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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만 있다면 건널 수 있다"..베를린장벽에 평화의 철조망을 세우다

[인터뷰] 한국전쟁 정전 70주년-베를린 평화 프로젝트 전시 앞둔 차주만 작가

  • 기자명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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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06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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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7.0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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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부터 독일 베를린장벽에서 '한국전쟁 정전 70주년-베를린 평화 프로젝트' 전시회를 앞두고 있는 차주만 '평화와 통일을 여는 예술가들'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오는 23일부터 독일 베를린장벽에서 '한국전쟁 정전 70주년-베를린 평화 프로젝트' 전시회를 앞두고 있는 차주만 '평화와 통일을 여는 예술가들'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2023년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분단과 전쟁', '전쟁과 분단'을 전혀 다르게 기억하는 두개의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1953년 비극적 전쟁의 일시정지로 인해 갈등과 분단이 해소되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공고하게 유지되어 온 지난 70년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전쟁상태의 종식과 평화로운 미래를 계획하려는 분단극복의 의지가 있다.

한편엔 지금까지 70년간 이룩한 성과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그걸 위협하는 상대에게 결코 굴복할 수 없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일념으로 지금껏 함께 해 온 한미동맹 70년을 더욱 공고하게 해야 한다는 '과거 지향, 현실 유지'의 태도가 있다.

이들은 "누가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적인지, 그 적에 대항하여 우리의 편에 서 줄 나라는 어느 나라인지에 대해서 분명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국가안보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적과 아를 분명히 하라고 윽박지른다.

사실상 여기저기 전쟁을 선포하고 나선 이들에게 자칫 '반국가세력'으로 몰릴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의연히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분단을 뛰어넘는 '의식의 혁명'을 꿈꾸는 예술가들이 있다.

 '한국전쟁 정전 70주년-베를린 평화 프로젝트' 포스터 [사진제공-차주만]
 '한국전쟁 정전 70주년-베를린 평화 프로젝트' 포스터 [사진제공-차주만]

오는 7월 23일부터 8월 27일까지 35일간 독일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장벽'(Die Berliner Mauer)을 배경으로, 34년 전 거기선 사라졌지만 우리에겐 남아있는 철조망을 설치하고 그걸 뛰어넘는 초유의 전시회가 열린다.

설치미술가인 차주만 작가가 대표로 있는 '평화와 통일을 여는 예술가들'(평통예모)이 2년전부터 계획해 독일측 '베를린장벽기념재단'(Stiftung Berliner Mauer), '베를린 브란덴부르크궁전과 정원재단'(Stiftung Preußische Schlösser und Gärten Berlin-Brandenburg), 포츠담시, '프리데 스프링어재단'(Friede Springer Stiftung), '브란덴부르크주 시민정치교육센터'(Brandenburgische Landeszentrale für politische Bildung), 'SED독재청산재단'(Bundesstiftung zur Aufarbeitung der SED-Diktatur)등의 초청을 받아 실현된 일이다.

독일에서 그 자체가 냉전과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장벽'을 전시공간으로 허락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고 한다. 독일측은 이번 전시회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고 1년전에 후원과 초청 등 절차를 이미 마무리했다.

평통예모와 독일 '아트 프로젝트 베를린-브란덴부르크'(KuBB, Kunstprojekte Berlin-Brandenburg gUG)가 공동 주최하는 전시회의 명칭은 '한국전쟁 정전 70주년-베를린 평화 프로젝트', 주제는 '유토피아 ? ! 평화. 코리아-독일-그리고 세계'

무너진 베를린장벽과 바벨스베르크(Babelsberg)궁전, 포츠담미술관(Kunstraum Potsdam-Waschhaus)에서 야외 설치미술이 전시되고, 포츠담미술관에서는 회화, 사진, 판화, 영상, 퍼포먼스 등 실내전시가 이뤄진다.

철거된 베를린장벽에 전시되는 한반도의 철책이라니. 어떤 모습일까.

'믿음만 있다면 건널 수 있다'

 

세곳의 전시장 야외에 설치되는 차주만 작가의 작품이다. 휴전선 '철조망'을 고무로 만들었다. 실제 철조망보다 더 위협적이어서 누구나 접근을 꺼리지만 막상 가짜 철조망임을 알고 난 후에는 의식적으로 철조망을 벌리고 넘나드는 행위를 하게 된다.

"나는 실제보다도 더 실제 같은 가짜 철조망 '장벽'을 통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는 '어떠한 장벽들' 에 대해서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나는 이 작품으로 인해 관념화된 의식이 깨지고 각자의 일상에서 삶에 대한 소소한 혁명이 일어나 개개인의 삶에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한다."

작가는 베를린장벽처럼 한반도의 휴전선도 무너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극성이던 2년전 오두산전망대에서 채 3 세제곱미터가 되지 않는 크기로 전시했던 것을 이번엔 50m(베를린장벽), 40m(바벨스베르크 궁전), 10m(포츠담미술관)로 대폭 늘려서 작업했다.

'그어지다. 지우다'

일제 식민지시절 와세다대학을 나와 기자생활도 했던 한 엘리트 청년이 한국전쟁 직후 보도연맹에 연루돼 학살당했다. 유복자로 태어난 그의 자식은 '빨갱이'로 손가락질하는 험악한 사회를 견디지 못해 술과 가정폭력으로 점철된 삶을 살다가 세상을 등지고 깊은 산속에서 은둔하고 있다. 또 그의 자식은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이혼한 어머니와 형편없이 무너진 가정으로 이어지는 삼대의 비극을 온몸으로 뒤집어쓴 채 비틀거리며 살아 왔다.

한국의 근현대사가 가한 고통과 상처는 나와 나의 조국 한반도의 현재 상황이다. 관객은 먹물과 붓으로 예술가의 신체에 색을 칠하고 예술가는 자신의 의지로 그 얼룩을 닦아내면서 상처를 지워 나간다.

이현정 작가의 퍼포먼스는 지금 현재 우리의 상황을 세계인과 함께 인식하려는 몸짓이고 맹성을 촉구하며, 희망을 찾으려는 몸부림이다.

예술가의 행위가 이렇듯 삶의 반영이고 자신의 이야기일때 설득력이 배가된다는 건 한국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바이다.

작품과 소통하는 작가, 관객의 여러 행위들은 전시기간에 영상으로도 송출할 계획이다.

전시기획자이자 총감독, 대표작가의 다역을 해내며 후원, 협찬을 이끌어내고 작품준비도 하느라 분주한 차주만 작가를 출국 전인 지난 4일 광화문 [통일뉴스] 사무실에서 만나 전시회와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차주만 작가는 베를린장벽처럼 한반도의 휴전선도 무너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철조망 설치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차주만 작가는 베를린장벽처럼 한반도의 휴전선도 무너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철조망 설치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 통일뉴스 : 전시명을 '한국전쟁 정전 70주년-베를린 평화 프로젝트'라고 하고 주제는 '유토피아? ! 평화 코리아-독일, 그리고 세계'라고 명명했는데, 우선 전시회 취지랄까 의미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 차주만 작가 : 전시명은 제가 보낸 걸 그대로 썼는데, 주제는 저도 제안을 했지만 독일측에서 고집한 내용이 반영된 겁니다. 독일 분위기는 모든 기성 제도와 경향을 부정하는 반(反)예술적, 반(反)문화적 전위운동인 '플럭서스'(FLUXUS) 운동의 영향이 있어요. 주제가 구체적이지 않고 전위적인 걸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어떤 '기호'같은 느낌이 들죠. 뭐라고 명명하기 애매모호한 부분들이 있지만 예술을 제한하지 않고 확장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작명한 것 같습니다. 저는 무너진 베를린장벽에 한반도의 철책을 세우려는 발상으로 시작했는데, 주제에 대해서는 독일측에서 놓치고 싶지 않다며 고집을 했어요.


□ 베를린장벽과 바벨스베르크궁전, 포츠담미술관에서 야외설치, 포츠담미술관에서 실내전시가 있습니다. 장르도 설치미술, 회화, 영상, 사진, 퍼포먼스 등 다양하고 작가만 국내외에서 20여명이 참가하는데, 규모가 굉장히 큰 전시회죠.

■ 처음엔 제안을 하면서도 실현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그 장소가 본래 전시공간도 아니고 공공장소여서 초대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죠. 예를들어 서울 광화문광장에 철조망 작품을 35일간 설치하는 것도 쉽지 않잖아요. 특히 이번에 전시가 이뤄지는 베를린장벽은 독일인들이 신성한 느낌을 갖고 있는 장소여서 독일측에서 오히려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적극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전 전시주제에 대해서도 말했지만, 전시현장이 독일이고 여러 상황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 우리 방식대로만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걸 감안해야죠. 중요한 건 전시 목적을 실현하는거니까요.

참여 작가가 국내에서만 12명이 되는데 그것보다는 작가들의 면면을 보면 40대에서 90대에 이르기까지 명실상부하게 독보적인 내용을 가지고 작업을 해 온 분들이고 실제로 대단한 영향력이 있는 분들이에요.

 

전시 참여 국내 작가

[사진제공-차주만]
[사진제공-차주만]

차주만 (설치미술) 

차주만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12회의 개인전을 국내·외에서 개최했다. 2022년 창원 국제 조각 비엔날레, 2021년 여수 국제미술제, 2016년 스위스 몽튀르 조각 비엔날레, 2014년 모스크바 비엔날레, 2014년 9회 상하이 국제예술제, 2006년 부산비엔날레 조각 프로젝트, 2002년 부산비엔날레 바다 미술제, 2007년 상하이 Zhao gallery개관 기념전 '한·중 현대미술전' 외 다수의 국내· 외 전시회에 참여했다. 

2010부터 2014까지 DMZ 민통선 예술제 국제미술전(민통선 예술제 운영위) 미술감독, 2015부터 2019년까지 DMZ순례 국제미술전 (사단법인 남·북 강원도 협력협회) 미술감독, 2018평창 문화올림픽 DMZ 아트페스타 (문화 체육 관광부, 강원문화재단) 미술감독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경희대, 서울시립대 등 6개 대학에서 강의했다. 

2016년 통일부 민간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예술가들' 을 조직하여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승택 (설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각가를 졸업한 이승택은 "한국 전위미술 선구자",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사에 커다란 획을 그은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2009)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이름을 알렸고, 80이 넘은 늦은 나이에 세계적인 전위작가로 떠올랐다.

그를 두고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영국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디렉터는 "세계 미술사에 남을 독자적인 작가"라고, 토비아스 버거 홍콩 엠플러스(M+) 미술관 큐레이터는 "현대 미술사를 다시 쓸 작가"라고 평했다. 19회의 개인전을 서울, 베니스, 런던, 뉴욕, 도쿄 등에서 개최하였고 김세중조각상, 은관문화훈장, JCC 예술상을 수상하였다. 


이건용 (회화)
이건용 작가는 미국 미술 매체 아트시(Artsy) 선정 '지금 주목해야 할 세계예술가 35인'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세계적인 작가이다. 이건용 작가는 국내 1세대 행위예술 및 실험미술가로 캔버스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은 채 자신의 신체 가동 범위만큼 붓을 휘두르는 이른바 '신체 드로잉'으로 유명하다. 아트시 측은 "이건용의 작품 제작 과정은 최종 작품으로서 바라볼 가치가 있다"며 "그가 50년간 지속해 온 퍼포먼스 및 제스처 실험은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최근 더 많은 국제적 찬사를 받고 있다" 라고 평했다. 28회의 개인전을 서울, 미국, 호주. 중국에서 개최하였고 한민족 문화대상, 이인성 미술상, LIS 리스본 국제전 대상 등을 수상하였다.


이태호 (판화)
몽클레어 주립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를 역임한 이태호 작가는  멀티아티스트, 미술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후기조각회'와 '현실과발언' 등에서 그룹 활동하고 국내·외 6회의 개인전과 광주비엔날레,  '예술과 언어 2020' 서울 학고재 갤러리, 2013년 독일 뒤셀도르프 제2차 파도 등 다수의 국내·외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아시아의지금', '부산비엔날레 조각프로젝트', '낙산프로젝트', '입양인-경계인의시선' 등 기획 및 감독했다.

저서로는 '2020. 서울 나무미술의 자갈 현대사',  '미술 세상을 바꾸다', '현대미술의 빗장을 따다-인상주의 다시보기' 등이 있고,  번역서 '포스트모더니즘', '미술비평-그림읽는 즐거움'이 있다.

작품집 '근대짱돌의 역사' 등이 출간되어 있다. 


육근병 (영상)
아트선재, 일민미술관, 국제화랑, 독일, 일본, 벨기에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육근병은 한국의 대표적 미디어 설치작가이다. 그는 9회 카셀도큐멘타에 한국 작가로는 백남준에 이어 두 번째로 초대되어 국제적인 작가로 명성을 얻게 된다. 상파울로비엔날레, 리옹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Echigo-Tshumari art 트리엔날레를 비롯 중국, 독일 스페인,호주,미국, 케나다,일본등의 중요한 기획전에 초대되었다. 

일본 도호쿠예술공과대학 객원교수를 역임하고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미술대학 교수를 지냈다. 문화예술상(일맥문화재단). ZKM수상, International Award for Video Art, 칼스루에 독일. 토탈 미술상,  예술평론가협회 최우수 작가상,  한국 미술기자협회 미술 기자상 등 수상하였으며, 현재 UN프로젝트(UN빌딩)를 준비하고 있다. 


김재홍 (회화)
김재홍 작가는 사비나미술관을 비롯 한국과 프랑스에서 열한번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주요전시로는 '2019~2020 <더 스퀘어>'(경기도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2019 광장 전(국립현대미술관), '2017 균열 전(국립현대미술관), '청년의초상'(국립역사박물관), '2010 경기도의힘' 전(경기도미술관),  '2009 UltraSkin'(코리아나 미술관), '2009 그리다 전' (서울시립미술관), '2008년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교 새크라멘토 대학교 도서관 갤러리', '2005 장면들'(서울시립미술관), 2001년 <환경과 예술, 새로운 아틀란티스의 꿈>(부산광역시립미술관), 1999년 서울 사비나미술관, 1999년 마이애미 컨벤션 센터(Miami Art Fair)등이 있으며 그 외 80여회 국내·외 전시회에 참여했다.


홍이현숙 (영상)
2005년 이후 9번의 개인전을 서울, 부천, 노르웨이 등에서 개최했다. 2018년 태화강 국제아트페스타, 2018년 <경기자료실_나우> GMOMA 특별전, 2017년 <공간 속의 먼지> 문화창고기지, 2015년 <마고할미의 판파이프> 영화 전시회 'DMZ' 아트선제, 2014년 미국 시카고 한인문화원 <엄마의 눈> 2011 리퀴드 문 II, 서울-뒤셀도르프 교류전, 금천아트팩토리 ps333, 2010년  뒤셀도르프-서울교류전, 독일 뒤셀도르프, Plan-D 갤러리 등 실험적 작업을 영상과 설치, 퍼포먼스 방식으로 왕성한 작업을 수행해오고 있다.

한편, 노르웨이, 몽골, 모로코, 우즈베키스탄, 뒤셀도르프, 사마르칸트, 타슈켄트,  런던, 리버풀 등지에서 레지던트 프로그램에 참여 및 창작여행과 발표회를 진행했다. 

[사진제공-차주만]
[사진제공-차주만]

이매리 (설치, 영상) 
2022 산폴로 갤러리(베니스), 'Poetry Delivery 2017',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광주), 'The Next Step', 2017, 엘가위머P.C.C(뉴욕,), 'Expanding the Paradigm',  'Walking the Truth', 2015, 크레타 국립 현대미술관(그리스) 외에 39회의 개인전을 국내·외에서 개최했다.

2022 아시아 문화의 전당 'The 4th Today's Documents_A Stitch in Time', 2019 투데이 아트 뮤지엄(베이징), '2018 광주비엔날레: 핀란드 파빌리온 프로젝트', 무각사(광주), '2015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2012 광주비엔날레'(광주,) 'DMZ 아트 페스타 2017-2019'(DMZ, 한국), '2015 고베 비엔날레'(고베, 일본), '2011 소피아 비엔날레'(소피아, 불가리아) 등 약 500회 이상 참가했다.

