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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댐'보다 더 나쁜 '4대강 사업' 부역자들

[주장] 전문가를 참칭한 부역자들, 끝까지 잊지 말아야 할 이름

13.01.27 20:51l최종 업데이트 13.01.27 20:51l

 

'평화의 댐', 그 모멸의 역사

1986년의 어느 날이었다. 당시 난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2학년으로서 아버지는 늘 9시 뉴스가 시작하기 전에 동생과 나를 TV가 있던 안방에서 내쫓곤 하셨는데, 그날만은 유독 우리가 그냥 뉴스를 보게 놔두셨다. 아니, 무슨 큰 일이 생겼는지 동생과 내가 아직 안방에서 TV를 같이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신 듯 보였다.

이윽고 시작된 9시 뉴스. 비록 어린 나이라 '땡전뉴스'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화면은 9살짜리 꼬마에게 매우 충격적이었다. 어느 군인 아저씨가 서울시 모형 앞에서 누군가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저쪽에서 물을 붓더니 어처구니없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건물의 반이 잠긴 63빌딩과 지붕만이 물 위에 둥둥 떠있는 국회의사당의 모습.

그렇다. 그것은 그 유명한 '평화의 댐'의 서곡이었다. 북한이 그들의 '금강산 댐'을 무너뜨려 서울을 수몰시키려 하니 우리는 '평화의 댐'을 만들어 이를 막아야 한다고 했던 바로 그 사건.

아직까지도 뇌리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그 뉴스를 보시고 난 뒤 어머니는 걱정이 늘어지셨다. 당시 화곡동의 우리 집은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하수구의 역류 때문에 침수되곤 했는데, 여의도가 저 정도라면 우리도 100%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나쁜 공산당 놈들 같으니라고.

▲ '평화의 댐' 사기 사건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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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사회는 난리법석이었다. 연일 신문에는 소위 전문가들이 나와 평화의 댐 건설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했으며, 방송들은 평화의 댐 건설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방송국 밖에까지 줄을 서서 국민성금 내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당시 국민성금을 낸다는 것은 '빨갱이'가 싫다는 하나의 몸짓이었으며, 나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절대절명의 징표였다. 그 맥락으로 나는 당연히 학교 알림장에 '국민성금 내기'를 적어왔고 어머니께 돈을 받아 으쓱이면서 200원을 국민성금으로 헌납했다. 나의 코 묻은 돈이 안보 수호에 도움이 된다는 것 자체가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몇 년 뒤, 이 자랑스러운 기억은 내게 모멸감으로 다가왔다. 93년 '평화의 댐'에 관한 감사원의 발표를 보며 내가 왜 저 터무니 없는 논리에 속았었는지 허탈했으며, 그들이 우리를 그만큼 만만하게 보았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어떻게 그 허술한 거짓말에 그리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속을 수 있었는지.

특히 나의 분노는 그 중 소위 전문가 집단에 집중되었는데, 정치인들이야 원래 거짓말과 선동이 그들의 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전문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그들은 과학과 이성을 이야기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견해에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아니던가. 혹여 군사정부의 협박이 있었다면 최소한 침묵을 지켰어야 했으며, 그것도 여의치 않아 부역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 이후 양심선언이라도 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야 했다.

그러나 그런 전문가는 없었다. 그들은 침묵했고, 그렇게 세월을 견뎌내었다. 과연 그들은 어디서 무얼하고 살고 있을까? 여전히 전문가를 참칭하여 호가호위 하면서 새치 같은 혀로 일신의 안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까? 도대체 왜 우리 사회는 이런 기회주의자들에 게 이리도 관대한 것일까?

'4대강 사업', 계속되는 전문가들의 부역

완벽하게 청산하지 못한 소위 전문가들의 부역의 역사. 결국 이는 27년 후 우리 사회에 따로 또 같은 비극을 몰고 왔는데, MB의 '4대강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단언컨대 '4대강 사업'은 MB정부의 패악질 중 가장 용서받지 못할 것으로 후대에 평가될 것이다. 그것은 현 세대만이 아니라 자자손손 이 한반도에서 태어나는 생명체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4대강 사업'은 대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할만큼 애초부터 너무 비상식적이었다. 어찌 물을 가두는데 수질이 더 깨끗해질 수 있으며, 수만 년에 걸쳐 형성된 물줄기를 바꿔버리는데 어찌 생태계가 견뎌낼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MB는 끝끝내 위 사업을 강행했고, 많은 전문가들이 전위에서 정부의 주장을 옹호했다. 무식한 민초의 눈에도 말이 안 되는 사업을 온갖 기만적인 논리로 치장함으로써 정부의 사업 강행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댐을 보라 부르고, 로봇 물고기를 마치 만능열쇠인냥 취급하고, 악취나는 4대강의 수질이 깨끗하다며 곡학아세 하던 그들.

따라서 '4대강 사업'과 관련하여 이번 환경연합에서 발표한 '4대강 산업 찬동인사 조사 보고서' 중 관련 전문가의 기록은 매우 중요하다. 정치인의 경우에는 이후 선거나 청문회 등을 통해 자신이 했던 발언과 행동에 대해 책임질 가능성이 있지만, 전문가의 경우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 또 잊혀진 채 기득권을 그대로 누릴 가능성이 높고 이는 후대에 나쁜 본보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이명박 A, 유인촌 A... 4대강 찬동 인명사전)

27년 전 '평화의 댐'에 부역했던 전문가들이 이후 사회적 심판을 받았다면 아무리 MB의 의지가 강했다 한들 '4대강 사업'이 쉽게 진행되었겠는가. 최소한 과학을 운운하지는 못했을 거 아닌가.

▲ 4대강 사업 찬동인사 12인. 사진 윗줄 왼쪽부터 이명박 대통령, 박희태 전 국회의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 심명필 전 4대강 추진본부장,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 유영숙 환경부 장관,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나성린 새누리당 국회의원, 유인촌 전 문화관광부 장관, 심재철 새누리당 국회의원 순.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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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사실은 5공 '평화의 댐'과 비교해 볼 때 '4대강 사업'에 부역한 전문가들의 죄질이 더 나쁘다는 사실이다. 27년 전이야 군사정부 하에서 공안정국을 만들려던 군부의 협박에 못이겨 양심을 져버렸다고 그럴듯한 핑계라도 댈 수 있지만, MB 때는 거의 100% 일신의 영달을 위해 양심을 버리고 상식을 배신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욕망 때문에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어야 하는 과학의 영역마저도 비틀었던 사람들.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그들을 끝까지 추적하고 기록해야 한다.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며 현재 그들이 부당하게 누리고 있는 사회적 자산을 빼앗아야 한다.

그동안 우리의 역사는 이와 같은 기회주의자들의 배신으로 점철되어 왔다. 결정적인 시국에 그들은 항상 시대정신을 배신함으로써 역사를 되돌렸으며, 그 대가로 자신의 배를 불려왔다. 남들보다 더 배운 지식을 가지고 세상을 이롭게 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영달만을 위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잘 사는 세상을 보며 우리네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모난 삶을 살면 안 된다고 말했고, 중간만 하면 된다고 했으며, 원래 세상은 다 그런거라고 패배주의를 가르쳐왔다.

이제 그런 비극의 고리를 끊을 때다. 사람들은 예전보다 많이 배웠고, 정보는 더 빨리 퍼지며, 소위 전문가와 일반인의 경계는 매우 얇아졌다. 우리 모두는 황우석 사태 때 줄기세포의 전문가였으며, 촛불시위 때는 광우병 전문가였으며, 김연아 경기 때는 피겨스케이팅 전문가였지 않았던가.

부역자들의 이후를 꼭 지켜보자. 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우리들의 사소하지만 끈질긴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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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휴심정 2013. 01. 27
조회수 398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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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 등장하는 동자승이 개구리와 놀고 있다. 사계절의 순환과 ‘윤회’를 소재로 한 이 영화 속에서 개구리의 몸에 돌을 묶는 동자승은 자신도 모르게 죄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된다.

[토요판] 김형태 변호사의 비망록
<28> 그때 그 사람들

동지 지나 1월 말이 되니 햇살이 확연하게 맑고 밝다. 수은주는 영하 10도를 밑돌아도 목련 꽃눈이 제법 커졌다. 겨우내 하얗게 눈으로 덮여 있던 마당가 국화도 그 눈구덩이 아래서 어느새 파란 싹들을 빼꼼히 올리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이다.

 

엊그제 황인철 변호사 가신 지 20년째 되는 날, 묘소에 사람들이 추모하러 모였다. 이석태, 나, 조용환 세 사람이 덕수합동법률사무소에 몸담게 된 건 당신의 몇 차례에 걸친 권유 덕이었다.

 

산속이라 추위가 제법 매서웠다. 우리가 변론했던 임수경의 어머니가 20여년 만에 보는 조 변호사에게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아유, 그 이뻤던 변호사님이 이젠 나이가 들었네” 이러는 거였다.

 

 

다시 한번 ‘땅을 넘어 극락 가소’

 

그랬다. 황 변호사 가실 때 나이보다 우리 나이가 훨씬 더 많다. 황 변호사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갔고, 이제 우리도 가을이 지나간다.

 

김기덕 감독 영화가 생각난다. 동자승 녀석이 물속 개구리며 뱀을 실에 묶어 잔돌을 매달아 놓는다. 앞으로 나가보려고 발버둥쳐 보지만 얼마간 안간힘을 쓰다가 죽어버렸다. 그 녀석은 커서, 정을 통한 젊은 처자 쫓아 속세로 가서 살인까지 하고 저 스스로 묶어놓은 돌에 발버둥쳤다. 그리고 되돌아와 중노릇하면서 엄마 잃은 아이를 동자승으로 키우는데, 그 녀석이 또 똑같이 개구리를 돌로 묶는다. 중은 스스로 맷돌을 허리에 매고 끌고 절 뒤에 있는 겨울산을 죽을힘을 다해 오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렇게 삶의 수레바퀴가 끝없이 굴러가는 동안, 이 세상은 좀 좋아져 가고 있는 걸까.

 

지난 일 년, 글 쓰며 만났던 이들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6·25 때 인민군 소위로 참전했다가 지리산에서 붙잡혀 36년 감옥살이하다 나온 장기수 노인의 마지막 유서에 다시 마음이 아프다. “본인은 1990년 11월21일 4시10분을 기해 세상을 하직합니다. 당과 조국 앞에 무수한 과오를 범했고 앞으로도 씻을 길 없어 부득이 이 길을 택합니다. 일편단심 자기 사상을 고수했을 뿐 이 세상에 왔다가 아무런 한 것도 없이 흐린 자취만 남기고 말았습니다.”

 

 

통영 앞바다에서 목맨 노인부터
용산 남일당 철거민들까지
지난 1년 동안 글 쓰며 만났던
이 모든 일들이며 사람들이
김기덕의 영화, 바로 그것이다

 

 

동자승이 돌을 매단 개구리는
버둥거리다 죽어버렸다
그 동자승도 커서 살인하고
스스로 매단 돌에 버둥거린
그리고 또 다른 동자승이…
이렇게 삶의 수레바퀴가
끝없이 굴러가는 동안
세상은 좀 좋아지고 있는 걸까

 

 

 

전쟁이 없었다면 고향 평안북도 용천에서 참한 여자 만나 아들딸 낳고 평안한 일생을 보냈을 건데. 장가도 못 가고 평생을 감옥에서만 보낸 그가 도대체 무슨 ‘당과 조국 앞에 무수한 과오’를 범했다는 건가. 많이 가진 사람, 없는 사람 차별 없이 평등한 사회주의 세상을 꿈꾼 게 무슨 큰 죄라고, 북녘땅 고향에도 못 가보고 세상천지 아는 이 하나 없는 저 머나먼 남쪽 끝 한산도에서 통영 앞바다를 바라보며 소나무에 목을 맨 건가.

 

남쪽의 많은 이들이 지금도 이 노인 얘기를 들으면 지독한 빨갱이라며 저주를 퍼부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정반대 일이 저 북녘에서도 벌어졌겠다.

 

안양 병원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박창수. 그는 나를 볼 때마다 이랬다. “변호사님, 제 처 좀 잘 돌보아 주이소.”

 

돈 벌러 이 땅에 왔다가 살인 누명 쓰고 감옥살이만 실컷 하고, 그래도 목숨이라도 건져 돌아간 게 천만다행인 커다란 눈망울의 스물세살 파키스탄 노동자 아미르 자밀.

 

공안기관에 쫓기다 거문도 바다에 시신으로 떠오른 중앙대생 이내창이며, 여수 돌산도 바위굴 속에서 목맨 채 발견된 가스 배달 청년 신호수. 그들의 죽음은 아직도 의문사다. 다시 한번 씻김굿을 한다.

 

“오늘 불쌍한 이씨, 신씨, 두 망자 씨가 꽃을 받고서 극락 가고 꽃을 받고서 세왕 가고 왕생극락 가시시고 청춘 상을 가시시고. 꽃은 꺾어서 머리 꽂고 잎은 띄어 채견 보고 왕생극락 가자세라. 땅을 넘어 극락 가고 땅을 넘어 세왕 가소.”

 

 

다음 생애에선 좀 덜 구차하게 살 수 있을까

 

젊은 처자들 보성 앞바다에 삿대로 밀어 넣은 칠십대 어부 노인은 힘이 장사였다. “아가씨, 나는 작년부터 관계를 못하는데 아가씨 유방이라도 단도리 해버려야 돼요.” “얘들이 운이 없었고 불쌍혀. 나와 니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팔자를 타고났나벼.” 청춘 넷을 바다에 밀어 넣은 이 이상하고 괴기스런 노인도 ‘존엄하다’고 헌법에 씌어 있으니 우리는 어쩔 건가.

