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와 만난 모습. 사진=대통령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가족이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당게)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 20여 일 동안 계속되며 당내에서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친한계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27일 “김건희 여사 고모라는 분이 페이스북에 한동훈 집안에 ‘벼락 맞아 뒈질 집안’이라는 저주의 표현을 썼지만, 우리는 문제 안 삼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친윤계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같은 날 “2017년 비공개 맘카페에서 강남맘 카푸치노에서 (국정농단) 특검팀 꽃바구니 보내기 운동을 주도했는데 알고보니 특검팀 한동훈 검사의 배우자 진은정 변호사가 맘카페에서 꽃바구니를 보내자고 여론을 만들었다”며 “진 변호사가 신분을 숨기고 여론 조작을 했다는 사실에 강남 맘카푸치노 회원들은 배신감을 느꼈고, 결국 해당 맘카페에서 퇴출됐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을 둘러싼 국민의힘 당내 갈등이 계속되자,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막장극을 그만둘 때도 됐다고 지적했다.
▲29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 “결국 尹-韓 갈등” 중앙일보 “진흙탕 공방, 그만둘 때 됐다”
동아일보는 <“꽃바구니 여론 조작” “벼락 맞아 뒈질 집안”… 처음 보는 막장극> 사설에서 “한 유튜버가 이달 5일 ‘당원 게시판에 한 대표와 가족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라고 폭로한 뒤 20여 일 동안 집권 여당은 ‘당게 수렁’에서 헤매고 있다”며 “친윤계에선 ‘가족들이 실제로 글을 작성했는지 한 대표가 밝혀야 된다’고 압박하고, 친한계는 수사를 통해 정리돼야 할 사안이라고 맞설 뿐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대표가 당원 게시판 논란의 실체를 두고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도 했다. 동아일보는 “한 대표는 실체가 뭔지에 대해선 여전히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이 때문에 친한계 일각에서도 “진실이 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친윤은 이참에 그런 한 대표의 리더십을 흔들어 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여당이 이 지경까지 된 것의 근저엔 결국 ‘윤-한 갈등’이 있다. 한솥밥을 먹던 대통령과 여당 수장의 불신과 반목이 당게 논란에 투영돼 내전 수준으로 비화한 것이다. 이런 기막힌 막장극은 처음 본다는 당원들의 탄식도 커져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29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도 <집권 여당의 진흙탕 게시판 공방, 이제 그만둘 때도 됐다> 사설에서 “이쯤 되면 집권 여당이 막장 집안이란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며 “김 여사 고모라는 사람이 쓰는 어휘에도 말문이 막히지만, 이런 걸 관리해야 할 대통령실 제2부속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다. 집권 세력의 총체적 부실”이라고 지적했다.
한은, 내년 성장률 1%대 전망… 경향신문 “정부 반성이나 사과 한마디 없어”
28일 한국은행이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2026년 성장률 역시 1.8%로 전망했다. 내년과 내후년의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자,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0%로 0.25% 포인트 인하했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내린 셈이다. 금리를 두 달 연속 내린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6회 연속 인하한 이후 16년여 만에 처음이다.
경향신문은 3면 기사에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가계부채와 환율 상승 가능성을 감수하며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건 내년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쩍 어두워진 경기 전망에 선제 대응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고관세’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수출, 내수 등 전방위로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방어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29일 경향신문 1면.
▲29일 경향신문 3면.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인하 결정 과정에서는 6인 모두가 만장일치 하지 않았다는 점도 짚었다. 경향신문은 “이날 금통위 결정 과정에선 만장일치가 아닌 4명 인하, 2명 동결 의견이 나왔다. 트럼프 당선 이후 원·달러 환율은 이미 1400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기준금리가 추가로 낮아지면서 달러와 비교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 1400원대 환율이 굳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내년 경제전망 1% 추락, 정부 자화자찬 끝이 이건가> 사설에서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국면도 아닌데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이런 참담한 성적표를 받고도 정부는 반성이나 사과 한마디 없다”고 비판했다.
여러 지표가 좋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빈부 격차는 더욱 커졌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3분기 소득 상위 20%의 근로소득은 5% 늘었지만 하위 20%는 3.4% 줄었다.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69배였다. 작년 3분기(5.55배)보다 0.14배포인트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버텼던 자영업자들은 긴 경기침체와 고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고 있다.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쉬었음’ 인구가 지난달 244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9.2% 늘었다. 10월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숫자다. 파산 기업도 역대 최대다. 올 1~10월 전국 법원에서 처리된 법인 파산 선고는 138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81건)보다 27.7% 늘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은 건전 재정을 입에 달고 다녔지만 나라 살림은 쪽박 차기 직전이다. ‘부자 감세’ 정책과 경기 예측 실패로 올해 30조원의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 지난해 56조4000억원의 결손액까지 더하면 2년 새 86조원의 세수 펑크가 발생했다”며 “실물과 금융 전역에 경고등이 켜졌는데 정부는 도대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가. 국민에게 거짓말하고 무능과 무사안일로 국민 경제가 파탄 나면 이 자체로 탄핵감”이라고 비판했다.
▲29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도 <금리 인하에 성장률도 낮춘 한은, 정부도 비상 대응을> 사설에서 “한은이 환율·부동산·물가 불안을 무릅쓰고 연속 금리인하를 결정한 만큼, 이제 공은 정부 경제팀에 넘어갔다”며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내수 민생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영했다. 금리가 낮아지면, 부채가 많은 가계의 상환 부담이 낮아진다. 이를 소비 확대와 내수 진작으로 끌어내려면, 정부도 자영업 지원을 포함한 보다 적극적인 내수진작책을 속히 내놔야 한다. 저소득층 복지 확대나 온누리상품권 활성화 등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민주당, 文 때 임명된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소식 1면에
더불어민주당이 28일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다음 달 2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기로 했다. 탄핵민주당은 최재해 원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위증을 하는 등 국회증언감정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앞서 “대통령실 관저 감사와 관련해 여러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 국정감사 과정에서 자료를 미제출하는 등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 등이 탄핵 사유”라고 밝혔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경향신문, 한국일보, 국민일보는 1면에 이 소식을 다뤘다.
한국일보는 1면 <검사 이어 감사원장 민주당의 ‘탄핵 폭탄’> 기사에서 “1987년 민주화 이후 감사원장 탄핵소추안이 제기되는 것은 처음이다. 무더기 검사 탄핵에 이어 거대 야당의 무소불위 탄핵 횡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장 탄핵이 가결되면 초유의 감사원 마비 사태가 불가피해진다”고 보도했다.
▲29일 조선일보 3면.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최재해 감사원장이 이번에 탄핵 심판을 받게 되면 권한대행 역시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조은석 김인회 감사위원(임명 오래된 순)이 차례로 권한 대행을 맡게 된다. 조선일보는 <초유의 감사원장 탄핵… 文이 임명한 2명이 차례로 권한대행 된다> 기사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조은석·김인회 감사위원이 원장 권한 대행을 차례로 맡게 된다. 감사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감사위원회도 ‘문재인 정부 성향 3인 대(對) 윤석열 정부 성향 3인’의 6인 체제로 당분간 운영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최 원장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1월 국회 동의를 거쳐 임기 4년의 감사원장에 임명됐다. 윤석열 정부도 최 원장이 감사원 출신인 점 등을 고려해 감사원 독립성 보장 차원에서 그의 유임에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최 원장을 민주당이 탄핵하려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감사원이 현 정부 출범 후 전임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 추진 과정을 감사하자 과반 의석을 앞세워 감사원 손보기에 나선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촉구하는 서울대학교 교수-연구자 525명이 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박물관 강당에서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대통령을 거부한다’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 권우성
"후안무치(厚顔無恥)."
서울대 교수·연구자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현 시국을 사자성어로 표현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강재 중어중문학과 교수가 내놓은 답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윤석열 대통령 모교에서 나온 시국선언인데,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에게 어떤 메시를 주고 싶은가'라는 질문도 나왔다.
"대학마다 추구하는 목표 혹은 지켜온 전통이 있는데 그것에 비춰봤을 때 너무 이례적인 사태라 다들 경악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를 추구해 가는 과정에서 혹시 잘못한 것은 없는지 교육자로서 다시 돌아보는 계기였다. 반성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 정용욱 역사학부 교수
"학벌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잘 드러내 보이는 사례다. '서울대라고 하는 최고의 대학을 나왔던 사람을 대통령 시켜놨더니 개판이구나', '서울대가 그렇게 좋은 대학이 아니구나' 이런 것들을 현실적으로 보여준 좋은 실증자료가 아닐까 생각한다." - 박배균 지리교육과 교수
윤 대통령 모교 서울대의 교수·연구자 525명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최근 이어지는 대학가 시국선언 중 단일대학 기준 최대 규모다.
이들은 28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박물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당 무대 앞과 벽엔 이들의 시국선언문이 인쇄돼 걸려 있었다. 사회를 맡은 박배균 교수는 "이 자리는 기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굉장히 오랫동안 (서울대의 시국선언을) 기다렸을 것"이라며 기자회견 시작을 알렸다.
정용욱 교수는 시국선언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최근 60~70여 개 대학에서 시국선언을 했고, 서명자만 4000여 명에 달한다고 알고 있다. 서울대 역시 대부분의 교수가 진작부터 '어떤 방식으로든 (현 시국에 대한 생각을) 표현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발기인 교수들을 모으고, 시국선언문 초안을 검토하고, 참여자 수만큼 다양한 의견과 토론이 있어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또 시국선언이 '자발적인 참여'에 기초해야 한다고 봐서 서명을 모으는 데 시간이 걸렸다"라며 "현 상황에 대해 위기감이나 분노를 느끼지 않은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얼마 전 한 대학(경희대) 시국선언에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라는 표현이 있었다. 현재 대학 사회에 몸담은 분 중 그런 감정을 안 느끼는 분이 몇 분이나 계실까"라며 "저희 역시 부끄럽고 참담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촉구하는 서울대학교 교수-연구자 525명이 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박물관 강당에서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대통령을 거부한다’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 권우성
"이후 우리가 어디로 가야할 지 뜨겁게 논의하는 자리 만들어지길"
기자회견에 참석한 남기정 일본연구소 교수, 신석민 화학부 교수, 김백영 사회학과 교수, 박흥식 역사학부 교수, 주병기 경제학부 교수, 이강재 중어중문학과 교수 등은 차례로 시국선언문을 읽어 내려갔다.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대통령을 거부한다'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은 "우리 서울대 교수·연구자들은 국민과 역사에 대한 부끄러움, 사죄와 통탄의 심정으로 윤 정부의 퇴진을 촉구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이들은 "서울대 교내 곳곳에 나붙은 '윤석열과 동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제자들의 대자보가 양심의 거울처럼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고 털어놨다.
또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이끌었던 지성의 전당, 그 명예로운 역사의 흔적을 윤 대통령과 그가 임명한 공직자들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라며 "서울대가 교육과 연구에서 제대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가르치지 못한 채 '영혼이 없는 기술지식인'을 양산해 온 것은 아닌지 참담하고 죄스러운 마음"이라고 했다.
이들은 ▲ 이태원 참사, 채상병 사망사건 등에서 보인 책임 회피 ▲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의료 대란 ▲ 국가연구개발(R&D) 예산 대폭 삭감 ▲ 실패한 경제 정책 ▲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대북정책 ▲ 처참한 외교 성적표 ▲ 인권과 언론 자유 탄압 등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야 한다. 한국 사회의 장래를 위해서 그의 사퇴는 필연적"이라며 "국민 대다수는 이미 심정적으로 윤 대통령을 해고했다. 윤 정부의 조속한 퇴진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또 '향후 계획'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시국선언을 했을 때 실제 대통령 퇴진까지 될지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오늘 이후는 국민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서 결정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시국선언이 중요한 이유는 이제까지 냉소하고 있던 시민들을 공론장으로 불러 모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뜨겁게 논쟁하는 자리가 열리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현 시국을 사자성어로 표현해달라'라는 취재진의 말에 이강재 교수는 "후안무치한 상황들이 너무 많이 벌어지고 있기에 '후안무치'를 고르겠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들은 계속해서 시국선언 참여자를 받을 예정이다. 향후 최종 서명자 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아래는 이날 발표한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대통령을 거부한다
우리 서울대 교수·연구자들은 국민과 역사에 대한 부끄러움, 사죄와 통탄의 심정으로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촉구합니다. 서울대 교내 곳곳에 나붙은, 윤석열과 동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제자들의 대자보가 양심의 거울처럼 우리를 부끄럽게 합니다.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이끌었던 지성의 전당, 그 명예로운 역사의 흔적을 윤 대통령과 그가 임명한 공직자들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서울대가 교육과 연구에서 제대로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르치지 못한 채 '영혼이 없는 기술지식인'을 양산해 온 것은 아닌지 참담하고 죄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우리 사회의 보편적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고, 이제는 그것이 일상다반사처럼 되어 국민이 더 이상 참기 힘든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사건은 시민과 군인의 생명을 책임진 기구들이 주의 깊게 대처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입니다. 진상 규명은 재발 방지를 위해 당연하며 민주주의 사회가 수행해야 할 기본적 절차이자 과정이지만 국민이 마주한 것은 책임 회피에 급급한 뻔뻔한 얼굴과 그들이 내뱉는 궤변뿐이었습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그들을 비호하고, 오히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쓴 무고한 사람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합니다.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의료대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공의 이탈과 의료 공백이 장기화 되었고, 의료 시스템은 총체적인 붕괴 위기에 놓였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등한시한 채 공허한 '의료개혁'이라는 자기최면 구호만 반복합니다. 졸속한 의대생 증원은 의료 대란과 함께 '의대교육 대란'을 몰고 올 것이 분명합니다.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적 근거도 없이 국가연구개발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젊은 연구자가 해외로 떠나고, 실험실이 문을 닫는 등 대학의 연구 기능이 위기에 처했습니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학문생태계가 돌이키기 힘든 타격을 입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민간주도성장이라는 정체불명의 경제 정책은 각자도생의 세태를 더욱 악화시켰고, 서민들은 점점 더 가중되는 경제적 고통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역대 최대의 세수 결손과 최장의 무역수지 적자 사태가 이어졌고, 경제성장률은 이제 선진국 평균 수준 미만으로 추락했습니다. 높은 가계부채 비율과 고금리로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근로소득 격차는 더 늘어났습니다. 폐업한 소상공인의 숫자와 규모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민생 경제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정부는 속수무책이며, 대통령은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국민을 기망하고 있습니다.
휴전선 인접 지역 주민들이 북한 확성기 소음으로 밤잠을 못 이루고 심지어 많은 분이 신경정신과를 찾습니다.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대북정책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왜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는지, 왜 이전에 일어나지 않던 일들이 현 정부에서 빈발하는지, 북한이 다른 나라에 파병한다는 보도만으로 우리와 관련 없는 전쟁에 무기와 군인을 보내야 국민의 안보가 더 든든해지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분단 이후 긴장과 공포 속에서 축적한 역사적 경험을 통해 우리가 얻은 교훈은 평화 없이는 안보도, 안정도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정부가 지키려는 것이 국민의 안보입니까, 정권의 안보입니까?