 

강혜정 (회화)
강혜정 작가는 원광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한국화과)를 졸업했으며, 6회의 개인전과 2023 LA아트쇼 및 스페인, 홍콩, 중국 등 100여 회의 국내·외 아트페어와 그룹전에 참가했다. KPAM 대한민국미술제 대상과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아시아 태평양 미술대상전 우수상, 2021 여성작가 공모전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인사아트미술대전 심사위원, 도시문화공공예술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작품은 메가MGC커피, 삼안산업(주), 스페이스 신선(주), 한국환경연구소(주), 세종한의원, 유앤팜스뱅(주) 등에 소장되어 있다.


안세권 (사진)
안세권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사 및 전문사로 졸업하고 6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 사진, 필름 설치로 참여하여 국가관 상인 영광스러운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2005년 가나아트 1회 공모전 대상 수상, 2003 서울시립미술관 청계천프로젝트 <물 위를 걷는 사람들> 전시를 시작으로 동강 국제사진전, 2008년 대구 사진 비엔날래, 2007~2009년 <메가시티>프랑크푸르트, 베를린, 에스토니아, 스페인 팜플로나 등 건축가들과 유럽 순회전을, 휴스턴현대미술관, 런던문화원, 베트남, 상하이, 홍콩, 캐나다등 문화원 순회전으로 국제적인 전시회에 참여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미술관, 대구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성곡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이현정 (설치)
이현정작가는  6회의 개인 전시회를 CIKA 미술관 및 대안공간 이포 등에서 개최하였고 갤러리 호호 1호 레지던시 작가로 선발되어 6개월의 레지던시 및 결과 보고 개인전을 개최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열린 2018 DMZ 평화순례 국제미술전, 2018 평창문화올림픽 DMZ아트페스타, 2018 평창 패럴림픽 DMZ아트페스타에 참가했으며 두개의 대형입체 작품은 DMZ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후 2019 제주국제실험예술제, 2019 카투만두 '나마스테 네팔', 2021 여수 국제미술제, 2021 DMZ 땅의 숨결(양평군립미술관), 2021 서울아트쇼기획 설치미술 6인 초대전 등에 참여했으며 그녀가 제작한 특별한 그림책 '씨발' 은 한국에서 두 번의 Artbook 전시회와 싱가폴 Book 전시회에 초대되었다.


오순미 (설치)
오순미 작가는 2021 바람이 불지 않는 거울연못 (부천아트벙커B39) 외 인도, 노르웨이등에서 7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2018 Mauser EcoHouse 국제 예술가레지던스참가(코스타리카), 2017 PINEA-LINEA DE COSTA (로타, 스페인), 2016 KUNSTNARHUSET MESSEN (ALVIK, 노르웨이), 2013 제주 현대 미술관 창작스튜디오(제주도, 한국), 2010 The Vermont Studio Center (Vermont, 미국)에서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2021 미술관은 진화한다 (양평군립미술관, ) 5·18 40주년 기념 특별전(광주시립미술관), 청주 공예 비엔날레(청주시), 2019 족쇄와코뚜레(OCI 미술관, 서울), La reunificacion pacifica de las dos Corea (부에노스아이레스현대미술관), 2016 Proverommet (베르겐국립미술관, 노르웨이) 등 기획전에 참여했다.

차 작가는 앞으로 평화와 통일을 상상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들고 바티칸, 뉴욕 유엔본부 등 세계를 돌며 세계인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차 작가는 앞으로 평화와 통일을 상상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들고 바티칸, 뉴욕 유엔본부 등 세계를 돌며 세계인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 2년간 준비하신 것으로 알고 있고 오는 23일부터 전시가 시작됩니다. 어떤 계기로 이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나요. 

■ 1999년에 경기도 연천군에서 민통선예술제가 처음 열렸는데, 그전까지 DMZ 관련 문화행사가 간헐적으로 있긴 했지만 이때 처음으로 연례적으로 시작된 겁니다. 규모는 좀 작았지만 그래도 매년 지속적으로 열린 예술제거든요.

제가 2010년부터 예술제 미술감독으로 활동을 했는데, 그때까지 국내작가들만 참여하던 이 예술제를 국제전으로 확장을 했어요.
해외작가들을 불러서 같이 전방 투어도 하고 전시도 했죠. 민통선 예술제를 한 5년하고 난 뒤에는 강원도에서도 5년정도 미술감독으로 외국작가들과 작업을 했으니까 10년 정도 활동을 한 셈이죠.

그때 느낀게, 전방 현장에서 그런 예술행위를 하는 것이 의미는 있는데 그 이상의 효과가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일단 대중들과 접촉이 제한이 있다보니까, 그렇게 열정을 쏟아서 작품을 만들었는데 소득없이 사라지는게 너무 아쉬운 거에요.

2010년 처음 미술가들과 의기투합해 평통예모를 만들었다가 2016년부터는 범 예술분야로 확장해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됐는데, 이때부터 해외 활동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작가들이 작품에 쏟은 열정만큼 대중들과 만나길 원했어요. 그래서 해외에서도 되도록이면 대중들과 만날 수 있고 화제를 일으킬 수 있는 광장에서 전시를 하려고 했죠.

2019년에 미국 보스톤시청에서 전시가 거의 결정됐다가 코로나때문에 무기 연기된 적도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해마다 기회가 되는대로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 그럼 다음번 해외 전시도 준비를 하고 계시겠군요.

■ 지금 로마 바티칸쪽과 접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계획은 계획일 뿐 그대로 잘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3년 걸릴 수도 있구요. 

뉴욕 유엔본부를 고무 철조망으로 감아서 최소한 유엔본부 직원들이 하루정도는 철책을 벌리고 평화를 향해 갈 수 있다는 강렬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차 작가는 "여러 단체들이 있는데 자기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뭔가 협력해서 일하는 건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며, 연방 "되게 힘들었어요"라고 말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는 것도 아니고 성과를 남기려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호흡하듯이 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정부의 기조 변화같은 것으로부터도 좀 자유롭게 '숙명'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이야기다.

그러기 위해선 "주도하려고 하지 않고 먼저 서로 존중하고 양보부터 하려고 한다"고 했다.

또 앞으로 지속적으로 세계인들과 만나면서 이런 작업을 계속할텐데, 이제부터는 좀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많은 사람이 조금이라도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결심이 더욱 커진다고 했다.

"뭔가 재밌어야 관심을 갖잖아요." 식상하지 않게, 남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좀 더 열정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 생각하신대로 전시가 잘 진행되길 바랍니다. 그런데 해외 전시에는 비용도 많이 들지 않나요. 이번 전시회 비용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 이번에 저희가 독일측에 참 감사한 것이..사실은 우리가 우리 이야기를 가지고 독일 현장에서 전 세계에 말을 하는 건데, 독일에서 전체 비용의 절반을 자기들이 부담하겠다고 나서준거에요.

전시 비용에 대해 묻자 차 작가는 착잡한 표정으로 처음엔 주저하더니 이내 마음을 비운 듯 그동안의 속앓이를 털어놓았다.

독일측에서 성의껏 준비해준데 대한 고마움, 작가들을 충분히 대우하지 못하데 따른 미안함, 전시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서운함, 오히려 인색하고 배려가 부족한 정부에 대한 섭섭함, 그러나 그 와중에도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고 도와준 분들에 대한 믿음.

처음 기획할 때부터 첫째 적정규모의 합리적(?)인 예산, 절약해서 어떻게든 진행할 수 있는 최소 규모의 예산, 그리고 전시가 취소되기 직전 억지로라도 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까지 세단계로 나누어 예산을 계획했다.

지금 상태는 일단 전시를 할 수는 있는 상황. 그렇지만 작가들이 자비로 독일까지 가게한 것, 스탭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못내 아쉽다.

2,500만원을 협찬으로 받았고 나머지 9,000만원~1억원은 차 작가가 작품을 팔아서 마련했다.

설치미술가의 작품도 팔리냐고 묻자 "연구를 많이 하죠. 판매용으로, '베를린 평화프로젝트' 한정판으로 100개를 만들어서 한 작품당 100만원씩, 1억원을 만들자. 뭐 그렇게 하는 거죠."라고 답한다. 배포 유하다.  

불가리아 출신의 대지예술(land art, earthworks)가인 크리스토 자바체프가 자신의 아이디어 스케치를 전시 판매해 파리 개선문 포장 프로젝트 비용을 충당한 사례를 들려준다.
  
평화와 통일만한 가치가 있을 수 있겠느냐는 이 낙천적인 작가는 그러면서 "저도 크리스토를 거론하면서 작품을 팔았다는게 자랑스럽다"고 웃는다.

이번 전시가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도 않고 팔지도 않을 거지만 전시 참여작가중 이건용 화백을 비롯해 몇명의 작가가 혼쾌히 작품을 기증해주었다.

그렇게 비용을 만들고 어쨌든 지금 전시 작품들은 독일로 보냈고 현지에선 디스플레이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가지 끝내 아쉬운 건 통일부, 문화체육관광부의 소극적 태도였다.

독일측 재단 세곳에서는 작년에 초청장을 보내주면서 통일부 명칭후원이라도 받아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통일부는 관행적으로 2~3개월 전에 하는 일이라며 전시를 한달 앞두고서야 후원 확정을 했다.

현지에서도 연방정부에 기금신청하는 기간이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절차였고, 한국측의 관심과 지지가 있는 전시라는 걸 알리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아서 불편한 상황이 초래됐다는 것이다.


□ 우여곡절이 참 많았군요. 이제 전시는 사전에 계획한대로 진행되겠죠.

■ 한국에서는 5명 작가 포함 12명이 독일로 가서 열흘정도 체류할 예정입니다. 오픈행사 참석자 명단이 구체적으로 나오진 않았는데, 독일측 각 재단 관계자들과 협찬했던 분들도 오실 겁니다. 현지 교민들도 많이 오시기를 바랍니다. 총영사도 오시기로 했고 현지 한인 예술가 공연팀의 공연도 있습니다.


□ 독일까지 못가는 분들은 어떻게 감상할 수 있나요.

유튜브 생중계까지는 계획을 못했구요. 아카이브 작업은 100% 합니다. 간단한 사진과 영상 자료, 전시 모습은 영상 작업을 해서 유튜브에도 올리긴 할 겁니다. 또 언론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자료가 만들어지는대로 제공할 예정입니다. [통일뉴스] 유튜브 채널에도 올려주신다면 가장 빨리 제공하겠습니다.

베를린 장벽 (Die Berliner Mauer)
베를린장벽. 차주만 작가의 작품은 피터리빙의 '자유를 향한 도약' 벽화 앞 기념관 현장에 설치된다. [사진 출처-베를린장벽기념재단]
베를린장벽. 차주만 작가의 작품은 피터리빙의 '자유를 향한 도약' 벽화 앞 기념관 현장에 설치된다. [사진 출처-베를린장벽기념재단]

1961년 8월 13일 구 동독은 동서 베를린 국경을 완전 봉쇄한 가운데 전격적으로 철조망을 설치하고 며칠 후부터 서베를린 방향으로 벽돌과 몰타르를 이용해 장벽을 구축했다.

1989년 11월 9일 국경제한이 풀려 동서 베를린 자유왕래가 허용되면서 철거될 때까지 베를린 장벽은 28년간 미쏘 냉전과 독일 분단의 상징이었다.

이듬해인 1990년 동서독은 경제, 통화, 사회 통합 협상을 통해 통일조약에 조인하고, 주변국들과 2+4협상을 통해 공식적으로 주권을 인정받는 과정을 거쳐 그해 10월 3일 동독 지역 5개 주가 서독으로 편입되는 흡수통일의 과정을 마무리했다.

높이 3.6m, 폭 1.2m의 견고한 콘크리트 장벽은 동서 베를린을 분단시켰다. 장벽으로부터 동베를린 방향에 설치된 철조망까지 15~150m 폭의 민간인 통제 구역을 두고 지뢰, 도랑, 감시탑 등 시설물이 설치되어 마치 남북의 '군사분계선'처럼 되었다. 

처음엔 동베를린 방향의 철조망을 세우기 시작해서 수개월에 걸쳐 서베를린 쪽으로 콘크리트 장벽을 건설했다.

'군사분계선'(Military Demarcation Line, MDL)을 기준으로 남북이 양쪽으로 2km씩 남방 및 북방한계선(SLL, NLL)을 설정해 폭 4km의 'DMZ'를 두어 대치하고 있는 모습과 얼핏 흡사하게도 보인다. 허나 어디 그뿐인가. 우리는 지금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 DMZ)라는 표현이 무색한 '중무장 DMZ'보다 더 두터운 '민간인통제선'(Civilian Control Line, CCL, 민통선)이 분계선 아래 10km까지 접근을 불허하고 있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그동안 출입이 금지됐던 브란덴브루크 문이 다시 열리면서 대부분의 장벽은 철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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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과 인사권이 만나면 벌어지는 일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3.07.05 16:51
  •  
  •  댓글 0



 

윤석열 정권이 행정부처를 장악하는 특별한 방법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차관 임명이 몰고 올 인사 태풍

윤석열 대통령이 차관급 15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이를 신호탄으로 행정부 내 1급 공무원에 대한 인사 태풍이 거셀 전망이다.

지난 3일 통상 국무총리가 수여하는 차관급 임명장을 윤 대통령이 직접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정부 조직이든 기업 조직이든 제일 중요한 것이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라며, “산하 단체와 공직자들의 업무능력 평가를 늘 정확히 해 달라”고 주문했다. 고위직 공무원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한 셈이다.

벌써 환경부 등 일부 부처는 1급 공무원 전원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부처도 자진해서 사표를 제출하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읽힌다.

행정부 내 1급 공무원은 300여 명에 이른다. 이들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인사 검증은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이 맡는다. 자연히 1급 공무원의 인사 관리 책임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된다.

아울러 인사정보관리단의 핵심 요직은 ‘윤 라인’ 검사로 채워져 있다. 인사정보1담당관은 이동균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이며, 인사정보2담당관은 이성도 부장검사다. 이 부장검사는 윤 대통령 당선 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사검증팀에 파견됐던 대표적인 윤핵검(윤석열 라인 핵심 검사)으로 통한다.

이 부장검사와 함께 인수위에 파견됐던 김현우 창원지검 부부장검사와 김주현 법무부 정책기획단 검사도 관리단에서 인사 검증 업무를 맡고 있다.

맨 먼저 칼을 댄 방송통신위원회는 내부에 감사과까지 신설했다. 감사원, 국세청, 검찰, 경찰에서 총출동해 감사과에 자리를 잡았다. 대부분 대구‧경북 출신이라는 후문이다.

 

수사권과 인사권이 만나면

이번 차관 임명 과정에 ‘대통령 특명’, ‘용산 5차관’, ‘기강 잡기’, ‘부처 장악’ 등이 강조됐다. 국정쇄신의 고삐를 죄려는 구상이 자칫 공직사회 줄 세우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임명된 차관 대부분이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장관과 달리 차관은 내부 승진을 통한 임명이 관례다. 그래야 내부 결속과 전문성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인선 배경과 관련해 “부처에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가서 이끌어 줬으면 좋겠다. 그런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차관 인선이 화제가 된 적 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거물급 차관’ 15명을 한꺼번에 임명함으로써 청와대 직할의 ‘차관 정치’가 국정운영의 또 다른 한 축을 형성했다. 그들을 ‘실세 차관’, ‘왕 차관’이라고 불렀다.

이런 시스템은 국정이 일사불란해짐으로써 대통령이 추구하는 ‘속도전’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내부 비판이나 반론은 기대하기 힘들다. 앞으로 부처 모든 공직자는 ‘거물 차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결국 이번에 인선된 차관들을 통해 인사정보를 수집하고 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을 거친다. 이 과정에 1급 공무원의 목줄의 쥠으로써 공직사회를 길들여보겠다는 계산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직자 커뮤니티에는 “공무원도 A조 B조로 나누자”는 허거픈 이야기가 떠돈다. A조는 국민의힘이 집권했을 때, B조는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공직을 맡자는 의미다.