 

치과의사 처와 한살짜리 딸 잃고 그 살인범으로 몰려 오랜 세월 사형과 무죄, 천당과 지옥 사이를 수없이 오고 간 남자며, 겨울비와 안개 스멀대던 양평 모곡유원지 인적 끊긴 깊은 산속 임도에서 그만 삶이 무너져내린 여자.

 

그날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은 다 죽었다. 땅에 산 채로 묻혀, 혹은 사형장에서, 그리고 여자는 긴 감옥살이 마치고 나와 문학을 공부하다 시골 병실에서 암으로.

 

그 여자가 감옥에서 보내온 “절망”이란 시를 다시 읽어본다.

 

“이 구차한 삶이여. 그때 그냥 죽었어야 할 것을. 강도 짓 하는 데 공모하여 망을 보고 일가족을 무참히 죽였노라고 인정하므로 나도 그들처럼 사형당해 죽었어야 할 것을. 아, 그리운 평범이여. 스물일곱의 평범함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꽃잎의 떨림에도 가슴 팔랑이던 소녀에서 모성으로 성숙되는 여인의 평범함으로 그렇게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래 돌아라. 끊임없이 돌아라. 윤회의 삶이여. 누명은 누명인 채로, 절망은 절망인 채로, 가슴에 품자. 품어서 소멸될 업이라면 한 없이 품어서 내생에는 지독히도 평범한 구차하지 않은, 아니 적당히만 구차한 삶으로 살고 싶다.”

 

새로 맞은 어느 생에서 여자는 적당히만 구차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즐겨 읽던 공동경비구역(JSA) 소대장 김훈 중위. 그 젊은 죽음의 원인을 덮은 가장 큰 책임은 미군에게 있다. 미군은 지금이라도 그 진실을 밝혀야 하리.

 

중정 마당에서 머리에 피 흘린 주검으로 발견된 최종길 교수의 수사관은 지금도 이리 발뺌을 한다. “제가 최 교수를 지키는 사람입니까?”

 

착한 교도관의 배려로 서대문구치소 마당을 가로질러 가던 남편에게 등에 업힌 딸 얼굴만 겨우 보이고 돌아선 ‘세상에서 가장 짧은 영원한 만남’. ‘인혁당’ 사건의 이수병이 던진 딱 두 마디 말. “어, 많이 컸네. 많이 컸네.”

 

어느 만화가가 이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렸다. 작년 추석 시집간 딸이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이 만화를 보고는 눈물을 글썽이더니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어린애 둘러업은 채 감옥 마당에서 한마디 말도 못 건네 보고, 남편과 영원한 만남, 아니, 영원한 이별을 했던 이수병의 처 나이가 지금 내 딸 나이다.

 

이헌치가 보안사 감방에서 생과 사를 오가고 있을 때 같이 붙들려 간 엄마 뱃속에 있던 아들은 15년 만에 처음 아버지 품에 안겼다.

 

저 죽을 구덩이 제 손으로 파고, 조금 뒤 제가 그 구덩이에서 총살되어 묻힐 줄도 모르고 웃고 있는 시골 촌부 보도연맹원들. 그 자손들은 오늘도 재판에서 희생 사실을 인정받지 못할까 애타하며 법원을 드나들고 있다.

 

그리고 숱한 재개발지역 철거민들, 활활 불타오르며 쓰러져 가는 용산 남일당 망루….

 

이 모든 일들이며 사람들이 영락없이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그것이다. 동자승의 개구리 같고, 맷돌 등에 지고 끌고 산을 오르는, 그 동자승이 자라난 중 같다.

 

 

나와 너가 따로 없다, 사건이 있을 뿐

 

세상은 좋아질 수 있을까.

 

온갖 지혜와 복덕, 원력과 자비, 신통과 위신력을 갖추신, 무한히 크고 반듯하고 너르신 부처님(大方廣佛)이 오셨어도, 하느님과 일체이신 성자 예수님이 오셨어도, 수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세상은 바뀐 게 없다.

 

돌, 나무, 돼지, 사람. 이 사람, 저 사람, 그 사람… 세상 만물이 저마다 개체로 존재하는 한, 그래서 개체가 서로 다르고 개체가 자기를 유지하고 재생산하려 하는 한, 피할 수 없는 게 개체 사이의 충돌이다. 저마다 이해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 밤이면 별빛 쏟아져 내리는 사막에 은둔하며 하느님을 묵상하는 수도승도, 히말라야 설산 토굴 속에 앉아 주관과 객관의 차별이 사라지는 ‘비상 비비상처 삼매’(非想 非非想處 三昧)에 든 수행자도 하다못해 풀이나 낟알이라도 먹어야 사는 법. 하지만 풀이나 곡식이 어디 수행자한테 먹히려고 생겨난 건 아니다. 그것도 생명인데 남의 생명 먹고 그 수도자 ‘개체’가 어디 높은 ‘경지’에 이른다는 건 좀 그렇다.

 

수행자와 낟알은 서로 이해가 부딪친다. ‘빨갱이’와 ‘보수반동’이 이해가 충돌하듯이. 이내창과 그를 쫓는 공안 수사관이 생각이 다르듯이.

 

그런데 따지고 보면 세상 만물이 변하지 않고 다른 것과 독립하여 저 혼자 개체로 존재하는 건 없다. ‘나’라는 게 아버지 어머니가 만나 유전자를 나눔으로써 비로소 이런 성격과 생각, 몸이 합성된 것이니 어머니가 다른 남자를 만났다면 지금의 ‘나’는 없다. 인류의 유전자 풀에서 일시적으로 ‘나’란 조합이 생겨난 거고 판사도 사형수도 그렇다. 돼지고기 먹고 내 살이 되고, 내 살 썩어 풀의 거름이 되었다가 염소가 뜯어 먹고 그 염소를 사람이 잡아먹는다.

 

생각도 본래 내 것이란 없다. 유전자 특성에다 그간 남들이 이루어 놓은 지식과 내가 특정한 환경에서 겪은 경험이 합해져 잠시 ‘내 생각’이 되었다.

 

우리의 개념, 언어란 게 본래 어떤 순간만을 포착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게 서로서로를 구성하고 영향을 주며 변해가는 걸 잡아내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개체가 있다거나 없다거나 둘 중 하나로 표현한다. 있다 없다는 표현은 개체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만물은 이합집산하며 변해가므로 어떤 ‘개체’란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 그저 만물의 끊임없는 이합집산인 흐름, 사건이 있을 뿐.

 

그래서 만물은 하나다.

 

성서에서는 이걸 모든 게 하느님의 피조물이라고, 화엄경에선 모든 존재가 비로자나 부처님의 나타나심 아닌 게 없다고 했다.

 

현대 과학은 40억년 전 최초 한 개의 세포가 만들어져 이게 진화하면서 이 무수한 생명체들을 만들었다고 한다.

 

150억년 전으로 거스르면 생물이나 무생물이나, 저 수많은 창공의 별이나 산 위의 바위며, 푸른 숲, 바다가 단 하나의 점, 크기는 없고 질량만 있는 하나의 점이었다.

 

세상 만물이 모여 그저 잠시 동안 나라는 개체로, 너라는 개체로 몸을 입고, 그 몸인 뇌 신경세포들의 창발적 활동으로 생각도 하고 아름다움도 느낀다.

 

어제 빨갱이의 아들이 오늘 보수 반동이요, 오늘 사형수의 아들이 내일 성철 스님이다.

 

우리 스승들이 그러셨듯이, 그저 이 한세상 살면서 나와 이웃들이 이런 이치를 깨달아 알 수 있도록 서로서로 도와줄 일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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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변호사의 비망록은 이번주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다음주에는 김형태, 금태섭 변호사의 ‘비망록을 말하다’ 대담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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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의 죽음, '15만 볼트' 탑에 오른 사람들

[포토] 쌍용차 희망버스…"박근혜 당선인, 국정조사 약속 지켜라"

최형락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1-27 오후 3:40:41

 

쌍용차 철탑 농성 68일째인 26일 '쌍용차로 향하는 희망버스'가 시동을 걸었다. 참가자들은 국정조사 실시, 해고자 전원 복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평택역에서 결의대회를 하고 철탑까지 행진해 문화제를 열었다.

지난해 11월 20일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문기주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직 수석부회장과 함께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15만 볼트의 전기가 흐르는 송전탑에 올랐다. 이번 희망버스는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쌍용차범국민대책위원회가 마련했다.

서울 대한문에서 출발한 희망버스는 2시간 만인 오후 3시 평택역에 닿았다. 추운 날씨에도 500여 명이 모였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을 비롯해 민주통합당 한명숙·인재근·김현미·은수미 의원,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 통합진보당 김제남 의원, 용산참사 유가족인 전재숙 씨 등이 모습을 보였고, 각지에서 모인 일반 시민과 민주노총 조합원, 학생,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심상정 의원은 "국정조사는 MB 정부와 새누리당에 의해 꿈을 거세당한 이 땅의 고통들을 바로잡기 위한 출발"이라고 말했다. 은수미 의원도 "쌍용차의 회계 조작과 부당 해고 등 어느 하나 밝혀지지 않았다"며 "국정조사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균 지부장은 전화 통화를 통해 "동료들의 죽음은 가혹한 시간이었다. 죽지 않고 싸우고 싶었다. 진실과 정의가 승리할 수 있음을 확인시키고 싶었다"며 송전탑에 오른 심경을 밝힌 뒤, "국정조사는 시작일 뿐"이라며 강경한 투쟁 의지를 보였다.
 

 

▲ 대선 전 새누리당은 쌍용차 국정조사를 약속했지만 대선 이후 입장을 바꿨다. ⓒ프레시안(최형락)

 

▲ 26일 평택역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있는 희망버스 참가자들 ⓒ프레시안(최형락)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오후 4시를 넘겨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며 평택 시내를 행진했다. 철탑으로 향하기 전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 사무실을 찾아 국정조사 반대를 규탄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대선 전 쌍용차 국정조사를 약속했지만 대선 이후 회사 측이 기업노조와 3월 1일부터 무급 휴직자를 복귀시키기로 결정한 것을 이유로 돌연 반대 입장으로 선회했다. 지난 10일 이한구 원내대표는 범대위를 찾아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정조사 요구를 거둬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영하의 날씨에 2시간을 행진해 철탑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가족대책위가 마련한 저녁을 먹고 6시 30분부터 '한 그리움이 또 다른 그리움에게'라는 제목으로 송전탑 희망 콘서트를 열었다. 노종면 YTN 해직기자가 사회를 맡았고 가수 손병휘, 소름, 바닥소리, 백자, 레드로 등이 무대에 올랐다. 시인 정회성 씨가 '그리움이 또 다른 그리움에게'라는 시를 낭독했고 쌍용차 노조는 합창으로 답했다.

희망버스는 한진중공업 사태 당시 김진숙 씨의 크레인 고공 농성과 맞물려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새로운 연대의 형태가 4년 동안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쌍용차 사태에 어떤 흐름을 만들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날 울산 현대차 철탑 농성 100일(24일)을 맞아 서울에서 출발한 희망버스는 쌍용차 철탑에 들러 미리 준비한 희망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 참가자들은 평택역에서 쌍용차 본사 앞 송전탑까지 약 6킬로미터를 행진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송전탑에 올라간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오른쪽)과 문기주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직 수석부회장 ⓒ프레시안(최형락)

 

▲ 송전탑 아래에는 경찰이 상주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노래하는 가수 백자 ⓒ프레시안(최형락)

 

▲ 영하 8도를 밑도는 추운 날씨 속에 곳곳에서 장작불이 피어올랐다. ⓒ프레시안(최형락)

 

▲ 송전탑 위의 고공 농성장이 마치 언제 철거될지 모르는 도심의 새집처럼 보인다. 언제쯤 아늑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멀리 수많은 집들이 보인다. ⓒ프레시안(최형락)
 
 
 

 

/최형락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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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식 '청와대 경호실'을 꿈꾸는 박근혜


 

 

 


박근혜 당선인은 현재 차관급의 대통령 경호처를 장관급 경호실로 승격시켰습니다.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25일 총리실과 대통령실 조직개편안을 통해 현재 대통령실 경호처를 경호실로 격상한다고 밝혔습니다.

경호처의 경호실 승격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대통령실 소속 경호처로 전환된 이후 5년 만에 이루어진 일입니다. 단순히 이명박 정부의 경호처를 경호실로 승격하는 점이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하지만, 박근혜 당선인의 청와대 경호실 승격은 많은 의문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의 청와대 경호실 승격이 가진 의미와 과거 박정희 정권의 경호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통해 진정한 청와대 경호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경찰청장보다 높아진 경호실장'

이번에 박근혜 당선인이 승격시킨 경호처는 원래 차관 직급이었습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때도 경호처가 아닌 경호실이었지만 경호실장으로는 대부분 차관급이 임명됐기 때문에 15년간은 차관급이 경호실을 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당선인은 그동안 이루어졌던 차관급 경호실을 장관급으로 바꾼 것입니다.

 

 

 



장관급의 경호실장이 임명된다면 현재 전 국민의 치안을 맡은 경찰청장보다 더 직급이 높아지게 됩니다. 현재 경찰청장은 차관급이기 때문입니다.

