국경제는 방향을 상실하고 표류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를 일컬어 '미국에 먼저 안기기 전략', '자본가에게는 노조파괴, 감세, 규제완화 등 선물보따리 안겨주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자동차와 반도체 등 주력 제조업이 미국으로 생산거점을 확장하는데 따라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기반은 부분적으로 공동화될 운명에 처할 것이 예상되고, 이미 GDP의  두배를 초과한 과도한 민간부채와 금리 급등으로 더욱 커진 상환 부담, 부동산경기 악화 등 신용위험이 확대되고 있는 상태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영업제한을 비롯한 여러 행정조치들이 있었기 때문에 적극적인 재정지원으로 대책을 마련했어햐 하지만,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해소하기보다는 그들이 빚을 내서 연명하도록 하는 전략을 선택했기 때문에 코로나 위기속에서도 오히려 한국은 개정이 건전한 나라로 거듭나게 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구조적인 한국경제의 위기는 오히려 커졌다.

대전환의 시대에 접어든 세계적 추세는 '통화정책은 긴축기조, 재정정책은 증세에 기반한 확장기조 유지'이지만, 윤 정부의 기조는 감세와 긴축이라는 소극적 재정으로 거시경제를 잘못 운영하고 있으며, '경제를 위축시키는 나쁜 균형'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중미간 불완전한 디커플링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중국과의 관계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 어느 한편에 서야만 하는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만 받아들일 것은 아니라고 정책전환을 촉구했다.

미국의 금융제국주의(Monetary Imperialism, Finanzimperium)에 대한 이해

금융제국주의란 미국이 국제통화체제를 활용해 세계경제를 수탈하는 새로운 금융적 방식이다.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로 달러가 유입되면 각국은 그만큼 준비금 보유를 확대하고 그렇게 늘어난 달러로 재무성 증권에 투자하는 달러 리사이클링을 기본 구조로 한다.
 
세계 각국의 저축은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에 자금을 대주는 역할을 하는데, 각국 중앙은행의 재무성 증권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도 그다지 골치 아픈 문제가 아닌 것으로 되었다.

미국은 얼마든지 빚을 내서 그 돈으로 세계 곳곳의 생산물을 원하는 대로 가져다 쓰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늘어나는 빚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나라이다. 미국이 제3세계에 재무성 증권을 팔아 마련한 돈은 때로는 그 나라 민중들의 자주적 요구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데에 쓰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얼마간 미국은 세계 최대의 무역 흑자국, 채권국이었으나 미국이 국제수지 흑자를 누리면서 세계경제는 달러 부족을 경험하게 됐다.

만일 미국이 계속해서 국제수지 흑자를 실현했더라면 닉슨이 금태환 중지를 선언할 이유도 없었겠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런 방식으로는 미국이 유일 패권국이 되기 어려웠다고 보아야 한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국제수지 흑자를 봤다면 아마 세계 다른 나라들에는 금이나 달러 잔고가 점점 더 부족해졌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세계무역규모는 축소되고 미국 산업의 영향력은 제약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해서는 교역이나 자본수출의 위축을 피할 길이 없고 지속가능한 패권이 유지되기 힘든 구조였던 것이다.
 
역설적으로 오늘까지 미국의 제국주의가 확립되고 강화될 수 있었던 것은 1960년대와 70년대를 거치면서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와 재정적자 폭이 확대되고 세계적으로 달러 공급이 넘쳐나면서부터였다.

미국의 패권이 금융제국주의에 기반을 제공했지만 동시에 금융제국주의가 미국 패권의 새로운 물적 토대이기도 하다. 미국이 냉전 기간에 늘려 온 전비 지출은 미국을 채권국이 아닌 채무국으로 전환시켰지만, 그 과정에서 세계적으로 늘어난 달러 공급은 각국 중앙은행 준비금의 기초가 되었다.