윤석열 정부의 외교 성적표는 더 참담합니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잦은 대통령 외국 순방의 결과로 국민에게 던져진 성과물은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묻는 전 국민 청력 테스트와 순방 중 부인의 명품 쇼핑 논란이었습니다. 한일 간 외교를 정상화한다는 미명 하에 이루어진 정상외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의 원한이 서린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으로 돌아왔습니다. 국민의 자존심에 먹칠을 하는 대일굴욕외교를 지켜보며 이제 많은 이들이 독도 영유권 분쟁의 현실화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일제 침략에 희생된 자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2차, 3차 가해하는 무도한 인사들이 요직에 임명되고, 대한민국 정치의 보수와 진보가 함께 이룩한 헌법적 합의와 독립투쟁의 역사가 무참히 훼손되는 참상을 목도하면서 일본의 밀정이 정부의 주요 공직을 장악했다는 개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의 실정보다 더 심각한 것은 민주주의 시스템의 붕괴입니다. 민주주의가 일상의 차원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오히려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기구들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적 제도와 시스템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정치를 정적과 비판 세력에 대한 수사와 기소로 대체한 검사 출신 대통령과, 권력의 비호에 앞장서는 검찰로 인해 국민들은 더 이상 사정기관과 사법기관의 공정성과 정의를 믿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를 낸 소수의 의인들이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가까스로 지탱해 주고 있습니다.
언론의 권력비판 기능과 국민의 인권과 알 권리를 지켜야 할 민주주의 시스템이 오히려 언론과 국민의 비판 목소리를 틀어막는 데 악용되는 일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인권과 언론 자유를 지켜야 할 감시 기구에 반인권적 행태와 언론 탄압을 자행해 온 인사를 임명하는 작태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제 권력에 대한 언론의 비판과 감시 기능이 사라졌습니다. 신문과 방송에서 의혹을 해명하기 위한 심층 취재를 찾아보기 어렵고, 대통령 면전에서 그러한 사안들에 대해 질문하거나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기자를 본 지가 너무 오래 되었습니다. 그나마 제 역할을 하려는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정부, 여당과 일부 사회단체의 고소, 고발이 늘 따라다닙니다.
정의와 공정성은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향유할 수 있는 원리인데 많은 이들이 우리 사회에 정의와 공정성이 남아 있는지 의심합니다. 정부의 거듭되는 실정과 실책, 그로 인한 혼란의 뿌리에 대통령과 부인에 의한 권력의 사유화와 자의적 남용이 있습니다. 국정의 난맥상과 국가정체성의 위기, 권력 남용과 사유화, 국정농단, 법치를 악용한 민주주의 유린 등에 대해 윤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책임지는 자세로 해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최근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해명이라고 늘어놓은 안하무인의 무성의한 기자회견은 오히려 시민들을 광장으로 불러 모았습니다. 국민들 사이에서 대통령이 내려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민주주의가 안착되고 개혁이 추진될 줄 알았는데 채 10년도 되지 않아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역행과 퇴행이 심각합니다. 모든 정치 세력이 탄핵에 동참했던 국민의 열망과 염원을 받들기 위해 제대로 일했는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합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권력 수호와 비판세력의 입을 막는 데만 몰두하면서, 미래 한국 사회를 위해서나 지구촌의 한 구성원으로서 맡겨진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필요한 평화, 경제정의, 생태환경 등에 대한 논의와 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급박한 국제정세 변동, 경제위기, 인구위기, 기후위기 등에 대처할 수 있는 합리적 국가 시스템의 회복이 절실합니다.
윤 대통령이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야 합니다. 한국 사회의 장래를 위해서 그의 사퇴는 필연적입니다. 거부권은 결코 대통령의 특권이 아닙니다. 이제 국민이 대통령을 거부합니다. 국민 대다수는 이미 심정적으로 윤 대통령을 해고했습니다. 그리고 김건희를 둘러싼 각종 의혹, 그것을 은폐하기 위한 권력의 자의적 남용, 최근 불거진 공천개입과 국정농단 의혹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특검은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우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특검에 뜻을 모은 동료 시민들, 전국 각 대학의 동료 교수·연구자들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조속한 퇴진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2024년 11월 28일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촉구하는 서울대학교 교수·연구자 일동 (현재 서명 교수·연구자 총 525명)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촉구하는 서울대학교 교수-연구자 525명이 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박물관 강당에서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대통령을 거부한다’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 권우성
각계 ‘시국선언’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가운데, 28일 천주교 사제 1,466명이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민심의 아우성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천주교 사제들도 시국선언의 대열에 동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금 더, 조금만 더 두고 보자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던 이들조차 대통령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거두고 있다”면서 “나머지 임기 절반을 마저 맡겼다가는 사람도 나라도 거덜 나겠기에 “더 이상 그는 안 된다”고 결론을 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제들은 “그를 지켜볼수록 “저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나 못할 일이 없겠구나.”(창세 11,6) 하는 비탄에 빠지고 만다. 그가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별로 놀라지 않을 지경이 되었다”면서 “사람이 어째서 그 모양인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대통령 윤석열 씨”를 “끔찍하고 무시무시하고 아주 튼튼한 네 번째 짐승”(다니 7,7)에 빗대면서 “그러는 통에 독립을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생존과 번영을 위해 몸과 마음과 정성을 다 바친 선열과 선배들의 희생과 수고는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우리의 양심과 이성은 그가 벌이는 일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제들은 “그가 세운 유일한 공로가 있다면, ‘하나’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전체’를 살리거나 죽일 수 있음을 입증해 준 것”이라며 “지금 대한민국이 그 하나의 방종 때문에 엉망이 됐다면 우리는 ‘나 하나’를 어떻게 할것인지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뽑을 권한뿐 아니라 뽑아버릴 권한도 함께 지닌 주권자이니 늦기 전에 결단하자”면서 “헌법준수와 국가보위부터 조국의 평화통일과 국민의 복리증진까지 대통령의 사명을 모조리 저버린 책임을 물어 파면을 선고하자”고 했다.
이날 천주교 사제 ‘시국선언’에는 김선태 주교(전주), 김종강 주교(청주), 김주영 주교(춘천), 문창우 주교(제주), 옥현진 대주교(광주) 등 5명의 고위성직자들과 1,461명의 사제들이 동참했다.
<천주교 사제 1466인 시국선언문>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
“사람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하느님이 주셨던 본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잃어버렸습니다.”(로마 3,23)
1. 숨겨진 것도 감춰진 것도 다 드러나기 마련이라더니 어둔 데서 꾸민 천만 가지 일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에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민심의 아우성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천주교 사제들도 시국선언의 대열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2. 조금 더, 조금만 더 두고 보자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던 이들조차 대통령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거두고 있습니다. 사사로운 감정에서 “싫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안 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나머지 임기 절반을 마저 맡겼다가는 사람도 나라도 거덜 나겠기에 “더 이상 그는 안 된다”고 결론을 낸 것입니다.
3. 사제들의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를 지켜볼수록 “저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나 못할 일이 없겠구나.”(창세 11,6) 하는 비탄에 빠지고 맙니다. 그가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별로 놀라지 않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하여 묻습니다. 사람이 어째서 그 모양입니까? 그이에게만 던지는 물음이 아닙니다.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마는”(로마 7,19) 인간의 비참한 실상을 두고 가슴 치며 하는 소리입니다. 하느님의 강생이 되어 세상을 살려야 할 존재가 어째서 악의 화신이 되어 만인을 해치고 만물을 상하게 합니까? 금요일 아침마다 낭송하는 참회의 시편이 지금처럼 서글펐던 때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나는 내 죄를 알고 있사오며 내 죄 항상 내 앞에 있삽나이다 … 보소서 나는 죄 중에 생겨났고 내 어미가 죄 중에 나를 배었나이다.”(시편 51,5.7)
4. 대통령 윤석열 씨의 경우는 그 정도가 지나칩니다. 그는 있는 것도 없다 하고, 없는 것도 있다고 우기는 ‘거짓의 사람’입니다. 꼭 있어야 할 것은 다 없애고, 쳐서 없애야 할 것은 유독 아끼는 ‘어둠의 사람’입니다. 무엇이 모두에게 좋고 무엇이 모두에게 나쁜지조차 가리지 못하고 그저 주먹만 앞세우는 ‘폭력의 사람’입니다. 이어야 할 것을 싹둑 끊어버리고, 하나로 모아야 할 것을 마구 흩어버리는 ‘분열의 사람’입니다. 자기가 무엇하는 누구인지도 모르고 국민이 맡긴 권한을 여자에게 넘겨준 사익의 허수아비요 꼭두각시. 그러잖아도 배부른 극소수만 살찌게, 그 외는 모조리 나락에 빠뜨리는 이상한 지도자입니다. 어디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파괴와 폭정, 혼돈의 권력자를 성경은 “끔찍하고 무시무시하고 아주 튼튼한 네 번째 짐승”(다니 7,7)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는 통에 독립을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생존과 번영을 위해 몸과 마음과 정성을 다 바친 선열과 선배들의 희생과 수고는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우리의 양심과 이성은 그가 벌이는 일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5. 그를 진심으로 불쌍하게 여기므로 그를 위해 기도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 마음 안에서 나오는 나쁜 것들”(마르 7,21-22)이 잠시도 쉬지 않고 대한민국을 괴롭히고 더럽히고 망치고 있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오천년 피땀으로 이룩한 겨레의 도리와 상식, 홍익인간과 재세이화의 본분을 팽개치고 사람의 사람됨을 부정하고 있으니 한시도 견딜 수 없습니다. 힘없는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사회의 기초인 친교를 파괴하면서 궁극적으로 하느님을 조롱하고 하느님 나라를 거부하고 있으니 어떤 이유로도 그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버젓이 나도 세례 받은 천주교인이오, 드러냈지만 악한 표양만 늘어놓으니 교회로서도 무거운 매를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6. 그가 세운 유일한 공로가 있다면, ‘하나’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전체’를 살리거나 죽일 수 있음을 입증해 준 것입니다. 숭례문에 불을 지른 것도 정신 나간 어느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하나이기로 말하면 그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요, 우리야말로 더 큰 하나가 아닙니까? 지금 대한민국이 그 하나의 방종 때문에 엉망이 됐다면 우리는 ‘나 하나’를 어떻게 할것인지 물어야 합니다. 나로부터 나라를 바로 세웁시다. 아울러 우리는 뽑을 권한뿐 아니라 뽑아버릴 권한도 함께 지닌 주권자이니 늦기 전에 결단합시다. 헌법준수와 국가보위부터 조국의 평화통일과 국민의 복리증진까지 대통령의 사명을 모조리 저버린 책임을 물어 파면을 선고합시다!
7. 오늘 우리가 드리는 말씀은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질 것이니 방관하지 말자는 뜻입니다. 아무도 죄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매섭게 꾸짖어 사람의 본분을 회복시켜주는 사랑과 자비를 발휘하자는 것입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를 방문해 기재부 주요 간부들과 함께 노숙인들의 보호 및 자립지원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방한용품과 따끗한 음료를 전달하고 있다. 2024.11.26. ⓒ기획재정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노숙인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시사했다. 정작 정부는 노숙인이 입주를 고려할 만한 저렴한 임대료의 공공임대주택 지원을 축소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도 대폭 삭감했다. 정부의 예산·정책 방향과 괴리가 큰 최 부총리 발언을 두고 의미 없는 빈말 아니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28일 기재부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정부 역할은 단순히 보호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일자리와 소득을 통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며 “취업지원, 공공임대주택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세심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공임대주택을 언급한 대목이 눈에 띈다. 노숙인이 이용 가능한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공공임대주택은 여러 유형으로 나뉘는데, 보증금과 임대료가 가장 저렴한 건 영구임대주택(50년 임대주택 포함)이다. 40㎡ 이하 주택을 시세의 30%로 제공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말 올린 서울시 영구임대주택 예비입주자 모집 공고를 보면, 총 15개 단지 1,522호의 평균 보증금은 311만원, 임대료는 6만 2천원이었다. 가장 저렴한 곳은 강남3 단지로, 보증금 220만원, 임대료 4만 4천원에 21㎡ 규모의 주택을 공급한다.
노숙인 복지시설이나 비닐하우스 등에 사는 주거취약계층에 우선 공급하는 다가구매입임대주택도 있지만, 보증금과 임대료가 영구임대주택에 비해 비싸다. 통합공공임대주택은 주거취약계층에게 6~7만원대의 월 임대료로 제공되고 있으나, 1천원만 이상의 목돈을 보증금으로 걸어야 한다. 노숙인의 경제 사정을 고려할 때 이용이 쉽지 않다.
영구임대주택은 극심한 공급 부족 상황이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서울 지역의 영구임대주택 최장 대기기간은 80개월에 달했다. 전국 평균 대기기간은 15개월이었다.
공급 물량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2021년 3,728호였던 영구임대주택 공급 물량은 2022년 들어 521호로 급감했다. 2022년 기준 영구임대주택 재고량은 3만 3,354호에 불과하다.
내년에도 영구임대주택 공급은 지지부진할 전망이다. 예산이 대폭 줄었다. 국토교통부의 내년도 영구임대주택 예산은 431억 1,600만원이다. 올해 823억 2,100만원에서 392억 500만원(47.6%) 삭감됐다. 당초 국토부는 내년도 예산으로 566억 3,400만원을 요구했지만, 기재부가 심의 과정에서 135억원 이상 깎았다.
공공임대주택 사업 개편에 따라 영구임대주택 예산을 조정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2022년 도입된 통합공공임대주택은 입주자격과 임대료가 상이한 영구임대와 국민임대, 행복주택 등 다양한 공공임대주택 유형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입주자격을 통일하고, 소득 수준에 따라 임대료를 차등화했다. 기존 체계는 공공임대주택 유형의 복잡성 탓에 신청자가 자신에 맞는 유형을 찾아내기 어렵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영구임대주택 등 기존 유형의 예산이 깎인 만큼 통합공공임대주택 예산이 증액됐어야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참여연대 분석 결과, 내년도 총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13조 8,781억원으로, 올해와 비교해 2조 5,341억원(15.4%) 쪼그라들었다.
국토부는 내년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 물량을 올해 계획량 11만 5천호보다 3만 7천호(32.2%) 증가한 15만 2천호로 제시했는데, 계획을 뒷받침할 예산은 삭감한 것이다.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국토부의 주택도시기금에서 LH와 지방주택도시공사 등 사업 주체에게 출자 또는 융자하는 방식으로 집행되는데, 국토부가 예산을 줄이면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이 아닌 주택구입과 전세자금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주택구입·전세자금 예산은 지난해 10조 4,261억원, 올해 12조 3,645억원, 내년 14조 572억원으로 윤석열 정부 들어 급격하게 증가했다. 주택구입은 노숙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박효주 참여연대 주거조세팀장은 “최근 공공임대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영구임대주택 같은 기존 유형에 대한 예산을 대폭 삭감했으면 통합공공임대주택 예산을 그만큼 늘려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 공공주택 정책은 주거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에게 우선 배분하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기보다는, 주택 구입이나 분양 지원에 치우쳐 있다”며 “최 부총리의 ‘노숙인 공공임대’ 발언과 실제 예산·정책 방향은 굉장히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보증금과 임대료 부담 탓에 노숙인이 공공임대주택을 이용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보증금은 큰 걸림돌이다. 월 30만원 수준의 주거급여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최 부총리가 방문한 노숙인 지원 센터의 임시주거 지원 사업은 보증금이 없는 고시원이나 쪽방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임대료를 지급하는 내용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득이 없는 분들이 거주할 수 있으려면 보증금, 임대료, 관리비를 100% 지원해야 한다”며 “정부가 노숙인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짓겠다고 하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 부총리 발언에 대해선 “국토부에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달라고 하면 잘 주겠다는 정도의 의미로 읽히는데, 관련 예산을 줄여놓고 뜬금없이 무슨 의도로 얘기한 건지 의아하다”며 “현실을 모르고 하는 구두선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1.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여론 조작
2. 김건희 개입, 공천 장사
3. 김건희 시켜 인사 개입
4. 창원의 왕 명태균, 국정 개입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 씨가 9일 오전 2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1.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여론조작
명태균 발언 내용(10월 14일 CBS 출연)
“김재원씨(현 국민의힘 최고위원)나 이런 분들은 코바나컨텐츠에 한번 가본 적이 있다고 하던가. 아크로비스타 306호 대통령 자택에 한번 가본 적이 있나”
“(저는 아크로비스타에) 셀 수 없이 갔다”
“(윤 대통령 부부와) 연결이 된 것은 (2021년) 6월18일”
“매일 전화는 거의 빠짐없이 했다.”