경호처의 수장이 장관급으로 임명되는 배경 중에서 유민봉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는 '경호처의 업무 과중에 대한 요구 사항을 당선인이 수용한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경호실 인원 충원 등 조직 확대에서는 '현재 큰 인원 증가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결국 '실질적인 인원이 보강되지 않아도 사기 측면에서 경호실 승격은 중요하다'고 밝힘으로 단순히'사기 측면'을 위해 경호실을 승격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호처가 대통령실에서 독립해 별도의 기관이 되면 경호실이 인사,조직,훈련 등의 독자적인 결정권을 행사하게 되는데, 이러면 경호실이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의 무소불위 '경호실'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박정희에게 여자를 대주던 경호실'

대통령 경호 업무는 처음에는 경무대(지금의 청와대) 경찰서가 설치돼서 담당했으나, 1960년 제2공화국에 들어서는 경무대가 청와대로 명칭이 바뀌어 경무대 경찰서가 폐지되고 청와대 경찰관 파견대가 설치되어 청와대 경비와 대통령 경호를 맡게 됩니다.

그 후 5.16쿠테타에 성공한 박정희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1963년에 법률 제1507호로 '대통령경호실법'이 제정되어 청와대 내에 경호실이 정식발족하여 대통령 경호업무를 맡게 됩니다.

 

 

 

 

 


박정희 정권에서 대통령 경호실장을 역임했던 사람은 세 명입니다. 그중에서 초대 홍종철은 단 5개월만 근무했고, 나머지는 박종규가 10년 3개월을 차지철이 5년 2개월 동안 대통령 경호실장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10년 동안 박정희를 경호했던 박종규와 10.26 당시 박정희와 함께 사망한 차지철이 누구였는지를 살펴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5.16 당일 아침 서울시청 앞에서 쿠데타군의 사열을 받고 있는 박정희 소장. 왼쪽은 박종규, 오른쪽은 차지철

 


박종규와 차지철은 5.16쿠데타 당시 박정희 옆에서 그를 경호했던 인물들이었습니다. 쿠데타 성공 이후 박종규는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경호대장으로 차지철은 경호차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초대 홍종철 경호실장 이후 박종규는 육영수 여사 피격사건 이전까지 박정희의 경호를 맡았고, 차지철은 박종규가 육영수 여사 사망으로 사퇴하자, 곧바로 경호실장에 취임했습니다.

박정희가 쿠데타부터 자신을 경호해줬던 인물들을 경호실장에 임명했다는 사실은 자신이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했기에 자신 또한 쿠데타로 물러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호실장은 언제나 박정희를 따라다녔으며 최측근답게 박정희의 개인적인 활동(?)에도 충성을 다했습니다.

 

대통령 박정희에게 여자를 조달하는 일은 본래 경호실이 시작했다. 5·16쿠데타를 거사할 때부터 충직한 경호대장이던 박종규가 모든 것을 관장했다. 박은 각하의 심기관리에서부터 술자리까지 챙겼다. 군대에서 부관이나 전령병이 지휘관을 잘못 모시면 전체 분위기가 썰렁해진다는 말은 금언에 속한다. 그런 군사문화에 젖은 경호실장 박종규는 각하의 심기관리를 최우선 업무로 삼았다.

박정희의 술과 여자는 많은 비화를 남겼다. 70년대 초 어느날 대통령부인 육영수 여사를 면담한 어느 여성은 육여사의 얼굴에 멍이 든 것을 본다. 소문은 퍼지고 청와대출입기자들이 그 배경을 취재했다. 부부싸움을 하다가 박정희가 재떨이를 던졌다느니 손찌검을 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한 기자가 직접 박정희에게 물었다.

『영부인 얼굴에 멍이 들었던데, 부부싸움을 하신 겁니까?』

이 말에 대통령은 몹시 어색한 얼굴로 헛기침만 했다.

『어허, 음, 흠…』

부부싸움은 대통령의 주색 때문이었다.

육여사는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온갖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게 해주는 경호실장 박종규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육여사는 박종규 거세계획에 착수한다. 이 계획에 동원된 사람이 당시 청와대 사정담당 수석비서관 홍종철이었다. 육여사는 홍종철을 은밀히 불러 박종규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 눈물을 글썽이며 규탄했다.

『내가 이 사람을 더 이상은 각하 곁에 놓아둘 수 없습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이래서 홍종철은 극비리에 박종규 비리조사에 착수한다. 본인과 형제 친척들의 이권개입과 인사청탁 여부에서부터 사생활 비리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일이 막강한 경호실 안테나에 안 걸릴 리가 없었다. 박종규의 귀에 사정수석실이 자신의 비리에 대해 내사하고 있으며 홍종철이 직접 지휘한다는 정보가 들어갔다. 박종규는 흥분했다. 그는 경호실에 있던 엽총을 집어들고 홍종철의 방에 뛰어 들어갔다.

『야, 이 새끼야, 네가 내 뒷조사를 하고 다니냐』

박종규는 분에 못이겨 엽총 방아쇠를 당기고 말았다. 그러나 총구는 천장을 향해 있었다. 그가 냅다 갈긴 엽총 탄알은 홍종철의 머리 위 천장에 맞고 튀었다. 홍종철은 박종규 앞에서 기를 펴지 못했다. 경호실장은 박정희의 분신으로 누가 무슨 보고를 해도 경호사고가 나지 않는 한 문책인사 대상이 아니었다.

이 사건 후 대통령의 채홍사 일이 경호실에서 중앙정보부로 옮겨졌다. 술자리 마련과 여자 조달하는 일을 청와대에서 한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날이면 큰 낭패라는 생각에서 그 일을 비밀 공작수행기관인 중정으로 떠넘긴 것이다. 청와대는 출입기자들이 있는데다 공식적인 방문객도 많아 비밀스러운 일이 노출될 위험이 컸다. 어느 모로 보나 그 일을 맡기엔 중정이 안성맞춤이었다. 국가기밀이라는 허울좋은 베일 뒤에서 각하의 술과 여자가 난무하게 된 것이다

송문홍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비서실장과 중앙정보부장, 여당 총재 등을 향해 견제의 칼날을 겨누었던 박정희이지만 유독 경호실장이었던 박종규와 차지철만큼은 신뢰를했고, 이들은 그런 신뢰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박정희를 향해 개인적인 취향까지 고려한 충성을 다했습니다.

 

 

▲ 경복궁 연병장에서 열린 국기하강식 행사에서 고위공직자,재벌 총수, 현역 장군들의 사열을 받았던 차지철

 


차지철은 육사에 지원했으나 떨어진 이후 포병 간부후보생으로 군에 입문했다가 제1공수특전단 중대장 신분으로 5.16쿠데타에 참여했습니다. 1963년 박정희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육군 중령 진급과 동시에 박정희의 밀지(?)를 받고 공화당 국회의원으로 활약했는데, 별을 달지 못하고 전역했던 한이 있었는지, 현역 장군을 경호실 차장에 임명하여 사열 받는 것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박종규는 1980년 51.7 비상계엄전국확대조치 이후 김종필,이후락 등과 함께 권력형 부정축재자로 지목되어 정계에서 은퇴했는데, 이때 계엄사령부 발표에 의하면 부정축재액은 77억 3,342만 원 이었습니다. 경남대학교 재단 이사장으로 있다가 학생들의 반발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그의 동생이었던 36세 박재규에게 이사장 자리를 물려주기도 했습니다.

박정희는 경호실장들의 충성에 대한 대가로 막대한 권력을 하사했고, 이들은 그런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며 숨어있는 2인자의 파워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 박정희를 죽였던 김재규, 그 원인의 시작은 최태민?'

박정희를 죽였던 김재규가 차지철과 앙숙이었던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이 앙숙이 됐던 원인 중의 하나가 '새마음 봉사단'의 최태민 때문이라고 김계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박정희와 박근혜, 그리고 최태민이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계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차지철과 김재철이 앙숙이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그게 이제.... 차지철하고 김재규가 최태민(1994년 사망. 전 육영재단 고문이사) 때문에 많이 싸웠습니다. 최태민 아시죠? 다른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두 사람이 싸운 것 나중에 보면 최태민 때문이다. 차지철이 최태민을 앞세우고 박근혜 양을 너무 업고 다니니까. 그러면 김재규가 ‘그러지 마라. 그러면 안된다’ 그러거든? 근혜양은 어머니는 없고 외로운 그런 때인데.... 근혜양은 자기가 퍼스트레이디로 활동해야 하는데 주위 사람들이 왜 자꾸 나서서 그러느냐, 이런 소리가 나오니까 이 소리가 최태민을 통해 많이 들어가거든요. 최태민이 근혜양 앞에서 자꾸 알랑거리면서. 그러니까 근혜양을 어렵게 만든 놈이 다 최태민이야! 그래서 저놈을 때려 잡아라, 그래 가지고 박 대통령이 최태민을 데려다 야단친 일이 있죠.” (205년 11월 중아일보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차지철은 경호실장이었지만 매일 아침 대통령 비서실장보다 먼저 대통령을 만나 주요 시국 현안을 보고하고 관계기관에 대통령의 뜻(?)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는 차지철이 잘못된 정보를 통해 박정희 대통령을 잘못 보좌한다고 생각했고, 이런 갈등이 10.26을 일으킨 하나의 계기로 볼 수있습니다.

최태민과 박근혜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최태민이 박근혜라는 권력을 등에 업고 부정을 저질렀다는 사실인데, 그런 문제점이 경호실장에 의해 차단되기도 하고, 경호실장에 의해 사태가 더 악화했다는 점입니다.

김재규의 박정희 저격이 단순히 차지철과의 앙숙 때문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결국 청와대 경호실장이 가진 권력의 폐해가 분명 있었음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진실이었습니다.

' 청와대 경호실의 권력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 경호실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호실장이 군 출신이 도맡아 하면서 군인사 임명이나 안보 등의 정책에 적극 개입하기도 했다는 점입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김영삼 정권이 들어서면서 민간인으로는 처음 박상범씨를 청와대 경호실장에 임명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경호실은 박정희 정권을 거치면서 엄청난 권력기관으로 부상했었는데, 그들이 얼마나 막강 권력을 유지했는지는 끊임없이 불거지는 '청와대 경호실 사칭' 사건입니다.
 

 

▲청와대 경호실 사칭 사건을 보도했던 1973년 동아일보와 청와대 경호처 직원 사칭 제보 안내문.

 


1973년 청와대는 8개월 동안 청와대 경호실 등을 사칭해 금품을 받았던 54명을 고발 조치했다고 발표합니다. 이렇게 청와대 경호실 직원을 사칭하는 사건은 계속해서 일어났는데, 이는 청와대 경호실 직원이라는 그 자체가 권력자 측근으로 일반 국민에게 두려움과 특혜를 받을 수 있는 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알려주는 것입니다.

지금도 청와대 경호실 직원을 사칭하는 일이 종종있는데, 그런 단순한 사칭 이외에 박정희 시대의 경호실 인맥이라는 이유만으로 '특혜주'로 인식되는 일도 있습니다.
 

 

▲주식투자 카페에 올라와 있는 '박근혜 수혜주' 관련 뉴스와 글.

 


대선 전에 정치인 테마주들이 급등하기 시작하기도 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능률교육 테마주였습니다. 그 이유가 능률교육 최대 주주가 '한국야쿠르트 윤덕병 회장'이고 그가 5.16당시 박정희의 경호실장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수십 년 전 경호실장 출신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박근혜 수혜주'라는 말이 나도는 모습을 보면 청와대 경호실이 어떻게 대한민국 사회에서 인식되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진짜 청와대 경호실의 문제점은 승격이 아닌 경호'

청와대 경호처의 경호실 승격보다 더 중요한 것은 효율적인 대통령 경호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 마련에 있습니다. 현재 청와대는 경호관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많은 구조입니다.
 

 

▲ 청와대 외부와 내부 모습,백악관 웨스트윙 구조,이미지출처:연합.청와대,한겨레

 


청와대 외부는 청기와가 깔린 팔작지붕의 경사가 너무 가팔라서, 한겨울에 쌓인 눈이 녹으면 순찰 중이던 경호실 요원들이 다치는 등의 사고가 있는 등 대통령을 효과적으로 경호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특히 내부를 보면 동선이 너무 길어 유사시 대통령을 보호할 수 있는 경호 구조가 아닙니다. 이에 반해 백악관은 수많은 방으로 이루어져 유사시 방으로 피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청와대 경호실 어려움의 근본대책은 경호처를 경호실로 승격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경호 형태로 청와대 외부와 내부를 변경하는 일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청와대 본관 구조변경을 검토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이런 비실용적인 측면 때문이었습니다.
 

 

▲청와대 구조, 이미지출처:한겨레

 


백악관 내부 사진을 보면 대통령과 비서,보좌관들의 집무실의 거리가 가까워서 수시로 비서관과 참모 회의가 열리지만, 청와대는 보좌관이나 행정관,비서관이 대통령과 허심탄회하게 말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참모들이 있는 위민관에서 대통령이 집무하는 본관까지 가려면 500미터 정도를 가야 하고, 이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경비초소를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청와대에 있는 대통령은 혼자서 집무실에 일하는 구조로 되어 있으며, 소수의 경호실 직원이나 비서 등을 제외하고는 사람을 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옛날 왕조시대 '구중궁궐'과 다를 바가 없다는 뜻입니다.
 