물론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다. 그렇다고 인사권을 악용해 공무원 줄 세우기를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인사권자가 줄 세우기를 하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보다 상급자나 사정기관의 눈에 든 공무원이 대접받는 사회가 되고 만다.

최근 공직자 인사검증을 명분으로 수사권 남발 사례가 빈번하다. 행정부처 곳곳에 검사 출신이 포진했고, 공직사회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이제 일상이 돼 버렸다. 감사원의 감사도 마치 검찰의 수사처럼 행사되기 일쑤다.

수사권을 가진 사정기관의 힘은 막강하다. 여기에 인사권까지 쥐면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이 된다. 검찰, 법무부, 대통령실로 이어진 윤석열 라인은 이렇게 대한민국 정부를 장악할 기세다.

 강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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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방류 반대 입장 촉구’ 대여 압박 총력전...국회서 철야 농성

“IAEA 보고서 문제점 낱낱이 알릴 것” 17시간 긴급 비상행동, 국내·외 연대 강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결의대회에서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2023.07.05.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6일 정부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 표명을 촉구하며 ‘긴급 비상 행동’에 돌입한다. 민주당은 향후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 입법 추진을 비롯해 야당 및 국제기구,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등 장내·외 총력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소속 의원 전원이 집결한 가운데 국회 본관 중앙홀에서 ‘17시간 비상 행동’을 선언한다. 안전성 검증은 뒷전으로 둔 채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에 동조하는 정부를 규탄한다. 민주당이 비상 행동에 돌입하는 17시간은 지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원자로의 노심이 녹아내려 원자로가 회생 불능에 이르는 ‘완전 멜트다운’(노심용융)에 이르기까지 소요된 시간을 의미한다는 게 당 측 설명이다.

민주당은 비상 행동 선언 직후부터는 자정까지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반대’를 주제로 철야 필리버스터를 진행한다. 의원 한 명당 약 10분씩 발언을 이어간다. 자정에 종료한 필리버스터는 이튿날인 7일 오전 8시 재개할 예정이다. 7일 계획된 최고위원회의도 비상 행동 현장에서 필리버스터에 동참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이후 민주당은 7일 오전 11시,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국회의원, 원외지역위원장, 수도권 지방의원, 당직자, 보좌진 등이 총집합한 ‘윤석열 정부 오염수 투기 반대 촉구 결의대회’를 진행해 대여 압박 수위를 높인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 결과를 토대로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야4당(민주당·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 의원 모임을 강화하고, 당 차원 현안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종합 컨트롤 타워’를 구성한다. 민주당은 야4당 의원 모임을 주축으로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국제 연대와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강력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일본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주변 인접국의 동의 없이 방류를 개시할 경우, ‘일본산 수산물 전체를 수입 금지하는’ 입법적 검토도 진행하기로 했다. 당내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회’는 오는 10일부터 방일이 예정돼 있다. 우원식 의원은 오염수 방류 저지 단식농성을 이날로 11일째 진행 중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발표한 결의문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의 문제점을 국민께 낱낱이 알리고, 국내·외 모든 정치세력과 연대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를 총력으로 저지할 것”을 다짐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에는 “방류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해양투기 외에 안전한 처리 방법을 제시할 것”을, 한국 정부에는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일본을 제소하고,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에 대한 잠정조치 청구를 즉각 시행할 것”을, 여당인 국민의힘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국회 검증특별위원회의 조속한 가동과 청문회 개최에 즉각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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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분리징수 의결에 조선 “KBS 자초한 일” 경향 “언론장악 혈안”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7/06 09:30
  • 수정일
    2023/07/06 09:3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박재령 기자 
  •  
  •  입력 2023.07.06 07:53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대통령실 권고 한 달만 방통위 분리징수 의결

경향 “절차상 하자 수두룩”, 조선 “KBS 도덕적 해이”, 중앙 “KBS쇄신 계기”

이동관 특보 이명박정부 MBC 장악 배후 의혹 “이동관 김재철 친분”

후쿠시마오염수 우려하는 사람들에 조선 “선진국은 과학 의심 않는다”

지난달 대통령실이 TV수신료 분리징수를 권고한 지 한 달 만에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며 KBS의 수입이 급감할 위기에 놓이자 이를 놓고 언론의 상반된 평가가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당연한 결과”라며 KBS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다고 했고 경향신문은 “언론 장악에 혈안”, 한겨레는 “언론 자유 훼손”이라고 평했다.

▲ 6일자 한겨레 1면 사진기사.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직무대행 김효재)는 지난 5일 전체회의를 열고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고지·징수하도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 추천 김현 위원이 "용산 비서실 하명을 받은 졸속 추진"이라며 중간에 퇴장한 상태에서 국민의힘 추천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대통령 추천 이상인 위원이 찬성했다. 분리징수가 이뤄져도 집에 TV가 있다면 수신료를 내야 하지만 납부 거부 가구 증가, 각종 비용 증가로 KBS는 기존 6000억 원 규모의 관련 수입이 1000억 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관련 기사 : 민주당 추천 위원 퇴장 속 방통위 TV수신료 분리징수 의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제외한 6일 아침신문은 1면에 수신료 분리징수 소식을 전했다. 제목부터 신문의 논조가 드러났다. 국민일보는 ‘말많은 KBS 수신료 전기료세 떼어 낸다’고 했고, 서울신문은 ‘강제 수신료 시대 끝났다’고 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언론계 “생태계 대혼란”’, 한겨레는 ‘분리징수 의결 강행’ 등의 제목을 달았고, 경향신문은 ‘한 달 만에 졸속 의결’이라 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소식을 8면에 전했다.

▲ 6일자 아침신문 1면 기사.

경향 “분리징수 절차적 하자 수두룩” 조선 “KBS 도를 넘은 방만”

김현 상임위원이 “용산 비서실 하명”이라 할 정도로 이번 개정안은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KBS는 방통위가 통상 40일 이내인 입법예고 기간을 10일로 단축한 것에 대한 헌법소원을 낸 상태다. 수신료를 재원으로 삼는 KBS와 EBS는 물론 징수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전력도 혼란이 예상된다며 개정안에 보완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러한 당사자들의 반발은 무시됐고 이달 중순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재가를 거쳐 개정안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 6일자 한겨레 1면 기사.

▲ 6일자 한겨레 5면 사진기사.

한전은 방통위에 “개정 시행령 이행을 위해서는 업무 준비를 위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한겨레는 “한전은 서울 등 수도권에 있는 상당수 아파트 등의 경우 전기사용계약 대상이 관리사무소라는 점을 들어 개별 세대를 대상으로는 분리 징수가 가능하지 않다는 점도 설명했다”며 “방통위는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신료 징수 현장의 혼란 방지 대책을 먼저 마련한 뒤 시행령을 시행하는 게 아니라, 일단 시행할 테니 그에 따른 대책은 한국방송과 한전이 알아서 정하라는 취지”라고 했다.

 

정부가 시행령 개정의 근거로 삼고 있는 건 대중 여론이다. 지난 3월 온라인 투표 방식의 국민참여토론에서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96.1%로 집계됐다. 하지만 설문의 방식에서 여러 문제가 제기됐다. 경향신문은 “한 사람이 여러 번 투표할 수 있어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라며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가 해당 국민 참여 토론에 달린 전체 댓글을 분석해보니 댓글 25.8%는 중복 이용자가 남겼고, 댓글을 62개 작성한 이용자도 있었다”고 했다. 입법예고 기간에 4746건의 의견이 제출돼 수신료 분리징수에 반대하는 내용이 4234건(89.2%)이었지만, 해당 의견들은 반영되지 않았다.

▲ 6일자 경향신문 3면 기사.

경향신문은 3면 <대통령실 권고부터 방통위 의결까지 ‘절차상 하자’ 수두룩> 기사에서 “대통령실은 방통위에 수신료 분리징수 후속 조치와 함께 KBS의 공적 책임 이행 보장방안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는 수신료 분리징수는 담겼지만, 공적 책임 이행 보장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며 “시행령 개정 절차도 졸속이었다. 통상 시행령 개정에는 3~5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언론학계에서는 ‘학계 패싱’이라는 의견도 나왔다”고 했다. 김희경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위원 5인으로 구성되는 합의제고, 위원간 치열한 논쟁을 위한 자료는 연구반 등 학계와 관계기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 청취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객관적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학계를 패싱한 것 뿐 아니라 공청회를 열지 않으며 이해관계자도 패싱한 것”이라고 했다.

▲ 6일자 경향신문 사설.

결국 상황이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간 것에는 ‘언론 길들이기’, ‘언론 장악’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국민의힘은 KBS 2TV 채널 폐지까지 공언하고 있다. 여기에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의 방통위원장 내정설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여당이 사활을 거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언론장악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고 한겨레는 “하루라도 빨리 공영방송을 권력에 순치시키려는 의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했다.

▲ 6일자 조선일보 사설.

반면 조선일보는 시행령 개정이 ‘KBS가 자초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도 넘은 도덕적 해이와 편파 KBS, 수신료 강제 징수 폐지 자초>에서 “KBS는 지난 정권에서 정권 응원단이 되어 공공성 의무를 저버렸다. 대통령 방미 기간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자 비율은 야당이 여당의 7배를 넘었다. 대통령이 일본 국기에만 경례한 것처럼 조작 방송까지 했다. 이런 편파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며 “수신료 강제 징수를 없앤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KBS”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공공성 문제 이상으로 심각한 것이 도를 넘은 방만과 도덕적 해이다. KBS는 전체 인원 4400명 가운데 억대 연봉자가 2200여 명으로 절반을 넘고 이 중 무보직자가 1500여 명에 이른다. 수신료 6900억원 중 1500억원 이상이 무보직 간부의 급여로 나간다는 뜻이다. 사실상 하는 일도 별로 없이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했다.

▲ 6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 또한 사설 <KBS 수신료 분리징수…공정보도·방만경영 쇄신 전기 되길>에서 “‘KBS를 보지도 않는데 왜 시청료를 강제로 내느냐’는 여론이 있던 게 사실”이라며 “KBS는 무엇보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해오지 못했다는 지적을 진정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방만 경영과 편파 방송 논란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동시에 “정부·여당 역시 방송 길들이기 시비가 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힘에서 KBS 2TV 폐지론을 들고 나온 것은 성급하다. 시청료 분리징수 방안이 짧은 기간에 서둘러 추진되면서 KBS 시청료의 일부를 지원받아 온 EBS 문제는 전혀 고려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동관 의혹 보도 이어가는 경향·한겨레 “윤석열이 수사지휘”

▲ 6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유력시되는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에 대해서도 ‘언론 장악 배후’ 의혹을 이어갔다. 2010년 국정원 ‘언론개입’ 문건에 보고자료의 요청 주체로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재임 당시 홍보수석실이 구체적으로 지목된 데 이어 검찰 수사보고서에도 MBC 장악의 배후에 홍보수석실이 관련돼 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1면 <‘MBC 장악’ 설계한 이동관 홍보수석실> 기사에서 “검찰은 2009~2010년 홍보수석실과 국정원이 공모해 방송장악을 기획한 것으로 봤다”며 “이동관 특보를 방통위원장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이 사건을 지휘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2010년 3월2일 국정원이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에 대해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실질적인 문건 작성 지시자로 추정된다”며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국정원을 통해 MBC에 대해 청와대의 지시를 잘 따르는 경영진을 구축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방송을 제작하는 기자·피디·간부진을 모두 퇴출시키고 MBC의 프로그램 제작 환경을 경영진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방송사 장악의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재했다.

▲ 6일자 한겨레 5면 기사.

한겨레는 5면 기사에서 “당시 검찰은 이동관 당시 수석을 김재철 당시 문화방송 사장에게 국정원 작성 문건을 전달했을 유력한 인물로 지목했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 문건을 작성한 정보관은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보고되는 문건이다. 문서 작성을 지시 받았을 때 김재철이 MBC 사장으로 임명될 것을 알았다”며 “이동관과 김재철의 친분을 알고 있어 이동관이 김재철에게 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진술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손석희 등 좌편향 진행자 퇴출’ 등을 위해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이 직접 방송국에 전화하는 방법이 있고, 이를 거부하면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까 싶다”는 내용도 있었다.

 

“후쿠시마 안전” IAEA 보고서, 언론의 엇갈린 평가

 

▲ 6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대통령실이 지난 5일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려는 일본 정부 계획이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보고서에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8월 오염수 방류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조선일보는 1면에 <“선진국은 과학을 정쟁 도구로 안 써”> “IAEA라는 가장 공신력 있는 단체가 문제 없다고 답 냈는데 싸움만 한다”며 “국민이 100% 받아들일 때까지 정부와 과학자들이 설득해야”라고 했다.

▲ 6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조선일보는 3면 한 면을 통째로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을 강조하는데 썼다. <日오염수 논란, 유전자 검사 99.9% 친자 나왔는데도 못 믿는 것> 기사에서 “과학적인 자료를 토대로 한 사실을 믿지 않아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많은 사회적 비용을 희생해야 한다는 점”이라 했고, <오염수 가장 먼저 도착하는 美 “문제없다”… 늦게 가는 中은 반발> 기사에서도 “미국 국무부는 4일(현지 시각) IAEA 최종 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묻는 본지에 ‘공정하고 사실에 바탕을 둔 검토와 보고’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 6일자 한겨레 1면 기사.

반면 한겨레는 1면 <IAEA, 오염수 분석 3차례 중 1차만 끝내고 ‘안전’ 결론> 기사에서 “IAEA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검토하면서 3차례 하기로 했던 오염수 시료 분석을 1차례만 끝낸 상태에서 최종보고서를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환경 모니터링 결과를 ‘확증’하기 위해 실시한 ‘환경 시료’ 분석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국제원자력기구가 핵심 시료들의 분석이 모두 끝나기도 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사실이 드러나자, 보고서의 신뢰성을 스스로 허물어뜨렸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온갖 깨알 지시 윤 대통령, 후쿠시마 오염수엔 침묵>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국민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지만, 국정 최고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대학수학능력시험 ‘킬러 문항’, 국립대 사무국장 인선, 태양광 사업까지 만기친람으로 언급하는 윤 대통령이 정작 국민적 현안인 오염수 문제에만 아무런 말을 않고 있다. 오염수 방류에 국민 85%가 반대하는 등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행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IAEA 보고서에 대해선 사설을 통해 “일본 정부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되면서, 방사성 물질 정화장치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에 대한 기술적 검증이 빠졌고 방사성 물질이 장기적으로 인체와 생태계 전반에 미칠 영향도 확인되지 않은 한계가 있다. 일본과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로서 국민들의 불만과 우려가 나오는 게 당연”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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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오염수 안전 발표에도 국민 불안 여전…진보당, 일본 총리관저 항의

  • 기자명 김준 기자
  •  
  •  승인 2023.07.04 19:23
  •  
  •  댓글 0



 

IAEA '오염수 방류 국제안전기준에 부합'

어촌계 "국민이 반대하면 정부도 반대해야"

진보당, 일본 총리관저에 항의 서한 전달

민변, 헌법소원 예고 "정부가 역할 안해"

라파엘 그로시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이 일본을 방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의 최종 보고서를 기시다 일본 총리에게 전달했다.

이어 그로시 사무총장은 3박 4일간 후쿠시마 제1 원전을 방문해 방류시설을 살펴보고, 오는 7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하지만 IAEA의 최종 보고서에도 오염수 방류를 향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애초 원래 IAEA가 원자력 진흥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이고, 이번 오염수 방류 검토는 ‘일본의 방류계획’에 대해서만 진행됐을 뿐, 중요한 ‘안정성 검증’은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이 IAEA도 속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대한 불신은 괴담이라고 하기에 사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은 알프스(다핵종제거설비)가 삼중수소를 제외한 거의 모든 방사성 핵종을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2020년 탄소-14도 걸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탄소-14의 방사선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5730년이다.

다음 해인 2021년에는 알프스의 오염물질 여과 필터 25개 중 24개가 손상된 사실이 드러났다. 2년 전인 2019년에도 똑같은 필터가 파손된 바 있지만, 도쿄전력은 원인 분석이나 대책 마련 없이 운전을 계속했다.