“아침에 전화가 오면 그렇지 못할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낮에도 여러 번씩 계속 통화를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을 만들었으니까 당연히 그쪽(윤 대통령 부부)에서 저를 찾으러 다니지 않았겠느냐?”
“스피커폰으로 (저에게) 아침에 전화가 온다. 두 분이 같이 듣는다.”
명태균은 김건희 여사와 2021년 6월 18일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10월 14일 CBS에서도 그렇고 검찰에서도 일관된 진술을 보여줬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아크로비스타 이웃으로,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함성득 교수도 그 날 명태균을 김건희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 앞에 데려다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2022년 4월 명태균-지인 통화
"내가 뭐라 하데.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김건희 여사에게) 거기 가면 뒈진다 했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 하면 가나“
"내가 김건희 사모 앉은뱅이라고, 눈 좋은, 끌어올릴 사주라 하고. 내가 뭐라 했는지 알아요? (김건희) 본인이 영부인 사주가 들어앉았고 그 밑에 대통령 사주가 안 들어 왔는데“
"근데 두 번째는 3월9일이라서 당선된다 그랬지. 내가. 왜 그러냐 그래서 꽃 피기 전에는 윤
석열이가 당선이 (되고 꽃이) 피면 이재명이를 이길 수가 없다(고 김여사 등에게 말해줬다)“
"내가 이랬잖아. 그 청와대 뒷산에, 백악산(북악산)은 좌로 대가리가 꺾여있고, 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있다니까“
"김종인 위원장 사무실에서 보니까, 15층이니까 산중턱에 있는 청와대 딱 잘보이데“
윤석열 대통령의 집무실 용산 이전에도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통화 내용이다. 또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 취소나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 방문 거절도 명태균과 연관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20년 3월 초순
"ARS(여론조사)를 돌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 상대편 지지자가 누군지가 쫙 뽑아져 나온다"며 "다음에 진짜(당의 공식 여론조사) 돌아가는 날, 우리도 조사하면 안 되나?"
"상대 지지자한테 전화하지? 그럼 (공식) 전화 받았다고 하겠지"라며 "다음에, 자기가 ARS 전화 받았다고 (착각하는데 공식) 전화 받(겠)나?"
"비행기가 대한항공(정당 공천관련 여론조사) 타야 되는데 아시아나(공천 여론조사 교란 목적으 여론조사) 탄 놈도 막, 우리한테 받은 놈도 막 다 올려. 와 했는데 개표해버렸는데 이 뭐꼬? 대한항공(에는) 반밖에 안 탔네(가 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뭐 여론조사 하는데 언론사에서 자체 조사 안되냐"라며 "중앙(?), 그 당에서 그날 조사한 거 있는데 당원이기 때문에 조사한 거 모른다(고 하면 된다)"
"결제를 잘해주면 다 알려주겠다“
"세상에 안 되는 게 있다고?“
명태균 씨의 발언에서는 2020년부터 2022년 대선에 이르기까지 여론 조작 의혹이 포함됐다. 그는 ARS를 활용한 여론조사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여론을 조작한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이런 방식은 지난 대선 국민의힘 후보 경선과정에서도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강혜경씨 증언
"명씨 지시로 성향 분석 문건을 만들었다“
"2차 및 3차 조사도 안심번호 별로 지지 성향이 모두 기재됐다“
"1차와 2차, 3차 모두 조사 대상이 달랐다“
"1차에서 실시하지 않은 당원들을 대상으로 2차, 1차와 2차에서 실시하지 않은 대상들을 대상으로 3차 조사를 실시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을 앞두고 명태균씨가 운영한 미래한국연수소는 국민의힘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한 미공표 여론조사를 3차례나 실시했으며, 조사 결과를 통해 후보 지지 성향을 분석하고 이를 캠프에 전달했다. 당시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 캠프에서 입수한 안심번호를 통해 진행된 조사에서, 명 씨는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 조작을 지시했다고 통화 녹취록에서 밝혔다.
명태균-강혜경 통화(2021년 9월 29일 오후 3시 33분)
명태균 : 연령별하고 지역별하고 다 맞춰갖고, 여성하고 맞춰갖고, 곱하기 해갖고 한 2000개 만드이소.
강혜경 : 이거 가지고요?
명태균 : 예. 치아불지(치워버리지) 뭐. (그게) 안 나아요?
강혜경 : 네.
명태균 : 돈 얼마 들어갔어요?
강혜경 : 40만 원 정도 들어갔어요.
명태균 : 그럼 됐어요. 보고서 바로 해요.
강혜경 : 알겠습니다.
명태균-강혜경 통화(2021년 9월 29일 오후 4시 50분)
명태균 : 이거 그 다른 쪽에 하태경이가 나가는 거니까.
강혜경 : 네.
명태균 :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
강혜경 : 알겠습니다.
명태균 : 예예. 그 젊은 아들 있다 아닙니까. 응답하는 그 계수 올려갖고. 2~3% 홍(준표)보다 (윤이) 더 나오게 해야 됩니다.
강혜경 : 알겠습니다.
명태균 : 외부 유출하는 거니까.
강혜경 : 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명태균의 특기인 여론조사 조작을 활용한 것이다. 또한, 후보시절 윤석열 대통령의 여론조사에 3억 7천여만원이 쓰인것으로 알려졌는데, 명태균은 이에 대한 비용을 받지 않았다. 무상으로 여론조사가 제공된 것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혹은 뇌물수수가 될 수 있다.
윤석열 :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명태균 :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다. 고맙다“
명태균-강혜경 통화(2022년 5월 9일 오전 10시 19분)
“사모하고 전화해가, 대통령 전화해가지고 (따졌다). 대통령은 '나는 김영선이라 했는데' 이라대”
“그래서 윤상현이, 끝났어”
“Y가 대통령 이름 팔아가지고. K가, 공관위 압박을 넣어 가지고”
“내가 가만히 있을 놈이라? 끝났어. XXX들, 대통령 뜻이라고 해갖고, 내가 대통령 전화한 거 아나”
“소문내면 안 돼요. 후보들 난리 날 겁니다. OOO 입 조심하라 하고. 우리끼리만 그거 하고”
“내일 아마 점심 때 발표하겠지, 그 행사가 있기 때문에”
명태균-강혜경 통화(2022년 5월 9일 오후 4시 39분)
“김영선 그 현수막, 이제 본선 후보잖아. 본선 후보는 좀 틀려야 되거든 문구가”
2022년 5월 10일 국민의힘 공관위는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을 창원의창에 공천한다고 발표했다. 김건희 여사가 공천에 개입한 것이다. 김영선 전 의원 회계담당자인 강혜경씨는, 21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가 명태균씨 부탁으로 김 전 의원에게 공천을 줬다"고 증언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육성 녹음까지 공개되었다.
명태균-강혜경 통화(2024년 2월18일 오후 9시38분)
“김영선 컷오프야. 여사가 직접 전화 왔어”
“그러니까 빨리 기사, 빨리 내 갖고 빨리 확인하고. 그 기사를 여사한테 줘야 돼요. 나한테 빨리 보내”
2024년 22대 총선에서 김영선 전 의원은 창원의창에서 컷오프당했다. 명태균은 이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
김건희 여사는 김영선 의원에게 공천되려면 지역구를 김해로 옮기라고 권유했다. 또한 대통령과 발맞춘 지원 방안도 제시했다. 위 통화 직후 김영선 전 의원이 험지인 김해갑으로 지역구를 옮긴다는 보도자료가 배포되었다.
명태균-강혜경 통화(2024년 2월26일 오전 11시 4분)
명태균 : 내가 화내서 미안한데, 그 김영선이하고는, 그러면 안 되는 거요. 그 3개월 됐어. 내가 방향 다 가르쳐줬어. 정보 다 알아갖고. 끝끝내 말 안 듣고, 끝끝내 말 안 듣고. 그때 김해갑에 갔으면은 영웅이에요, 영웅. 제일 먼저 험지 가서. 지금은 김영선이 컷오프요. 끝난 지 오래됐어. 왜 발표 안 하냐? 내 땜에. 내가 여사하고 대통령한테 다 까발리겠다 그랬거든. 내가 대통령하고 여사한테 그래가 되겠어요? 어? 왜 가르쳐주는 대로 안 하는지 내가 잘 모르겠고. 또 이거 저 금전적인 것도 그래요. 예? 그러니까, 그 여보세요?
강혜경 : 네.
명태균 : 여론조사 하든가 말든가, 나는 방법을 가르쳐 줬으니까 그건 알아서 그 김영선이하고 의논해요. 내한테 금전 얘기하지 말고. 내가 대통령, 여사 그 어 내가 얼마나 심한 얘기 한 줄 알아요? 00이 하고 다 물어보면 알 거여. 내 XX 가만히 놔두나. 내 XX 다 터자뿌겠다고. 내가 이렇게 뭐 협박범처럼 살아야 되겠어요? 그러니까 그래서 지금 그게 겁이 나서 발표를 못 하는 거예요. 의창하고 김해. 알겠습니까? 끊어요. 하여튼.
그러나 김영선 전 의원은 김해 갑에서도 컷오프를 당하며 경선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이에 격분한 명태균이 윤 대통령 부부에게 협박했다는 정황이 담긴 대화다. 이후 2월 29일, 명태균과 김영선은 칠불사에서 이준석 대표 등과 만나 개혁신당 비례후보 앞 순번을 요구했다. 대가는 윤 대통령의 부부의 공천 개입 증거인 대화 메시지, 통화 녹음 파일 등이었다.
명태균은 이 외에도 여러 정치인들의 선거 과정에 개입했다. 또한 창원산단과 관련된 정보를 사전 입수하고 직접 조율까지 했으며, 명태균의 지인이 해당 부지를 구입한 정황도 밝혀졌다. 더군다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강경 진압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선출되지 않은 일개 개인이 국정에 깊숙히 개입하는 것, 선거에 김건희 여사가 개입한 것 등 날이 갈수록 국정농단의 증거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만약 결선투표를 가면 조은희하고 이혜훈, 그렇게 했을 때 누굴 지지하느냐고 문항을 하나 더 집어넣어라”
“(비용 증빙은) 나중에 만들면 되잖아. 후보한테 쓰라고 하면 되지. 조은희인데”
“당에서 전화가 와서 ‘여론조사를 돌리냐’(고 했다.) 나중에 문제가 된다고 전화가 왔더라”
“오늘 것만 정리하면 된다”
“로데이터(가공 전 자료)를 텔레그램으로 드렸다. 확인해달라”
명태균-지인 통화 (2022년 6월)
“나를 보고 (조 의원이) ‘광역단체장 둘이, 김진태(강원지사), 박완수(경남지사) 앉히시고. 저 조은희와 김영선 (전 의원)도 만들었다’며 ‘명 대표는 이제 영남의 황태자’라고 말했다”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내외분께서 해 주신 겁니다. 제가 한 게 아니고”
명태균은 2022년 서울 서초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둔 당내 경선에도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민주당은 조은희 의원의 남편인 남영찬 변호사가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를 무죄로 변호한 것이 연결고리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민주당이 11월 24일 공개한 통화 녹음파일에 대해 "허무맹랑한 소설"이라고 반박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 공천개입
5.18망언 3인방(김진태 의원, 김순례의원, 이종명 의원)
명태균-강혜경 통화(2022년 4월18일 밤 9시57분)
"김진태 그거 내가 살린 거야"
"김진태가 김○○이 갔는데, 벌떡 일어나 손을 잡고 내 얘기하면서 그분이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 손잡고 막 흔들더래요"
"아니, 나 어제 잠도 못 잤어. 김진태가 나보고 주무시면 안 돼요. 내가 막 사모님 그래 갖고 밤 12시 반에 내가 해결했잖아"
2022년 지방선거에 김진태 강원도지사 공천과정에서 명태균이 연관되어있다. 당시 황상무 전 KBS 앵커가 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로 유력한 상황이었다. 김진태의 경우 5.18광주 민주화운동 폄훼 망언과 태극기 집회 참석 등으로 여러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공관위는2022년 4월18일 오전, 김진태에게 경선 기회를 주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명태균은 "김 여사의 종용에 못 이긴 윤 대통령이 정진석(당시 공관위원장)에게 전화해서 경선으로 번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명태균(민주당 11월 21일 공개)
"내가 (김진태 컷오프) 밤 12시에 엎었어"
"정권 초기인데 대통령 말을 거역하는 거대한 세력이 있나. 내가 아침에 완전 박살을 냈다"
"정진석이 김진태한테 전화해서 5·18하고 조계종 사과로 끝냈지"
"아침에 애(김진태)가 막 '잊지 않겠습니다' 하고 울고"
김진태의 강원도지사 공천 배경에 김건희 여사가 있다는 정황이 드러난다.
당시 국민의힘은 황상무 전 KBS 앵커를 단수공천하려 했고, 김진태 지사는 국회 본청앞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4일 후, 국민의힘 공관위는 "대국민 사과를 한다면 공천을 재논의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김진태 지사는 5.18 및 조계종 망언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박완수가 고맙다고 평생 잊지 않겠다고 전화왔다. 오래 살려고 박완수도 기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네”
“평생이 기도야. 참나 환장하네”
명태균-강혜경 통화
명태균 : 경남 매일(언론사 추정) 한 번 확인해보고 내일 바로 때려야 되는 거 아니냐
강혜경 : (기사) 때려야 되는데 신문사 쉬는 날이라. 토요일이
명태균 : 그럼 일요일 해갖고 월요일 날 때려야 되나
강혜경 : 네. 알겠습니다
명태균(검찰 조사 진술 내용)
“윤 대통령을 박 지사와 만나 함께 술을 마셨다”
(윤석열 대통령이 박완수 지사에게) “행정의 달인이시네요. 제가 부끄럽습니다. 저는 검사 생활밖에 안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윤한홍 의원에 대해) “그 사람은 ‘내 선거를 도운 것이냐, 자기 선거를 한 것이냐’”(라고 말했다)
명태균(11월 18일 민주당 공개)
“윤 총장(윤 대통령)이 나보고 ‘윤한홍이는 행안부 장관은 시켜도 명 박사(명태균) 때문에 경남지사는 내(윤 대통령)가 안 보내기’로 했다고 2번 전화 왔다”
“(박 지사는) 자기가 도지사 되는 게 꿈이지, 가능성은 제로인데 (내가) 해줘야지”
“윤한홍이는 도지사 나가는 거를 내 때문에 짤렸다”
“내가 윤 총장(윤 대통령)한테 ‘윤한홍이 도지사 나가면 홍 대표(홍준표 대구시장)가 가만히 있겠나. 그나마 또 어부지리로 민주당 된다’(고 했다)”
"윤 총장이 내보고 윤한홍이는 행정안전부 장관을 시켜도 명 박사 때문에 경남지사는 내가 안 내보낼끼라고 두 번 전화 와갖고”
명태균은 박완수를 국민의힘 경남도지사 후보로 직접 추천했다. 만난 곳은 윤석열 대통령의 집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당시 윤핵관 3인방 중 한 명인 윤한홍 의원이 경남도지사 출마 의도를 내비치고 있었다. 윤한홍 의원은 2021년 11월 10일 KBS와 인터뷰에서도 "정권교체에 매진하고, 기회가 온다면 도지사에 도전해보고 싶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윤한홍 의원이 불찰마를 선언하고 국민의힘 경남지사 후보 경선은 박완수, 이주영 양자대결 구도로 만들어졌다.