 

▲박근혜 후보의 '그날의 상처' 선거 광고. '죽음의 문턱'이라고 했지만, 법원은 면도칼 상해 살인미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박근혜 당선인의 경호실 승격을 두고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사망이나 자신의 면도날 테러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런 트라우마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호는 어떤 정신적인 충격 이전에 효과적인 경호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는 것이지, 경호관 인력 증가는 하지 않고 수장만 장관으로 임명한다고 경호체계가 더 강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대통령 경호를 맡고 있는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 약칭 SS)의 경호실장은 어떤 정치적 인사가 맡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통령 출신지의 SS 지부장이 발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정치적인 면으로 경호실을 운영하는 한국에 비해 철저히 효율적인 경호 업무를 전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박근혜 당선인이 경호원의 경호를 받고 있는 모습.출처:연합뉴스.

 


박근혜 당선인이 청와대에 있었던 시절, 많은 사람들이 최태민 문제를 거론했지만 결국 흐지부지 넘어갔습니다. 이는 박근혜 당선인이 자신을 믿는 사람을 끝까지 믿는 '신뢰'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문제가 있는 인사가 또다시 임명되거나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충성'이 우선적인 인사 임명의 원칙이라는 점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외부 공개를 최소화하는 박근혜 당선인의 스타일상 대통령과 함께하고 면담자도 모두 보고받는 대통령 경호실장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 있으며, 이는 아버지 박정희처럼 심복을 경호실장으로 임명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가뜩이나 혼자서 모든 일을 결정하고 발표하는 현재의 박근혜 당선인의 모습을 보면 '구중궁궐'에 갇혀있는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청와대 폐쇄성 때문에 집무실을 세종로 정부종합청사로 옮기려고 했고, 노무현 대통령도 청와대의 구조를 변경하려고 했습니다. 모두 무산됐지만, 이는 대통령이 적극적인 소통을 하겠다는 의지였습니다.

청와대에 들어가는 대통령 당선인이 소통보다는 자신의 철저한 경호부터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5년간은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보다는 '청와대에 갇혀 있는 대통령'을 볼 기회가 더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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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와 투기할 땅 알아보고 미성년 아들 명의로 구입”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1/27 11:05
  • 수정일
    2013/01/27 11:0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김용준, 판사 시절 부하직원과 땅투기 의혹
 
<채널A> “부하와 투기할 땅 알아보고 미성년 아들 명의로 구입”
 
정운현 기자 | 등록:2013-01-27 04:29:26 | 최종:2013-01-27 05:02:2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지난 24일 차기정부 첫 총리로 지명된 김용준 후보자(인수위원장)가 현직 판사시절 부하직원과 함께 경기도 안성의 땅을 둘러본 뒤 각자의 미성년자 아들 명의로 토지를 나눠 사들였다는 의혹이 새로 제기됐다. 김 후보자가 사익을 위해 부하직원을 동원했다는 비난과 함께 도덕성 문제를 두고 장차 큰 파문이 일 전망이다.

최근 재미 블로거 안치용 씨가 공개한 1993년 당시 김 후보자의 재산공개 내역에 따르면, 1967년생인 장남은 1974년 6월 25일 경기도 안성군 삼족면 배태리 산45-3번지의 임야 2만여 평을 취득했는데, 당시 시가로 1억6천300만원에 달한 것으로 나와 있다. 김 후보자는 경기도 안성에 특별한 연고도 없었다.
 

지난 93년 김용준 후보자의 재산공개 내역 가운데 부인과 자녀 부분. 파란색 상자 첫줄이 장남 명의의 경기도 안성 땅이며, 비고란의 '74.6.25' 매입일자로 추정된다.

 

26일 동아일보 종편 <채널A>에 따르면, 지난 1974년 김 후보자는 당시 자신의 밑에서 일하던 법원 직원 오 모씨와 함께 이 땅을 둘러본 뒤 각자 자신들의 아들 명의로 경기 안성의 땅을 사들였다. 당시 김 후보자의 아들은 7세, 오 씨의 아들은 12세였다.

오 모씨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김 후보자와의 관계에 대해 “법원에 있을 때 그 분이 판사했고, 나는 입회 서기했어요”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채널A>는 “판사(김 후보자)가 법원 직원과 함께 지방을 다니며 투자할 땅을 알아보고 각자의 미성년자 아들을 내세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오 씨는 이 땅을 9년 간 아들 명의로 갖고 있다가 투기 열풍이 한창이던 83년에 이 땅을 팔아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93년 당시 김 후보자 장남은 동생과 함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 1506-4번지의 대지 200평, 건평 100평 규모의 양옥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 재산은 19억8천700만원에 달했다.

<채널A>는 “사회정의에 앞장서야 했던 판사가 부하 직원을 동원해 사익을 챙긴 사실이 밝혀졌다”며 “공동 매입자와의 관계가 드러난 이상, 당시 토지 매매 과정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도덕성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용준 총리 후보자

 

한편, 민주통합당은 26일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아들들을 둘러싼 재산 및 병역 의혹에 대해 “빠른 시간 내에 소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현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아무래도 김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시각이 썩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다”며 “김 후보자는 자신의 두 아들을 둘러싼 재산증여와 군 면제 의혹 등에 대해 빠른 시간 내에 소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의 두 아들 모두 병역면제를 받았는데, 법무법인 넥서스에서 국제변호사로 활동 중인 장남 김현중 씨는 1989년 신장과 체중미달(당시 기준은 154㎝, 41㎏ 미만)로, 전경련에 재직중인 차남 역시 ‘통풍’으로 각각 1989년과 1994년에 군 면제를 받았다.

김 부대변인은 특히 “총리 후보자는 새 정부의 얼굴이나 마찬가지”라며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이라도 국민적 관심사가 된 만큼 서둘러 입장을 밝히는 것이 당연하다”고 거듭 빠른 소명을 촉구했다.

김 후보자는 대법관과 헌재 소장을 지낸 고위공직자 출신이지만 여태 인사청문회를 아직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미 제기된 의혹 외에도 오랜 공직생활 과정에서 의외의 의혹이나 논란거리가 불거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당에서는 판사 출신인 김 후보자의 시국사건 관련 판결을 주목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1957년 제9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한 김 후보자는 1960년 6월 판사로 임명돼 대구지방법원 판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서울가정법원장, 대법관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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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선택하라! YS의 '파국'이냐, DJ의 '평화'냐

[긴급 인터뷰] 정세현 "우리가 주도해 협상테이블 만들어야"

이재호 기자(정리)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1-25 오전 10:15:05

 

지난 22일(현지시간) 유엔(UN)에서 북한의 로켓 광명성 3호 발사를 규탄하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북한 외무성은 이례적으로 2시간 만에 성명을 발표해 9.19 공동성명은 사멸했고,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 관련 회담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다음 날에는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미국을 겨냥한 핵실험을 하겠다며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미국과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북핵문제 해결의 새로운 계기가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있던 차에 오히려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북핵 문제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현 원광대 총장)은 북한의 진짜 속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한의 이번 강경 발언들은 미국을 빨리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북미간의 통 큰 담판을 통해 평화협정 체결,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통해 북한에게 핵무기가 필요 없는 상황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라는 것이다. 또 북한에게 핵은 북미 관계정상화를 위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결정적 수단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제 막 오바마 2기 정부가 출범했고 차기 국무장관 내정자(존
케리 상원의원)가 의회 인준을 받지 못한 미국의 현재 사정으로는 북핵 문제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정 전 장관은 그래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강경한 발언에 침착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북한과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

정 전 장관은 특히 일각에서 우려하듯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가장 불리한 입장에 몰리는 것은 한국이 될 것이라며 한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핵실험 이후 북한은 일시적으로 국제적 비난을 받겠지만 이후에는 핵보유국이라는 위상을 내세워 협상력을 높일 수 있고, 미국은 북한의 핵위협을 빌미로 한국에 미사일방어망(MD) 참여를 요구하는 등 자신의 동아시아 군사전략을 펼칠 수 있으며, 일본 역시 북한을 이유로 평화헌법 개정과 군사대국화 등에 나설 수 있는 반면, 한국의 지역 내 발언권은 위축되고 안보를 위해 미국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정 전 장관은 결국 북핵 문제에 주도권을 쥐고 원활한 해결을 모색할 수 있고, 모색해야 하는 유일한 주체는 한국밖에 없다고 말하며 차기 정부가 차분하고 지혜롭게 이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인터뷰는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가 진행했다. 다음은 정세현 전 장관과의 인터뷰 주요 내용. <편집자>

 

▲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2087호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에서 안보리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AP=연합뉴스


안보리 결의안 2087호, 실효적 대북 제재 가능한가?

북핵 문제와 관련해 5번째로 발동된 안보리 결의안을 두고 이래저래 말들이 많지만 제가 볼 때는 지난번 1874호(2009년 6월)처럼 별 효과가 없을 것 같아요. 형식은 미국이 하자는 대로 '안보리 결의안'으로 했다고 하고 내용은 중국의 입장이 많이 반영되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결국 '솜방망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이번 결의안은 미·중 간 타협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결의안이 지난해 12월 12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무려 41일 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2009년 6월에 채택된 1874호 결의안은 핵실험 이후 보름여 만에 나왔는데 이번에는 두 배가 넘는 시간이 걸렸어요. 사실 맥빠진 결의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에 대해 우선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중국이 결의 내용 수준을 완화시키자고 주장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이는 곧 결의안에 담긴 대북 제재에 중국이 적극 동참 의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기존 결의안들의 내용과 그 이행 과정을 보면 중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제재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이번에도 실질적인 제재 효과는 별로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안보리 결의가 나오고 나서 2시간 만에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한반도에서 더는 비핵화 관련한 회담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강경한 자세를 취했습니다. 급기야는 24일 국방위원회가 "미국을 겨냥한 높은 수준의 핵실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에 이르렀죠. 그러자 이제 북한은 정말 대화의 문을 닫아버리고 3차 핵실험을 강행하려는 것이라는 전망들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북한이 비핵화 회담을 하지 않겠다, 미국을 겨냥한 핵실험을 진행할 것이다 등 연일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진짜 속내가 뭘까?

북한이 비핵화 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만 따로 떼서 논의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봅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논의하는 큰 회의의 일환으로 비핵화 논의를 하자는 거죠. 여기서 북한이 말하는 '평화와 안전을 논의하는 큰 회의'는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체제로의 전환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이건, 다른 말로 하면, 북·미 수교를 전제로 비핵화를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결국 북한은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이루고 싶은 것입니다.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하면 경제제재가 풀릴 수 있고 그러면 ADB(아시아개발은행), IBRD(세계은행) 등의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죠.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그 정도 규모의 자금이 있어야 북한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중국의 지원이나 협력, 남북협력 규모로는 북한경제 못 살립니다.

북한 입장에서 체제보장과 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수교가 필수적인데 이것을 한꺼번에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 핵과 미사일이라고 본 겁니다. 우리 상식으로는 위험하기도 하고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지만, 북한의 셈법으로는 가능한 일입니다. 남북협상 경험으로 보면 북한은 협상에서 셈법, 진법(進法)이 우리하고는 좀 달라요. 북한은 미국과 협상 접점만 생기면 그런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셈법이 미국과 협상에서 성과를 낸 적이 있습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북한의 필요를 한방에 해결해줄 수 있다고 판단해서 김일성 때인 1993년부터 선택한 핵 카드의 효용가치를 북한은 지금도 높이 보고 있는 거지요. 얘기하다 보니 북핵문제가 대두된 지 딱 20년 되었군요. 그동안 북한은 할아버지에서 손자로 정권이 세습되었지만 핵카드전략은 일관성을 유지해왔고, 미국과 한국에서는 정권교체 때마다 북핵 정책이 엎어졌다 뒤집어졌다 하면서 문제만 오히려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개발 중인 핵과 미사일은 미국에 대해 군사적으로 쓰려는 것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핵탄두의 개수나 미사일 사거리로 볼 때 게임이 안 되지 않아요? 그러면 뭐냐? 결국 관계정상화와 경제지원 획득을 위한 협상 수단이라고 봐야 합니다. 국방위 성명에서 밝힌 "미국을 겨냥한 핵실험을 하겠다"는 것도 결국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얼른 불러내려는 북한식 셈법에 입각한 메시지인거죠.

북미대화,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이제 문제는 북한과 미국이 과연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모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미국의 상황을 보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바마 정부의 가장 큰 과제는 북핵문제가 아닌 국내경제 문제이기 때문이죠.

물론 국내경제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그 다음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북핵문제인 것도 아닙니다. 미국 대외정책에서 1순위는 바로 중동문제입니다. 중동에서 대량 살상무기가 확산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죠.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아랍 국가들의 민주화, 그 다음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입니다. 심지어 동아시아에서도 대(對)중국정책이 대북정책보다 훨씬 더 중요하죠.

더구나 미국은 현재 오바마 2기 정부가 출범하면서 외교안보 라인을 교체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이러한 상황을 정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이런 인식에 실패해서 안보리 결의안까지 가게 된 것이 지난 2009년 5월의 핵실험 사례지요. 북한이 핵 실험을 감행했을 때가 오바마 1기 정부가 막 시작되던 때였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북핵문제 실무 최고책임자인 동아태차관보도 미 의회 인준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해버리니까 미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외에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정권교체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오바마 정부가 부시 정부의 북핵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관성(慣性)으로 대처하게 만든 건 북한입니다.