그렇게 달러 리사이클링 구조가 안착되면서 오늘날 국제통화체제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미국이 전통적인 국제수지 조정 메커니즘을 따르지 않고 과거의 규칙을 깬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류경제학의 교리에 따르면, 국제수지 적자를 본 나라는 긴축 정책으로 정부지출을 줄이고 증세를 하며 금리를 올려 자본 유출을 막는 것이 순리인데, 미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미국은 재정 적자를 국제수지 적자를 통해 벌충하는 구조를 유지했다.

재정에서 적자를 본 것 이상으로 국제수지에서 적자를 보면 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미국이 적자를 보고 있는 것에 대해 전 세계가 일종의 세금을 내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니 군사 개입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것이다.

전후 달러 리사이클링은 처음에는 원조나 전비 지출로 유출된 달러가 수출을 통해 환류되는 구조였으나, 1960년대와 70년대를 거치면서 달러 리사이클링은 국제수지 적자로 유출된 달러가 해외 중앙은행의 미국 국채 매입으로 환류되는 구조로 바뀌었다.
 
국제수지 조정 메커니즘의 미국식 변형은 금리에 대한 상이한 영향에서도 드러났다. 

원래 주류경제학에서, 국제수지 적자는 정책금리 인상을 통해 외국자본의 유입을 촉진하는 조정 과정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새로운 달러 리사이클링 구조에서는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가 해외 각국의 미국 국채 매입 증가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실세금리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은 어느 정도 규모까지 적자를 봐도 되는가? 이 질문에 대해 현대화폐이론(Modern Monetary Theory, MMT)은 적어도 금융적 제약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물론,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

미국의 세계경제 지배는 △순 채무국에 대한 수탈 △달러가 넘쳐나는 순 채권국의 두축으로 이루어진다.
 
달러가 부족한 나라들에 대해서는 과거 채권국의 모습 그대로 IMF나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를 활용해 '워싱턴 컨센서스'를 강요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지배한다.

순 채무국들은 어쩔 수 없이 긴축을 선택해야하고 자립적 산업화를 방해받게 된다. 공공부문이 축소되고 민영화가 불가피한 선택이 되며, 구조조정과 매각이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따라온다. 결국 초국적 자본이 금융 투자자로서 광물자원 개발권과 공공 인프라를 인수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긴축과 함께 미국에 대한 산업적 종속이 사실상 강제된다.

이들 나라에 남겨진 역할은 원자재 및 저가 노동력 공급이다.

달러가 넘쳐나는 순 채권국도 예외가 아니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인 동아시아나 유럽 일부 나라들, 그리고 산유국들은 달러 리사이클링 체제에 편입되어 구조화된 강제 저축을 수행하고 있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달러 자산 매입에 쓰지 않으면 안 되도록 얽매여 있는 것이다. 
 
자칫 여러 나라들이 달러 자산 매입을 중단하기라도 하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준비자산의 가치가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에 그로 인한 피해를 우려해 달러 리사이클링 구조로부터 이탈하지도 못한다.

이로써 유일 제국인 미국은 자국 스스로 상품의 수요처가 되면서, 그 수요의 재원을 자체 신용창출을 통해 무한정 장만할 수 있는 패권적 지위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달러 리사이클링의 현재 구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을 통해 달러가 넘쳐나면서 금융시장과 상품시장에서 투기를 부추기고 자산가격의 거품을 키울 위험이 내재해 세계 도처에서 크고 작은 금융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또 미국 단극체제에 맞서 자기보호를 위한 지역블록화 흐름은 물밑에서 계속 이어져왔으니, 유럽의 경제통합이나 산유국간 협력 등이 그런 사례이다. 최근 중미갈등도 이같은 역사적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출처-나원준 교수 발표문)

 

최악의 불평등체제..유효수요 부족이 큰 문제

민간소비/GDP 비율
민간소비/GDP 비율

한국은 거의 수출기지와도 같은 나라여서 몇개 중요한 산업들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전체 국민경제는 굉장한 내핍체제이다. 결코 튼튼하거나 잘 먹고 산다고 볼 수는 없다.