이에 각 분야의 시민들이 오염수 투기를 막아달라 촉구하고 있다. 4일 국회에서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모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 반대 기자회견을 열렸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이동주 전국소상공인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인접국인 홍콩과 대만, 심지어 일본 내에서도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은 오염수 투기를 두둔한다”고 지적하며 “이를 걱정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괴담 치부하며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희 전남 어촌계 사무처장은 “안전하다면 일본 자국에서 공업용수든, 식수로 쓰면 되지, 왜 바다에 버리냐” 지적하며 “지식이 짧아 전문가들 이야기는 모르겠지만, 국민이 이렇게까지 반대하면 정부도 나서 일본을 말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정부를 비판했다.

4일 일본 총리관저 앞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하는 진보당 ⓒ 진보당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직접 일본에 방문해 항의했다. 강 의원을 단장으로 꾸려진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진보당 도쿄원정단’은 3일 일본에 입국해 도쿄 총리관저에서 입장 발표 및, 1인 시위를 진행했다.

4일에는 그로시 총장 및 IAEA 관계자들이 방문할 때까지 총관저에서 1인시위를 계속하며 101,257명의 해양투기 반대 서명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 측은 “10일 전까지 보내야 한다”는 절차상 이유로 서한을 받지 않았다.

4일 일본 총리관저 앞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하는 진보당 ⓒ 진보당

4일 일본 총리관저 앞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 진보당

강 의원은 IAEA의 결정에 반대하며 “IAEA는 오염수 투기에 면죄를 주는 기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오늘 IAEA의 결정으로 인류는 한 발 더 재앙에 다가갔다”고 강조하며 “핵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허가할 권한을 그 누가 IAEA에 주었느냐”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또한,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국제법 위반 행위에 대해 어떤 조치도 하고 있지 않다” 비판하며 헌법소원을 예고했다.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상 194조는 ‘자국의 최선의 수단을 다해 모든 오염원으로부터 해양환경 오염을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변 측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과 관련해 대통령과 정부의 잘못된 공권력 행사 또는 아예 하지 않는 부작위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려는 것”이라며 “정부가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등 분쟁 조정 절차를 밟지 않았고 독자적인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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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적폐청산이 실패할 수밖에 없던 이유

[문 대통령께 드리지 못한 고언] 정치적 ‘킬러 문항’을 회피하는 민주당

황두영 작가  |  기사입력 2023.07.05. 06:03:39

 

라디오 출연을 하러 방송국에 갔다가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의 안경호 팀장을 우연히 마주쳤다. 내가 국회 보좌진이던 시절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과 2기 진실화해위원회 설립 입법을 함께 해내기 위해 자주 만난 사이였다. 그는 이번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206: 사라지지 않는>을 홍보하기 위해 인터뷰 출연을 하러 온 참이라고 했다.

 

영화는 시민과 전문가들이 모여 발굴단을 꾸리기로 결정한 2014년부터 거의 10여 년간의 발굴단을 좇는다. 2010년 이명박 정권에서는 1기 진실화해위원회가 법적으로 허용된 기간도 다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아직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사건들은 그대로 창고로 가야 했고, 이제 막 시범적으로 몇 군데 시작해 본 민간인 학살지 발굴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시민들은 민간 차원의 과거사 진실규명을 위한 움직임을 이어가기 위한 일환으로 발굴단을 만들게 된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조력했지만, 평범한 시민들도 소정의 교육만 받으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남녀노소가 함께 발굴단에 참여했다. 국가폭력 희생자의 유족도, 한국전쟁은 그저 역사책에서 배웠을 뿐인 학생들도 각자의 부채감을 갖고 땅을 팠다.

 

우여곡절 끝에 2기 진화위 설립이 결정되었고, 나도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를 떠나 다른 의원실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안경호 팀장과의 연은 계속되었다. 옮긴 의원실의 지역구인 대전광역시 동구에 '골령골'이라는 방대한 민간인 학살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골령골 학살사건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와 대전·충남 지역에서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들이 우리 군과 경찰 등에 의해 집단학살돼 묻힌 사건이다. 7000명 이상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이 묻힌 구덩이가 1킬로미터가량 이어져 '세계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긴 무덤을 발굴하기 위한 작업을 민간 발굴단이 몇 년에 걸쳐 하고 있었다. 

 

한번은 의원과 함께 골령골 발굴 현장을 찾았다. 요새 같이 무더운 날이었다. 며칠간 이어진 비로 흙땅은 온통 질퍽거렸고, 때마침 내리쬐는 햇볕은 현장 전체를 한증막처럼 만들었다. 안경호 팀장은 이번 발굴에서 꽤 많은 유해를 발굴했다고 이야기했다. 70여 년 만에 지상으로 나온 수많은 뼈들을 보며, 나는 안 팀장의 말에 뭐라고 대꾸하는 게 적절할지 헷갈렸다. 어쨌든 발굴을 하러 온 거니 발굴이 잘 된 게 잘 됐다고 얘기해야 할까. 아니면 신나게 선거유세를 하던 길 건너에, 이렇게 많은 죽음들이 묻혀 있었다니 애통한 표정을 지어야 할까. 애통하기에도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으니 지상에 나오신 걸 반겨야 하는 걸까. 나는 연신 흐르는 땀을 닦으며 고개만 끄덕거렸다. 발굴 현장의 특성과 의미도 제대로 새기지 못하고, 의원을 모시고 간다는 생각만으로 불편한 옷에 구두까지 신고 간 참이었다. 

 

안경호 팀장은 늘 햇볕에 그을린 검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태생이 어두운 피부인지는 여쭌 적 없지만, 내가 그를 만난 이후 그는 틈만 나면 발굴 현장에 가 있었기 때문에 타지 않은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그가 발굴 현장에 간다고 할 때마다 늘 응원을 하긴 했지만, 사실 난 발굴을 왜 하는지 온전히 이해하진 못했다. 물론 역사적 진실을 확인하고, 유해를 이제라도 유족에게 돌려준다는 것이 그 자체로 필요하다. 하지만 저렇게 오랜 기간 이미 신원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된 뼈와 유품들을 찾기 위한 안 팀장과 발굴단의 집념은 나로서는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경이였다.

 

<206: 사라지지 않는>을 보면 좀 이해가 될까 싶었다. 하지만 영화에 나온 발굴단도 정답을 모르는 것 같았다. 다만 그들은 도무지 풀리지 않는 문제를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우리는 결국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 학살이라는 대한민국 출생의 비밀을 아예 없애지는 못할 것이다. 모든 진상을 밝혀내고 아쉬운 사람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보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죽은 이들이 돌아오지도 않을 것이다. 한 걸음, 한 뼘만큼의 진전도 확실하지 않다. 그러니 발굴은 아무런 의미도 없을까. 국가폭력을 자행한 자들과 그들이 만들어낸 질서는 여전히 건재한데 우리 사회는 치유하고 나아갈 수 있을까. 고작 이 발굴을 위한 삽질로? 하지만 그들은 이 비극을 끝까지 직시하고, 최선을 다해 치유해 보려는 그 마음이 그들을 뙤약볕 아래 선다. 

 

 

 

민주당 지지자=선한 사람?

영화를 보며 도무지 풀리지 않는 문제, 정치적 '킬러 문항'을 대하는 정치적 자세에 대해 생각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6월 16일 당원 대상 강연에서 "기성 언론은 쓰레기 하치장"이라며 "좋은 SNS, 유튜브 많이 보시고 쓰레기 신문은 보지 말라"고 말했다. 기성 언론은 우리를 현혹시키려고 하니 우리 소리를 잘 전달하는 미디어인 SNS나 유튜브를 많이 보라면서 말이다. 

 

민주당이 '조중동' 등 보수언론에 대해선 원래도 각을 세웠지만 이해찬 상임고문의 발언은 이제는 그냥 '기성 언론' 전체를 보지 말자는 주장까지로 확대되었다. '한경오'로 통칭되는 진보 언론마저도 충분히 편을 들어주지 않았고 민주당에 불리한 지적이나 의혹 제기를 한다는 이유일 것이다. 이런 관점은 특정한 언론사의 기사의 왜곡 문제를 넘어 현대 언론의 방식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당 및 정치인이 언론에 계속 견제받으며 긴장감을 갖고 가야 한다는 현대 민주주의의 설계 자체가 이제는 싫다는 것이다. 

 

이해찬은 기성 언론이 '사유화'되어 있기 때문에 믿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유튜브 등 SNS는 공영화라도 되어 있단 말인가? 기성 언론들은 신뢰성 자체가 주요한 자산이었지만 뉴미디어들은 다르다. 적은 투자로 시작할 수 있다는 뉴미디어의 특징은 언론 다양성과 민주성을 키우기보다는 더 파편화된 집단의 입맛에 맞춰 진실과 허구가 섞인 가짜뉴스의 세계를 창조하는 '가설 천막 서커스' 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책임을 물을 방법 자체가 없는 뉴미디어들의 명멸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 

 

오늘날 기성 언론들의 책임성과 공정성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도 전통적인 정치적 편향성만이 아니다. 바뀐 미디어 환경에서의 수익성에 대한 위협이야말로 점점 더 커지는 위협이다. 기성 언론은 'SNS처럼 더 무책임해져라. 그래서 더 돈을 벌어라'는 위협을 받고 있다. 기성 언론의 편향성과 불공정에 대한 이해찬의 지적은 일리가 있지만, 그 대안이 SNS와 유튜브라는 건 기함할 일이다. 

 

이해찬도 극악한 주장을 서슴지 않는 극우 유튜버들을 옳다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그들은 민주당이 반국가세력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이해찬의 주장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자들은 선하고, 사리사욕도 없을 것이란 전제가 깔려 있다. 이해찬의 발언은 'SNS나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종류가 아니다. 진의 '민주당 지지하는 사람'이 만드는 미디어를 들으라는 것이다. 왜? 그들은 선하기 때문이다. 선하니까 민주당을 지지하고 비판하지도 않고, 민주당을 지지하니까 선한 사람들이라는 순환 논리가 작동한다. 

 

결국 이해찬의 발언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민주당을 옹호하기만 하는 미디어를 들으며 더 민주당을 견고히 지지하라는 뜻이다. 이교도와는 만나지도 말라는 종교적 아집 같다. 또 민주당 지지층을 신생아 인큐베이터 같은 무균 환경에 보호하려는 것이다. '민주당'이라는 세계 밖과는 접촉하지 말라, 의심하지 말라, 변하지 말라, 상하지 말라. 그것이 당신을 민주당이라는 선한 세계에 영원히 머물게 할 것이다. 

 

물론 정당에 있다 보면 언론은 고마울 때보다 미울 때가 훨씬 많다. 그리고 몇몇 언론의 악의적인 왜곡, 허위 보도는 치가 떨리도록 분노가 인다. 하지만 언론은 애초에 그런 것이다. 정당은 늘 자신에게 권력을 주면 이 모든 문제를 쉬이 해결해주리라 단언한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는 해결된 척을 한다. 언론은 이 문제가 쉬이 완벽히 해결되지 않음을 지적하는 역할을 한다. 정당이 보여주고 싶지 않은 각도로 틀어보면 이 문제는 여전히 비뚤어져 있다고 비판을 한다. 언론은 언제라도 정당인들의 마음에 꼭 들지는 않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허구한 날 언론 탓을 하지 않는가. 언론은 정당과 정치인을 계속 괴롭힐 것이다. 정치인들은 매번 그 허들을 뛰어넘거나 걸려 넘어질 것이다.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믿는 세계가 끝장나지 않는 한 말이다. 

 

'줄타기'에 실패한 적폐청산론 

 

이해찬의 주장은 민주당의 적폐청산론의 태생적 난점을 보여준다. 여기서 '적폐'의 핵심은 상대 정당, 언론, 검찰로 설정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민주주의 정치에서 이것들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는 점이다. 상대 정당, 언론, 검찰 등 수사기관은 사실 민주 정치에서 한 정치세력을 괴롭힐 수 있는 전부와 같다. 정치세력이 저들의 견제를 받으며 제한된 권력 내에서 자신들의 정치를 하는 것이 결국 법치주의, 민주주의다. 

 

물론 유권자의 의사가 제대로 대의될 수 없을 정도로 구조적으로 한 정치세력이 정치권력을 독점하거나, 언론과 검찰이 원래의 역할을 넘어 권력을 남용하게 될 위험은 언제나 있다. 이걸 개혁하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적당한 선이 어디까지냐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정당한 견제이고, 경쟁일까? 정치세력은 상대 정당, 언론, 수사기관이 늘 거슬린다. 적폐청산론의 가장 큰 위험은 그들이 제기하는 문제가 부당한 것과 그들의 존재가 맘에 들지 않는 것이 헷갈리기 쉬운 난점이 있다. 상대 정당, 언론, 수사기관이 존재하는 한 언제가 끝이라고 선뜻 말하기가 어렵다.

 

적폐청산론은 고도의 균형 감각과 성찰이 없다면 바로 무너진다. 특히 적폐청산론의 대중적 설득력이 떨어질수록 더욱 상대 정당, 언론, 수사기관을 향한 적폐청산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게 된다. 논리적으로 여론 지형상으로도 점점 고립되어도 헤어 나오기가 어렵다. 이런 자승자박의 결과는, 무엇보다도 검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이 잘 보여준다. 민주당의 적폐청산론이라는 위태로운 줄타기는 완전히 균형을 잃고 무너졌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받아들여야 할 지적까지도 모함으로 취급할 때 정당은 퇴행한다. 정당으로서 해결해나가야 할 다양한 도전 과제 앞에서 언제고 강성 지지층의 품안으로 도망가는 정치, 강성 지지층의 입맛에 맞춰 장사하는 목소리만 '진실'이라고 이야기하며 민주당은 퇴행하고 있다. 비판을 수용하고 사과하고 개선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어른스러운' 정치는 어디로 갔는가? 민주당은 나이를 먹을수록 유아기로 퇴행하고 있다. 민주당의 발전이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이라 믿었던 많은 이들일수록 더더욱 실망하고 있다. 

 

나이 먹고 덩치만 엄청 커져서는 자꾸 품 안으로 숨으려는 이 정당을 어쩐단 말인가. 국민은 민주당을 우쭈쭈 달래줄 마음이 없다. 민주당은 어려운 문제에 단순한 해법을 제시하고는 언론과 국민들이 민주당을 충분히 믿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현대의 모든 정당은 어느 정도는 허풍쟁이가 될 운명을 타고 났지만 우리는 믿을 만한, 믿고 싶은 허풍을 꾸준히 제시할 기력도 잃어간다. 문제를 응시할 의지는 둘째 치고 말이다. 우리에겐 완벽한 해답이 있다. 국민의힘, 검찰, 언론만 방해를 안 하면 언제라도 이룰 수 있다. 

 

▲청와대 전경. ⓒ연합뉴스

 

 

문제를 없애려는 건 정치인의 욕심일 뿐 

 

윤석열 정부는 수능에서 연일 '킬러 문항'을 없애자고 한다. 학생들을 힘들게 한다면서 말이다. 초고난도의 문제가 없어지면 입시 스트레스가 없어지나. 명문 대학을 가지 않아도 차별받지 않고 살 수 있나. 삶의 순간 중 한 번이라도 삐끗하면 나락 없이 미끄러지는 한국 사회의 안전망이 튼튼해지기라도 하나. 

 

당장 결정해야 할 2024년 최저임금만 잘 결정해도 수능 잘 못 본 학생들이 훨씬 맘을 놓을 텐데, 대통령으로서 할 방법이 킬러 문항 없애기뿐인가. 문제가 쉬워지면 인생도 쉬워진다는 거짓된 환유가 어이없을 뿐이다. 이 쯤 되면 수능 킬러 문항을 없애 실제 해결해야 할 어려운 문제가 사라져 버렸으면 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욕망일지도 모른다.

 

민주당은 어떤가. 우리가 풀어야 할 정치적 '킬러 문항'들이 그냥 없어져 버리길, 우리에게 풀리지 않는 문제를 자꾸 던지는 자들이 자리에서 물러나 사라져 버리길 바라지 않는가.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는 이미 수십 년간 풀어온 그대로이길 바라지 않았는가. 좀 틀린 답을 제시해도 무조건 맞다고 해주는 채점관들만 올바른 채점관, 깨어 있는 시민이라고 추켜세우지는 않았는가. 