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가 미국 대외정책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것도 아니고 오바마 2기 행정부의 외교라인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에는 '비핵화'라는 큰 틀의 원칙만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문제가 터지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살피게 되어 있어요. 물어보는 것 까지는 아니라도 우리가 디테일까지 갖춘 전략을 가지고 소신있게 미국을 설득하면 우리말을 들을 겁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아 확실한 입장을 세워놓고 미국을 끌고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북핵문제가 미국에선 우선순위가 낮지만 우리에게는 절체절명의 문제 아닙니까? 우리에게는 죽고 사는 문제니까 미국에 "어찌 하오리까?"하고 물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전략전술을 구체적으로 세워서 미국을 설득하고 리드해 나가야 합니다. 앞으로 몇 달동안 북한이 2009년 오바마 정부 출범 초에 했던 것처럼 오바마 정부의 입지를 더 이상 어렵지 않게 한다면, 그리고 우리 정부가 상황을 주도하겠다는 의지와 책임감을 가지고 대처해 나간다면 오바마 2기 정부는 우리의 입장을 따라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전 부시 정부도, 처음에는 갖가지 대북압박만 추구했었지만, 우리가 확신을 갖고 미국을 설득하니까 결국 우리 입장을 따랐습니다. 2005년 9.19공동성명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북한과 미국을 설득해서 이끌어 낸 것입니다.
 

▲ 2011년 7월 미국을 방문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1부상(왼쪽)이 스티븐 보즈워스 당시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신화통신=뉴시스


그럼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미국을 설득해야 하느냐? 우리가 주도적으로 북·미간 협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내 경제문제 때문에도 그렇고 북핵문제의 낮은 중요도 때문에도 미국이 먼저 주도적으로 나서기 힘든 상황이니까 우리가 먼저 양쪽이 대화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이죠. 북한의 속내를 제대로 읽고 그에 맞는 대응을 우리가 미국에 주문하는 것입니다.

북한, 정말 3차 핵실험 강행할까?

북한의 3차 핵실험 여부는 미국과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만약 미국이 협상에 나선다면 북한은 3차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이 제재나 추진하거나 대화 가능성을 시사조차 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스스로 공언한 대로 핵실험을 강행할 겁니다. 그 사람들 잘 쓰는 표현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빈말을 하지 않는다"는. 언젠가는 협상국면이 오리라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때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지요. 결국 우리가 미국과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만약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핵실험 직후에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강력한 비난을 받게 되고 새 제재결의안도 통과되겠지만, 그것도 한때일 겁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북한의 핵 협상력만 커지게 되는 것이죠. 3차 핵실험 결과 핵무기의 경량화에 성공이라도 하는 날이면 북한의 몸값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겁니다.

미국은 어떨까?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핵실험까지 강행했다는 이유로 강력한 제재를 취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도 중국은 시늉만 할 겁니다. 그러면 미국의 대북정책도 힘이 빠지는 거죠. 그런데 냉철하게 따져보면 북한이 핵탄두 몇 개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은 사실 겁날 것 없습니다. 아직도 수천 개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는 미국이나 수백 개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북핵을 겁낼 건 없지 않아요? 좀 귀찮다고 할까? 불안한 정도일 뿐이지요. 또 평화헌법 9조 개정을 통해 자위대의 정규군화를 추진하고자 하는 일본은 북한의 핵실험이 헌법 개정에 좋은 구실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북핵능력 향상이 기정사실화되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미국에 안보를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러면 미사일 방어체제(MD) 구축이 불가피해질 겁니다. MD구축이 가시화되고 실제로 실행된다면 우리는 엄청난 국방비를 감당해야 할 겁니다. 복지? 중소기업 지원? 군사비에 밀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러한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북한 3차 핵실험으로 인하여 절대적으로 불리해지는 것은 우리밖에 없다는 겁니다. 미국은 어떤 점에서 MD를 비롯한 고가의 무기 시장이 넓어져서 좋고, 일본은 평화헌법 개정할 수 있어 좋고, 북한은 협상력을 높일 수 있어서 좋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북한의 3차 핵실험을 막아야 하는 것입니다.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북미 대화 여건을 조성해나가면서 핵 카드로 얻어내고자 하는 성과에 대한 전망을 미국이 북한에 주도록 하는 겁니다.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북핵 문제를 둘러싼 복잡한 상황 속에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가 이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선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발언에 대해서 '눈에는 눈' 식으로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입니다. 오히려 우리가 나서서 주도적으로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야 합니다.

다행히도 인수위에는 20년 전 1차 북핵문제가 대두된 이후 최근까지 북핵문제가 악화되고 풀려나가는 현장에서 많은 체험을 했던 윤병세 외교국방통일 분과위원 같은 분이 있습니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는 큰 틀을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테일을 아는 것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디테일을 알아야 큰 틀에서도 실수가 없기 때문이죠. 윤 위원을 비롯해 20년 전부터 북핵 문제 전개과정을 디테일까지 아는 분들이 연배로 보아 이제는 정책결정 축선 상에 포진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쪼록 경험을 가진 분들이 이번 문제를 슬기롭게, 그리고 주도적으로 풀어나가길 바랍니다. 미국한테 "어찌 하오리까?"하는 대신 "이렇게 해 나갑시다."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강조할 점이 있습니다. 적어도 인수위에서는 북한의 움직임에 너무 강경하게 대처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래야 새 정부가 출범해서 북한과 물밑 접촉을 비롯해 공식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을 씀으로써 새 정부가 임기 내내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북한에 대한 강경한 발언을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새 대통령 취임까지 앞으로 딱 한 달 남았습니다. 이 기간 동안 인수위가 북한에 '박근혜 정부는 우리랑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면 향후 북핵문제에서도 우리의 입지가 넓어지고 역할도 커질 것입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김정은 정권이 출범하면서 인민경제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지난번 로켓 발사나 이번 유엔 결의안에 대한 반응을 보면 선군정치가 전혀 안 바뀐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북한에서 핵이나 미사일이 군사용인지 대미 협상용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에서 미국본토까지 날아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만들었다고 칩시다. 그리고 핵탄두를 실어 이걸로 정말 미국을 공격한다고 하면 북한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북한이 아무리 벼랑 끝 전술을 쓴다고 해도 미국과 그런 자살적 전쟁을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에 있어 핵이나 미사일은 대미 군사용이라기 보다는
협박 수단 또는 협상수단이라고 보아야겠지요. 협상수단이라고 할 때 그럼 미국으로부터 뭘 얻어내려는 것인가? 역시 체제인정과 경제지원을 노리는 거지요. 김정은이 인민생활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정권을 안정시키려면 외부로부터의 수혈(輸血)이 필요합니다. 아니 절실합니다. 그점에 있어서는 김정일보다 김정은이 더 급박합니다. 그런데 중국으로부터 더는 큰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고, 남한으로부터 설사 뭐가 온다고 하더라도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걸 북한도 알고 있다고 봅니다. 결국, 북한은 큰 덩어리를 보장할 수 있는 미국과 빅딜(Big Deal)을 하려는 목적으로 군사적 의미가 있는 협상카드로서 미사일과 핵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거지요.

김정은 북한은 선군정치보다 인민생활 향상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봅니다. 이번 일로 기대를 불러일으켰던 인민생활 향상 노력이 중단되고 대신 선군정치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겁니다. 군 경험이 없는 최룡해가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되고, 선군정치 시대에 고속승진한 리영호 참모총장이 경질되면서 선군정치는 이미 김정은 북한의
브랜드가 아니었습니다.

 
 
 

 

/이재호 기자(정리)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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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중국과 핵실험 문제 놓고 정면충돌' 사실일까?

북한, '중국과 핵실험 문제 놓고 정면충돌' 사실일까?
[미디어비평] 원하는 것만 골라 왜곡 확대하는 보수 언론의 여전한 추태

(서프라이즈 / 뉴요코리안 / 2013-01-26)

 

최근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 발표와 관련하여 한국의 언론들에는 여러 기사이 쏟아지고 있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에도 추가적인 핵실험 강행을 발표했다는 기사에서부터 한국이 이번 결의에 동참한다면 물리적 타격도 불사할 것이라는 것까지 실로 한반도의 일촉즉발 대결 위험성을 알리는 기사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한반도의 급변하는 상황과 관련하여 중국마저도 북한의 핵실험을 극력(?)반대하고 있으며, 당 기관지를 통해서 북한이 추가적인 핵실험을 할 경우 즉각 원조를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보도는 사실일까?


동아, 조선 등 보수 언론, 중국 입장 왜곡에 앞장서…

우선 26일(이하 한국시각) 자 <동아일보>는 '북, "중마저 등 돌리나" 삿대질…핵집착 심해져'라는 제목과 함께 '북 vs 중… 핵실험 좌충우돌… 한-미 협박하고 중과도 충돌'했다는 부제를 달아서 기사를 내 보냈다.

<동아일보>는 이 기사에서 "김정은(북한 노동당 제1비서)이 사면초가를 자초하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이후 북한과 중국의 이례적인 갈등 양상을 지켜보는 한국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의 반응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북한이 결의에 찬성한 중국에 서운함을 느끼는 것은 이해되지만 대립 전선을 중국에까지 확대하는 모양새는 전략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중국 시진핑(習近平) 체제와의 첫 관계 설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라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 핵실험 관련 중국 입장을 보도하는 <동아일보> 1월 26일 자. ⓒ <동아일보> 인터넷 갈무리

이 기사는 그래픽 이미지까지 동원하여 북한이 한, 미, 중 연합국(?)으로부터 고립하여 핵실험을 추진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중국과 북한이 핵 실험 문제를 놓고 삿대질(?)까지 오갈 정도로 대립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분석 기사이다. 그러나 이 기사 내용 어디에도 제목으로 뽑은 삿대질과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

이 분석 기사의 근간이 된 같은 날짜 '김정은 대 시진핑 '핵충돌''이라는 제목의 보도 기사에서 <동아일보>는 "중국은 3차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잇달아 보내고 있다. 양국의 새 권력인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 간의 샅바 싸움이란 분석이 나온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런민일보의 자매지인 환추(環球)시보는 한 발 더 나갔다. 이 신문은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하면 (대북) 지원을 줄이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같은 날짜의 보도 기사에서 '중 "북이 핵실험 하면 주저 없이 원조 줄일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25일 "북한이 새 핵실험을 하거나 '위성(장거리 로켓)'을 또 발사한다면 중국은 주저하지 않고 대북 원조를 줄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일경제, 한겨레 등 여타 신문마저도 사설 취지와 동떨어진 내용 보도

이 같은 내용은 <매일경제신문>도 같은 날 보도 기사에서 중국 '`엄중경고` "북 3차 핵실험하면 곧바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은 북한이 향후 핵실험을 계속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대북 원조를 줄일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중국 일간지 환추스바오는 25일 사설을 통해 "북한이 핵 실험의 수준을 높이거나 다시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중국은 즉각 망설임 없이 대북 원조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한겨레> 신문마저도 '중 환구시보 "북 핵실험땐 지원 중단해야"'라는 제목으로 중국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북한이 향후 핵실험을 하면 대북지원을 지체없이 멈춰야 한다"며 북한을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신문은 "특히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원하지만 한•미•일•북의 요구를 모두 맞출 수 있는 묘수가 없다. 중국은 철저히 국익 차원에서 북핵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며 실용적인 접근을 강조했다."고 사설 일부의 내용은 정확하게 보도했다.

이러한 한국 언론의 보도들을 종합해 볼 때, 조선, 동아의 작위적인 보도는 논외로 하더라도 중국 관영 언론사 성격을 지닌 <환구시보>는 중국 정부가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할 시에 즉각 대북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했다라고 보도하였던가 (매일 경제 등) 아니면 최소한 <환구시보>가 사설에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면 대북지원을 즉각 멈추어야 한다고 중국 정부에 요구했다는 것이다. (한겨레 등) 과연 이러한 보도가 사실일까?


<환구시보>, 국가 이익에 중점 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실용적 접근 강조

이 보도들을 검증하기 위해 <환구시보> 25일 자, 영문판(Global Times) 사설을 분석해 보기로 하자.

이 신문은 25일 자 사설의 제목에서 '모든 한반도 이슈가 중국의 문제가 아니다 (Not all Peninsula issues China's problem)'라며 이번 사설의 취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어 "최근 북한이 성명에서 중국을 공식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비난한 것"을 밝히면서 "이는 북한이 중국의 노력을 잘 평가(appreciate)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환구시보> 1월 25일자 사설 일부. ⓒ <환구시보> 갈무리

이어 <환구시보>는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가 점점 멀어지고 북한과 한, 미, 일간 외교적 균형을 모색할 방법의 가능성이 없어지는 등 중국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중국은 더욱 완연한(relax) 자세를 취해야 하며 한반도 전략 효과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실용적인(pragmatic) 태도를 가져야 하며 중국의 자원 투자에 최상의 전략적 이득을 얻게끔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한반도 갈등 관계에서 미국이나 일본처럼 어느 한 쪽을 택할 수도 없으며, 그렇다고 동떨어져 있을 수도 없다"며 "중국의 역할과 위치는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문제를 논의할 때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따라서 "만약 북한이 추가적인 핵실험을 한다면 중국은 북한에 대한 원조를 줄이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만약 미국과 일본, 한국이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를 극단적으로(extreme) 추진(promote)한다면 중국은 절대적으로 그들을 중지시킬(will) 것이며 그러한 제재안을 수정하라고 강요(force)할 것이다"라고 중국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어 <환구시보>는 "우리는 북한이 화가 났다고 북중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으며, (마찬가지로) 미국과 일본, 한국이 중국에 불평을 하더라도 그들의 감정을 달래야 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은 한반도에 인접한 강대국으로 이에 따른 전략적 이해관계는 다양(diverse)하고 복잡하다"며 "중국은 어떤 다른 당사자의 이해관계보다도 (자국의) 국가 이익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을 희망하지만, 분쟁(trouble)이 있더라도 이것은 중국의 입장 기준(baseline)에서 보아야 한다"며 "중국은 동아시아의 다소 혼란스러운(chaotic) 상황에 놓여 있지만, 다행히 인접국들 중 가장 강대국이므로 영향을 적게 받을 것이기에 중국은 차분(clam)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사설을 맺었다.