명태균은 2022년 4월 8일, 경남연합일보와 미래한국연구소를 엮어 PNR에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자신의 주 무기인 여론조사 조작을 경남도지사 경선과정에서도 활용한 것이다.
검찰은 영장실질검사에서 “명 씨가 박 지사를 윤 대통령에게 소개해 도지사에 나가게 하고, 빈자리(경남 창원 의창)에 김영선 전 의원을 출마시키는 구도를 짰다”고 밝혔다. 또한 명태균의 가족이 경남 남명학사에 채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3. 김건희 시켜 인사개입
대선 캠프 보직 인사 개입
명태균의 인사개입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부터 시작되었다.
명태균-강혜경 통화(2021년 10월 12일)
명태균 : 사무실에 왔는데 아무도 없어가. 그래, 알겠어요, 알겠어요. 일 봐요. 난 일 보러… 그 임명장 봤어요?
강혜경 : 네, 봤습니다.
명태균 : 아이고. 김영선이 난리났다, 난리났어. 오버하면 안 되는데. 알았어요.
김영선 전 의원이 윤석열 캠프의 국민민생안정본부장으로 발탁된 것과 관련된 대화로 보인다. 언론에 인선 결과가 발표된 것은 2021년 10월 20일이다. 명태균은 최소 8일 전 김영전 전 의원의 임명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대선 시기 명태균이 캠프 인사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정황이 드러난다.
명태균-강혜경 통화(2021년 10월 14일)
명태균 : OOO이하고 (돈) 다 받았어요?
강혜경 : 아니요.
명태균 : 그럼 입금 다 안 받았어요?
강혜경 : OOO 것도 안 받았고, 누(구)고… OOO 회장 건 일부만 들어왔고요.
명태균 : 빨리 다 입금시키라고 할게요.
강혜경 : 알겠습니다.
명태균 : 예, 그 저 임명장 그래야 주지.
명태균이 돈을 받고 윤석열 캠프 내 보직을 챙겨준 것으로 보이는 통화내용이다. 언급된 인물은 모두 윤석열 캠프에서 보직을 받았으며, 이 중 한명은 억대의 돈을 명태균에게 건네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태균이 윤석열 정권의 '비선 실세'라는 의혹이 불거지는 이유다.
명태균(2022년 3월 초)
“윤한홍이가 비서실장이 된다 해서 (김 여사에게) ‘윤 의원님은 비서실장 안 돼요’라고 내가 그랬지”
“(김 여사가 윤 대통령에게) 바로 전화해갖고 ‘내가 윤한홍 의원한테 안 된다 했으니까 당신 그래 알아(라고 했다)”
명태균이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윤한홍 의원이 비서실장이 되지 못하게 개입했다는 정황도 밝혀졌다. 당시 비서실장은 윤한홍 의원 대신 서일준 의원이 임명되었다.
대통령실 행정요원 취업청탁
명태균은 또한 지인의 아들을 대통령실에 채용하는 대가로 1억원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강혜경씨의 변호인 노영희 변호사는 2021년 11월 4일 발급된 미래한국연수고의 '4대 보험 사업장 가입자 명부'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노영희 변호사는 "명씨가 사업가 A씨로부터 아들 B씨의 취업 청탁을 받은 뒤, B씨의 경력을 부풀리기 위해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으로 근무했던 것처럼 꾸미면서 만든 자료"라고 설명했다.
B씨는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실무위원으로 일하고 현재는 대통령실에서 6급 행정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강혜경은 검찰 진술에서 명태균이 "받은 1억원은 A씨의 아들 채용 청탁 대가로 받은 돈이고 실제 취업되었기 때문에 갚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4. 창원의 왕 명태균, 국정개입
명태균은 창원제2국가산업단지 후보지, 창원배후도시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창원순환도로 노선 변경 사업에 영향을 끼친것으로 알려져있다. 명태균의 지인은 창원산단 인근에 8965㎡ 규모의 토지를 매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홍남표 창원시장, 조명래 제2부시장과의 관계도 여러 의혹이 제기된다.
당시 창원시 기획조정실장으로 창원산단 추진 실무를 총괄한 창원시청의 국장은 "(명태균이) 창원산단에 대산면을 추가할 것을 최촐로 제안했고 창원시가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아무런 공식 직책도 없는 명태균이 고위 공무원으로 부터 국책사업 관련 보고를 받고, 위치 선정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명태균은 같은 해 국토교통부 실사단의 현장조사 때 안내를 맡기도 했다.
"근데 내가 장OO, 근데 그거는 내가 지사한테 얘기하는 거고 김영선하고 아무 영향이 없어"
명태균이 창원산업진흥원 원장 임명에 영향을 끼쳤다는 취지의 통화내용이다. 자신이 직접 박완수 경남시자에 원장을 추천했고, 결국 원장으로 임명됐다는 것이다. 창원산업진흥원은 창원산단 관련 업무를 하는 기관이다.
창원배후도시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사업에서도 창원시는 명태균의 의견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보고서를 작성해 전달했다. 이후 재정비 용역 결과는 두 차례 연장되었고 그 과정에서 명태균이 주장한 1종일반주거지역이 포함되었다.
이 외에도 "경찰청장부터 검찰까지 김영선에게 데려가 충성 맹세를 시켰다"라며 경남지역을 자신의 마음대로 쥐락펴락했다고 과시했다.
창원에서 명태균은 그야말로 왕으로 군림한 것이다.
조국혁신당 조국대표는 27일 "명태균씨가 경선이나 공천에 관여했다고 의혹을 받는 인사를 합치면 내각을 구성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명태균은 그야말로 최대의 '비선 실세'로 행세했다. 공직에 있지 않은 일개 민간인이 국정 전반에 어마한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비호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무혐의 처분한 서울중앙지검 지도부 검사들에 탄핵을 추진하자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와 부장검사들이 연이어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야당과 검찰의 충돌을 놓고 28일자 아침신문이 상반된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는 검사 탄핵이 “이재명 대표 방탄용”이라 했고 한겨레는 반대로 반발하는 검사들이 “염치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오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서울중앙지검 이창수 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 반부패수사2부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해당 검사들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는 하지 않으면서 야당 대표와 비판 언론 등은 선택적으로 수사해 직무유기 등의 탄핵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앙지검 부장검사 33인은 “위헌적 시도로 검찰의 지휘체계를 무력화시킨다”고 반발했다.
중앙일보 “탄핵? 민주당의 도를 넘은 분풀이”
조선일보는 검찰의 편을 들었다. 28일자 사설 <또 검사 탄핵한다는 민주당, 헌법과 국회에 대한 모독>을 내고 “검찰이 이 사건을 4년가량 끌다가 뒤늦게 무혐의 처분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헌법상 탄핵 소추는 직무 집행 중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 28일자 조선일보 사설.
탄핵에 대한 민주당의 의도도 ‘무력화’에 있다고 봤다. 조선일보는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없는 사람들을 탄핵할 수 없다는 것을 민주당이 모를 리 없다”며 “탄핵 소추의 목적이 서울중앙지검 지휘부를 마비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인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서울중앙지검도 얼마 전 1심 징역형 선고가 난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비롯해 ‘대장동’ 사건 등의 재판을 맡고 있다. 그 서울지검장 등을 탄핵하려는 것은 이 대표 방탄용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 뒤 “중대한 헌법 조치인 탄핵을 정치용으로 남발하는 것은 헌법과 국회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도 사설로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사설 <국가 기관과 제도의 마비를 노리는 민주당의 폭주>에서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민주당의 관점에선 부당하게 보이겠지만 그렇다고 관련 검사들을 탄핵하겠다는 건 도를 넘은 분풀이일 뿐”이라며 “이런 식이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린 판사도 탄핵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중앙일보는 “이 지검장 등이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되면 중앙지검이 맡은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위증교사 사건이나 민주당 돈봉투 사건 등의 공소유지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니 민주당이 탄핵으로 진짜 노리는 게 이런 대목이란 비판까지 나온다. 거대 야당이 당리당략을 위해 국가기관을 마비시키는 행동은 즉각 중단하는 게 옳다”고 했다.
▲ 28일자 경향신문 사설.
반면 경향신문은 검찰이 탄핵 추진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봤다. 경향신문은 28일 <탄핵 반발하는 검찰, 시민은 검사들이 한 일 알고 있다> 사설에서 검찰의 반발 성명을 언급, “정권의 호위무사 같은 행태로 검찰의 존재 이유와 존립 기반을 스스로 허물고 있는 검사들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탄핵 추진 대상 중에는 이재명 대표 수사·기소에 관여한 검사들도 있어 ‘보복 탄핵’ ‘방탄 탄핵’으로 비칠 소지도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분명한 건 검사 출신 대통령 아래서 검찰이 보이는 역대 최악의 정치적 행태가 탄핵 추진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이다. 이 정부에서 검찰은 야당과 전 정권 인사들을 10만원 단위까지 문제 삼아 탈탈 털어 수사·기소했거나 수사 중이다. 반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은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퉈볼 만한데도 늑장 수사하다 무혐의 처분했다”고 했다.
한겨레도 <검찰의 ‘도이치’ 수사지휘부 탄핵 집단반발, 염치없다> 사설에서 검찰의 성명이 “하나같이 헌법 정신을 거론한다. 어이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 공정성이야말로 헌법 정신이다. 지금 검찰이 이를 제대로 지키고 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나.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야당과 전 정권 인사들, 현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들에 대해선 먼지 털듯 집중적으로 수사하면서, 대통령 부인의 온갖 비위 의혹에 대해선 어떻게든 봐주려 하지 않았던가”라고 했다.
한겨레는 “김건희 여사 휴대전화 등 핵심 증거에 대한 압수수색도 한 적 없고, 오히려 자신들의 휴대전화를 맡기는 ‘출장 조사’를 해놓고서 이런 말을 하다니, 부끄럽지 않은가.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김건희 특검’ 찬성 여론이 60%가 넘었는데, 국민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가”라고 했다.
▲ 28일자 서울신문 1면.
한편 서울신문은 1면에 이창수 서울지검장 인터뷰를 냈다. 이창수 지검장은 김 여사 불기소 처분에 대해 “후회 없다”며 “이미 4년 넘게 지연돼 검찰청 전체를 짓누르는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수사팀이 기소하자고 했으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적 수사라는 민주당 비판에 대해선 “대통령, 그리고 영부인이라고 할지라도 죄가 되는 걸 가져온다면 어떻게 기소하지 않을 수가 있겠나”라며 “만약 그런 부당한 지시를 해야 한다면 부끄러워서 오늘이라도 검사직을 그만둘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 칼럼 “진정 노무현 좋아한다면, 지지율부터 신경 써야”
김순덕 동아일보 칼럼니스트가 <윤 대통령은 왜 노무현을 좋아한다고 했을까> 칼럼을 냈다.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와 김건희 여사와의 통화 공개로 윤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을 외우고 관련 영화를 보고 울 정도로 노 전 대통령을 좋아했다고 알려져 있다.
▲ 28일자 동아일보 칼럼.
한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타고난 정치적 감각은 메시이고 호날두’라고 언급한 것을 놓고 김순덕 칼럼니스트는 “윤 대통령에게 노무현 같은 정치적 감각이 있다면, 시대정신을 읽고 ‘공정과 상식’을 대선 구호로 들고나와 다수 국민을 열광시켰다는 점이다. 그러나 노무현도 윤 대통령처럼 임기 1년도 안 돼 직무수행 평가가 20%대(한국갤럽 조사)로 곤두박질쳤다는 사실을 윤 대통령은 아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순덕 칼럼니스트는 “윤 대통령이 진정 노무현을 좋아한다면, 정치 감각이 아니라 지지율부터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노무현은 측근 비리를 사과하고 국민 재신임을 받겠다고 했다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았다”면서 “그러나 윤 대통령에게는 아직 방법이 없지 않다. 노무현처럼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라고 (말없이) 고집할 상황이 아니다. 김 여사가 일반 국민과 똑같이 검찰에 수사 받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제라도 공정과 상식이 살아 있음을 입증하기 바란다”고 했다.
김 여사에 대한 수사를 허용하면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다고 봤다. 김 칼럼니스트는 “윤 대통령이 영구 집권을 못할 바에야 어차피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피할 수 없다. 정권을 뺏기기 전에, 차라리 윤 대통령이 그 자리에 있을 때 받고 넘어가는 게 여러모로 낫다”며 “노무현이 최고의 관료로 꼽았던 김진표 전 총리는 노무현의 대체불가능한 장점이 ‘그럼 내가 생각을 바꾸지요’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들어보고 맞다 싶으면 자신과 반대되는 생각도 유연하게 받아들였고,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반박해 주는 것을 즐겼다고 최근 저서에 적었다.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노래나 부를 게 아니라 윤 대통령이 그런 사람이 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해 4월 미국의 기밀문서가 유출돼 미국이 한국의 국가안보실 고위 관계자들을 도청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터졌다. 국민은 분노했지만 당사자인 대통령실은 미국에 항의는커녕 도청 의혹을 부정하고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당시 제기된 의혹은 어디까지 규명되었을까.
지난 10월 30일 탐사보도 전문 매체인 뉴스타파가 <2023 미국의 한국 도청, 무엇이 사실인가?>라는 제목의 시사 다큐(☞ 뉴스타파 보도 바로가기)를 공개했다.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을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한 다큐에서는 도청 의혹과 재판 결과, 미국 도청에 대한 독일의 대응 등을 살펴봤다.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3일 서울 충무로역 근처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다큐를 연출한 최승호 PD를 만났다. 다음은 최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뉴스타파 ‘2023 미국의 한국 도청, 무엇이 사실인가?’ 보도화면 갈무리
오랜만에 연출하신 시사 다큐에서 미국 도청 문제 다루셨네요.
“도청 문제는 국가의 주권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슈인데 작년에 이 문제가 발생하고 난 뒤 지금까지 전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 문제는 꼭 다뤄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시기를 선택한 이유는?