유효수요 제약이 큰 문제이다. 전체 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초에 60% 가까이 육박했지만 지금은 50%가 채 안된다. 20년간 GDP 대비 10% 포인트만큼 민간 소비가 줄었다는 건 그만큼 힘들다는 이야기이다. 소득이 너무 불평등하니까 부족해지고 그러다보니 수요가 부족해지는거다.

유효수요제약의 악순환고리
유효수요제약의 악순환고리

유효수요 제약은 한편으로는 빚이나 대출로 수요를 창출하고 신용으로 수요가 만들어지는 '금융화에 기반한 축적'으로 이어지지만 자산시장의 거품과 민간의 부채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는 부채부담이 늘어나면서 어쨌든 수요가 늘긴하되, 임계점을 넘어서면 다시 유효수요를 제약하는 요인이 되는 악성 고리가 생기게 된다. 지금의 상황이다.

아울러 유효수요 제약이 너무 크니까 국내 내수가 부족해 지고 자본은 해외수요에 기반한 축적, 즉 수출을 시도하게 되기때문에 내부에서는 긴축과 내핍이 강요되고 경제의 대외 의존은 심화되어 다시 유효수요가 제압되는 악성 순환고리가 작동하게 된다.

이런 형편에서 우리는 어떤 미래를 꿈꾸고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나 교수의 제안은 내수기반을 키우고 국내산업 연관을 강화하자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불평등을 타파하는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또 노동소득분배율을 끌어올리는 과제가 매우 중요해진다. 최저임금인상과 노조법 2,3조 개정, 노동법 밖의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동법 체제 전환 등 근본적으로 노동의 교섭력 강화가 바른 방향이다.

착취율
착취율

그동안 경제학 연구에 따르면, 불평등의 근원인 자본에 의한 잉여가치의 전유(착취)를 따지는 착취율(노동몫/ 자본몫)은 1980년대 250~300%에서 2010년대 후반부터 350%까지 올라간다. 착취율이 올라간다는 건 그만큼 잉여가치의 자본 전유가 많아진다는 걸 의미한다.

IMF 집계 기준으로 한국은 대체로 이명박 정권 기간인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노동소득분배율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하락한 나라 중 하나였다.
IMF 집계 기준으로 한국은 대체로 이명박 정권 기간인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노동소득분배율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하락한 나라 중 하나였다.
2020년 이후 자료는 나 교수의 연구결과. 실질임금과 노동생산성 모두 2000년 값을 100으로 표준화하고 자료 사이의 정합성을 위해 실질임금은 피용자보수를 소비자 물가지수로 실질화한 다음 임금근로자 수로 나누어 계산하고 노동생산성은 명목 GDP를 GDP디플레이터로 실질화한 다음 취업자수로 나누어 계산했다.
2020년 이후 자료는 나 교수의 연구결과. 실질임금과 노동생산성 모두 2000년 값을 100으로 표준화하고 자료 사이의 정합성을 위해 실질임금은 피용자보수를 소비자 물가지수로 실질화한 다음 임금근로자 수로 나누어 계산하고 노동생산성은 명목 GDP를 GDP디플레이터로 실질화한 다음 취업자수로 나누어 계산했다.

주류 경제학에서 사용하지 않는 착취율 개념 대신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을 비교해봐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생산성이란 1시간 동안 평균적으로 노동자가 몇개의 제품을 만들어내는가 하는 지표이다. 당연히 노동생산성이 늘어나면 노동의 몫(노동소득분배율)인 임금, 그중에서도 물가의 영향이 제거된 실질임금이 올라가야 하는데 결과는 자본의 몫이 더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2020년까지의 추이를 살펴보아도 노동소득분배율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실질임금이 수평으로 그려진 구간이 이명박 정부 시기이다. 노동생산성은 오르는데 실질임금은 정체된 상황이다. 문재인정부때도 별로 좋아지지 않았다. 이렇게 노동몫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자본몫만 늘어나면 그 돈은 부동산이나 증권에 쌓이고 추세적으로 주택가격 상승 등 자산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프랑스 경제학자인 토마 피케티는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민간 순자산을 국민소득으로 나눈 값을 베타(β)로 표시한 후 이를 '피케티지수'로 표현하는데, 베타값이 커지면 불평등해진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2014년에 처음으로 한국의 베타값을 보고했는데, 이때 발표한 2012년 말 한국의 베타값은 7.7이었고 2019년 말 8.6, 2020년 말 9.3, 2021년 말 9.6으로 계속 상승했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9년동안 집값, 증권가격 등 자산 가치는 90% 가까이 늘었지만 같은 기간 소득은 50%밖에 오르지 않은 결과이다.