보도된 사실관계마저도 왜곡하며 한반도 갈등에 불을 붙이는 보수 언론들…

이 환구시보의 사설은 번역에서 본 것과 같이 다시 정리하자면,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다소 실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사설은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감행할 시에는 (상황 변화에 따라) 원조를 줄이는데에도 주저하지 않겠지만, 한, 미, 일이 더욱 극단적인 북한 제재를 시도할 경우에는 이를 즉각 절대적으로(resolutely) 중단시키고 제재안을 변경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환구시보>의 사설 내용이 지구 한 바퀴의 거리도 아닌 인접국인 한국의 언론에는 전혀 180도 다르게 그 본래의 뜻이 왜곡되어 해석되고 전달되고 있다. 더 나아가 보수 언론들은 이 왜곡된 기사를 근거로 중국이 북한과 핵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확대하여 보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점점 갈등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한반도 문제, 그 문제의 해결점 모색이나 분석의 시각 차이는 보수와 진보의 시각에서 얼마든지 다양성의 차이가 날 수는 있다. 그러나 보도된 사실관계(fact)의 내용마저도 왜곡하면서 한반도의 상황을 더욱더 갈등으로 몰고 가는 일부 보수 언론의 태도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뉴요코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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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와 화천군을 향한 조직적 공격...

"공무원 목 비틀겠다"... 한계 넘은 협박

이외수와 화천군을 향한 조직적 공격... 이외수 "너무 잘나서 미안해"

13.01.26 16:43l최종 업데이트 13.01.26 17:57l

 

 

▲ 터무니없는 트윗에 대해서 일일이 대꾸할 필요도 없고, 그냥 '내가 너무 잘나서 미안해' 그러면 된단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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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사님은 임진년 동짓달에 구설수에 오르겠습니다."

2012년 1월 산골의 어느 암자를 찾았을 때 주지스님은 내게 그렇게 말했다. '구설수에 오를 일이 뭐 있겠는가!'라는 생각에 그 스님의 말을 까맣게 잊고 지냈다.

조직적인 댓글 공격과 전화... 목 비틀러 오겠다더니

"혹시 화천군청 관광기획 계장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만, 실례지만 어디신가요?"
"야이~ 개만도 못한 XX야! 니가 공무원이냐?"


비슷한 전화를 지난해 12월 말에서 1월 초 사이에 10통 이상 받았다. 내가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 잠이 들지 못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자 어떤 결정이 필요했다. '더는 이런 사람들을 인간적으로 대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자 '똑같은 수준의 말투로 응대하는 것'이 정답으로 여겨졌다.

그러자 반응은 참 다양했다. "너 그 자리에 있어. 내가 가서 모가지를 비틀어 줄 테니" 또는 "네가 말한 것 다 녹음 해 두었으니까, 내일 인터넷에서 검색해 봐라" 등.

다음날 우두커니 앉아 내 목을 비틀러 온다는 사람들을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야기는 지난 12월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천군청 자유게시판과 '군수에게 바란다'란에 난데없이 "화천 감성마을에 사는 이외수 작가를 몰아내야 한다"는 게시물이 수백 건씩 집중적으로 등장했다.

수십 억 원을 들여 감성마을을 조성해 이외수 작가를 영입한 것은 국민 혈세 낭비고, 그 책임은 화천군청에 있으니 군청이 나서 작가를 퇴거시키라는 거다.

"도대체 군청 게시판에 이외수 작가와 관련된 글이 왜 이렇게 많이 올라오는 겁니까?"
"모르겠어요. 지난주엔가 전화가 한 통 왔어요. '다음주에 화천군청 게시판 난리가 날거다'라는 전화였어요. '실례지만 어디세요?'라고 물었더니 툭 끊던데... 저도 좀 이상해요"
 

일부 누리꾼이 문제삼은 내 답글 전문
선생님 글을 보고 제 생각은 다르기에 이곳에 답글을 드립니다.

이외수 선생님은 자유인입니다. 소설을 쓰시든, 트위터를 하시든, 정치에 관심을 가지든 그분 자유입니다.
다시 말해서 소설가는 소설만 쓰고 다른 말을 하면 안 된다는 논리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런 말은 70~80년대나 가능했던 이야기입니다.

누가 누구를 지지하든, 어느 당을 지지하든 관여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외수 선생님께서 화천에 오셔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말씀 하셨는데요. 제 생각은 선생님과 좀 다릅니다.

그분이 화천에 계시기 때문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브랜드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보셨는지요. 화천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 게 산천어축제와 감성마을 이외수 때문이란 생각은 해 보셨는지요.

물질적인 쪽도 말씀드려 볼까요? 2011년 구제역 확산방지를 위해 산천어축제를 하지 못 했습니다. 그때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이, 지역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 판로 문제였습니다.

산천어축제장에서 판매되는 농산물은 10억 원이 넘습니다. 산천어축제를 취소하자 농민들은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그때 '화천 농민을 살리자'라고 나섰던 게 누구입니까. '화천의 상황이 이러니 화천 농산물 좀 사 주세요'라는 이외수 선생님 한마디에 불과 며칠 만에 1억 원이 넘는 농산물이 판매된 걸 알고 계시는지요.

그 여파로 2011년 1월부터 2월까지 15억 원어치의 화천 농산물이 팔렸습니다. 또 지난해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배추 파동은 어떻습니까.

배추 심은 농가는 차라리 갈아엎는 게 그나마 손해를 줄이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화천 다목리(감성마을)는 어땠습니까.

이외수 선생님께서 '다목리 배추 좀 사주세요' 한마디에 다목리 배추만 1억 원어치가 팔렸습니다. 이것이 우리 화천군민들이 생각하는 이외수 선생님이란 것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전산담당 직원은 그렇게 대답했다. 아닌 것은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해야 했다.

나는 어느 분께서 올린 게시물에 "내 생각은 다르다. 이외수 작가로 인한 화천군이 (본) 효과는 이런 게 있다"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고, 같은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다.

글자 트위터에서는 4일간 집중적으로 나에 대한 공격이 이어졌고 "이런 자질 없는 공무원은 잘라야 한다"라는 글과 전화를 통한 언어폭력이 계속됐다.

이에 대해 정갑철 화천군수는 "외지 사람들이 감성마을 만든 화천군 정책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대꾸할 만한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자 공격 방향은 정 군수로 바뀌었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새누리당 3선 군수냐" "화천군청 앞에서 군수 퇴진 데모하자" "화천군수실 전화번호는 xxx- OOOO다. 일제히 비난 전화를 하자"는 등 트위터 상에는 몇 초 간격으로 수십 건의 글이 등장했다.

"이거 조직적이지 않습니까! 일베나 십알단 쪽에서 내가 더 이상 트위터를 못하게 만들고, 화천을 떠나게 하자는 것입니다."

이외수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조직적이지 않고서야 "군청 게시판이 난리가 날 거다"라는 예고성 전화가 올 수 없다. 또 하루에 겨우 서너 건의 글이 올라오던 군청 게시판에 수백 개의 비슷한 글이 도배되고, 또 비슷한 시기에 일시적으로 그런 항의성 전화를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 수 있을까도 싶다.

대다수의 관공서 게시판은 익명이 허용되지 않는다. 전산 담당자는 정확히 어떤 내용의 답을 원하는지 묻기 위해 글을 올린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전화 받은 사람은 "전화번호와 이름은 맞는데, 나는 그런 글 쓴 적 없다"라고 말했단다.

"당선자께서 대통합을 말했는데, 그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국가 정책에도 반하는 것 아니냐."

정갑철 화천군수가 이렇게 말하자 또 말꼬리 잡기가 시작됐다. "당신은 새누리당 자격 없다" "이외수를 몰아내고 그렇게 말해라" "정갑철이 만든 산천어축제 가지 말자"라는 식의 엉뚱한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트위터 아이디 @bond******은 "지나가는 똥개를 발로 차면 죽이려 잡아 먹으려 차는 게 아니다, 사람에게 대들었거나 쫓아버리려고 혼내는 것이다! 반면 산천어(잡기)축제는 죽이려고, 잡아먹으려고 손으로 잡는 것이다! 어느 것이 동물 학대인가? 이외수씨 스폰서 화천군은 산천어(잡기)축제를 멈추어라!"라는 트윗을 했다. 아무리 무응답이 최선책이라지만, 대꾸를 해야했다.
 

▲ 이런 말도 되지 않은 억지성 글은 이젠 없어져야 한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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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약이 좀 지나친 듯... 산천어축제나 송어축제나 모두 양식어종임. 어차피 횟집으로 팔려나감. 횟집에 가서 항의 하시지 그러세요."

나는 이들이 어느 특정 당 소속인지는 관심없다. 그런데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그런 글들을 지속적으로 알티(RT)하고, 봇(트위터 로봇인)을 이용해 퍼 나르고, 근거없는 말을 만들어 내고, 만나서 이야기하자라는 제안에도 떳떳하게 나서지도 못하는 사람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타인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글을 올리는 행위가 사실이라면, 이는 범법행위일 수 있다는 거다.

"내가 너무 잘나서 미안해"

바쁘다는 이외수를 작가를 붙들고 간단히 인터뷰했다.

- 벌써 1개월 넘게 트위터에 악플이 올라온다. 스트레스가 많을 것 같다.
"나도 사람인데 신경 안 쓸 수 있겠나. 그런데 좀 사실을 말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냥 '내가 너무 잘나서 미안해'라고 말한다.(웃음)"

- 조직적이라고 말하셨는데, 어떤 조직 체제를 갖추고 공격을 한다고 보는가. 나도 좀 배워 홍보에 적용하고 싶다.
"15명 정도가 집중적으로 악플을 생산하고, 나머지는 일정한 보수를 받고 알티를 하는 사람들로 보인다. 또 한 사람이 트위터 아이디를 수십 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판단된다. 그래서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젠 정책적으로 커리큘럼을 만들어 도덕적 인터넷 사용법도 가르쳐야 한다는 거다. IT 산업이 아무리 선진국이면 뭐하나!"

- 아방궁 이야기는 한 달 넘게 계속 등장하고 있다.
"그들이 아방궁이라 부르는 집필실을 찾아온 주민들이 '어떻게 작가가 옥수수 창고 같은 데서 사느냐'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도 아방궁 이야기들을 하기에 '비가 새는 아방궁도 있느냐'고 트윗을 했더니, '부실공사' 이야기를 또 만들어 내고... 그런데 사실 집필실은 비가 샌다."
 

▲ 화천군 감성마을에 거주하는 소설가 이외수씨.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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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기자는 화천군청 관광기획담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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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최첨단 과학 이론 성과에 세계 들썩"

 

 

 

북 "최첨단 과학 이론 성과에 세계 들썩"
 
미지의 과학 의혹 풀어 냈다.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3/01/27 [06:06] 최종편집: ⓒ 자주민보
 
 

▲ 북이 태양동기 극궤도 위성인 광명성 3호-2호기를 은하 3호에 탑재해 가볍게 성공 시킨 것은 기초과학 이론의 토대가 튼튼하게 갖추어진져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 자주민보 이정섭 기자
북은 최근 물리학연구소 과학자들이 나노전자공학, 양자정보통신의 기초이론분야에서 절실한 해결을 기다리던 일련의 학술적 문제들을 성과적으로 해명하여 학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고 밝혀 주목 된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우리민족끼리는 ‘세계학계를 놀래운 기초이론분야의 연구 성과’라는 제목에서 북의 학자들이 “우리의 물리학연구소 이론물리 연구집단의 과학자들은 치열한 두뇌전을 요구하는 세계적인 열점 연구과제를 맡아 안고 사색과 탐구를 거듭한 끝에, 선행연구자들과는 달리 우리 식의 독특하고 기발한 착상과 방법으로 허다한 의혹과 많은 미궁을 안고 있는 미지의 나노세계의 비밀을 밝혀냈다.”고 강조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정보기술, 나노기술, 생물공학은 현시대 과학기술발전의 핵심기초기술입니다.”라는 김정일 위원장의 어록을 싣고 “현시기 마이크로전자공학의 시대로부터 나노전자공학시대로, 고전적인 정보전송기술이 양자전송기술로 이행되는 속에 초고속 연산 컴퓨터인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한 세계적인 경쟁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며 나노전자 공학과 양자정보 기술, 양자 컴퓨터 개발이 최첨단 과학기술임을 시사했다.

이 신문은 “이러한 현실은 양자점, 양자선, 탄소나노관, 플로렌, 그라펜과 같은 저차원나노재료들을 적극 개발하고 그의 물성에 대한 기초 이론적 연구를 강화하는 것과 함께 나노급 양자소자들의 전기적 및 자기적 특성을 미시적인 관점에서 고찰하고 더욱 개선해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번에 우리의 물리학자들은 저차원나노재료의 전자기적성질에 대한 이론적 연구를 진행하여 세계적인 미해명문제로 남아있던 양자점에서 나타나는 콘도효과 (어떤 온도에서 전도도가 최소로 되는 전도도극소현상)의 물리적 기전을 해명하는 과학적성과를 거두었다.”고 전해 풀리지 못한 과학 이론을 해명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금껏 양자점에서의 콘도효과에 대한 기초 이론적 문제들이 밝혀지지 않아 여기에 세계적인 초점이 모아지고 있었으며 이 문제해결은 최근 10여년간 학계의 중점연구목표로 되어왔다.”며 “이러한 때 우리의 물리학연구소 이론물리 연구집단의 과학자들은 치열한 두뇌전을 요구하는 세계적인 열점연구 과제를 맡아 안고 사색과 탐구를 거듭하였다.”고 알려 연구 과정에 적지 않은 애로가 있었음을 토로했다.