“언론이 어떤 질문을 해도 윤석열 대통령실은 답변을 안 하잖아요. 11월 1일이 대통령실 국정감사일인데, 국정감사 때 국회의원들이 물어보면 답변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해서 거기에 맞춰 계획한 거예요.”
아이템 결정하고 어떤 작업부터 했나요?
“자료 조사를 했죠. 이 사건이 드러난 후 지금까지 시간이 꽤 지났잖아요. 기밀문서에 대해 한국 정부는 ‘위조된 거다’라고 주장했단 말이에요. 기밀 유출도 범죄지만 위조나 변조를 해서 올렸다면 더 큰 범죄거든요. 그러니까 수사라든지 재판 과정에서 위조나 변조 혐의가 다뤄졌을 거고요.
미국 검찰이 어떤 혐의로 기소했는지, 미국 법원에서는 어떻게 판단했는지, 그다음에 잭 테셰이라(Jack Teixeira) 측에서는 어떤 식으로 변론을 했는지 그 재판 전 과정을 조사했어요. 조사 해보니, 위변조 혐의가 있었으면 미국 검찰에서 당연히 기소했을 텐데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위변조가 없었다는 거죠?
“없었다는 걸 말해주는 거죠. 그리고 미국 검찰이 기소하면서 잭 테셰이라가 유출한 문서의 유형을 6개로 나눴거든요. 근데 그중에 다섯 번째로 한국에 대해 ‘도청해서 만든 문서’라고 아주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한국을 도청한 그 를 유출한 혐의도 기소가 됐다는 걸 짐작할 수가 있었죠.
그리고 변호인이 문서를 유출한 테셰이라가 ‘진실을 얘기했다’고 계속 일관되게 주장하거든요. 최종 판결을 내리는 재판에서도, 변호인이 마지막까지 잭 테셰이라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했던 변론 내용이 ‘테셰이라는 국가의 이익을 해치려는 의도가 없었고, 단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지 않도록 자기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진실된 정보를 제공했다. 진실에 집착했다’는 거예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외교비서관의 대화를 상세하게 기술한 기밀 문건. 이 문건이 일급비밀(TS:Top Secret)이며 도감청을 통해 얻은 정보 중 매우 민감하고 보안수준이 높은(SI-Gamma) 정보라고 표기돼 있다. (사진=뉴스타파)
수십 년 동안 미국이 한국 정부를 도청한 의혹은 있지만 제대로 밝혀진 적은 없다고 하던데 ‘저자세 외교’ 때문일까요?
“저자세 외교라는 것도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해요. 물론 기본적으로 미국은 적대세력과 동맹을 가리지 않고 도청하는 관행을 지금까지 유지해 온 것이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미국이 도청했단 사실이 드러났을 때 강하게 항의하는 나라와, 전혀 항의하지 않고 ‘그럴 수도 있지’라고 하는 나라가 있다면 앞으로 도청할 때 어느 나라에 대해 신경쓰고 조심하겠어요? 그건 상식적인 문제거든요.
독일 같은 경우는 메르켈 총리의 휴대폰을 도청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메르켈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항의하고, 독일 의회에서 미국 NSA에 대한 초당적인 조사위원회를 꾸려서 3년 동안 조사했어요. 그런 정도의 강한 반응이 있었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 독일 총리 휴대폰을 다시 도청한다면 외교 관계가 상당히 훼손될 각오까지 해야 하는 일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 더 조심할 수밖에 없죠.”
한국 정부 도청 의혹은 작년에만 나온 게 아니고 몇 번 있었잖아요. 그때는 어떻게 했나요?
“비슷했어요. 박근혜 정부 때 2013년에 NSA가 세계 지도자들을 도청했던 사실에 대해 스노든이 기밀문서를 공개해서 많은 언론이 보도했는데 그 당시에도 한국 정부는 미국에 크게 항의하지 않았어요. 다만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오히려 좀 강한 반응을 보였던 셈이죠.”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관변 단체를 이용해 항의하지만, 뒤로는 미국에 도청 사실을 부인해 달라고 통사정했다고 나오는데.
“맞아요. 부인해 달라 했다는 것이 본질입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 한국 언론은 정부에 완전히 장악된 상태였거든요. 검열 체제여서 정부가 허가를 안 해주면 기사가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기사들이 크게 실렸어요. 그때 박정희 대통령이 미군 철수 문제로 미국과 관계가 굉장히 안 좋았고 안 그래도 열받아 있는 상태였는데 자기를 도청했다니까 화가 많이 난 거예요. 말하자면 일종의 ‘쇼’ 같은 그런 의도가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최승호 뉴스타파 PD (사진=이영광 기자)
그러면 왜 뒤로는 부인해 달라고 한 걸까요?
“왜냐하면 계속 그렇게 갈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미국이 ‘우리가 도청했으니까 미안하다’라고 하지도 않을 것인데 문제를 오래 끌고 갈 수는 없으니까,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부인해주면 이 문제를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러면 국민들한테는 자기 위신이 선다는 거죠.”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을 만나는 장면으로 다큐가 시작됐는데 이렇게 구성한 이유가 있을까요?
“미국이 도청했는지 안 했는지를 가장 확실히 알 수 있는 사람은 도청당한 사람입니다. 그 문서에 나와 있는 내용이 본인이 한 말인지 아닌지 김성한 씨는 알 거거든요. 그런데 김성한 전 실장은 자기가 도청당한 건지 아닌지에 대해 지금까지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갔던 거죠.”
그때 상황이 어땠나요?
“그때 문화일보에서 주최한 ‘문화 미래 리포트’ 행사가 있었는데 김성한 전 실장이 토론 사회를 보고 끝나서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행사가 있기 전에 제가 김성한 전 실장에게 이메일을 두 번 보냈는데 답변이 없었거든요. 우리 입장에서는 정말 중요한 문제라 한 번 만나서 물어보려고 찾아갔던 거죠.”
뉴스타파 ‘2023 미국의 한국 도청, 무엇이 사실인가?’ 보도화면 갈무리
그런데 아무 답도 못 얻었잖아요.
“김성한 전 실장이 ‘그런 것을 내가 어떻게 말하느냐’라고 얘기했잖아요. 그게 답변이에요. 거기서 알 수 있는 게 있거든요. 그 사람이 만약 도청이 아니라고 정확하게 판단했으면 ‘내가 생각할 때는 도청이 아니었다’고 말했을 것 같아요. 도청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은 미국에 대해서 의심하는 걸 풀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죠.
그런데 지금까지 그런 얘기를 한 바가 전혀 없는 데다 우리가 찾아가서 물어봤을 때 ‘어떻게 그런 걸 얘기하느냐’라고 하는 건 그만큼 그 문제에 대해 말하기 곤란하다는 의미인 거예요. ‘그러면 도청을 당했나?’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발언이죠.”
미국의 보안이 허술한 것 같던데.
“미국의 보안이 허술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미국은 한국에 비해 보안이 훨씬 더 철저한 나라예요. 한국이야말로 보안이 허술해요. 미국은 자기네가 일상적으로 도청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도청에 대한 방비도 굉장히 철저하게 하는데 한국은 그런 감각이 없어요.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에 기자회견 하면서 자기 휴대폰으로 전화 통화한다고 고백했잖아요. 휴대폰으로 전화하는 것을 도청해달라고 하는 것과 비슷해요.”
기밀문서 유출 사건이 있었으니 미국도 보안 체계가 허술한 것 아니냐는 거죠.
“한국 정부와는 비교할 수 없이 미국은 철저하다는 걸 이야기하는 거고, 허술한 구석도 있으니 기밀문건이 유출된 것이죠. 허술했던 부분은 뭐냐 하면, 미국은 도청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전 세계의 정보를 획득하잖아요. 그 정보의 양이 엄청나게 많으니 그걸 처리하기 위해서 관여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문서를 유출한 것은 잭 테셰이라는 미국 주 방위군의 사병이란 말이에요. 일등병 정도 되는 친구예요. 근데 이 친구가 비밀 취급 인가를 받아서 그 기밀문서에 접근할 수 있었던 거죠. 그런 부분들은 이번에 지적이 됐어요. 앞으로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 해서 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자격을 제한하겠다고 했습니다.”
11월 14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정상회담 때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의 조사 결과를 지켜본다고 했죠. 미국이 가해국인데 가해국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니요?
“그게 바로 어처구니없는 얘기죠. 미국이 도청한 나라인데 미국이 ‘우리가 도청했다’고 통보해야 도청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얘기잖아요. 그건 최소한의 국가적인 자존심도 없는 얘기죠. 만약 미국 정부가 ‘우리는 도청 안 한 걸로 밝혀졌습니다’라고 얘기하면 안 한 걸로 믿겠다는 얘기 아니에요?
그 얘기는 정말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는 얘기를 한 겁니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최소한의 국가적인 자존심, 주권에 대한 인식이 없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어요.”
외교부가 “미국에서 기밀문서 유출 용의자에 대한 사법 절차가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변했다고 다큐에 나오던데, 우리가 문제제기해야 할 건 문건이 왜 유출되었는지가 아니라 도청을 왜 했는지 아닌가요?
“기밀문서 유출에 대한 재판이지만 범인의 행위에 대한 재판이기 때문에 만약 범인이 한국 정부 말대로 위변조했으면 그 혐의도 재판에서 다뤄질 수밖에 없죠. 그러니까 재판에서 다뤄지는 내용이 이 사건의 실체적인 진실에서 중요한 것은 맞아요.
문제는 뭐냐 하면, 그건 이미 결판났다는 점이거든요. 사실 미국 법무부에서 잭 테셰이라를 기소했을 때 다 끝난 얘기였어요. 위조나 변조를 했다면 당연히 기소 내용에 위변조 혐의가 들어가야 했거든요. 근데 위변조 혐의가 안 들어갔잖아요. 그리고 기소 항목 중에 한국을 도청에서 만든 문서의 내용이 들어갔어요. 미국 검찰이 작년 6월에 기소했을 때 이미 이 사건의 본질은 확실해진 겁니다.
근데 그로부터 1년 4개월이 지난 상황에서도 한국 외교부는 ‘미국의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라서 우리는 모른다. 사법 절차가 끝나고 미국에서 통보해주거나 하면 알지 말지’란 답변인 거죠. 오늘(11월 13일) 선고가 났으니 이제 재판이 끝났단 말이에요. 이번에는 외교부가 뭐라고 할지, 또 무슨 핑계를 댈지 모르죠.”
뉴스타파 ‘2023 미국의 한국 도청, 무엇이 사실인가?’ 보도화면 갈무리
어떻게 도청됐을까요?
“그건 알 수 없습니다. 미국이 어떤 식으로 도청하는지 전문가에게 물어봤는데 알 수 없대요. 또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육군 대장 출신인데, 한국에서 도청 방지하는 것을 가장 잘하는 곳이 방첩사령부인데 그곳의 최고 전문가를 불러서 물어봐도 미국이 어떻게 도청하는지 모른다고 하더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결국은 알 수 없다는 얘기죠.”
독일 사례에서 우리가 얻을 점이 있을 것 같아요.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2013년에 휴대폰 도청당했다는 보도가 터졌을 때 오바마 대통령에게 강하게 항의했어요.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도 메르켈 총리의 항의를 나름대로 진지하게 받아들였어요. 그 정도면 아마도 한국 정부에서는 감지덕지하고 끝냈을지 모르는데, 독일 의회는 그러지 않고 NSA에 대해 초당적으로 조사하는 특별위원회를 만들었어요. 거기서 무려 3년 동안조사했단 말이에요. 메르켈 총리도 조사위원회에 출석해서 증언하고요.
그렇게까지 하는 건 결국 이 문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말해주는 거예요. 독일 정부는 그 사건 이후에 도청 방지나 보안 등의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로 발전했을 거예요. 그리고 미국도 ‘독일이 저렇게까지 하는데 우리가 또 도청하면은 큰일 나겠구나’하는 생각을 안 하겠어요? 훨씬 조심하겠지요. 그 사건 이후에는 독일을 도청했다는 얘기가 나온 적은 없어요.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결국 국가적인 자존심, 국가적인 정체성 이런 것을 확립해 나가는 거거든요.
근데 우리나라는 그런 점이 현저하게 부족해요. 언론도 외국 언론이 ‘도청했다’ 그러면 보도하고 그다음에는 금방 잊어버리죠. 오늘(13일) 같은 날도 문서 유출범에 대해서 15년형 선고가 이루어졌고, 사실상 ‘미국의 도청 문건이 진본이다’라는 것을 미국 법원이 확실하게 인정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재판이었는데 MBC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국 언론이 제대로 보도를 안 했어요.
마치 해외 토픽 보도하듯 한국 도청 문제와 연관돼 있다는 점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곳이 많았고, 아예 보도하지 않은 매체는 훨씬 많았죠. 한국 언론들은 진짜 문제라고 생각해요.”
지난해 4월 11일 오후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안전사회시민연대 등이 우리 정부를 도청한 미국을 규탄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레드카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윤석열 정부에 대해 문제점을 많이 느꼈지만, 언론이 심각하게 문제라고 느낄 때가 많았어요. 미국이 도청한 것이 분명한데도 도청했다는 말을 못 하는 것이 우리 언론이에요. ‘도청을 도청이라 말하지 않는 언론’은 국민으로 하여금 주권 문제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들고, 나아가 주권 침해 상황을 당연시하도록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어요. 주권을 일상적으로 침해당하면서도 국민이 그것을 당연하게 느낀다면 그 나라는 존재할 수 있을까요? 언론의 책임이 크죠.”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은 뭐였나요?
“아무래도 모든 정보가 미국에 있으니까 미국 정부의 얘기를 제대로 취재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다만 우리나라하고 또 다른 면인데, 미국은 최소한의 정보는 공개해요. 오늘도 재판에서 선고가 나왔는데, 선고가 나오면 미국 법무부에서 기자회견도 하고 보도자료도 꽤 길게 작성해서 홈페이지에 올립니다. 그걸 보면 재판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충분히 알 수가 있어요. 또 미국의 시민단체에서 중요 재판의 문서를 올려놓는 인터넷 페이지가 있더라고요. 거기 있는 잭 테셰이라의 재판 문서들을 우리 데이터 전문기자가 찾아내기도 해서 같이 연구했죠.”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장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2024.11.27.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파견한 특사단을 접견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사후 보도자료를 통해 윤 대통령이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특사단을 비공개로 만났다고 밝혔다. 특사단의 방한 주요 목적은 북한군 파병 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공유와 자국에 대한 한국의 무기 지원 요청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특사단을 환영하며 "러북 군사협력으로 인한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실효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외교부·경제부 등으로 구성된 범정부 특사단 파견은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통화의 후속 조치다.