 

쉬이 풀리지 않는 문제를 집요하게 들여다보지 않고는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없다. 문제 자체를 없애는 건 정치인들의 욕심일 뿐이다. 군경에 학살당한 민간인의 주검들은 계속 땅 속에 있을 것이다. 수능 성적이든, 스펙이든, 건강이든 뭐 하나 빠진다고 죄인 취급받는 아이들도 계속될 것이다. 정당과 정치인들은 그저 계속 답을 던지고, 비판을 받고, 개선하고, 또 욕을 먹고, 더 스스로에게 엄격해지는 과정들을 통해 안간힘을 다할 때, 계속 바뀌는 이 난제들에 대한 답을 가까스로 잠정적으로나마 던질 수 있을 것이다.

황두영

정치학을 공부하고 정치권 노동자로 온갖 실무를 해왔다. 국회인턴부터 시작해 국회의원 보좌관,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정무조정실장까지 열심히 일했다. 정치권 안에서 도무지 풀리지 않는 질문들을 던지고 합리적인 대답을 찾기 위해 글을 쓴다. 단행본 <<외롭지 않을 권리>>, <<후보단일화 게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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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여 단체, “더 큰 목소리로 종전·평화 외치고 행동할 것”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3.07.04 15:37
  •  
  •  수정 2023.07.04 15:42
  •  
  •  댓글 2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이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의 대결적 언행을 규탄하고 시민들에게 평화행동 참여를 호소했다. [사진출처-참여연대]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이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의 대결적 언행을 규탄하고 시민들에게 평화행동 참여를 호소했다. [사진출처-참여연대]

6.15남측위원회, 전국민중행동, 민주노총, 참여연대를 비롯한 700여 시민사회단체가 결집한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이 4일 “더욱 큰 목소리로 적대 중단, 한반도의 종전과 평화를 외치고 행동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을 통해 “아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을 운운하며 막으려 해도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리하여 마침내 온전히 평화로운 한반도, 남과 북이 화해하고 교류하고 협력함으로써 하나 되는 한반도를 이뤄낼 것”이라며, 시민들을 향해 오는 22일 오후 4시 서울광장에서 출발하는 ‘평화행진’과 ‘평화대회’ 동참을 호소했다. 

이들은 ‘종전선언’,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으로, ‘종전선언 추진’을 ‘가짜 평화’로 매도하고, ‘김정은 정권 타도’를 주장하는 인사를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한 윤 대통령의 몰상식한 언행을 질타했다.

“종전과 평화를 외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낙인찍는 발언은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될 말”이고 “윤석열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와 ‘대북 압박’만이 유일하고 정당한 정책인 것처럼 우기고 있지만, 그 결과는 무엇인가. 한반도의 긴장과 대결이 격화되고 핵 전쟁의 위기가 시시각각 앞당겨졌을 뿐”이라며 “‘힘에 의한 평화’야 말로 거짓이자 ‘가짜 평화’”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지금 중요한 것은 ‘싸워서 이기는 능력’이 아니라 ‘싸우지 않도록 만드는 능력’”이며 “상대를 비난하고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것보다 대화하고 중재하는 일이 수천 배는 어렵지만, 오직 그것만이 ‘진짜 평화’로 가는 길”이라고 충고했다. 

아울러 “북 정권 붕괴를 바라는 적대 정책이 가져올 것은 갈등과 대결의 격화, 한반도 전쟁 위기의 고조뿐”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대북 적대, 강경 정책을 당장 중단하라! 통일부를 ‘대북 전쟁부’, ‘반통일부’로 전락시킬 김영호 교수 장관 지명을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문> 평화를 말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으로, 적대를 말하는 인사를 통일부 장관으로, 한반도 전쟁 위기 격화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

남북 대화가 모두 단절되고 한반도 일대에서 강대강 대치가 격화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적대적인 강경 발언과 극우 인사 통일부 장관 지명으로 안팎의 우려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6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총연맹 창립 기념식에서 종전선언,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매도하고, 종전선언 추진을 ‘가짜 평화’로 규정하였다. 이어 29일에는 남북 합의를 부정하고 ‘김정은 정권 타도’, ‘북한 체제 파괴’, ‘남한 핵무장’ 등을 주장해 온 극우 인사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하였다. 7월 2일에는 “그동안 통일부가 ‘대북 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며 대화, 교류, 협력이라는 통일부의 기본 업무를 사실상 부정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관련하여 통일부 대변인은 앞으로 통일부가 ‘북한 비핵화와 인권 증진’ 등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련의 발언과 인사를 통해 정부는 앞으로 대북 적대, 압박 정책을 전면화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통일부는 통일부답게 행동해야 한다. 70년 동안 끝내지 못한 한국전쟁을 종식하고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것은 이념이나 진영과는 무관한 보편적인 과제이며, 대통령의 헌법적 의무다. 종전과 평화를 외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낙인찍는 발언은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와 ‘대북 압박’만이 유일하고 정당한 정책인 것처럼 우기고 있지만, 그 결과는 무엇인가. 한반도의 긴장과 대결이 격화되고 핵 전쟁의 위기가 시시각각 앞당겨졌을 뿐이다. ‘힘에 의한 평화’야 말로 거짓이자 ‘가짜 평화’다.

충돌을 예방하고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에 냉전적 사고에 기대어 적대와 갈등을 부추기고만 있는 윤석열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전쟁 위기를 해소하지 못하고, 선제 타격이나 핵우산 강화를 말하며 불안을 조성하는 무능한 정부를 규탄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싸워서 이기는 능력’이 아니라 ‘싸우지 않도록 만드는 능력’이다. 상대를 비난하고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것보다 대화하고 중재하는 일이 수천 배는 어렵지만, 오직 그것만이 ‘진짜 평화’로 가는 길이다.

지난 시간 시민사회단체가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통해 북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겠다는 정책이 상호 갈등을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방안, 이미 지난 수십 년 동안 실패해 온 방안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화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북의 핵·ICBM 실험이 중단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북한을 악마화하고 제재하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2018년 북미 정상 역시 “상호 신뢰 구축이 한반도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고 합의한 바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윤석열 정부가 노래를 부르는 ‘북한 인권 증진’ 역시 지금과 같은 압박과 모욕주기 방식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다. 상호 체제 존중과 관계 개선의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인권 문제를 사실상 대북 압박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인권 개선을 위한 환경을 오히려 악화시킬 뿐이다. 또한 인권 증진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제재가 인권과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마땅하다. 인권 논의의 목적은 대북 압박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 인권 상황의 실질적 개선이어야 하며, 한반도의 인권은 평화, 발전과의 선순환 속에서 증진될 수 있다. 인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이번에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영호 교수는 ‘남북관계는 적대관계’, ‘6.15 남북공동선언은 북한의 선전과 선동에 완전히 놀아난 것’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고 북한 정권 붕괴 등의 주장을 이어온 흡수통일론자로, 윤석열 정부의 통일정책인 <신통일미래구상>을 설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과거 압도적 다수 국민이 참여했던 박근혜 퇴진 촛불시위를 ‘전체주의적’이라 폄훼하는가 하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반일종족주의적 사고’로 비난하는 등 친일 극우적 시각을 여실히 드러내 온 사람이다.

대북 적대로 일관해 온 인물을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하면서, 대통령은 통일부가 대북 압박에 집중할 것을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이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상호 체제의 차이를 존중하고 교류, 협력하며 평화적 방식으로 통일하자고 지속적으로 약속해 온 남북 합의들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조치다. 최근까지 정부가 밝혀온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거짓이었음을 스스로 시인한 것과 다름없다. 남북 대화, 교류·협력을 담당하는 통일부 고유의 역할을 완전히 부정하고 ‘평화적 통일’을 규정한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조치는 당장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북 정권 붕괴를 바라는 적대 정책이 가져올 것은 갈등과 대결의 격화, 한반도 전쟁 위기의 고조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북 적대, 강경 정책을 당장 중단하라! 통일부를 ‘대북 전쟁부’, ‘반(反)통일부’로 전락시킬 김영호 교수 장관 지명을 당장 철회하라!

아무리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을 운운하며 막으려 해도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더욱 큰 목소리로 적대 중단, 한반도의 종전과 평화를 외치고 행동할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온전히 평화로운 한반도, 남과 북이 화해하고 교류하고 협력함으로써 하나 되는 한반도를 이뤄낼 것이다. 정전협정 체결 70년을 앞둔 7월 22일 토요일 오후 4시, 서울광장에서 출발하는 평화행진과 평화대회에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원하는 시민들께서 모두 함께 해주실 것을 호소한다. 대통령이 들을 수 있도록 ‘진짜 평화’를 함께 외치자.

2023년 7월 4일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자료출처-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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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사유] 세금 쓰고 ‘백지 영수증’ 공개한 검찰, 윤 대통령은 왜 가만 있나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7/05 10:07
  • 수정일
    2023/07/05 10:0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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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3일 2017년부터 2019년 9월 30일까지 분의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세부내역과 증빙자료 등 숨겨졌던 검찰의 예산 정보가 처음으로 시민에게 공개되었다.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뉴스타파가 함께 진행한 정보공개 행정소송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받아낸 것이다. 2019년부터 장장 4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최종심인 대법원까지 가는 긴 쟁송의 결과였다.

이번 검찰 예산 사용 내역들의 공개가 특별히 의미 있는 것은 그간 검찰이 수사와 기소권을 동시에 가진 대표적인 권력기관이었고 스스로의 수사 업무의 기밀성 등을 핑계로 국회나 감사원, 시민들의 감시를 목이 뻣뻣한 태도로 회피해 왔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검찰은 1949년 설립된 이래 모든 공공기관들이 부담스러워하는 행정감시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자유로왔고 그래서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검찰은 ‘방탄 검찰’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시민단체들 각고의 노력으로 이런 검찰의 ‘방탄복’에 드디어 균열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사회적 의미가 무색해질 상황에 처했다. 검찰이 공개한 예산 사용 내역 중 자의적으로 일부 특수활동비 내역을 누락하고 업무추진비 영수증 내용을 가린 채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한 공공기관이 정보를 부실하게 공개한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법의 수호자인 검찰이 스스로로 중대한 위법을 범하고 사법체계를 기만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검찰이 공개해야 할 정보 중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의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관련 자료는 아예 공개조차 되지 않았다. 총 160억에 이르는 2017년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예산 중 1월부터 4월까지 무려 74억원으로 추정되는 사용 금액에 대한 증빙 자료가 아예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17년 6월부터 8월까지의 증빙 자료 일부도 듬성듬성 빠져있다.

서울중앙지검의 2017년 1월부터 5월까지 특수활동비 집행 자료도 마찬가지로 공개되지 않았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 서울중앙지검장 재임시절인 2017년 6월부터 7월 기간은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이 45건, 총 4460만원에 해당하는 특수활동비의 수령증이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2017년 7월에 수기로 작성한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은 총액이 3970만원임에도 30만원으로 완전히 잘못 기록되어 검찰의 부실한 특수활동비 관리와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소지 여부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74억원에 이르는 금액 증빙 자료 전무
수령증이 없거나 금액이 잘못 기록된 집행내역
검찰은 절대적으로 정의로운 존재인가


검찰 측에서는 보관된 특수활동비 집행자료 전부를 제출했고, 다만 2017년 9월경 특수활동비 관리제도 개선 이전 자료 중 일부는 관리되지 않아 제출하지 못한 것이라고 검찰 출입기자들에게 해명했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기자들에게나 짧은 말로 해명해서 괜찮은 수준의 일이 아니다. 아무리 수사에 관련되어 기밀성을 가지고 집행되는 예산도 국민의 세금이며 엄격한 기준으로 쓰여야 할 곳에만 쓰이고 필요한 경우에는 국민들에게 한 줌 의혹도 없이 증명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특수활동비 관리의 미비가 대수롭지 않은 일인 듯 넘기려는 태도는 그간 검찰이 특수활동비를 얼마나 쌈짓돈 쓰듯 가벼운 마음으로 사용해 왔는지에 대한 반증이다.
 
검찰이 공개해 온 업무추진비 ‘백지’ 영수증 ⓒ필자 제공

검찰은 업무추진비 역시 온전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영수증에는 지출처가 되는 ‘상호명’이 적혀있어야 하지만 검찰이 공개한 영수증에는 상호명이 가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업무추진비 영수증 절반 이상이 사실상 내용을 아무 것도 파악 할 수 없는 ‘백지 영수증’이었다.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국민 세금으로 어느 곳에 돈을 쓰고, 무엇을 먹고 다녔는지 국민들이 알아서는 곤란하다는 의미다. 그나마 온전하게 공개한 영수증은 검찰 구내식당에서 사용한 영수증 정도라는 게 쓴 웃음을 짓게 만든다.

이렇게 검찰이 업무추진비 증빙자료 마저 자의적으로 조작해 공개하는 행태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는 사안이다. 법원의 판결마저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에 이번 특수활동비 및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라고 주문한 판결문을 살펴보면 “지출한 내역(업무추진비) 에 관한 영수증 등 증빙서류로서 지출금액과 사용처만 알 수 있을 뿐이고 공식행사 내부에서 공유되는 구체적인 범죄 관련 정보, 수사방법 등이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고 검찰총장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며 업무추진비의 사용처를 공개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법원의 명령마저 아무 거리낌 없이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이 스스로 쓰고 증빙도 못하는 국민 세금이 단 2년여 특수활동비로만 74억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검찰은 별 문제 없다는 듯 문제제기하는 단체들의 주장이 편향적이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식으로 대꾸하는 것이 전부고 국민들에게 공식적인 사과 한 마디 없다. 수십억 횡령과 불법모금이 있었다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를 1원 한 장까지 압박해 수사하면서 검찰은 정확하게 자신들이 사용한 국민 세금인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는 제대로 된 수령증, 영수증 하나를 내놓지 못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염치인가. 다른 사람은 안 되지만 나는 절대적으로 정의로운 존재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선민의식. 검찰의 태도가 그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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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보고서 결과 '무한신뢰' 보낸 신문과 '의구심' 보인 신문

  • 기자명 윤수현 기자 
  •  
  •  입력 2023.07.05 07:56
  •  
  •  댓글 1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 IAEA 비판하는 민주당에 “국제 규범 맞는 행동해야”

경향·한겨레, IAEA 조사 방법론 문제제기 “다핵종제거설비 기술 검증 빠졌다”

민주노총에 경제 상황 고려해 파업하라는 매일경제… 법원은 집회 일부 허용

강준만,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 직격 “문제 고칠 뜻 없다면 언론기능 내놔야”

국제원자력기구(이하 IAEA)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 오염수 방류가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과를 두고 국내 언론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조선일보·동아일보 등은 과학적 검증이 끝난 만큼 정부가 국민 불안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했지만, 경향신문·한겨레는 조사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IAEA는 4일 오후 일본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지난 2년 동안의 오염수 분석 보고서 결과를 발표하면서 “적합성은 확실하다. 기술적 관점에서 신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이 오염수를 점진적으로 바다에 방류할 경우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결과를 두고 국내 정치권은 분열됐다. 국민의힘은 “국제사회의 중추 국가로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오염수 방류에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핵폐수 안전성 검증 책임을 사실상 방기했다”며 IAEA가 과학적 검증을 소홀히 했다고 비판했다.

아래는 주요 아침신문의 5일자 1면 기사 제목이다.

▲7월5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갈무리.

경향신문 <IAEA, 결국 일본 오염수 방류 용인했다>

국민일보 <“국제 안전기준 부합”… 日 오염수 수문 열어준 IAEA>

동아일보 <IAEA “日 방류계획 국제기준 부합… 계속 점검”>

서울신문 <IAEA 최종보고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국제 기준 부합”>

세계일보 <IAEA “日 오염수 방류, 국제 안전기준 부합”>

조선일보 <IAEA “일본 오염수, 방류 문제 없다”>

중앙일보 <“후쿠시마 방류, 국제기준 적합”>

한겨레 <일 오염수 방류 ‘보증서’ 쥐여준 IAEA>

한국일보 <일본 손 들어준 IAEA “오염수 방류, 기준 부합”>

▲7월5일 조선일보 3면 갈무리.