역사적으로 베타값은 자본주의 불평등이 최고조였던 19세기말 레미제라블과 칼 마르크스의 시대에 7.0, 부동산 거품이 터지기 직전인 일본에서도 7.0 정도였다.  임금주도 성장의 시대였던 서유럽 자본주의 황금기 1945~1975년간은 2.0~3.0에 그쳤다.

2021년 말 한국의 베타값 9.6은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심각한 불평등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노동자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부자들의 재산이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지경이다. 

우리의 길은 '자립적 경제'..평등으로 성장 이끄는 '임금주도성장'

그래서 다시 진보정치는 '대안적 성장'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나 교수의 제안이다.

노동계급 중심성을 확고히 하면서 내수기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내 경제정책을 펼치는 '평등한 성장', '임금주도성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임금주도성장은 계급간 평등한 소득분배를 경제발전의 방향성으로 삼아 시장을 재구성하려는 이론과 정책의 패러다임이며, 이론적으로도 검증됐고 '사회가 평등할수록 경제는 더 번영을 누릴 수 있다'는 실증적 증명도 되었다.

불평등에 따른 수요부족은 현대자본주의의 기본속성이고 경제변동과 위기의 원인이 된다는 진단에 기초하고 있다. 

기업이 창출해낸 경제적 성과는 특출한 CEO의 역할 뿐만 아니라 생산체제의 특성을 규정하는 제도와 그 질서를 제공한 국가, 노동자들의 집합적인 노력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분명히하고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랄 수 있는 혁신의 과정 역시 사회 전체가 생산한 성격이 있으므로 혁신의 이득은 독점자본이 전유해서는 안되며 사회적 교섭을 통해 사회 전체가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그래서 통화정책은 단기 물가안정을 명분으로 실업을 감수하는 지금의 관행을 중단하고 최대 고용을 목표로 하고, 재정정책은 완전고용 및 경제안정화를 달성할 수 있는 핵심 정책수단으로 공공부문 확대와 조세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며, 높은 수준의 조정이 가능한 중앙화된 단체교섭을 제도화하여 물가불안을 피하면서도 임금상승을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공공의 이해에 복무하는 다양한 금융기관을 육성하고 건전성규제를 강화해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신용자원 배분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소득, 소득기반 사회보험, 부동산 보유세 등 여러 대안들과 비교하면, 임금주도성장은 조세를 강화해 복지를 통한 분배에 치중한 '2차 재분배'가 아니라 '임금과 이윤이 갈라지는 경계를 노동에 유리하게 바꿔야 한다'는 관점에서 1차 분배 자체를 강조한다는데 근본적 차이가 있다.

그래서 임금주도성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운동이 주체가 되어 최저임금 인상, 최고임금 도입, 단체교섭제도 강화를 비롯해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와 노동보호를 강화하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임금주도성장'하면 언뜻 떠오르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의 짝퉁이 아니라 거꾸로 원래부터 소득주도성장이 짝퉁이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노동중심성이 사라지고 노동의 교섭력 강화라는 핵심가치가 실종되었다는 이유때문이다. 또 포용성 강화하는 정책 방향에 조응하는 미세조정에서 기존 관료들의 관성을 극복하지 못한 것도 문제로 제기했다.