특사단은 윤 대통령을 예방한 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등을 차례로 만나 양국의 협력을 논의했다. 신 실장은 지난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특사단 방한에 관해 "조만간 빠른 시일 내에 올 것"이라며 "일단은 우크라이나 측 이야기를 들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메로프 장관은 "앞으로 한국과의 제반 협력을 강화해 나가길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양측은 앞으로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러북 간 무기, 기술 이전에 대한 정보 공유를 지속하면서 우방국들과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우려' 여론에도 접견...무기 지원 물밑 합의 가능성
이번 만남을 두고 양국의 물밑 협상이 어느 정도 이뤄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차적 현안인 무기 지원에서 의견 접근을 이뤘기 때문에 사전 합의를 도출한 상황에서 접견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국내 여론의 우려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직접적인 무기 지원 가능성'에 대해 "북한군의 관여 정도에 따라서 단계별로 지원 방식을 좀 바꿔나갈 것"이라며 "무기 지원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이라는 변수가 생겼지만, 정부는 일단 우크라이나와의 무기 지원 논의를 거두지 않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조기 종전을 지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직후 '종전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25일 주요 7개국(G7) 외교 장관 회의를 계기로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 장관과 만나 '북러 군사 협력의 진전과 우리 안보에 대한 위협에 상응하는 실효적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해 나갈 것'이라는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그 사이 러시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러시아 국민을 살해하는데 한국산 무기가 사용될 경우, 양국(한러) 관계는 완전히 파괴"(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라는 경고까지 보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무기 지원이 현실화할 시, 예견되는 실익은 "없다"는 게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중론이다. 오히려 상당한 부정적 효과가 예견된다.
국방부 대변인 출신이자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러시아와의 적대적 관계를 선언하는 것과 같다. 러시아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에 대한 안전 위협, 테러 위협부터 시작해 복합적으로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 의원은 "전장이 한반도까지 확장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북한에 대한 무기 수출이 아주 본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정부에 '무기 지원 논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25일 정부를 향해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방향에 어긋나게, 국민과 국회 동의 없이 성급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으로 빠져들거나 남북 갈등을 증폭시키는 외교적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의 시민사회 및 통일 단체들도 연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과 전쟁 개입을 결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1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들은 국회 외통위 법안소위 검토가 이뤄지는 27일 오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시민사회·정당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제12차 SMA 국회 비준 동의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적용될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비준 동의안이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본 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첫해 8.3%를 인상하고 이후 매년 물가상승률을 적용해 인상한다는 것이 골자로, 국회 비준이 이뤄지면 한국 정부는 5년간 최소 7조 9,000억원, 연 평균 약 1조 5,800억원에 달하는 방위비분담금을 부담하게 된다.
자주통일평화연대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진보당, 겨레하나를 비롯한 101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들은 국회 외통위 법안소위 검토가 이뤄지는 27일 오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시민사회·정당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제12차 SMA 국회 비준 동의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먼저 방위비분담금 미집행금이 무려 1조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사업별 세부 항목과 산출기준도 검증하지 않은 채 미국이 요구하는대로, 국회와 국민에게 전혀 공개하지 않고 협정안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국회 비준 동의를 반대하는 이유이다.
무엇보다 SMA 자체가 모든 주둔 비용을 미국측이 부담하도록 한 한미주둔군지위에 관한 협정(SOFA) 5조의 취지에 벗어나 1991년 일부 한국 정부가 분담하도록 한 이례적이고 특혜적인 조치인데, 주한미군이 한국방위를 넘어 대중국압박을 목적으로 주둔 목적이 변화한 조건에서 더 이상 특별협정을 연장하며 주둔비용을 부담해야 할 까닭이 없다는 것이 국회 비준 동의 반대의 근본적 이유이다.
기자회견 참가 단체와 정당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정부는 트럼프 후보 당선시 방위비 대폭인상이 우려된다며, 제11차 협정 유효기간이 1년 8개월이나 남은 시점에 이례적으로 협상을 시작해 조기에 종료하였고 대폭 인상을 전제로 한 굴욕적인 제12차 협정안에 합의하여 국회에 비준 동의안을 제출하였다"고 하면서 이는 "트럼프 당선자의 '100억 달러' 발언에 지레 겁을 먹어 불법적이고 부당한 인상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12차 SMA 협상기간은 5개월, 단 8차례의 협상으로 타결되었으나 그 과정이 국회와 국민에 전혀 공개되지 않아 밀실협상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국회는 국민이 부여한 의무를 무겁게 받아들여 굴욕적이고 부당한 관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것. 국회는 "형식적인 부대의견 제출이 그칠 것이 아니라 특별협정 비준 동의를 거부함으로써 방위비 분담 관련 제도개선을 강제하고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개선하는 교두보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12차 SMA 비전 거부는 물론 특별협정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평통사 평화통일연구소 오미정 연구원은 "제12차 SMA가 통과되면 우리 국민은 2026년부터 30년까지 5년간 최소 8조원의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지게 되는데, 이는 연 평균 약 1조 5천800억원으로 제11차 협정의 연 평균 1조 2,500억원에 비해 매년 3,300억원이 늘어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 2026년도 인상률 8.3%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제11차 약정 기간에만 무려 1조 5,000억원의 미집행금이 남아 있다는 건 방위비 분담금이 과도하게 책정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다시 8.3%나 올려줄 이유가 없다는 것.
정부는 지난 5년간 방위비분담금 평균 증액률이 6.2%였다는 걸 근거로 8.3% 인상률을 설명하지만 이는 최근 물가상승률 2.6%나 국방비 상승률 3.6%보다 훨씬 높은 기준으로, 미국의 증액요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새로운 기준을 임의로 만들어 낸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매년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만큼 자동인상을 보장함으로써 미국이 매년 300억원 이상을 거저 챙길 수 있게 한 것도 또 하나의 굴욕이라고 했다.
전 세계에서 한국과 더불어 유일하게 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정을 체결하는 일본의 경우에도 5년 협정을 체결하지만 연간 인상 보장같은 조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오 연구원은 현재 미국이 글로벌 군사비 절감전략에 한국을 동원하여 추진중인 '권역별 정비거점 구축정책'(RSF)은 동맹국에 미군 장비의 유지·보수 비용을 떠넘기는 것에 불과함으로 이에 대한 협력부터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위비분담금을 통해 주일미군의 항공기와 장비 등을 정비해주던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재정부담을 국민에게 지우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은 "그 내용이 국회와 국민에게 전혀 공개된 바 없는 졸속 밀실협상 결과를,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를 명분으로 국회가 검증은 물론 공청회조차 진행하지 않고 비준하려는 것은 국회의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는 일"이라고 직격했다.
지난 11차 협상 당시 방위비분담금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국회가 비준에 앞서 제시한 10가지 부대조건이 있었는데, 어떻게 통제, 감시되고 이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국회가 검증고 공청회도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
이 총장은 "설사 12차 협상 결과가 비준된다고 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는 방위비분담금 100억달러 이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하면서 "국회는 협상의 지렛대가 되지 않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지레 12차 협상 결과를 졸속 비준할 것이 아니라 트럼프 시대에 무엇이 우리의 국익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가를 세워야 할 때이다. 반드시 비준 거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충목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는 "군사비를 천정부지로 올리면 과연 평화가 지켜지는가? 전쟁이 평화를 담보하는가?"라고 반문하고는 "남과 북이 함께할 때, 민족이 함께할 때, 주권을 가지고 단단하게 평화를 실현할 때, 남과 북이 공존하고 평화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혜경 진보당 원내대변인은 "주한미군 주둔경비는 소파에 따라 원칙적으로 미국이 부담해야 한다. 방위비분담금은 한국이 미국에게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돈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국회 비준을 거부하고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1991년 특별협정을 맺어 매년 방위비분담금을 한국이 부담해 준 결과 15배나 인상됐고, 쓰지도 못한 1조 5,000억원이 남아 있지만 어떻게 쓰일지도 모르는 총액 1조 5,000억원을 내년에 지급해야 하는 건 '동맹국간의 평등한 협상'이 아니라고 지적하고는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특별협정을 폐기하고 원천에서 재협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해랑 전국비상시국회의 공동대표는 "남은 금액은 돌려주고 그만큼 깎아야 하는 것이 협상일텐데, 더 올리자는 건 무슨 셈법인가"라며, 한미 당국간 밀실협상 결과에 문제를 제기했다.
윤석열정부는 물론 민주당을 향해서도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할말을 다하지 못한다면 이제 국민들이 국민의 대표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막대한 방위비분담금이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되기 때문이다.
JNC TV | 등록:2024-11-27 09:02:12 | 최종:2024-11-27 09:04:18
2024년 10월 방북한 캐나다 박옥경 씨, “북한 경제와 인프라 더 좋아졌다”
-통일 도서·지도 폐기 및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 철거 현장 확인
-남북 교류와 평화를 위한 노력 중요성 강조
-고 리종만 선생 외손녀이며, 북 초청으로 10일 간 방북해 평양 초대소에서 체류
금광왕으로 잘 알려진 애국렬사릉에 안치된 고 리종만 선생의 외손녀인 캐나다 동포 박옥경 씨가 지난 10월 5일부터 15일까지 평양을 방문했다. 해외동포위원회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한 박 씨는 몬트리올에서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베이징에 도착, 베이징 북한 영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은 뒤 고려항공을 이용해 평양에 도착했다. 방문 기간 동안 북측이 제공한 평양의 한 초대소에서 머물렀다.
2018년에 이어 2024년 다시 북한을 방문한 박옥경 씨는 JNC TV 조부경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남북 교류와 평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변화된 북한의 모습을 상세히 전했다.
경제적 변화와 발전된 인프라
박 씨는 2018년 첫 방북 당시와 비교해 북한의 경제 상황과 인프라가 눈에 띄게 개선된 점을 언급했다. “공항에서부터 나무가 줄지어 심어져 있고, 새로 포장된 아스팔트 도로가 많았습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군인들이 이를 조성했다고 들었습니다.”
또한, 도시 내 식당과 상점, 차량 증가로 경제적 여유로움이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서 국민의 삶의 질과 경제 개선으로 정책 우선순위를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통일 대신 평화 강조, 변화된 북한의 모습”
박 씨는 북한에서 “통일”이라는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2024년 1월 북한이 통일 개념을 더 이상 논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변화로 보인다. 박 씨는 6·15 공동선언 기념탑인 조국 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의 철거된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고 전했다.
또한, 통일 관련 도서와 지도가 폐기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북한 서점에서 지도를 사려 했으나, 직원은 “지도를 다시 제작 중이라 판매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박물관에서 느낀 역사와 예술
박 씨는 평양 역사박물관, 락랑박물관, 혁명박물관을 방문하며 북한의 역사와 예술적 성취를 깊이 느꼈다고 말했다. 역사박물관에서는 고분 벽화를 대형 벽에 재현한 모습이 매우 아름답고 정교했다고 회상했다.
락랑박물관에서는 고조선 말기의 유물과 한국식 건축양식의 조화를 인상 깊게 보았다. “우리 선조들이 삶을 얼마나 여유롭게 즐겼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을 박물관에 데려와 교육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습니다.”
혁명박물관에서는 해외 동포들을 위한 특별 전시 공간을 언급하며, 재일교포들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실이 있었다는 점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평양의 맛… “옥류관 냉면, 잊지 못할 맛”
박 씨는 옥류관에서 맛본 냉면을 극찬하며, “차갑지만 깊고 특별한 맛이었습니다.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도 옥류관 냉면이 특히 인기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라고 전했다.
또한, 문화원 음식점에서 경험한 15코스 요리에 대해서도 “매우 정교하고 맛있었다”며, 둥근 대형 테이블에서 지인들과 함께한 식사 경험을 떠올렸다. 그는 “북한 주민들도 이렇게 음식을 즐기며 삶의 기쁨을 느낀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제한된 인터넷
박 씨는 방북 중 가장 불편했던 점으로 제한된 인터넷 접근을 꼽았다. 북한에서는 고려링크 심카드를 통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지만, 팔순인 박 씨는 익숙하지 않아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았고 10일 간 가족들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영상 촬영에도 익숙하지 않아 방북 기간 동안 일부 사진만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북한 TV 방송은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대신 박 씨는 DVD로 북한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며 북한 사회와 역사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북한 주민들과의 교류에서 느낀 진심”
박 씨는 가게 직원이나 안내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순수하고 진심 어린 태도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들의 친절함은 단순히 서비스가 아니라 진심에서 비롯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남북 교류와 평화의 길
박 씨는 인터뷰 말미에 남북 교류와 평화를 위한 노력이 중요함을 재차 강조했다. “직접 보고 느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삶을 이해하려면 편견을 내려놓고 진실에 다가가야 합니다.”
미국과 한국 정부의 제약으로 북한 방문이 어렵다는 현실에 아쉬움을 표하며, “북한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현실적인 장벽이 너무 높습니다. 이런 상황이 바뀌어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박옥경 씨의 경험은 남북 교류와 평화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그녀는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작은 노력이라도 이어갈 것을 다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기후변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인공지능 개발 역시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기후변화든 인공지능이든 모두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미 곳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고, 적지 않은 이들이 벌써부터 암울한 미래를 기정사실화하며 패배의 분위기에 젖어든다. 인류 역사에서 처음 겪는 변화 앞에서 노동조합 같은 '낡은' 무기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선고에 감히 맞서는 목소리를 듣기 힘든 형편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의 전부는 아니다. 이 그림에서 벗어나는 현실은 없다고 철석같이 믿게 하려는 체제 측의 온갖 전략에도 불구하고 틈들은 있다. 아니, 지금도 곳곳에서 틈새를 열려는 노력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은 '틈이 있음'을 알아봐주는 눈길이 쏠리는 것만으로도 전에 없던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틈을 벌리려고 분투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같은 시도에 나선 동시대인의 모든 움직임을 빠뜨리지 않고 주시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
지금 이탈리아에 바로 그런 이들이 있다. 벌써 2년 전에 네오파시즘을 계승한 극우 포퓰리스트 정부가 들어선 나라에서, 드라마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며 새로운 길을 찾아 과감히 발을 뗀 이들이 있다. 대규모 감원에 맞서 장기 투쟁을 이어가면서 노동자가 주도하는 생태 전환의 생생한 사례를 만들어내려 하는 GKN 노동자들이다.
노동 탄압용 대량해고에 맞서 공장을 점거하다
무대는 피렌체 시에서 20km 떨어진 소도시 캄피 비센조(Campi Bisenzio)다. 이탈리아 중부의 다른 많은 소도시처럼 이곳에서도 대다수 일터는 종업원이 5인을 넘지 않는 작은 사업장이다. 하지만 저 유명한 자동차회사 피아트(FIAT)가 오래 전에 설립한 'GKN 드라이브라인' 공장은 예외다. 이 공장에서는 수백 명의 노동자가 액슬 샤프트[차축] 같은 자동차 부품을 생산해왔다.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피아트가 1994년에 공장을 영국 업체 GKN에 매각하고 2018년에는 다시 GKN이 기업구조조정 전문 투자기업 멜로즈(Melrose)에 인수되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노동자들은 묵묵히 차량 부품을 제작했다.
그러나 2021년 7월 9일, 이 일상은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됐다. 이날 GKN의 캄피 비센조 공장 노동자들은 이메일로 대규모 감원 계획을 통보 받았다. 구조조정 대상에는 422명의 직접고용 노동자만이 아니라 80명의 하청 노동자(청소, 경비, 식당 등)도 포함되었다. 구조조정 사유는 전기차 생산으로 전환하고 공정을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생산성 문제"가 확인됐고 이에 따라 유휴인력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노동자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였다. 더구나 구조조정 계획 발표 시점이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2020년대의 첫 두 해에 이탈리아 역시 팬데믹의 격랑에 휩쓸렸다. 당시 연립정부를 이끌던 '오성운동(M5S)' 소속 주세페 콘테 총리는 비상조치 중 하나로 해고 중지령을 내렸다. 팬데믹이 끝날 때까지 정리해고를 일체 금지한다는 것이었다. '오성운동'은 이념, 정책이 모호한 포퓰리즘 정당이었지만 콘테는 중도좌파 성향이 뚜렷한 인물이었고, 이후 콘테가 주도하는 '오성운동'은 점차 좌파로 기울었다.