조선일보는 IAEA 보고서 내용을 인용, 후쿠시마 오염수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3면 <한국 바다에 삼중수소?… IAEA “日 방류 3km 지나면 영향 없어”> 보도에서 “최종 보고서에서 IAEA는 처리 후 한국 등 먼바다로 흘러간 오염수에서 삼중수소를 탐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방류로 인한 환경 영향과 인체 피폭 영향이 미미할 정도로 낮다고 설명했다. 또 조선일보는 한·미·중 등 11개국 전문가들이 2년간 오염수를 분석했다면서 IAEA 결정에 힘을 보탰다.

▲7월5일 조선일보 2면 갈무리.

조선일보는 2면 <후쿠시마 방류 30년간 지속적 모니터링 계획> 보도를 통해 한국 정부가 오염수 모니터링에 참여해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선일보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국민 불안을 잠재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7월5일 세계일보 4면 갈무리.

세계일보는 4면 <“바닷물로 희석 땐 문제 없다”… 日 방류 ‘과학적 근거’ 제공> 보도에서 일본이 오염수 방류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했다고 봤다. 세계일보는 IAEA 보고서 내용을 소개하면서 “IAEA 보고서는 일본 정부에게는 일종의 보증서”라며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측과 첨예하고 맞섰던 건강, 환경에 대한 영향은 ‘무시할 수 있는 정도’라며 일본의 손을 확실하게 들어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월5일 경향신문 3면 갈무리.

경향신문·한겨레는 IAEA가 오염수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3면 <일 정부 자료로만 평가… 정화 기술 검증 빠진 채 “문제없다”> 기사를 내고 “이번 보고서에는 오염수 방류의 적정성을 가늠할 결정적인 근거인 다핵종제거설비에 대한 기술적 검증이 빠져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IAEA가 일본 정부에서 제출한 자료를 기반으로 조사를 했다면서 “오염수 방류가 한국 등 인접국에는 어떤 이득도 주지 않고, 크든 작든 피해만 준다는 점이 사실상 무시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7월5일 경향신문 4면 갈무리.

경향신문은 4면 <숨죽이던 일본 여론도 ‘방류 반대’로 흐른다>에서 일본 내 오염수 방류 반대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은 “정치권 및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전국 어업협동조합연합회도 방류 반대에 뜻을 같이 했다. 후쿠시마현과 인접한 미야기현의회는 이날 방류에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7월5일 한겨레 사설 갈무리.

한겨레는 사설 <일본 손 들어준 IAEA 보고서, 오염수 방류 정당화 못해>를 통해 “ 애초부터 일본 정부 요청으로 해양 방류를 지원하기 위한 컨설팅 성격의 검토를 해왔기에, ‘예정된 결론’이나 마찬가지”라며 “보고서가 원전 사고로 발생한 대량의 오염수를 수십년간 바다에 버리는 행위에 대한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고, 영향을 받는 주변국 국민에게 위험성을 감수하라고 강요할 권리도 되지 않는 건 분명하다. 일본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는 ‘과학’을 내세우지만 답변되지 않은 중요한 질문이 많다”고 했다. 한겨레는 한국 정부가 방류 강행을 최대한 미룰 것을 일본에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7월5일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 <IAEA ‘안전’ 평가 지켜지는지 후쿠시마 방사능 감시 계속해야>에서 안전성에 무게를 뒀다. 조선일보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정화해 30년간 서서히 방류한다면 한국 해역에 유의미한 영향은 없을 걸로 과학계는 보고 있다”고 했다. 또 조선일보는 “과학계가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설명하고 있고, 광우병과 사드 전자파 사태를 경험한 국민도 과학적 설명과 괴담성 선동을 혼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요 국가와 협업으로 진행해온 평가를 부인하는 것은 잠시 국민 판단을 흐릴 수는 있어도 지속적 지지를 받기는 힘들다. 민주당은 광우병 사태를 일으킨 세력에 대한 지금의 국민 평가를 냉정하게 보고 국제 규범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했다.

▲7월5일 서울신문 사설 갈무리.

서울신문 역시 사설 <여야, IAEA ‘후쿠시마 보고서’ 공개 토론하라>에서 야당과 시민단체의 우려를 비판하고 나섰다. 서울신문은 “보고서에 대해 누구든지 다른 의견을 낼 수는 있다”면서 “하지만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지금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보고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과학적 근거는 거의 제시하지 못한다”고 썼다. 서울신문은 “오염수를 방류해도 일러야 4~5년 뒤에나 우리 해역에 도달한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며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국민 앞에 공개토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7월5일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동아일보는 사설 <IAEA “오염수 안전기준 부합”… 불안 키우는 ‘정치 실패’ 없어야>에서 “원자력 문제에 관한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는 IAEA의 안전성 평가를 못 믿겠다는 야당의 태도는 무책임하다. 과학적 의견을 신뢰할 수 없다면 근거를 대며 따져봐야지 불신의 낙인부터 찍는 것은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야당에 맞서 수산시장 수조 물까지 먹는 여당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라면서 “국민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헤집어 놓는 여야의 정쟁은 공포와 불신을 키우는 불쏘시개가 될 뿐”이라고 했다.

▲7월5일 매일경제 칼럼 갈무리.

파업도 경제상황 봐서 해야 한다는 매일경제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두고 보수·경제지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매일경제는 칼럼 <파업도 하필 이런 때>에서 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해 “지난달 16개월 만에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며 가까스로 반등 동력을 마련한 한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했다. 매일경제는 “현대차는 하루 동안 5000대가량의 생산 차질을 빚게 된다”며 “현대차와 함께 국내 최대 제조 기업 중 하나인 HD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 예고는 그 자체가 합리적인 행동인지 의문이다. HD현대중공업이 2027년까지 수주 물량을 확보했다지만 조선업계는 10년 불황 끝에 올해에서야 흑자 기조에 접어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매일경제는 노동조합의 파업을 한국경제가 입는 피해 규모가 막심하다면서 “정부는 지난해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의 두 차례 운송 거부 사태만으로 5조원가량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멈추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이 현실 인식 없이 '투쟁만능주의' 행보만 반복한다면 후대에 한국 경제를 끌어내린 주범으로 지목되고 말 것”이라고 했다.

▲7월5일 서울신문 사설 갈무리.

서울신문은 사설 <불법집회·폭력시위 엄단, 이게 국민 뜻이다>에서 “집회·시위에서의 무분별한 소음이 안겨 주는 고통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당연한 듯 반복되고 있는 집회·시위 참가자들의 도로 검거 행태도 달라져야 한다. 그제는 500명 남짓한 민주노총 총파업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의 간선도로 한쪽을 차지했다. 지난 주말에는 광화문 일대와 종로, 을지로, 남대문, 서울역 주변 등 서울 도심 주요 도로가 집회·시위 참가자들로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고 썼다. 서울신문은 집시법이 더 정교해져야 한다면서 “집회·시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그러나 누구도 불법집회와 폭력시위의 자유는 없다. 소시민들의 일상과 생업에 피해를 안기는 불법 폭력시위는 엄단하라는 것, 그게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했다.

▲7월5일 경향신문 11면 기사 갈무리.

한편 서울행정법원은 4일 민주노총의 집회 때문에 교통장애가 발생했다는 주장을 단정할 수 없다면서 도심 집회를 제한 허용했다. 경향신문 11면 <법원 “민주노총, 퇴근시간 집회 가능”> 기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민주노총이 남대문경찰서를 상대로 제기한 집회금지 처분 효력 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집회가 퇴근시간대 이뤄진다고 해서 집회 인근 장소에 막대한 교통 소통의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퇴근시간대 도로 전체를 점유하면 교통정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서 일부 도로에서 오후 시간대 집회하는 것을 허용했다.

▲7월5일 경향신문 11면 기사 갈무리.

TV수신료 분리징수를 둘러싼 서로 다른 의견들

정부의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 속도전이 공익 콘텐츠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소영·허정원 MBC·KBS 구성작가협의회장이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 같은 우려를 전했다. 인터뷰는 11면 <“수신료 분리징수 땐 권력 감시자 역할 위축”>을 통해 소개됐다. 경향신문은 “작가들은 수신료 분리징수가 시행되면 오히려 시청자의 콘텐츠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며 “공영방송의 재원이 흔들리면 <아침마당> 같은 프로그램은 물론 <차마고도> 같은 대형 다큐멘터리도 사라질 수 있다. 제작 기간이 6개월에서 1년에 이르는 장기 기획 다큐멘터리는 인건비만 따져도 ‘효율적’이지 않다”고 했다.

허정원 회장은 경향신문에 “제작비로 따진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이런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만들 필요가 없다고 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KBS는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재원이 있어 이런 다큐멘터리도 제작할 수 있고, 시청자의 선택권도 보장할 수 있다”고 했다. 이소영 회장은 “KBS의 수신료 분리징수 사태를 보면서 MBC에도 제작비가 줄어드는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나 두렵다”며 “후배 작가들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밝혔다.

▲7월5일 매일신문 칼럼 갈무리.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은 매일신문 칼럼 <문제는 수신료보다 정치적 후견주의>를 통해 수신료 분리징수가 공영방송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 전 총장은 KBS의 정치적 후견주의를 타파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아쉬운 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이런저런 실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며, 그것 때문에 따가운 비판을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것들이 KBS 일꾼들의 탓만은 아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수신료 분리 징수를 추진하는 것은, '희생자 비난론'에 기초한 공영방송 길들이기이며, 아무리 선의로 본다 하더라도 본질을 비켜난 헛다리 짚기 해법”이라고 했다.

김태일 전 총장은 “대통령이 KBS 문제를 수신료 문제로 비틀어 수신료 분리 징수를 해법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그 의도를 공영방송 지배구조 장악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은 수신료 분리 징수가 아니라 정치적 후견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수신료 분리 징수는 KBS 문제 해결의 본질이 아니다. 그것은 공영방송 시스템 자체를 망가뜨리는, 공동체 자해행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7월5일 한국경제 칼럼 갈무리.

반면 한국경제는 칼럼 <‘진영방송’ KBS>를 통해 수신료 분리징수를 정당화했다. 한국경제는 KBS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편파성 시비에 휘말렸고 지난 정부에서 친정부 행태를 보였다며 “대통령실이 국민 제안 공개토론에 부쳤던 KBS 수신료 분리 징수에 참여자의 96.5%가 찬성했다. 이런 국민 여론은 KBS의 편파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1980년 언론 통폐합 때 KBS로 통합된 2TV 폐지론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공영방송이 상업방송과 다르지 않은 오락·예능, 드라마 위주의 채널을 운영할 이유가 뭔가. 공영방송이 공영의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면 상업방송으로 돌아가거나 문을 닫아야 한다”고 했다.

▲7월5일 경향신문 칼럼 갈무리.

강준만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 고칠 뜻 없다면 언론기능 내놔야”

방송계 비정규직 착취 문제를 끝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 <방송의 비정규직 착취, 이젠 끝장내자>를 통해 방송계가 사회에서 벌어지는 비정규직 문제를 답습하는 것은 모순이며, 이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면 언론기능을 내려놔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준만 교수는 이재학 청주방송 PD 사망사건을 소개하면서 “뒤늦게나마 이 PD의 명예회복이 이루어졌지만, 그가 간절히 원했던 세상, 즉 비정규직이 억울해 미치지 않고서도 정당하게 일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방송 환경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비정규직을 착취해 얻은 이익을 정규직들만 나눠 먹는 방송 환경·구조·관행은 건재하다”고 했다.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청주방송에서 해고된 이 PD는 1심 패소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강준만 교수는 “방송은 참 이상한 괴물이다. 세상을 향해선 온갖 정의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도맡아 전하고 역설하면서도 그런 정의롭고 아름다운 세상이 방송사 내에서 구현되는 것에 대해선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니 말이다”라며 “방송의 비정규직 착취는 많은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이는 방송엔 거의 보도되지 않는다”고 했다. 강 교수는 “거의 모든 정규직이 공범으로 가세한 비정규직 착취는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포퓰리즘 슬로건으론 끝장낼 수 없다”며 “사실상 비용 절감을 비정규직 착취를 통해 하겠다는 이런 방만·부도덕 경영을 그대로 방치한 채 비정규직의 노예화가 종식될 수 있을까? 이제 적어도 KBS·MBC 등 대표 공영방송만큼은 이 물음에 답하거나 그럴 뜻이 없다면 스스로 언론 기능만큼은 반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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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총파업 첫날, 선두에 선 특수고용노동자

  • 정강산 기자
  •  
  •  승인 2023.07.03 21:05
  •  
  •  댓글 0



 

“특고 노동자에 집중된 윤 정부 노동탄압...당장 멈춰야”

“노조법 개정안에 거부권 행사하면 무덤 파게 될 것”

오는 15일까지 이어지는 민주노총 총파업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

주인공은 바로 택배, 대리운전, 배달 노동자에서부터 학습지교사, 가전 방문원 등 특수고용 노동자다. 더운 열기만큼 구호도 뜨거웠다.

3일 서울 세종대로를 메운 이들은 정부의 반노동 기조를 규탄하며 ‘정권 퇴진’을 외쳤다.

▲전국서비스산업연맹노동조합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노동탄압, 노조법2,3조... 특고 노동자들이 파업하는 이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특수고용노동자가 파업에 나선 이유는 먼저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에 있다.

파업대회 참가자들은 “윤 정부 들어 화물연대, 건설노조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을 향한 노동탄압이 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공정위를 앞세운 새로운 형태의 탄압에 이어 건설노조를 향한 거짓선동으로 양회동 열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질타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고 있는 점 또한 이들의 파업에 당위를 더한다. 노조법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노동자 중 하나가 특수고용 노동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개정안은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까지도 사용자로 인정함으로써 특수고용노동자가 사측과 협상할 가능성을 열어놓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특수고용 노동자, 택배노동자의 증언이 이어졌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택배노조가 2017년 노조 설립필증을 받았으나 여태 사측과 단 한번도 교섭을 하지 못했음을 지적하며 “원청과의 교섭을 위해 반드시 노조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위원장은 “노조법 2,3조 개정은 1천만 특수고용노동자와 사내하청 간접고용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염원”이라며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순간 자신의 무덤을 파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전국서비스산업연맹노동조합과 전국민주노동조합 총연맹 조합원들이 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특수’자 떼고 ‘노동자‘로 불리자”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저임금 문제를 언급했다.

강 위원장은 “특수고용 노동자들 평균 수익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경비를 제하고 6,340원가량 남짓”이라며 “코로나에 이은 경제위기에 배달, 대리, 퀵 서비스 노동자들의 수입은 들쑥날쑥해도 플랫폼 기업의 이윤은 하늘 높은 줄 모른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 정부는 특고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라는 요구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며 “외려 탄압은 화물노동자, 건설노동자 등 법적 권리의 사각에 있는 특고 노동자들에 집중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플랫폼노동자가 직접 나서 자신의 처지를 알렸다. 홍창의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위원장은 “배달시장이 성장해 배달노동자들이 월 천만원을 번다는 식의 선정적인 기사가 나오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일축했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9년째 기본배달료를 동결 중이고, ‘쿠팡’과 ‘요기요’는 오히려 배달료를 삭감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작년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배달노동자는 월평균 25일 일한다고 알려졌다.

홍 위원장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똘똘 뭉쳐 노조법 2,3조 개정 반드시 해내자”며 “나아가 ‘특수’자 떼고 ‘노동자‘로 불릴때까지 싸우자”고 독려했다.

▲전국서비스산업연맹노동조합과 전국민주노동조합 총연맹 조합원들이 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구국의 총파업”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총파업 첫날 파업대회에 모인 서비스연맹 조합원들에게 격려인사를 전했다.

양 위원장은 윤 정부의 실정을 요약하며 “전두환 군사독재 못지않은 검사독재가 판을 치고, 이명박식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무색한 친기업 반노동 정책이 판을 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대로는 모든 민중들의 삶이 파탄 날 것이기에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구국의 총파업”이라 강조했다.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서울고용노동청까지 행진했다. 현장 특성을 살린 행진대오가 종로를 장악했다. 배달노동자, 퀵 서비스 노동자들이 오토바이를 몰고 선두에 섰고, 택배차와 가전 방문원 등의 행렬이 뒤이었다.