이어 “이들은 선행연구자들과는 달리 우리 식의 독특하고 기발한 착상과 방법으로 허다한 의혹과 많은 미궁을 안고 있는 미지의 나노세계의 비밀을 밝혀나갔다.”며 “그 나날 자성혼입물이 첨가된 양자점을 통한 전자수송에서 외부전기마당의 영향에 대한 연구와 자성 혼입물을 포함한 전극과 결합된 단일양자점에서의 콘도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이와 관련한 실험연구결과들을 이론적으로 완전히 해명하였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이것은 아직까지 세계적으로도 해결을 보지 못했던 가치 있는 학술적 성과로 과학자들은 또한 탄소나노관, 그라펜과 같은 저차원나노재료의 정적 및 동적특성량들을 높은 수준에서 정확히 평가 할 수 있는 현대적인 재규격화군 방법도 연구 완성하였다.”고 성과를 평가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들의 노력으로 저차원나노재료의 특성연구를 위한 재규격화군 프로그램이 완성됨으로써 대용량병열 컴퓨터를 이용하여 나노선, 그라펜과 같은 기능성나노재료들의 물성론적량들을 계산해 낼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이 모든 연구 성과들은 여러 건의 논문으로 제출되어 대외잡지들에 발표 되었으며 국제학술토론회와 발표회들에서 학계의 공식인증을 받았다.”고 재차 확인했다.

특히 “논문을 심의한 학계의 유명한 물리학자들은 학술적의의가 큰 세계적인 발견이다, 조선의 지적잠재력에 대해 다시금 알게 되였다고 찬탄하였다.”며 “이를 계기로 현재 많은 나라의 물리학자들과 나노재료전문가들이 이 분야에서 우리와의 학술교류를 희망하고 있다”고 세계 과학계의 반향을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의 과학자들이 나라의 과학기술발전을 추동하는 특출한 연구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고마운 사회주의제도를 더욱 빛내기 위해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세계를 굽어보는 담대한 배짱과 의지를 안고 최첨단돌파의 주로를 힘차게 달려온데 있다.”며 제도의 우수성을 천명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12일 태양동기 극궤도 위성인 광명성 3호-2호기를 탑재한 은하 3호가 성공 할 수 있었던 것도 북의 첨단 과학의 이론적 토대가 튼튼히 갖춰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추정 돼 남북 교류가 하루 빨리 성사 돼 과학기술 교류를 통한 첨단 과학 국가로 거듭 발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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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대로 살아도 돼요

원하는대로 살아도 돼요

 
혜민 스님 2013. 01. 26
조회수 219추천수 0
 

 

혜민스님-.jpg

<한국방송>의 <김승우의 승승장구> 갈무리

 

 

사랑하는 내 청춘도반 여러분, 축 처진 어깨를 볼 때마다, 힘없는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저립니다.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몸과 마음이 힘들진 않았나요? 우리는 어려서부터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즐기는 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아니, 지금을 즐겨도 된다고 아무도 허락해주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네가 살고 싶은 삶은 잠시 보류해두라고, 욕망하지 말라고만 이야기한 것 같아요. 연애를 하고 싶어도, 음악이나 춤을 배우고 싶어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 대학 가서 맘껏 누리라고 해서 대학에 왔더니, 어땠나요? 취업 준비, 고시 공부, 각종 자격증 공부, 또다시 내 욕망을 미뤄둬야 할 이유들로 가득하지 않았나요?

 

우리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시키는 것이 정답인 양 익숙해져 버렸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느낄 때가 옵니다. 과연 지금 내가 당연하게 참고 있는 현재의 불온전함이 미래에 ‘올지도 모를’ 꿈의 성취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요. 그리고 막상 일을 이루고 나서도 그 일이 내가 꾸었던 꿈이 아닌, 우리 엄마가, 아니면 이 사회가 나에게 좋으니 해보라고 강요한 꿈이었던 건 아닐까, 하는 허탈함이요.

 

즉, 목표한 걸 이루어도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또다른 걱정이 밀려와요. 원하는 회사에 취직한다 해도 나는 ‘을’일 뿐이고 회사가 ‘갑’인 답답한 현실에 후회가 밀려올 수도 있어요. 그래서 가끔은 내가 진정으로 원해서 뭔가를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주위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는 ‘멘붕 상태’가 찾아올 수도 있어요.

 

사실은 저도 그랬어요. 좋은 대학 가면 가족이나 친척들로부터, 아니 이 사회로부터 인정받을 것 같았고, 또 인정받고 싶었어요. 집안이 가난했기 때문에 그걸 만회라도 해볼 요량으로 더 노력했고 크게 소질도 없는 대학원 공부까지 했던 것 같아요. 물론 돌이켜봤을 때 그 생활이 불행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제가 얻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솔직히 말하면 ‘그 삶이 별거 아니었구나’를 깨닫는 정도였어요. 공부 많이 하는 것에 대한 스스로의 집착이 떨어져 나간 정도였지요.

 

많은 분들이 제게 묻습니다. 어떻게 스님이 될 용기를 냈느냐고요. 그건, 타인의 시선을 그만 의식하고 ‘내 삶’을 살자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었어요.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걱정하고, 남들이 정해놓은 성공의 잣대에 맞춰 죽을 때까지 헐떡이는 삶,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어요. 내가 왜 태어났는지,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마음의 성품을 제대로 보고 스스로 깨닫고 싶었어요. 그래요, 어떻게 보면 좀 이기적일 수도 있고, 또 어떻게 보면 용기 있는 선택이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내 평생 단 한순간쯤은 그래도 내가 진정한 ‘갑’인 인생을 살아봐야 하잖아요. 내 선택을 남들이 봤을 때 ‘바보 같은 짓’이라고 손가락질한다 해도 내가 원하는 삶, 한번쯤은 그런 삶을 살아봤다는 것이 내게는 소중한 경험이니까요. 그래야 내가 내 삶을 사랑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테니까요.

 

사랑하는 내 청춘도반 여러분, 나 스스로가 원하는 삶, 살아도 괜찮습니다. 부모님이 원하는 삶, 이 사회가 전망 좋다고 인정하는 삶이 아닌, 내가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삶, 그 삶을 살아도 괜찮아요. 주변에서 안 된다고 뜯어말려도 그들이 내 인생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용기가 부족한 심약한 내 마음이 ‘정말 그래도 돼?’라고 물어오면, 그래도 된다고 웃어주세요. 한순간이라도 내 삶의 노예가 아닌,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용기를 내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파이팅!

 

혜민 미국 햄프셔대학 종교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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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 스님
조계종 승려이자 미국 메사추세츠주 햄프셔대 종교학과 교수. 미국 UC버클리대에서 영화를 공부하다 방향을 바꿔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비교종교학 석사를 받고 출가했으며, 프린스턴대에서 종교학 박사를 받았다. 종교계 최고 트위터리언이자 아픈 청춘들을 위로하는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이메일 : monkhaemin@naver.com트위터 : @haeminsunim
블로그 : http://blog.naver.com/monkha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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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선거개입의혹, 진상규명 어떻게 할 것인가?
(유튜브 / 표창원 / 2013-01-25)

 

http://youtu.be/5QS6UY8XSLY

표창원 교수, "미국 워터게이트 이상, 부정선거 개입, 심각한 사안이었다 생각",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 진성규명 어떻게 할 것인가?' 강연중...기독교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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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령 총리 '김용준' 더 큰 문제가 있으니

 


박근혜 당선인이 차기 정부 총리로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지명했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24일 오후 2시 서울 삼청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김용준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새 정부 총리로 지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의 총리 후보 지명에 대해 김 후보자는 "최선을 다해 헌법에 따라 대통령을 보좌하고, 행정 각 부를 총괄하는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할 것을 국민께 약속한다"고 밝혔습니다.

'역대 최고령 총리, 들리지 않는 귀'

김용준 총리 지명자가 만약 총리가 된다면 역대 '최고령' 총리가 됩니다. 1938년생인 김 총리 지명자는 올해 75세로 노태우 정권 시절 현승종 전 총리의 당시 73세 기록을 넘어서게 됩니다. 사실 김 총리 지명자의 나이와 다리 장애는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이 있는데 바로 '잘 들리지 않는 귀'입니다.

 

 

▲24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서울 삼청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던 중 청력이 좋지 않은 김 지명자가 질문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자 조윤선 대변인이 연단으로 올라와 설명을 해주고 있다.ⓒ인수위사진기자단

 


김용준 총리 지명자는 인수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듣지 못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뭐라고? 잘 안들린다" 등 질문보다 청력 때문에 높은 목소리가 오가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나중에 대정부질문에 김용준 총리가 나와 국회의원으로부터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안들려서"라는 말과 함께 비서가 함께 단상에 올라 질문을 대신 전달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까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또한, 젊은 국회의원들이 노령의 김 총리에게 격한 말이나 언성을 높이는 행동을 한다면 '동방예의지국에서'라는 말을 보수언론에서 써먹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습니다.

' 검증되지 않은 리더십과 조정능력'

신체적인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총리 지명자가 되는 것이 가진 의미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첫 번째는 역대 정권의 초대 총리 중에 법조인은 김용준 총리 지명자가 처음이라는 점입니다.

역대 대통령 당선인들은 초대 총리 인선에 심혈을 기울이는데, 이는 정권의 국정 운영 방향을 보여주는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역대 정부는 초대 총리를 노련한 정치인이나 경제 발전,정부 특성에 맞는 정치적 이해관계 인물 또는 계파를 뛰어넘는 인물을 선택했는데, 김용준 총리 지명자는 그런 방식과는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노태우 정부는 직선제 도입 이후 첫 총리로 학자 출신의 이현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를 선택했고, 김영삼 정부는 지역감정 극복을 위해 호남출신 황인성 민자당 상임고문을 임명했습니다. 김대중 정부는 DJP 정치연합으로 미리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내정되어 있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진보성향 대통령에 대한 보수층 우려를 막기 위해 보수성향으로 안정적인 고건 서울시장을 선택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자원외교형' 총리로 한승수 주미 대사이자 김영삼 정부 경제부총리를 임명했습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역대 정부 초대 총리는 검증된 정치인이나 경제학자, 성향이 다른 인물을 선택함으로 화합이나 계파를 뛰어넘는 조정능력을 갖춘 인물을 선택했는데, 이에 반해 김용준 총리 지명자는 정치인도 아니고 그다지 조정능력이 뛰어난 편이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용준 총리지명자가 인수위원장으로 보여준 모습을 박근혜 당선인은 높이 평가했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은 그리 높게 평가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특히 행정경험이 없다시피 했던 경력과 인수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정치권과 단절하는 행보, 인수위 활동에서 전형적인 '박근혜 입' 노릇에만 충실했던 모습을 손꼽을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를 극찬했던 보수 총리의 등장'

김용준 총리 지명자는 전형적인 보수성향의 인물입니다. 그가 보수성향의 인물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는데, 그것은 김용준 총리 지명자가 10년이나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장'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입니다.

조선일보의 잘못된 보수성향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고 했거나 조선일보 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를 제대로 했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그의 활동 내역을 보면 대부분 맞춤법 등에 한정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2002년 4월 독자권익위원장 취임 때 "조선일보 보도로 인한 피해 당사자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 신속하고 적절한 피해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처음엔 기사 때문에 권익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자체 조사를 통해 해명 기사를 쓰는 일을 했다. 초창기엔 매달 한 건 정도 그런 게 있었는데, 조선일보가 기사를 잘 써서 그런지 차차 없어졌다. 크게 내세울 것은 없지만, 이런 게 독자권익위원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김용준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 중)



김용준 총리 지명자는 조선일보 기사로 권익을 침해당한 사례가 없어졌다고 하지만 그가 재직하고 있던 시절에도 조선일보의 왜곡 보도로 인한 피해자는 끊임없이 나왔습니다.

 

○ 2001년 국세청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 발표
→ '정부에 비판적일수록 탄압을 받아 과징금 부과액이 많다'는 논조로 "신문사는 배달소년이 타는 오토바이나 비옷을 보조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 비용을 접대비로 과세했다"(조선일보 사설)
☞ 배달소년에게 지급해야 할 돈이라 속이고 비자금 조성한 것으로 밝혀짐

○ 2007년 청와대 비서관 딸 체육고 입학
→강태영 전 청와대 혁신관리비서관이 자신의 딸을 서울체육고에 부정 편입시킨 협의로 수사 확대,사격경험 없는 딸, 국가대표급 실기 점수 (조선일보 기사)
☞ 전국사격대회에 출전 120점 만점에 99점을 기록 대회 신기록

○ 2008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안진걸 조직팀장의 보석을 허가했던 판사를 향해
→이 판사는 일반인도 아는 법의 상식도 모르고 모든 판사가 지켜야 할 법관윤리강령에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란 말이다. 이런 판사가 아직껏 판사 노릇을 하고 있는 사법부의 현실이 놀랍기만 하다… 이 판사는 자신이 그동안 촛불시위에 나가지 못하게 했던 거추장스러운 법복을 벗고 이제라도 시위대에 합류하는 게 나을 것이다.(조선일보 사설)

○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산은 인수 촉구
→ 산업은행의 리먼 브라더스 인수는 '뉴욕월스트트의 주가를 크게 움직이는 초미의 관심사','서울과 월스트리트를 직접 연결하는 금융 고속도로','인수 후 경영 정상화에 성공하면 전리품은 엄청나다' (조선일보 김기훈 경제부 차장대우)
☞ 2주 후 리먼 브라더스 파산

○ 2009년 양미경 자살 오보
→ 연기자 양미경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선닷컴)
☞ 가수 양수경의 동생 양미경이 지병으로 사망


○ 2012년 복싱국가대표 신종훈 선수 오보
→ "나는 일진이었다, 런던 금으로 속죄하겠다.' 신종훈 선수 중학교 시절 이른바 일진,학생들 돈을 뺏었다.(조선일보 인터뷰기사)
☞ 한국일보,경향신문과 인터뷰했지만 조선일보만 일진으로 왜곡 보도.조선일보 기자 신종훈 선수에 '미안하다.죄송하다'


조선일보는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보도한 오보는 물론이고, 인터뷰 내용을 왜곡한 기사, 잘못된 정보를 오히려 부추기는 기사를 마구 써댔던 신문입니다. 여기에 언론이라는 명목으로 법의 판단까지 자의적으로 해석 비난했으며, 자신의 비리는 유독 감추었던 신문입니다.