한데 비상시기에 단행한 이 제한적인 조치마저 자본에게는 참을 수 없는 굴레로 다가왔다. 해고 중지령은 재계와 주류 언론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그리고 마침내 2021년 벽두에 연립정부가 무너지고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 마리오 드라기를 총리로 내세운 테크노크라트 정부가 들어섰다. 드라기 정부는 해고 중지령을 연장하길 거부했고, 이에 따라 다시 정리해고를 할 수 있게 되는 시점이 2021년 7월 1일이었다. GKN 사측은 해고 중지령이 시효를 마감하기만 기다리다 전광석화처럼 감원 계획을 발표했던 것이다.
그러나 GKN 노동자들은 대량 해고의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만 하지는 않았다. 이탈리아 노동법에 따르면, 기업은 감원 계획을 발표하고 75일이 지난 뒤에 이를 실행할 수 있다. 50일 뒤에 정리해고를 실행할 수 있게 되어 있는 한국에 비해서는 조금이나마 더 여유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GKN 노동자들은 단 하루도 기다리지 않았다. 회사로부터 이메일을 받은 그날, 400여 명의 노동자가 20여 명의 경비업체 용역들을 뿌리치고 공장을 점거했다.
공장을 점거한 노동자들은 '영구 총회'를 선포했다. 이것은 한국의 1987년 노동자대투쟁만큼이나 거대한 대중파업운동이었던 1969년 '뜨거운 가을' 이후 이탈리아 노동운동에 자리 잡은 투쟁 전술이다. 사업장 안에서 노동자 총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노동법(전 세계에서 가장 친노동적이라는 이 노사관계법 자체가 1960년대 말-1970년대 초 노동자투쟁의 성과다) 조항에 따라 '무기한 총회'라는 이름으로 점거파업을 이어가는 것이다. 동시에 GKN 노동자들은 사측의 감원 계획을 '부당 해고'로 법원에 제소했다.
ⓒInsorgiamo con i lavoratori GKN 페이스북 갈무리
GKN 노동자들이 이렇게 발 빠르게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은 '공장별 단결모임(Factory Collective, 이하 '단결모임')'이라는 조직을 이미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7년에 사측이 주말 근무 방침을 제시하자 GKN 노동자들은 치열한 내부 논쟁을 거친 뒤에 강경반대파를 중심으로 교섭대표를 교체하고 별도로 단결모임을 결성했다. 이탈리아 제1노총(CGIL) 산하 금속노조(FIOM)를 통해 사측과 교섭하되 기업 내 조직인 단결모임을 따로 만들어 사측에 맞서는 현장 내 대항력을 확보한 것이다.
이후 GKN 노동자들은 단결모임을 통해 투쟁의 기풍을 다졌다. 주말 근무 방침을 철회시킨 것은 물론이고 일부 하청 직무를 직접고용으로 전환시키기도 했다. 또한 공장 담벼락 바깥으로 뻗어 나가는 연대에도 앞장섰다. 특히 노동법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으며 대개 이주민으로 이뤄진 영세 섬유업체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활동을 벌였다.
어쩌면 GKN 경영진을 좌우하는 멜로즈 자본이 굳이 캄피 비센조 공장에 해고 공세를 퍼부은 진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적자를 내기는커녕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지원금까지 받아 값비싼 새 기계들을 들여놓은 공장을 놀려둘 만큼 소중한 그 이유란 십중팔구, 지난 한 세대 동안 후퇴를 거듭해온 이탈리아 노동계급에게 '안 좋은' 선례가 되고 있는 GKN 노동자들을 무릎 꿇리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GKN의 감원 계획이 "노동조합을 공격하려는" 동기에서 비롯된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이를 확인해준다.
"아래로부터의 재산업화"를 위한 녹색 전환 계획
그날 이후, 캄피 비센조의 GKN 공장에서는 더 이상 액슬 샤프트 제품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법원 판결로 시간을 번 노동자들은 차가운 기계 옆에서 다른 일들로 분주해졌다. 우선 이들은 '노동자 맥주'라는 이름으로 수제 맥주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지극히 전통적인 생산물이었고, 여러 모로 액슬 샤프트보다는 지구에 덜 해로운 제품이었다. 또한 이는 점거파업 중에 공장을 춤과 음악, 빵과 포도주로 가득 채웠던 1936년 여름 프랑스 노동자들의 기억을 되살리는 장면이기도 했다.
공장 문은 닫히기는커녕 오히려 전보다 더 활짝 열렸다. 단결모임은 자신들의 투쟁에 '인소르자모(Insorgiamo, "봉기하자!")'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 '인소르자모' 운동에 공장 담벼락 바깥의 수많은 민중을 초대했다. 피렌체 인근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곳곳에서 투쟁의 대의에 공감하는 이들이 GKN 공장을 방문했다. '순례' 행렬이 이어졌고, 대규모 연대 시위도 수시로 개최됐다. 피렌체 시가 나치 독일 점령군에게서 해방된 8월 11일에는 파업 지지 시위대가 1944년 당시 봉기의 시작을 알렸던 베키오궁의 종을 다시금 울렸다.
그러고 나서 3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동안에 GKN은 캄피 비센조 공장을 멜로즈의 기업 인수 자문역이었던 인물이 이끄는 업체에 매각했고, 새 소유주는 공장 재가동을 위한 노사협상에 진지한 경영 계획이라고 하나도 내놓지 못하면서 정부 지원금만 챙기려 들었다. 노동자들은 법원으로부터 한 번 더 해고 집행 유예 판결을 받아내 어찌어찌 이 긴 시간을 버텨냈다. 100명이 훨씬 넘는 동지들이 생계 문제 탓에 대열에서 이탈해야 했지만 말이다.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광경이다.
ⓒInsorgiamo con i lavoratori GKN 페이스북 갈무리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장면들도 있다. 이탈리아 특유의 노동법 덕분에 점거파업이 지금까지 3년 넘게 지속될 수 있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또 다른 주목할 만한 대목이 있다. 3년의 시간 동안 단결모임은 원직 복직에만 모든 것을 걸지는 않았다. 애초에 GKN 사측이 내세운 정리해고 사유는 "전기차 생산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유휴인력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생산의 '전환'이 근거였던 것이다. 노동자들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그 결론을 뒤집길 바랐다. "대량해고를 필요로 하지 않는 '다른' 전환은 있을 수 없는가? 있다면, 그 구체적인 방향은 무엇인가?"
실은 40여 년 전에도 같은 고민을 한 노동자들이 있었다. GKN과 마찬가지로 영국 업체이고 생산품도 역시 자동차, 항공기 부품이었던 '루카스 에어로스페이스'의 노동자들이었다. 이들도 1970년대 중반에 회사로부터 대량해고 계획을 통보 받았고, 이에 맞서려 했다. 루카스 노동자들은 판로가 막힌 기존 제품 대신 대안적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고용을 지키려 했다. 그래서 현장 노동자들의 지혜를 짜 모아 '루카스 플랜'이라는 대안생산계획을 수립했다. 이들이 제안한 대안 제품은 오늘날 누구나 필수품이라 인정하는 태양광 패널, 풍력 발전 터빈 같은 것들이었다. 마거릿 대처의 보수당 정부에 의해 이 계획은 결국 묵살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그러나 루카스 노동자들의 꿈이 헛되이 사라져버린 것은 결코 아니다. 한 세대 뒤에 GKN 캄피 비센조 공장 노동자들 사이에서 이 꿈은 되살아나고 있다. 점거파업이 시작되고 반 년 정도 지난 2021년 12월에 단결모임은 대학의 연구자들과 함께 과학기술위원회를 설립해 생산품목 전환 계획을 짰다. 초기에 타진한 것은 개인 승용차가 아닌 대중교통용 전기차와 그린 수소 생산용 기계를 제작하는 방안이었다. 로봇 생산 연구기관이나 직업훈련기관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이런 방안들은 GKN 공장을 국유화하거나 최소한 공공이 상당한 지분을 소유하는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전제했다.
하지만 정치 상황이 너무 나빠졌다. 2022년 9월 총선으로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극우 연립정부가 들어섰다. 국유화나 공공 투자의 꿈은 이제 접어야 했다. 그렇다고 대안 기업으로 나아가려는 희망 자체를 접을 수는 없었다. 단결모임은 "아래로부터의 재산업화"라는 표어 아래 과학기술위원회를 재편하고 좀 더 실현 가능성이 높은 품목에 주목했다.
그 첫 번째는 화물 운송용 자전거(cargo bike)다. 일찍이 이반 일리치가 공생공락(conviviality)을 실현할 교통수단으로 주목한 자전거에 개인 사업자나 일반 가정을 위한 물품 운송 기능을 더한 것이다. GKN 노동자들은 기존 설비로만으로도 곧바로 생산에 돌입할 수 있는 화물 운송용 자전거의 시제품을 두 대 선보였고, 이 모델은 자전거 전문 저널에 소개돼 호평을 받았다. 이 자전거의 생산에 착수할 경우에 고용될 수 있는 초기 인원은 110-120명으로 평가된다.
두 번째는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다. 이를 위해 단결모임은 2022년 12월부터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 기업 한 곳과 협의에 들어갔다. 이 스타트업 기업은 콩고 등 남반구 국가들에서 노예노동으로 채굴되는 리튬, 실리콘, 코발트 없이도 작동되는 태양광 패널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단결모임은 이 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캄피 비센조 공장에서 대안적인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를 생산하려 한다. 또한 이들은 공장 전체를 태양광 발전소로 만들어 생산에 필요한 모든 전력을 자체 생산하고 남는 전력을 지역사회에 제공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 모든 계획을 실현하려면, 결국 돈이 필요하다. 국가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게 된 GKN 노동자들은 파업 동지의 생계 지원을 위해 시작한 상호부조사업에서 힌트를 얻었다. 단결모임은 수많은 시민의 성금과 출자를 바탕으로 공장을 인수하여 노동자 협동조합으로 재출발하기로 결정했다. 마침 이탈리아에는 노동자의 기업 인수를 지원하는 법률이 이미 존재한다(1985년에 제정된 Marcora law). 단결모임은 이를 근거로 2023년 3월에 공장 인수를 위한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을 개시했고, 2주만에 1억 원 가량을 모았다. 모금 사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기후위기 대응을 중심으로 대안생산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GKN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뿐만 아니라 기후운동의 열렬한 투사가 됐다. 지난 2년 동안 피렌체의 기후운동 시위는 항상 젊은이들과 GKN 파업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역으로, 국제적인 청년 기후운동 단체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은 GKN 공장 인수를 위한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의 주된 협력자다.
"최근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한 노동자 투쟁"
GKN 노동자들의 공장점거 파업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300여 명의 노동자가 이탈리아 역사상 최장기라 할 투쟁을 이어가는 중이다. 달리 말하면, 투쟁의 결말이 여전히 열려 있다. 단결모임이 공장 인수에 성공해 대안 품목을 생산하는 노동자 협동조합이 출범할 수도 있고, 끝내 실패해 어디에서나 으레 그렇듯 공장 부지가 부동산 투기용으로 팔려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펼친 투쟁만으로도 충분히 높은 평가를 받을만하다. 단결모임의 지도자 다리오 살베티(Darioi Salvetti)가 자평한 것처럼, "최근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한 노동자 투쟁"이다.
무엇보다 지난 두 세기 동안 노동자 투쟁이 도달한 가장 높은 수준의 이상과 실천이 이 투쟁을 통해 한꺼번에 부활하는 광경은 놀랍기만 하다. 캄피 비센조 노동자들의 오랜 선조인 토리노의 피아트 노동자들이 100년 전인 1919-1920년에 감행한 선구적 공장점거, 마치 축제와도 같았던 1936년 프랑스의 점거파업 물결, 루카스 에어로스페이스 노동자들의 대안생산계획 수립, 가장 최근에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전개된 아르헨티나와 그리스의 노동자 자주관리기업 실험 등등, 이 모든 기억이 기후위기와 기술 변화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투쟁 속에서 현재순간으로 되살아난다.
여기에서 우리는 문명의 붕괴를 재촉하는 자본주의의 시간이 우리에게 허용된 유일한 시간이라는 숨 막히는 현실이 어쩌면 파열될 수도 있음을 감지한다. 200만 당원을 자랑하던 공산당도, 20세기 후반에 가장 전위적인 좌파였던 아우토노미아 그룹도 더는 그대로 이어지지 않는 이탈리아이지만, 이들의 시간들은 결코 헛되이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오늘날의 숱한 위기들에 감히 맞서기로 한 이들 사이에서, 그런 노동자들의 결단과 역량 속에서 그 시간들은 동시에 돌연 부활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때에, '유일한' 시간으로 강요되던 자본주의의 지배와 위기의 시간은 비로소 무너지기 시작한다.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의원은 오랫동안 진보 정당 운동의 정책 및 교육 활동에 참여해왔으며,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진보적 사회과학을 재구성하고자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연구 및 출간 사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 세계의 좌파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사회주의>, <장석준의 적록 서재>, <신자유주의의 탄생 :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국가 대 시장 : 지구 경제의 출현>, <안토니오 그람시 : 옥중수고 이전> 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갑자기 "양극화를 타개해 새로운 중산층 시대를 열겠다"라고 선언했다. 지난 1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다음 22일 국가 조찬기도회 연설에서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비추어, 그냥 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선언을 뒷받침하기 위해 추가 경정 예산 편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동안의 소위 '건전재정' 노선을 확대재정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이 숨어있는 것으로 읽힌다.
지금까지 대통령의 말과 실제 정책이 어긋나는 경우가 여러 번이어서 선언이 정책으로까지 이어질지 의구심이 들지만, 임기 후반의 새 국정 목표라고까지 강변하는 걸 보면 약간의 진정성이 담겨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단지 국면 전환을 위해 정치적 '뻥카'를 날리는 것이라면 그냥 무시해도 되겠지만, 조금이나마 진정성이 담겨 있을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생각할 거리가 있다.
스스로 양극화를 심화시켜 놓고는 양극화를 타개하겠다니
우선,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는 신자유주의가 요구하는 정책 방향을 충실히 지켜왔는데 양극화 타개는 이 정책 방향과 조화될 수 있을까. 주지하듯이 신자유주의는 규제 완화, 감세, 민영화를 3대 축으로 하는 정책 노선이다.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경제위기를 유발함으로써 참담한 실패를 경험했다.
그럼에도 지난 2년 반 동안 윤석열 정부는 규제 대폭 완화와 감세를 질풍노도처럼 밀어붙였다. 국유자산의 매각을 필두로 한 민영화도 서서히 발동이 걸리고 있던 참이었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은 것이었지만 속도는 훨씬 빨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3년 12월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기업 총수들과 함께 떡볶이 튀김 빈대떡을 시식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 부터 정기선 HD현대 부사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윤 대통령,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재원 SK수석부회장.연합뉴스
대기업과 슈퍼리치들에게 막대한 혜택을 안겨주는 법인세·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감면은 이미 시행되어 2023~2027년 총 83.7조 원에 달하는 재정 여력 감소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폐지와 상속·증여세 감면은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감세 조치들은 모두 부자들에게 현금을 안겨주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그 자체로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여기에 복지지출 축소가 결합했으므로 양극화 심화는 더해질 수밖에 없다. 양극화 심화가 불 보듯 뻔한데, 갑자기 양극화를 타개하겠다고 나서니 황당한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재정 제도의 변경은 경로 의존성이 강하기 때문에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고 많은 시간이 걸린다. 지난 2년 반 사이에 재정 제도는 이미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치달았는데, 역방향 전환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이런 유의 정책 트랙 전환에는 엄청난 결단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가 대통령실의 추경 편성 입장에 대해 난색을 표명한 것은 그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아무리 기재부 관료들이 '핫바지'로 전락했다고 해도 이 정도는 분별하지 않겠는가.