임금주도성장의 핵심 가치는 '평등'을 추구한다는 것. 독점적 소유권에 기초한 지대(불로소득)는 철폐하고 생산적인 노동에 대한 보상이 더 잘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이영훈 소장과 장창준 교수는 △주변부 국가의 자립경제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과연 실현 가능한지 △ 한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지금까지는 코로나 이후 재개 효과가 별로 없지만 본격적으로 반도체경기가 회복되면 흑자전환이 가능할 수 있겠으나 현재 대중무역적자에는 구조적 요인도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G7을 대체할 브릭스와 같은 구도가 만들어지려면 '가치동맹'과 같은 고유의 이념적 기반이 있어야 할텐데, 현재의 브릭스는 다양한 구성으로 조직화된 힘이 아니기 때문에 좀 어렵지 않을까 △ 플랫폼 노동의 시대에 맞는 노동조합활동, 단체교섭제도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기술기반이나 정치경제적 토대 등 다양한 내용들을 대안전략을 구성하면서 만들어나가야 할 것 등 여러 문제의식과 쟁점, 고민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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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기현 대표 연설, 낯 뜨거운 ‘윤비어천가’"

  • 기자명 윤수현 기자 
  •  
  •  입력 2023.06.21 07:45
  •  
  •  댓글 5
  • 

     

    [아침신문 솎아보기] 김기현, 중국인 건보·투표권 배제-의원정수 축소 제안

    실제 투표한 외국인 2만 명 못 미쳐… “반중 정서 기댄 발언”

    윤석열에게 ‘많이 배운다’는 교육부 장관… 한국 “민망하고 낯 뜨거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치쇄신 과제’를 제안했다. 의원정수를 10% 감축하고, 중국인 투표권·건강보험을 제한하자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성과 치하도 있었다. 이를 두고 주요 아침신문들의 비판이 쏟아진다. 여당 대표가 첫 연설에서 국정운영에 대한 현실을 인식하지 않고, 편 가르기를 통해 지지율 확보에만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김기현 대표의 정치쇄신 과제는 △국회의원 정수 30명 감축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노동조합 개혁 및 기업 세금 축소 △중국인 투표권·외국인 건강보험 적용 정책 수정 등이다. 한국은 영주권 취득 후 3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에게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원 투표권을 주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 국민이 중국에서 투표권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이 같은 정책을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 연합뉴스

    주요 아침신문들은 김 대표의 이 같은 정치쇄신 과제에 대해 호평보다는 악평을 내놨다. 한국일보는 8면 <김기현 “국내 거주 중국인에 투표권 부당… 건보 무임승차 안돼”> 보도에서 김 대표의 중국 관련 발언에 대해 “최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논란으로 분출된 한중갈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반중 정서’에 기댄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싱하이밍 대사는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면담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라고 베팅하는 이들은 후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6월21일 한국일보 8면 기사 갈무리.

    또 한국일보는 사설 <“중국인 투표권·건보 제한…” 反中에 기댄 여당 대표>에서 “중국을 콕 집어 문제 삼은 건 반중 정서에 편승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의심이 들게 한다”며 “물론 국내 외국인 유권자의 대다수는 중국인이다. 한국, 서유럽 등 일부 선진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처럼 중국도 외국인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는 만큼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중국인 유권자 규모(10만 명)나 낮은 투표율(13.3%)을 감안할 때 ‘중국이 한국 내정에 간섭할 수단을 갖고 있다’(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는 식의 주장은 과장스럽다”고 지적했다. 실제 외국인 투표율은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투표에 참여한 외국인 수는 1만6510명에 불과하다.

    ▲6월21일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이어 한국일보는 “중국에 당당한 자세를 취하는 건 당연하다. 다만 국익과 원칙, 선린에 기반한 당당함이어야지, 국내 정치에 유리한 제스처를 외교 무대에서 보이는 식이라면 곤란하다”고 밝혔다.