한편, 민주노총은 총파업 핵심 의제 중 하나인 ‘핵오염수 방류 저지’와 윤석열 퇴진 요구를 담아 오는 4일 오후 7시 전국동시다발 촛불 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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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현 신임 통일부차관 취임..'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입각한 평화통일' 강조

통일부 역할변화..'북 비핵화여건 조성·주민인권 개선, 탈북민 정착지원'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07.03 16:37
  •  
  •  수정 2023.07.03 16:40
  •  
  •  댓글 0
 
문승현 신임 통일부차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문승현 신임 통일부차관이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다.

문 차관은 취임사에서 "망국과 식민, 분단과 전쟁이라는 혼돈과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제정세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바탕으로 분명한 가치와 원칙을 갖고서, 국민과 함께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자유·인권·법치·민주·개방'의 가치를 강조했다.

통일·대북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할 때 이같은 가치를 집약적으로 표현한 헌법 4조의 규정, 즉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늘 명심하면서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야 제대로 된 방향성을 갖고 통일과정을 준비해 나갈 수 있고, 통일을 향한 참된 변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일부의 역할 변화와 관련해서는 "특히, 북한 비핵화의 여건을 조성하고 북한주민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북한이탈주민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쏟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통일부 업무가 인류보편적 가치를 구현하여 한반도 모든 구성원들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데 의미있는 토대가 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하면서 "이것이 바로 국민들이 통일부에게 요구하는 시대적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수여받은 문 차관은 취임식 직후 출입기자들과 만나 지난 6월 30일 태국근무를 마치고 급하게 돌아와 아직 업무보고도 받지 못했고 짐도 못푼 상태라고 하면서 현안에 대해서는 통일부 안팎의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해 나가겠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 1988년 외무고시 합격 후 35년간 직업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주미 2등서기관(1996), 주유엔 1등서기관(2004), 북미국장(2013), 대통령비서실 외교비서관(2015), 주미공사(2019)를 거쳐 2021년 12월부터 주태국대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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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 빈집 10여 채 산 여자... 욕하던 마을 사람들의 반전

[로컬시대의 빛과 그림자] 부여 규암리에 자온길을 내다... 박경아 세간 대표

23.07.04 06:51최종 업데이트 23.07.04 06:52

 

 

 

 

 

 

 

 

 

▲ 충남 부여군 규암리에 자리한 자온길 ⓒ 세간

충청남도 부여 백마강변에 자리한 작은 시골 마을 규암리엔 '자온길'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스스로 따뜻해지는 길'이란 뜻처럼 찾는 이 없던 이 마을엔 최근 몇 년 사이 책방과 카페, 공방과 스테이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모처럼 따뜻한 기운이 흐르고 있다. 작은 시골 마을이 이렇게 바뀌는 건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스스로 따뜻해진다고는 하지만 길이 저절로 생기는 법은 없다. 길이 없던 땅에 첫발을 뗀 누군가가 꼭 있게 마련이다. 자온길의 첫발을 뗀 건 '세간'을 운영하는 박경아 대표다. 그는 스물셋이던 대학 4학년 때 서울 인사동 쌈지길에 첫 가게를 내고 사업가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한국의 고유한 멋이 담긴 옷과 공예가 우리 일상에 스며들 수 있게 그 쓰임새를 제안하는 일을 해왔다. 

그는 어릴 적부터 박물관, 미술관에서 노는 걸 좋아했고 커서는 미술을 공부하다 부여에 한국전통문화대학교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공예학과에 들어갔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전국 방방곡곡 아름다운 유적을 돌아보며 우리의 멋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가 어린 나이에 창업을 하게 된 것도 "이 아름다운 전통 미술 공예가 사라지지 않으려면, 수요가 늘어나야 하고 시장이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그는 사랑하는 공예를 더 알리고 싶었고 살아남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 박경아 세간 대표가 옷을 만들고 있다 ⓒ 세간

 
다행히 그가 만든 옷이며 공예품은 인기가 좋았고, 얼마 안 가 다른 곳에 또 가게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가게를 낸 곳들은 하나같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몸살을 앓았다. 한 달에 1000만 원이 넘는 월세를 몇 년을 내야 했고, 삼청동, 서촌과 북촌 등에 새로 문을 연 공간들도 몇 년 지나지 않아 임대료가 가파르게 오르곤 했다.

그는 살아남으려면 부동산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닫고 그때부터 부지런히 책을 읽고, 현장을 돌면서 보는 눈도 길렀다. 그렇게 돈과 시간을 쏟아 배운 것들이 없었다면 자온길 프로젝트도 없었을 거라고 그는 말한다.

한국의 멋을 알릴 수 있는 거리를 꿈꾸다
 

▲ 100년이나 된 한옥이 복합문화공간 '이안당'으로 되살아났다 ⓒ 세간

 
그렇다면 그는 왜 부여의 작은 시골마을에 '자온길'을 만들었을까. 

"여러 거리들의 흥망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거리를 만들고 싶은 바람이 생겼어요. 좋은 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비싼 임대료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일을 놓아야 하는 동료들을 보면 늘 안타깝기도 했죠. 그래서 그들이 마음 편히 일에 몰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섰고, 사람들이 떠난 비어있는 마을이라면 가능할 것도 같았어요."
자연스레 학교를 다녔던 부여를 떠올렸다. 처음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 주변을 둘러봤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다 규암리가 떠올랐다."대학 때 목욕탕에 갔다가 할머니 한 분이 혼자 때를 밀고 계시길래 등을 밀어드렸어요. 집에 놀러 오라고 하시길래 민속조사도 할 겸 찾아갔던 곳이 이곳 규암리였어요. 오래된 건물이 드문드문 있던 그 마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어요. 부여를 샅샅이 뒤져도 마땅한 곳이 없던 그때 불현듯 그 기억이 떠올라 다시 찾아갔죠. 다시 찾은 마을을 보면서 서울 삼청동 거리가 변해가던 모습이 다시 머릿속에 그려졌어요."
 

▲ 세간이 처음으로 되살린 공간 '책방세간' ⓒ 세간

  

▲ 책방세간은 여느 책방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 세간

 
그때만 해도 마을은 정말 거짓말처럼 비어있었다.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은 건 물론이고, 길을 가다 사람 한 명 마주치기도 쉽지 않았다. 그는 그토록 찾던 마을이란 생각에 가슴이 설렜다. 알고 보니 이 마을도 1950-60년대엔 200여 가구가 살던 제법 큰 마을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마을 곳곳엔 극장과 양품점, 양조장과 여관 등의 흔적이 남아있다.

"처음부터 공방들만 모여있는 마을을 생각하진 않았어요. 사람들이 찾아올 만한 공간이 필요하다 생각했고, 그래서 처음엔 책방과 카페를 열고, 그 다음엔 게스트하우스와 술집을 열었어요. 이 모든 공간들이 우리의 멋과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쇼룸인 셈이에요. 자온길에서 보고 먹고 자는 모든 행위가 우리 전통 공예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랐죠."

오래된 한옥이 가진 매력에 반하다

그는 특히 마을에 버려진 오래된 집들을 되살려 한옥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 자온길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책방 세간'도 아주 오래된 담배 가게와 살림집을 손본 곳이다. 
 

▲ 버려진 한옥의 모습 ⓒ 세간

   

▲ 시골엔 이렇게 함부로 버려진 한옥들이 많다 ⓒ 세간

 

▲ 카페 '수월옥'의 모습 ⓒ 세간

 

▲ 자온길 스테이 청명이 리모델링을 거쳐 몰라보게 달라졌다 ⓒ 세간

   

▲ 뼈대를 그대로 되살린 스테이 '청명'의 모습 ⓒ 세간

      

▲ 스테이 '청명'의 내부 모습 ⓒ 세간

 
복합문화공간 '이안당'은 일본식 건축양식이 남아있는 100년이나 된 집을, 카페 '수월옥'은 술을 팔던 요정 수월옥을 이름 그대로, 그리고 팝업 스토어이자 스테이인 '청명'은 오래된 국밥집을 되살린 공간이다. 최근 문을 연 '자온양조장'도 버려져있던 양조장을 이름을 그대로 따와 독특한 분위기의 술집으로 되살려낸 곳이다.

"세간이 되살린 자온길 공간 하나하나엔 그걸 되살리기까지 겪어야했던 많은 이야기들이 있어요. 가령, 수월옥 하나만 해도 땅 주인과 집 주인이 다른 데다 불까지 났던 곳이라 누구 하나 관심을 두지 않는 그야말로 폐허였어요. 되살린다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죠. 다들 '이 시골에 무슨 카페냐', '부수고 다시 지어라' 하셨어요.

하지만 상업 공간으로 지은 한옥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현실에서 저는 이 낡은 상가 한옥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 마을에서 가장 어려운 곳을 먼저 바꿔야 마을의 표정이 바뀐다고도 믿었죠. 수월옥이 몰라보게 달라지는 걸 보고 나니 비로소 주민과 지자체도 이렇게 낡고 오래된 공간들이 가치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그의 말처럼 그는 지금껏 세간이 꾸려갈 공간만이 아닌 마을의 전체 풍경을 생각하면서 움직여왔다. 스스로 마을 기획자로 살아온 셈이다. 하지만 낡은 공간 하나를 되살리는 일도 만만치 않은데 마을 전체를 바라보면서 기획을 하고 일을 벌이는 건 벅찬 일일 수밖에 없다.
 

▲ 마을에 흉물로남아있던 빌라를 박 대표가 어렵게 사들였다 ⓒ 세간

 
"건설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짓다 만 빌라가 마을 한 가운데에 흉물로 남아있었어요. 알고 보니 채권이 다른 지역 조직폭력배에게 넘어갔더라구요. 그걸 사려고 문신한 조폭들을 만났어요. 지금은 다시 부여군이 사서 마을에 꼭 필요한 시설로 만들 계획이에요."

마을 주민들도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해마다 7~8채씩 들어오던 멸실 신청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 다들 죽은 상권이라 여기던 마을에 어느새 카페가 10개가 생겼고 편의점과 치킨가게도 생겼다.

투기꾼으로 몰리고 음해에 시달리고...

처음부터 모두가 박 대표를 반겼던 건 아니다.

"갑자기 젊은 여자가 와서 집들을 사들이니 투기꾼이니 사기꾼이니 하면서 절 의심했어요. 또 중간에 투자사와 갈등이 생기면서 나쁜 소문들이 보태졌죠. 모두 '혐의없음'으로 결론이 났는데도 꼬리표를 떼는 데 몇 년 걸렸어요. 재판 한 번 해본 적이 없는데, 지금도 저랑 말 한 번 안 섞어본 이들이 선입견을 가지고 대할 때면 마음이 아파요.

처음 마을에 들어올 땐 이런 일들을 겪게 될 거라곤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마을 살리는 좋은 일이니 모두가 반겨줄 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했죠. 투기라고 하는데, 누가 이렇게 어렵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투기를 할까요. 그래도 오랫동안 안 떠나니까 믿어주시더라구요. 입으로만 떠들던 사람들은 벌써 다 떠났죠."


한 번은 수십 년간 버려져 있던 한옥 문간방에서 자면서 온몸을 빈대에게 물린 적도 있다. 동물 사체는 셀 수 없이 봐왔고, 말벌에도 쏘여봤다. 그래도 현장을 떠나지 않은 건 애정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도 오래된 한옥들을 지켜야 할 보물이라고 생각한다. 또 버려진 공간들에 새로운 쓰임새를 불어넣는 일은 힘들지만 분명 보람 있는 일이라고 했다.
 

▲ 최근 새롭게 문을 연 '자온양조장' ⓒ 세간

 
사람들이 떠난 마을에 새로운 가게들이 들어서고 찾는 이들이 늘면 공간의 자산가치가 높아지는 건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시세차익을 노리고 돈을 쏟아붓는다고 해서 뜻대로 다 되는 건 아니다. 규암리 같은 시골 마을에선 더더욱 기대하기 힘든 일이기도 하다.

"마을이 이렇게 변한 건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시골 마을에선 몇 년을 버티면서 공간을 가꾸고 운영해야 비로소 작은 변화들이 생겨요. 도시에서도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게 어려운데 하물며 이곳까지 사람들을 오게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겠어요. 20년 가까이 나름대로 쌓아 올렸던 경험이 없었다면 저도 불가능했을 거예요."

그는 지자체가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힘을 보탰다면 조금은 더 쉽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 거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주식회사라서, 외지인이라서, 또 여러 오해가 더해져서 세간은 지난 몇 년 동안 행정의 지원으로부터 소외돼 왔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다. 늦게나마 부여군이 흉물로 남은 빌라를 사들인 것도 그동안의 오해가 풀려서다.
 

▲ 세간은 오래된 뼈대를 그대로 살리면서 리모델링을 한다 ⓒ 세간

 
최근엔 부여읍에 있던 부여도서관이 이 마을로 옮겨오기로 했다. 책방세간과 이안당 사이 4700㎡ 땅에 곧 부여에서 가장 큰 도서관이 생긴다. 1968년 백마강을 가로지르는 백제교가 놓이면서 강 건너 부여읍으로 빠져나갔던 사람들이 이제는 다시 강을 건너 이 마을을 찾아올 일이 생긴 것이다. 이런 변화가 세간이 뿌린 씨앗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지금은 모르는 이가 없다.

모든 한옥은 저마다의 가치가 있다는 믿음으로

서울·수도권 밖 작은 도시들은 집값이 서울에 한참 못 미쳐 리모델링에 많은 돈을 쓸 수 없다. 오랫동안 버려진 한옥들에는 더더욱. 그래서 세간은 몸을 갈아 넣어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귀촌을 하거나 시골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려는 이들이 다 돈이 많은 건 아니에요. 그래서 1억 원 미만으로 한옥 리모델링을 하는 시장도 필요해요. 뜻있는 젊은 건축가들이 더 나서주길 바라죠. 그래야 시골 빈집들이 살아나요. 그런데 농림부는 자꾸 부수려고만 들어서 걱정이에요.

또 크고 멋진 한옥만 가치가 있는 건 아니에요. 비단옷만 유물이 아니잖아요. 무명옷도, 모시옷도 다 유물이에요. 잘못된 잣대로 나누다 보면 다양성이 사라질 수밖에 없어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도 한옥 리모델링은 굉장히 가치가 있어요. 흙과 나무, 돌로 지은 집을 되살리는 일이니까요."

 

▲ 사람들이 떠난 마을에 다시 사람을 불러들이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 세간

 
세간이 부여에서 되살린 공간만 10곳이 넘고 부여 밖의 것까지 따지면 20개쯤 된다고 한다. 이 가운데는 가수 양희은씨 집도 있다. 자온길에 자리하고 있던 제법 큰 한옥을 부순다길래 박경아 대표가 덜컥 계약금 5000만 원을 걸고 지켜낸 집이다.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고 한다. 1년간 세를 내가면서 지킨 집도 있는데, 상업적 잣대로만 따지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저는 사업가이기도 하지만 크래프터(공예가)이기도 해요. 계산기만 두드리면 할 수 없는 선택들도 많아요. 길게 보려는 마음이 없으면 이 일은 절대 할 수 없어요. 오래된 집들을 보면 앞으로 어떻게 되살아날지가 눈에 보이고 또 귀하게 여겨지니 그렇게 할 수 있었죠.

가끔은 '왜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공공이 나서줬으면 하는 일도 많아요. 그래도 아기 때 왔던 손님이 조금 커서 작은 선물을 주고 가기도 하고, 해마다 오는 손님들이 마을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맙다고 해주면 다시 기운이 나요. 공간을 완성하는 건 그 공간을 쓰는 사람들이에요. 공간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기운을 내죠."