불로소득 대책이 없는 양극화 타개책은 허구
▲서울 시내 아파트.연합뉴스
다음으로, 윤석열 정부는 정책 수단에 대해 제대로 고민했을까. 대한민국에서 양극화를 초래하는 주범은 불로소득이다. 불로소득이란 재화와 용역의 생산(부의 '창출')에 기여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곳에서 생산되는 부를 '추출'함으로써 얻는 소득을 가리킨다. 투기는 부 추출의 가장 유력한 통로다.
한국에서 부동산 투기와 금융 투기가 극심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투기를 통해 발생하는 불로소득은 국민소득 계정에 잡히지 않는다. 소득 분배와 자산 분배가 따로 노는 현상은 이 때문에 발생한다. 소득 지니계수(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는 2018년 이후 계속 떨어졌는데(2018년 0.345 → 2019년 0.339 → 2020년 0.328 → 2021년 0.329 → 2022년 0.324), 이는 불평등이 완화되었다는 뜻이므로 일반 국민의 상식과는 전면 배치된다. 통계와 상식의 괴리는 불로소득의 존재로 설명된다. 부동산과 금융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 때문에 소득 불평등이 심화함에도 통계상으로는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불로소득을 포함하는 소득 불평등, 즉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하는 정책이 필수적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부동산 보유세고, 금융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금융 이득 과세다. 현 상황에서 부동산 보유세 강화는 종부세를 통해, 금융 이득 과세 강화는 금투세를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다. 부수적으로 불로소득 환수를 상시화하는 방향으로 양도소득세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종부세와 금투세 둘 다를 폐지하고 싶어 한다. 게다가 양도소득세도 대폭 완화하고 싶어 한다. 이와 같은 정책 방향을 유지하면서 양극화를 타개하겠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면 침소봉대일 수밖에 없다.
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선언이 거짓말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선언은 침소봉대가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양극화 타개를 위해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무척 궁금하지만, 선택지는 매우 좁다. 기껏해야 '① 대기업과 슈퍼리치에 대한 감세는 그대로, ② 전체 복지지출 축소도 그대로, ③ 생색을 내기 좋은 좁은 분야에 대한 복지지출 증대 추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양극화 타개 정책으로는 정말 옹색하지 않은가.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찾은 각계 단체와 인사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우크라이나 특사단’ 방한이 임박한 가운데, 26일 각계 인사와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윤석열 정부를 향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별도 배포한 「각계 공동선언」을 통해 “포탄 등의 공격 무기를 직접 지원하고 파병 등의 군인 파견으로 나아간다면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공식적이고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공동교전국이 되어 경제와 안보 영역 모두에서 심각한 후과를 불러오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최근 러시아는 미국, 유럽의 무기 지원에 따른 러시아 본토 공격에 대해 핵무기를 포함한 대응을 경고하고 나섰다. 핵전쟁을 포함한 3차 대전의 위험성이 인류 앞에 닥쳐온 지금, 국제사회가 힘을 쏟아야 할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이지 무기지원과 군사개입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회 동의 없는 참관단 ‘꼼수파병’ 반대, △우크라이나에 대한 일체의 무기 지원 및 국군 파견 반대, △무기 지원 논의 위한 우크라이나 특사단 방한 거부, △주권, 평화, 민생 위협하는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반대를 외쳤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행사에서는 자주통일평화연대 안지중 집행위원장의 사회 아래 자주통일평화연대 이홍정 상임대표의장, 평화의길 ‘야단법석’ 진우 스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 김종귀 변호사, 진보대학생넷 임지혜 서울인천지부 집행위원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김종귀 변호사는 “현재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수출하는 것은 전략물자수출입고시 위반이고, 군사원조 형태로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것은 우리나라가 2017년에 가입한 무기거래조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907년 체결된 헤이그중립협약, 국제관습법으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다”면서 “중립국이 교전국에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군함이나 탄약 등 전쟁물자를 보내는 것을 금지한다고 되어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의 중립국인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에 전쟁 물자를 보내는 것은 헤이그중립협약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임지혜 집행위원장은 “최근 대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하거나 시급한 사회문제를 꼽아달라’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 전쟁 준비를 뽑았다”면서 “친구들과 얘기할 때 전쟁은 낯선 주제인데 이제 시급한 사회문제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북에 무인기를 보냈다는 뉴스, 북이 전단을 보내고 우리도 북에 전단을 보낸다는 뉴스, 나아가 진짜 전쟁이 벌어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파병까지 한다는 소식은 전쟁 위기,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면서 “우리가 전쟁할 이유는 없다 확실하게 잃는 것은 우리 청년, 국민들의 목숨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계 공동선언」에는 자주통일평화연대를 비롯한 241개 단체와 각계 인사 1,325명이 서명했다. 26일 서울 용산을 비롯해 경남, 제주, 경기, 인천, 대전, 울산, 전남, 부산, 대구경북, 전북까지 전국 11곳에서 동시다발 선언이 진행됐다.
25일 이탈리아 피우지에서 만난 한-우크라이나 외교장관들. [사진제공-외교부]
한편,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탈리아 피우지를 방문 중인 조태열 외교장관은 25일(현지시간) 안드리 시비하(Andrii Sybiha)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 양자회담을 진행했다.
26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우리 정부는 러북 군사 협력의 진전과 우리 안보에 대한 위협에 상응하는 실효적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해 나갈 것”이라고 했으며, 시비하 장관은 “우크라이나 특사가 근시일 내 한국을 방문하여 관련 협의를 이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노동약자지원법 입법발의 국민 보고회에서 참석자들과 손피켓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11.26 ⓒ뉴스1 정부와 여당이 현행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프리랜서, 특고·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며 내놓은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안(노동약자 지원법)’의 뼈대가 26일 공개됐다. 당정은 사용자가 아닌 국가에 책임을 부여해 노동약자를 지원한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며 ‘기댈언덕법’이라고 자찬했지만, 정작 노동계에서는 “기만적”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기존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근본적인 대안을 놔둔 채 일부 시혜적인 조치들만 보장한다는 이유에서다. 고용노동부와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노동자 지원법 입법 발의 국민 보고회’를 열고 법안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제정안에는 노동약자를 위한 정책 심의를 하는 ‘노동약자지원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국가가 ▲취업촉진 및 고용안정 ▲복지증진 ▲권익보호 ▲표준계약서 제정, 보급 ▲보수 미지급 예방 ▲분쟁조정위원회 설치, 지원 ▲경력 관리 ▲공제회 설립 등을 지원하도록 했다. 정부·여당은 이 같은 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해 올해 정기국회에서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그간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방안으로 논의돼 온 것은 사회 변화에 맞게 노동관계법을 손질하는 것이었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근로자의 개념도 폭넓게 인정하자는 것이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을 통해 ‘진짜 사장’인 원청의 책임을 인정하는 요구도 분출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사회적 합의가 힘들다”는 이유로 별도의 법을 만들어 일부 지원책만 보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기만적 노동약자보호법 규탄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11.26 ⓒ뉴스1
노동계는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같은 날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법이 아닌 별도의 법을 만들어 노동약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은 ‘노동약자’에게 노동자성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가짜 노동자를 양산하는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법부터 정비해 권리를 차별 없이 누리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정부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도 “권리가 취약한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이나 노조법 등 노동법 울타리 안으로 진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울타리 밖으로 밀어내는 법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이들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 부여를 더 어렵게 하는 법”이라며 “이것은 ‘노동 약자 지원법’이 아니다. ‘약자 지위 고착화법’, ‘권리 박탈법’”이라고 질타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정부는 이 법을 통해 근기법상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노동약자로 규정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결국 5인 사업장 근기법 적용 확대, 근기법상 근로자와 사용자개념 확대 등 근기법 개정을 통한 보호범위 확대 요구를 ‘노동약자 지원법’으로 퉁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지금 필요한 것은 분절과 배제를 넘은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노동법 보호체계로의 개편”이라며 “사각지대에 방치된 다양한 고용 형태 종사자들에게 보편적 노동인권을 보장하는 입법 조치를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최상목 경제부총리 ⓒ뉴시스 임기 반환점을 돌며 후반기에 접어든 윤 대통령이 재정 정책 방향의 급선회를 시사했다. 양극화 해소를 전면에 내걸었다. 대통령실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언급하며, 내년 초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책 전환은 시작과 함께 용두사미로 끝나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가 반발하자 대통령실이 추경 의사를 물렀다. 애초 정책 전환은 지지율을 의식한 쇼에 불과했다는 시각이 많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선 추경이 아니라 본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감세 조치를 철회해 지속적인 세수 확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2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임기 전반기에는 민간 주도 시장 경제 활성화와 규제 완화에 집중했다면, 후반기에는 양극화 타개에 힘을 기울여 국민 전체가 성장 엔진으로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에 “국민통합도 양극화가 타개돼야 이뤄질 수 있다”며 “양극화의 기본적, 구조적 원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진단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 의지를 공표한 건 지난 11일이다. 그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임기 후반기에는 소득·교육 불균형 등 양극화를 타개하기 위한 전향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대통령실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 건전 재정을 강조하던 것에서 확장 재정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정부가 내수 부진과 경제 성장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초 추경 편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발언이 22일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대통령실도 보도자료를 내고 “추경을 포함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확인했다.
경제 관료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기재부가 설명자료를 통해 “내년 추경 예산 편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것이다. 여당도 대통령실에 등을 돌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금은 예산안이 확정되기 직전의 단계”라면서 “이 시점에서 추경을 논의하는 건 혼란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입장문을 내 “내년 본예산 심의도 끝나지 않은 시점에 추경 가능성을 거론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 “당정은 내년 초 추경 편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결국 대통령실은 “필요한 경우 재정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일반론적 언급이었다”며 상황을 무마했다. 건전 재정이라는 철칙 아래 재정 지출을 억제해 온 기재부를 꺾지 못하고 대통령실이 물러선 모양새다.
대통령실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거론한 것 자체는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전향적인 변화다. 그간 윤석열 정부는 전통적인 기재부 시각에 동조하며 긴축 재정을 고수해 왔다. 올해 예산안은 전년 동기 대비 총지출 증가율이 역대 최저인 2.8%로 편성됐다. 물가상승률 3.6%보다 낮은 수치다. 내년 예산안 증가율은 3.2%다. 고령화 추세에 따라 증가하는 의무 지출을 제외하고 정부 의지가 반영된 재량 지출은 증가율이 0.8%에 그친다. 올해 대폭 삭감했던 연구개발(R&D) 예산을 일부 복원하고 예비비를 증액했다. 이밖에 정부의 정책적 의지를 반영한 사업 예산 증가는 거의 없는, 사실상 동결 예산이다.
확장 재정에 대한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주요 지표가 고꾸라지고,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낮췄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전망치를 동일한 수준으로 하향했다. 내수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내수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9% 쪼그라들었다. 10분기 연속 감소로, 1995년 통계 집계 이래 최장기간이다. 수출도 녹록하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수출은 전 분기 대비 0.4% 감소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으로 보호무역주의가 심화할 경우 한국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2024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보편적 관세(10∼20%)가 현실화하면, 한국 대미 수출이 8.4∼14.0%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내년 초 추경을 하면 재정으로 양극화 심화와 경기 둔화 추세를 일정 부분 방어하는 효과가 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약자 복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실제 예산 배정에 있어서는 강조하는 수준에 못 미쳤다”면서 “경기 대응적으로 재정을 운영하지 못한 맞닥뜨린 위기 국면에서 이제라도 추경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2024.05.17. ⓒ대통령실 제공
“추경 아닌 본예산 확대가 우선…감세 철회하고 세수 확충해야”
‘재정의 적극적 역할로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재정 정책 기조가 말뿐인 수사 아니냐는 시각도 많다. 대통령실이 제시한 추경이라는 수단으로는 양극화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이 아니라 본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칙적으로 추경은 코로나19처럼 일시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 규모가 제한적”이라고 짚었다. 역대 추경 규모를 보면 10조원 안팎이다. 20조원 이상인 사례는 문재인 정부 시절 코로나19 지원 대책 차원에서 이뤄진 2020년 3차 추경(35조 1천억원), 2021년 2차 추경(34조 9천억원), 윤석열 정부 첫 추경인 2022년 2차 추경(62조원)이 전부다.
우 교수는 “양극화는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며 “양극화 해소를 위해 추경을 한다는 건 항암 치료를 하지 않고 영양제를 주입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사업 예산을 본예산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MB 정부 때 광우병 사태로 지지율이 떨어지자 민생을 살리겠다고 얘기했는데, 그걸 흉내 내는 것 같다”며 “실효적인 대책 없이 홍보만 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제기됐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다가 봉창 때리는 식으로 대통령께서 양극화 해소를 자주 언급하신다”며 “본예산에 양극화 예산을 편성하면 되는 것을 굳이 추경을 언급하는 뜻은 또 립서비스 아닐까”라고 적었다. 같은 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실은 여야의 양극화 사업을 예산심의 과정에서 수용하겠다고 하는데 정작 일선의 정부 당국자는 증액을 반대하고 있다”면서 “도대체 이 정부의 정책 기조가 무엇인지 모를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재정을 확대하려면 대기업·부자 감세를 철회하고 세수를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연이은 감세로 재정 여력을 갉아먹는 실정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2년 세법개정안에 따른 향후 5년간의 감세 효과를 73조 7천억원으로 추정했다. 나라살림연구소 분석 결과, 윤석열 정부에서 진행된 감세 조치로 차기 정부에 전가되는 감세 효과는 100조원에 이른다. 내년 세법개정안에 담긴 상속세율 인하 조치로 줄어드는 세수는 5년간 18조 6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윤석열 정부 들어 2년간 발생한 세수 결손만 86조원에 달한다. 올해 국세 수입은 예산 대비 29조 6천억원 모자랄 전망이고, 지난해에도 56조 4천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감세-세수 감소-긴축 예산-서민 지원 축소-양극화 심화’의 악순환인 것이다.
강병구 교수는 “확장 재정 정책을 취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세제의 재분배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정부에서 추진해 왔던 부자 감세 기조를 철회하고 공평과세 체계로 전환해 세수를 확충하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면서 재정적자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MF도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세수 확충 필요성을 강조했다. 라훌 아난드 한국 미션 담당은 지난 20일 한국 경제성장률을 하향한 연례협의 결과 발표 당시 “한국은 재정 기조와 관련해 부채가 지속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선진국 대비 국가 부채 수준이 낮다고 본다”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령화라든지 기후변화와 같은 사안 때문에 향후 재정적으로 여러 가지 필요가 더 늘어날 수 있고, 사회안전망 확보와 관련된 사회적 지출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도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이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재정적 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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