    ▲6월21일 경향신문 4면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은 의원정수 축소 발언에 대해 “정치혐오 정서에 기댄 포퓰리즘”이라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4면 <의원 감축 카드 꺼내든 여당 선거제도 개혁 물 건너가나> 보도를 통해 “정치혐오 정서에 기댄 포퓰리즘으로 선거제 개혁 논의를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론조사 결과 숙의 과정을 거치면 ‘비례대표를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측은 “경도된 여론조사가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며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6월21일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또 경향신문은 사설 <국민의힘 ‘의원 축소’ 주장, 선거제 개혁 논의 엎자는 건가>를 내고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 논의가 가뜩이나 겉돌고 있는 중에 의원 수 감축을 다시 꺼낸 것은 부적절하다. 선거제 개편 논의에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어 국회 논의나 야당과의 협상을 뒤엎으려는 것이어선 안 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의원 축소는 정치 신인과 소수당의 진입 장벽을 더 높이고,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며 “선거제 개편 논의에 찬물을 끼얹고 답보 중인 협상을 더욱 힘들게 만들 뿐”이라고 했다.

    ▲6월21일 한겨레 사설 갈무리.

    한겨레는 김기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긍정 평가를 내놓은 것을 주목했다. 한겨레는 <낯 뜨거운 ‘윤비어천가’, 여의도 출장소 자임 여당 대표> 사설을 내고 “국정수행 부정 평가율이 60% 안팎에 이르는 현실에 대한 성찰은 찾아볼 수 없고, 대신 ‘실사구시에 입각한 합리적 국정’, ‘제1호 영업사원을 자처해 대규모 투자 유치 성공’, ‘‘건폭’이 멈췄다’ 등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낯 뜨거운 칭송을 곳곳에 배열했다”고 했다.

    한겨레는 “민생 대책으로 제시한 내용들도 공허한 말잔치에 그쳤다”며 “김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노동개혁을 설명하며 ‘쉬고 싶을 때 확 쉬고 일할 때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노동자와 기업 모두 ‘윈윈’’이라고 했다. 장시간 노동 부활이 어떻게 저출산 해법이 될 수 있단 말인가”라고 했다. 이어 “현실성도 없는 ‘의원 정수 30석 축소’를 정치개혁 과제로 내세운 것을 두고도 실익도 없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연설은 국민보다 ‘윤심’만 바라보는 여당의 현주소를 부끄러움도 모르는 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6월21일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이어지는 킬러 문항 배제 논란… 초대 평가원장 “말 되지 않는 소리”

    국민의힘과 정부의 ‘수능 킬러 문항 배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일관성 없는 정책 제안으로 교육시장의 혼란만 가중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경향신문은 박도순 초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인터뷰를 통해 정부여당의 방침을 비판하고 나섰다. 경향신문 1면, 3면 보도에 따르면 박 초대 원장은 “사교육을 줄이려면 학교 서열을 없애고, 직장에서 대학을 보지 않아야 한다. 이런 조치 없이 단순히 수능 난이도를 어떻게 하면 사교육이 줄어들 거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고 했다.

    ▲6월21일 한겨레 사설 갈무리.

    한겨레는 사설 <‘6월 모평’ 문제라며 근거도 없이 수능 혼돈 자초했나>를 내고 정책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은 발단이 된 6월 모의평가 난이도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6월 모의평가는 아직 채점이 완료되지 않았고, 오는 28일 수험생들에게 성적이 통지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도대체 누구로부터 무슨 얘기를 들었길래 ‘난이도 조절 실패’로 단정 짓고 이 혼란을 일으킨 것인지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6월21일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이런 가운데 19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이)입시에 대해 수도 없이 연구하고 깊이 있게 고민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제가 진짜 많이 배우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한국일보는 사설 <“대통령에게 입시 배운다”는 이주호 교육부총리>를 내고 “대통령의 '공정수능' 지시 미이행에 따른 장관 경고 이후인 점을 감안해도 교육부 수장의 발언은 듣기에 민망하고 낯 뜨겁다”고 꼬집었다.

    한국일보는 “대통령이 입시 전문가이고 그래서 교육부 수장이 대통령한테 입시를 배운다고 한다면,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며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부 수장을 지낸 부총리의 발언이고 보면 결국 대통령 비위를 맞추려 한 말로밖에 볼 수 없다. 부총리 발언이 일각에서 나오는 경질론과 맞물려 해석되는 것도 이런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론의 ‘화살받이’를 자처하며 인사권자에게 고개를 숙이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입시 정책의 전문성도, 대통령 지시의 실행능력도 없다는 이 부총리의 실토일 것”이라고 밝혔다.