 

▲ 사람들이 이안당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 세간

 
그는 자온길에 새로운 공간을 준비하고 있다. 고미술과 엔틱 가구를 체험하는 갤러리이자 매장이다. 책방과 카페로 사람들을 조금씩 불러 모으기 시작해 게스트하우스와 식당, 공방과 술집으로 머물고 싶은 길을 만든 데 이어 한국의 멋을 대표하는 문화거리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마음 깊은 응원을 보내는 이유
 

▲ 세간이 되살린 '이안당'의 내부 ⓒ 세간

 
"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라지만 무작정 권할 순 없어요. 고된 일이니까요.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하고 흔들려서도 안 돼요. 빠르게 뭔가가 바뀌길 기대해서도 안 되고요. 여긴 서울이 아니니까요.

이 마을이 아름다운 곳인 건 분명해요. 전 지금도 부여가 세계적인 관광 도시가 될 거라 믿고 힘을 보태고 싶어요. 하지만 농업 인구가 많다 보니 그동안 지자체 정책은 농업에 무게를 두고 있었고 관광 분야엔 관심이 덜했죠. 앞으로는 저 같은 사람을 잘 활용하길 바라죠.

10년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6년 됐어요. 그래도 이만하면 싹은 틔우지 않았을까요."


자온길이 생기고 부여의 작은 마을 규암은 한결 따뜻해졌다. 하지만 세상에 없던 길을 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자온길은 잘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자온길은 생길 수 있을까, 그러려면 무엇이 먼저 바뀌어야 할까,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무거웠다. 부디 그가 더 많은 응원을 받으며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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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안 하면 나라도” 오염수 투기 막으러 일본으로 간 어민

진보당 도쿄원정단, 일본으로 출국...“바다는 인류의 것,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한다”

출국 기자회견에 참여한 어민 김성기 씨 ⓒ진보당
“대통령이 안 하면 저라도 해야겠기에, 일본으로 떠난다.”

지난 3일 오후, 한 어민이 ‘진보당 도쿄원정단’과 함께 일본으로 출국하며 한 말이다.

전남 신안군 압해읍 송공리에서 김 양식과 낙지잡이를 하며 바다를 일구어 온 어민 김성기 씨는 이날 진보당과 함께 출국했다. 일본에 가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로 피해를 보는 어민은 일본 후쿠시마 어민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한국의 어민도 오염수 해양투기를 반대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는 “어제 저녁에도 다양한 지역 어민들과 한참 통화를 했는데, 다들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며 “삼면이 바다이고 어업, 수산업에 종사하는 어민들과 횟집 등 관련 산업으로 생계를 꾸리는 국민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 관저 앞에서 피켓을 든 강성희 의원 ⓒ진보당

 

기시다 총리 관저 앞에서 피켓 든 강성희 의원 ⓒ진보당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일본에 도착한 진보당 원정단과 어민 김성기 씨는 곧바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관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강성희 의원, 강진희 울산북구의원, 이성수 진보당 전남도당위원장, 김성기 씨, 손솔 대변인 등은 관저 앞에서 피켓을 들었다. “바다는 인류의 것,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한다” 등의 피켓 문구로, 일본 오염수 해양투기에 항의했다.

강성희 의원은 “한국 국민의 마음을 전하러 진보당에서 도쿄원정단을 꾸려 기시다 총리 관저 앞에 왔다. 어민은 두려워하고 한국 국민은 불안해하고 있다”라며 “육지에 보관하는 방법이 있는데도 해양방류를 고집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성수 위원장은 “오염수 방류가 어민들과 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에 전남에 계신 많은 분들께서 걱정하고 분노하고 있다. 시장에 계신 많은 상인 분들이 어떻게든 해결해 달라 절절히 호소한다”며 “이를 일본 정부가 듣고 해양방류를 철회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진보당 원정단은 이날 총리 관저 앞 피켓 시위를 시작으로 4일에도 총리 관저와 IAEA 도쿄지부에 항의서한을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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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文정부 부실집행 전력기금에 “정치권력에 휘둘리는 쌈짓돈”

  • 기자명 박재령 기자 
  •  
  •  입력 2023.07.04 07:25
  •  
  •  댓글 1



[아침신문 솎아보기] 다수 아침신문 1면 ‘文정부, 태양광 비리’

국무조정실 조사 결과… 5개 기사로 文 정책 전반 짚은 조선일보

경향 “감사원, 정치 감사 논란 자초” 한겨레 “尹, 감사원 불법은 모르쇠”

보훈부 독립유공자 재검증 의사 밝히자 ‘친북’, ‘친일’ 이념갈등 재점화

국무조정실 조사로 다시 문재인 정부가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이전 정부 때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활성화를 위해 지급된 기금 5824억 원이 부실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앞선 1차 조사 때 2616억 원의 부당 집행이 적발된 것으로 고려하면 총 8000억 원이 넘는 규모다. 다수 아침신문이 이를 1면에 보도하는 동시에 경향신문은 1면에 감사원을 겨냥한 기사를 내고 “총선 염두한 정치 감사”라며 “전 정부 사업에 관여한 공직자들을 집중 검증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고 했다.

▲ 4일자 아침신문 1면.

부실 집행이 드러난 기금은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전기요금에 3.7%를 부가해 조성된다. 정부는 이 가운데 404억 원은 환수 요구하고 626건은 수사 의뢰, 85건에 대해선 관계자 문책을 요구하기로 했다. 부정 집행이 이뤄진 곳은 주로 대출 등 금융 지원 과정에서 발생했다. 설비 투자 비용을 크게 책정해 사업비를 부풀리거나 세금 계산서를 축소했다. 편집 프로그램으로 가짜 세금 계산서를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 4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 4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조선일보는 해당 이슈로 총 5개의 기사를 내며 이전 정부의 정책 전반을 비판했다. 1면에 <신재생 비리로 샌 전력기금 8440억> 기사를 냈고 3면에도 <가짜 세금 계산서로 대출받고, 버섯농장이 태양광 둔갑> 기사를 배치했다. 3면 <취약층 지원하라고 만든 전력기금, 탈원전·한전공대로 빼갔다> 기사에선 전력산업기반기금 자체를 놓고 “정치권력에 휘둘리는 ‘쌈짓돈’, ‘눈먼 돈’”이라며 “문재인 정부 때는 기금을 정권 입맛에 맞는 용도에 사용하는 현상이 가속됐다”고 비판했다.

▲ 4일자 조선일보 33면 기사.

▲ 4일자 조선일보 사설.

이어 33면에선 ‘독자마당’을 통해 “전임 정부에서 친환경 미래형 에너지라고 무리하게 밀어붙인 부작용”이라며 “탈원전 찬성론자들이 정부 요직과 에너지 관련 공기업·단체의 장이 되었다”고 했다. 사설 <국민이 쌓은 전력기금이 태양광 업자와 한전공대의 ‘봉’ 됐다>에선 “‘문재인 공대’로 불리는 한전공대도 이 돈(전력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문제는 지난 정부가 탈원전의 문제를 메운다고 체계적 전략도 없이 신재생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라고 했다.

▲ 4일자 한겨레 8면 기사.

한겨레는 국무조정실 조사 이후 신재생에너지의 사업 비중 자체가 줄 것을 우려했다. 전력기금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력기금 구조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을 놓고 “RE100 등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더 많이 늘리면서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이 목표인데, 신재생에너지 금융 지원을 축소하게 될 경우 초기 비용 부담이 큰 소규모 사업자들의 참여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보급은 줄고 가격은 내려가지 않아서)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에너지 전문가 발언을 인용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재생에너지 산업 자체는 계속 키워야 한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며 “태양광과 풍력은 기후위기를 막고 선진국들의 탄소 감축 압박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계적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있고 일부 품목의 경우 우리도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1.3%로 늘리겠다고 했다. 원자력과 신재생의 청정에너지 조합이 적절히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위축시키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 “감사원, 이태원 감사 의도적 늦춰… 의지 보이지 않는다”

경향신문은 1면에 감사원을 겨냥해 “‘정치 감사’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력기금 부실 집행은 국무조정실 조사 결과이지만, 감사원을 놓고도 “전 정부에 대해선 유례없이 신속하고 전방위적인 감사를 벌인다”고 지적한 것이다. 한겨레는 감사원 증원을 놓고 “공직사회를 장악하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 4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경향신문은 1면 기사 <‘이태원’ 연말 감사… ‘총선 염두한 정치 감사’ 의혹>에서 “감사원이 올해 연말에야 이태원 참사 관련 감사에 착수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감사 결과가 내년 4월 총선 전에 나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감사 착수 시기를 늦췄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감사원은 이마저도 각종 재난 관련 대응체계 전반을 살펴보겠다며 이태원 참사를 중점적으로 감사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과 감사원은 이태원 참사 감사를 놓고 수차례 진실공방을 벌인 바 있다. 감사원이 이태원 참사 감사를 의결해놓고 ‘계획 없다’며 거짓말했다는 지난 2월 경향신문 보도에 감사원은 보도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힌 보도자료를 냈고, 경향신문은 지난달 ‘허위보도자료’라고 재반박했다. 경향신문이 회의록을 입수한 결과 감사계획에 이태원 참사가 포함돼 첫 보도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에 다시 보도자료를 내고 “국가최고 감사기구로서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당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지만 결국 처음 경향신문 보도대로 이태원 참사 감사를 진행하는 모양새다.

[관련 기사 : 이태원 참사 감사 의결 놓고 경향신문-감사원 진실 공방]

[관련 기사 : 경향 "감사원, 허위보도자료 배포" 이태원참사 감사 의결 놓고 재격돌]

▲ 경향신문 3면 사진기사.

경향신문은 “올해 1월 연간 감사계획 수립 당시부터 감사위원들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감사를 조기에 실시해야 한다고 요청했음에도 감사 시기를 올해 말로 결국 미룬 것이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벌이면서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어, 이마저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2면에도 <세월호 참사 때는 13일 만에 감사… ‘의도적 미루기’ 비판 피하기 어려울 듯> 기사를 내며 “감사원의 이 같은 태도는 과거 대형사고 발생 때와 비교해도 차이가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감사원은 세월호 참사 13일 만인 4월29일 5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안전행정부·해양수산부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해 같은 해 7월8일 감사 중간진행 상황을 발표하고, 10월10일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 및 연안 여객선 안전관리·감독실태’ 감사 최종결과를 내놨다”고 했다.

▲ 4일자 한겨레 사설.

감사원의 감사관 50명 증원을 놓고도 비판이 나왔다. 한겨레는 사설 <감사원 불법은 모르쇠, 사정몰이만 관심 둔 윤 대통령>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기조에 맞춘 공직 감찰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윤 대통령 역시 증원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불거진 감사원의 감사보고서 결재 조작 등 불법 의혹은 외면한 채, 감사원을 사정몰이의 첨병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만 선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겨레는 “집권 2년차를 맞은 윤 대통령은 연일 공직사회를 향해 강한 언사로 ‘군기 잡기’에 나서는 모습”이라며 “야당과의 협치 포기로 입법을 통한 정책 추진은 불가능하니, 행정부 공무원들을 확실하게 틀어쥐어 국정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감사원의 감사관 증원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각 부처의 상시 감찰·감사를 강화해 공직사회를 장악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보훈부 가짜 독립유공자 논란에 친북, 친일 갈라치기 재점화

국가보훈부가 좌익 활동이나 친북 활동 경력은 독립유공자에서 제외하고 친일 행적에 대해선 대한민국 건설 기여를 기준으로 독립유공자 검적을 재검증하겠다고 밝히자 이념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쏟아졌다.

▲ 박민식 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3일 페이스북에 “가짜 독립유공자는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라며 “항일운동 했다고 무조건 오케이(OK)가 아닙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건설이 아니라, 북한 김일성 정권 만드는 데 또는 공산주의 혁명에 혈안이었거나 기여한 사람을 독립유공자로 받아들일 대한민국 국민이 누가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앞서 국가보훈부도 전날 보도자료를 내어 “친북 논란이 있음에도 독립유공자로 포상돼 서훈 적절성 등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부분에 대해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 4일자 한겨레 1면 기사.

이를 놓고 한겨레는 1면에 <보훈에도 ‘이념 잣대’…또 정치적 편가르기 부추기는 정부> 기사를 내 “역대 정부 움직임과 달리 독립유공자 인정 범위를 다시 좁히려는 정부 방침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며 “김일성 주석의 항일 무장투쟁만을 독립운동으로 인정하는 북한과 달리 한국은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까지 폭넓게 인정해 정통성을 넓혀왔다. 이것이 바로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다양성이 기본인데, 정부가 역사를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 같다. 왜 북한의 움직임을 닮아가는가”라고 말한 반병률 한국외대 명예교수의 발언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독립유공자, 친일은 되고 좌익활동은 안 된다는 건가>에서 “서훈이 고려될 수 있는 인사로는 일제 작위를 받았지만 임시정부에 참여한 김가진, 3·1운동에 참여했지만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에 위로금을 낸 조봉암, 친일 행적으로 서훈이 박탈된 장지연·김성수 등이 거론됐다”며 “만약 김원웅 전 광복회장 부모(김근수·전월선)나 손혜원 전 의원 부친(손용우)에게 결격 사유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서훈을 취소해야 한다. 다만 그 검토가 정권의 이념 잣대에 따라 임의로 이뤄져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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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통일부가 대북지원부 역할, 그래선 안 돼”...민주 “대북선전부로 만들 셈이냐”

 

  • 발행 2023-07-02 17:09:01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부가 대북지원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자료사진)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 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며 “이제는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2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지난주 지명된 김영호 장관 후보자 등 통일부 인사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통일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정신에 따라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통일은 남북한의 모든 주민들이 더 잘사는 통일,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통일”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통일부 장관에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지명했고, 통일부 차관에는 외교관 출신의 문승현 주태국대사를 내정했다. 통일비서관에는 김수경 한신대 교수가 임명될 예정이다. 장관부터 차관, 비서관까지 관련 라인이 전체적으로 바뀌는 것.

이번 발언은 이같은 라인 교체의 방향을 명확히 해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부가 그 동안 남북 간 대화와 교류협력에 중점을 둬 왔던 데에서 대북 압박 역할을 하는 부처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각계의 전망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윤 대통령이 통일부의 역할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밝혔다.(자료사진) ⓒ사진 = 뉴시스
특히 장관 후보자인 김 교수는 ‘북한 체제 파괴’ ‘김정은 정권 타도’ 등 대북 강경 발언을 해 온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꼽힌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9.19군사합의’에 대해 “미국의 군사력을 무력화시키려는 ‘반미친중’ 정책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고 ‘4.27판문점 선언’에 대해서는 “민족공조론이라는 잘못된 생각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후보자 지명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극단적 남북 적대론자로 평가받는 인물이 평화 통일 기반을 마련하고 남북 대화에 앞장서야 할 통일부 장관에 적합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평가는 비단 이 대표만의 것이 아니라 야권 전반의 인식이었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이같은 비판에 대한 답과 같다. 오히려 통일부의 역할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한 기고문에서 “김정은 정권이 타도되고 북한 자유화가 이루어져서 남북한 정치 체제가 '1체제'가 되었을 때 통일의 길이 비로소 열리게 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평화적 대북정책을 버리고 대결적, 파괴적 방향의 정책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데, 대통령이 길을 터준 모양새다.
 

이같은 입장은 논란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관련 정책이 ‘평화적 방식’이 아니라 ‘대결적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 자체가 대통령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헌법정신에 따른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주문했는데, 대통령의 의무를 규정한 헌법 66조는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돼 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행여 통일부를 제2의 국정원이나 대북선전부서로 만드려는 건가. 더 나아가 흡수통일이나 영토수복을 관장하는 부처로 만들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가 기울인 남북 화해와 협력을 위한 노력을 부정하고, 우리가 많은 사회적 비용을 들여 어렵게 맺은 제도적 합의마저 되돌리려는 것으로 풀이돼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의 교류와 협력은 박정희 정부의 7.4 남북공동성명으로 시작해 문재인 정부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 등으로 발전해온 역사가 있다”며 “현행 정부조직법상 통일부는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걱정스러운 것은 외교, 안보에 이어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화해같은 우리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들을 정쟁의 소재로만 삼으려는 대통령의 태도”라면서 “지난 정부를 탓하고 야당을 공격하는 것만으로는 윤석열 정부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강조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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