    ▲6월21일 조선일보 4면 기사 갈무리.

    반면 조선일보는 현행 수능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4면 <“수능 출제한 현직 교사들 강남 입시학원 강사로”> 보도에서 “수능 출제 위원들이 강남 입시학원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현직 교사들이 수능 출제나 검토 위원으로 참여한 뒤 강남 입시학원의 강사로 이직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조선일보는 ‘킬러 문항’ 모의고사를 만들어 돈벌이를 하는 학원도 존재한다고 소개했다.

    ▲6월21일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또 조선일보는 사설 <‘킬러 문항 폐지’ 공약했던 李, 정부가 발표하자 “최악 참사”>를 내고 이재명 대표가 킬러 문항 폐지를 공약한 만큼,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여당의 정책 방향을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재명 대표는 대선 때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수능을 개편하고 초고난도 문항, 이른바 ‘킬러 문항’을 없애겠다고 국민 앞에 공약했다”며 “지금 최악의 참사라고 한다면 제 얼굴에 침 뱉기밖에 더 되나. 이들은 이런 일이 밝혀져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 지난달 11일 전원합의체 선고가 열린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 연합뉴스

    대법원 입장문에도 대법관 비판 이어져… “비판과 흔들기 다르다”

    지난 15일 대법원의 파업노동자 손해배상 책임 완화 판결을 두고 보수·경제지가 경제단체 성명을 인용 보도하고 나섰다. 한국경제는 3면 <“大法이 불법파업 노조원 보호…산업현장 무법천지 될 것”> 보도를 내고 “불법파업 노동조합원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결에 국내 6대 경제단체가 강도 높은 비판 성명을 냈다”며 “경제 6단체는 또 이번 판결이 피해자인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사실상 제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했다. 이밖에 조선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파이낸셜뉴스 등이 관련 보도를 냈다.

    ▲6월21일 한국경제 30면 칼럼 갈무리.

    또 한국경제는 30면 <불법파업 조장하는 사법부의 친노동 판결> 칼럼을 통해 “대법원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지난 6년간 ‘친노동 일변도’ 판정을 쏟아내며 논란을 만들어냈다”며 “이제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사법의 정치화’가 최고조에 달했다‘는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새 대법관·대법원장 인선을 계기로 사법부가 바로 서길 바란다”고 밝혔다.

    ▲6월21일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한편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입장문을 내고 “사법권 독립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사설 <‘파업 조장 판결’ 비판에 “사법부 독립 훼손”이란 김명수 대법원>을 내고 “현장 상황을 모르는 데다 이념적으로 편향된 대법관이 황당한 판결을 내렸는데 대법원이 나서서 또 황당한 변명을 하고 있다”며 “사건 주심인 노정희 대법관은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노 대법관에 대해선 이 말이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TV 토론에선 거짓말해도 무죄’라는 황당 판결이 나온 사건의 주심이 노 대법관”이라고 했다.

    ▲6월21일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반면 한국일보는 사설 <사법부 독립 해치는 도 넘는 대법원 판결 흔들기>를 내고 “사법부 판결이라도 비판의 성역이 아니며, 이견에 대해 토론의 장이 열리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인신공격이나 판결 내역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잘못된 주장까지 용납할 일은 아니다”라며 무분별한 비판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일보는 “경제단체들은 예외적 판례를 쟁위행위에 적용했다고 비판했지만, 그 예외적 판례는 회사대표와 다른 이사들 사이의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책임을 다르게 인정한 판례였다”며 “경영진의 공동불법은 개별적으로 따져도 되고, 노동자들의 공동불법은 개별적으로 따지지 말고 뭉뚱그려야 한다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한 비판과 모욕을 동반한 흔들기는 다르다. 이로 인해 사법부의 독립성이 흔들리고 악영향을 받으면 그 대가는 사회 전체가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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