이런 신문을 향해 김용준 총리 지명자는 "(지난 10년 간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이런저런 불만들이야 있겠지만, 나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본다.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의 분열에도 불구하고 중심을 잘 잡아줬다고 생각한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젊은 층은 신문을 읽지 않고, 일부 비판적인 사람들은 조선일보가 재벌이나 기득권 세력을 편든다고 공격한다.

"난 조선일보가 젊은이들에게 쓴소리는 하지 않고 '아첨'하려고 하는 게 불만이다. 우리 때도 고학(苦學)하면서 어렵게 공부했다. 요즘 젊은이들만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런데 '반값 등록금'이니 해서 달콤한 얘기만 들려주려고 한다. 책도 안 읽고, 신문도 안 읽고 그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서 얻은 쪼가리 지식이 전부인 줄 아는 일부 젊은이들에게 따끔하게 실력을 키우라고 왜 얘기 못 하나. 공부를 잘하든지, 아니면 스스로 학비를 벌라고 해야지, 노력도 안 하는 대학생들에게 국민이 세금으로 등록금을 대신 내줘야 하나." (김용준 조선일보 인터뷰 중에서)


아무리 보수지만 잘못된 보도와 왜곡을 '중심을 잘 잡은' 것으로 극찬하고, 현실과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보수 총리가 어떤 가치관과 판단으로 국정을 운영할지 눈에 선합니다.

참고로 조선일보는 1월25일자 신문에서 무려 9개의 김용준 총리 지명자 관련 기사를 실었습니다. 물론 기사 대부분은 10년간 조선일보와 함께 일한 그를 칭찬하기 바빴습니다.

'김용준 총리'의 키워드 ..."법치,약자보호" (1면)
'3세 소아마비,19세 사시수석,75세 총리,,,드라마 같은 삶'(정치2면)
박정희 출마 반대글 쓴 전육참총장 석방 '소신판결'(정치2면)
'정치 야심없고,경험 많고, 야도 반대 힘든 카드..3박자 갖춘 후보'(정치3면)
김후보 "법,질서가 지배하는 사회로 가야"(정치3면)



' 75억 단독주택,자녀 병역 면제, 또 무엇이 나올까?'

김용준 총리 지명자를 놓고 언론은 그리 많은 검증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가 시작된다면 아마 많은 의혹과 문제점이 터져 나오리라 예상됩니다.

 

 

 


먼저 제기될 수 있는 의혹은 막대한 재산입니다. 김용준 총리 지명자는 1993년 대법관 시절 29억8천만원으로 재산을 신고했습니다. 2013년 그가 사는 강남의 단독 주택은 현재 시가 75억원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의 이런 막대한 재산에 대한 의혹이 생기는 이유는 당시 재산 공개 때 서울근교의 부동산을 많이 소유했던 모친의 재산 공개는 거부했던 이력 때문입니다. 현재 살고 있는 75억짜리 집이 아들 명의로 되어 있는 점으로 미루어 증여세 포탈과 같은 사실이 밝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용준 총리 지명자의 두 아들은 모두 병역을 면제받았는데, 어떤 내용으로 면제를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어서 이 점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할 듯 보입니다.

헌법재판소장으로 재직하면서 '5.18 특별법'이 사실상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리는데 당시 민변은 "김영삼 대통령의 5.18 특별법 제정 발표 후 공소시효, 관련자 처벌 등 헌법재판소가 정부와 동일한 결론의 사전결정을 누설한 것은 결과적으로 신성해야 할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상실하고 정부와 짜맞춘 희혹이 짙다"며 김 전 소장 기피 신청까지 냈었습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당선인이 "헌법 정신을 철저히 구현하고 법치를 확립하는 데 적임자"라고 주장하지만, 과연 청문회가 시작됐을 때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섣부른 판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용준 총리지명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박근혜 당선인.이미지 출처:오마이뉴스.

 


박근혜 당선인의 김용준 총리 지명은 딱 박근혜 당선인 스타일의 인사로 볼 수 있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의 김용준 총리 지명은 인수위에 상주하며 총리 지명자가 누가 될지 예측했던 기자들조차 단상에 서 있던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총리 후보로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몇 번 포스팅에서 계속 강조했지만, 이는 철저히 자신이 믿는 사람만을 등용하는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 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수위에서 일하는 사람 정부로 안 간다'는 말을 뒤집을 정로로 박 당선인의 주변에 믿을 사람이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나이가 많고 귀가 잘 안 들리고 지팡이를 짚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그의 '충성'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2인자가 필요없어 사람 돌리기에 맛들인 '주군'에 대한 충성인지 여부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박근혜 당선인의 '의중'만을 전달하는 '바지총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진짜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책임총리'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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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 사람이 살다니...목숨 걸고 사는 사람들

[르포] 재난위험시설에 사는 사람들...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돈 없어 못 떠나"

13.01.25 20:12l최종 업데이트 13.01.25 20:12l

 

 

▲ 붕괴우려 수준인 'E등급'을 받은 서울 성북구 정릉스카이아파트 3동에 붕괴를 막기 위해 빨간 쇠기둥이 촘촘하게 층층이 박혀 있다. 이 건물에는 아직도 주민들이 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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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괴우려 수준인 'E등급'을 받은 서울 성북구 정릉스카이아파트 3동에 붕괴를 막기 위해 빨간 쇠기둥이 촘촘하게 층층이 박혀 있다. 이 건물에는 아직도 주민들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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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재난위험시설물(D, E등급)에 사는 이들이다. 서울시 도시안전과에 의하면 '서울시 재난위험시설(D, E등급)'은 모두 211개소다. 이중 거주 시설은 154개소, 비거주 시설은 57개소다. 재난위험시설 건물 154곳에 사람이 산다. 서울시만 해도 재난위험시설물에 거주하는 가구가 수백 세대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D, E등급 건물은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돼 시와 구에서 따로 관리한다. D등급의 건물은 노후화 또는 구조적 결함 상태로 긴급한 보수와 보강 그리고 사용제한 여부의 판단이 있어야 한다. E등급 건물은 노후화 또는 단면 손실이 발생하였거나, 안전에 위험이 있는 상태로 사용이 금지되거나 개축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왜 재난위험시설물에 살고 있을까? 이들은 누구일까? '목숨 걸고 사는 사람들'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 정릉스카이아파트(E등급)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 대성연립(D등급)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 남서울아파트(D등급)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 대신아파트(D등급) ▲서울시 서대문구 냉천동 금화시범아파트(E등급) 모두 5곳이다.

"이 아파트 무너지면...."

"서울시와 성북구는 생존권 대책없이 길거리로 내몰지 마라!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 정릉스카이아파트. 빨간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벽돌로 만들어진 계단에는 인적이 드물어 얼음이 생겼다. 아파트 벽은 곰팡이로 얼룩졌다. 아파트 붕괴 예방을 위해 세워둔 기둥이 곳곳에 박혀 있다.

아파트 복도 난간은 시멘트 조각이 부서져 떨어졌다. 복도에는 쓰다 버린 생활용품이 남아 있다. 찢겨진 강아지 인형, 바퀴가 돌아가지 않는 자전거, 때 묻은 옷 조각들.... 도무지 사람이 사는 건물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고요한 적막만 흐른다.

"스카이아파트요? 거긴 이제 세도 안 받아요. 이제 철거한다고 나라에서 진입신고도 못 하게 막았어."

인근 부동산을 찾으니 스카이아파트는 매물 등록이 금지돼 있다. 이곳은 붕괴가 우려돼 D, E등급 판정을 받았다. 인근 주민들도 불안에 떨었다. 조황윤(52)씨는 "주변에 사는 사람들도 언제 무너질까 걱정되고 무서워 한다"며 "스카이아파트가 높은 곳에 있어 혹시라도 붕괴되면 이 밑에 있는 사람들은 다 죽는다"고 말했다.

스카이아파트는 1동(E등급), 3동(E등급), 5동(E등급), 6동(철거), 7동(D등급) 등 총 5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6동은 이미 철거됐다. 모든 건물은 시설상태에 따라 A에서 E까지 등급이 매겨진다.

서울시 '시설물 상태 평가 기준'에는 A등급: 안전시설, B등급: 간단한 보수정비 필요, C등급: 조속한 보강 또는 일부 시설 대체 필요라고 규정돼 있다.
 

▲ 서울 성북구 정릉스카이아파트에서 30년 넘게 산 노복순(78) 할머니. 싱크대 위 벽지는 벗겨져 축 늘어져 있고 그 사이로 시뻘겋게 녹슨 철근이 보이고 있다. 벗겨지지 않은 벽지라도 곳곳에 빗물 자국이 보이거나 곰팡이가 슬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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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전 재난위험시설물로 지정되어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서울 성북구 정릉스카이아파트 곳곳에서 시멘트가 떨어져나가고 시뻘겋게 녹슨 철근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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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아파트는 관할 구청 주택관리과에서 관리한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스카이아파트에 지지대를 덧대거나 시멘트 탈락된 곳을 보수하고 있다"며 "서울시비로 응급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주자들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은 듯했다.

"위험? 두 말하면 잔소리야. 여름에 비오면 줄줄 새. 우리집도 여름에 난리가 났어. 한 번은 저녁에 텅하고 소리가 나서 봤더니 천장에서 뭐가(시멘트) 떨어졌더라고. 다 떨어지고 허물어져 있어. 무서워서 살겠나 싶어. 여기는 참 무서운 곳이야."

스카이아파트에서 30년 넘게 살았다는 노복순(78)씨의 말이다. '2012 재난위험시설 현황'에 따르면 스카이아파트 4개동 주민들은 현재 이주중이다. 현재 스카이아파트에는 25~30가구가 살고 있다.

재난위험시설물에서 이주를 한다면 3년 동안 무이자로 3000만 원의 융자를 내준다. 3년이 지나면서 이자를 붙여 상환해야 한다. 일자리가 없는 노인이 많이 거주하기에 빚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재개발도 대안이 못 된다. 스카이아파트는 정릉 3구역 재개발 구역에 포함되어 있다. 재개발추진위원회에 의해 2005년에 재개발 승인이 났지만, 아직까지 난항을 겪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이 구역이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된 것이다.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되면 고도제한(도시계획법 '국토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구 용도에 따라 고도제한이 생기는데 자연경관지구는 4층까지만 올릴 수 있다)에 걸려 사업성이 떨어진다.
 

▲ 붕괴우려 수준인 'E등급'을 받은 서울 성북구 정릉스카이아파트 3동에 붕괴를 막기 위해 빨간 쇠기둥이 촘촘하게 층층이 박혀 있다. 이 건물에는 아직도 주민들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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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냐구요? 전세가 5000만원이에요"

"불편하죠. 1층은 여름이 되면 지하실에 물이 차 모기가 엄청 많아요. 습하니까 곰팡이 냄새도 나요. 2층은 난방이 잘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베란다 샤시가 오래돼 소용없어요. 그냥 베란다를 닫아놓고 사는 경우가 많아요. 한 번은 집주인과 보일러 수리 문제로 싸우기까지 했어요. 왜 사냐고요? 전세가 5000만 원이에요. 서울에서 그나마 싼 가격에 지낼 수 있으니까 사는 거죠."

맹주영(38)씨는 D등급을 받은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 대성연립에 산다. 대성연립은 건물노후화로 인한 벽체 균열이 심각하다. 지하실에서는 악취가 올라왔다. 나무로 만든 천장은 다 벗겨졌다. 이미 부식된 옥상에는 자동차 덮는 천이 씌워져 있다. 그마저도 햇볕에 노출되는 바람에 찢겨졌다.
 

▲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 남서울아파트. 베란다마다 녹이 슬어 녹물이 굳어있다. 아파트 벽면에는 동서남북으로 갈라진 자국이 선명하다. 페인트로 쓴 '남서울'이라는 세 글자는 빛이 바랬다.
ⓒ 김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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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축물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26조 및 같은 법시행령 제32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지정된 특정관리대상시설(재난위험시설)입니다.'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 남서울아파트. 구청에서 보낸 재난위험시설(D급) 지정 안내 표지판이 붙어있다. 베란다 마다 녹이 슬어 녹물이 굳어 있다. 아파트 벽면에는 동서남북으로 갈라진 자국이 선명하다. 페인트로 쓴 '남서울'이라는 세 글자는 빛이 바랬다. 아파트 내부 계단 난간은 녹이 슬어 살짝 건드려도 전체가 흔들린다. 계단에는 깨진 시멘트 조각을 붙인 자국이 선명하다. 나무로 만들어진 창문은 나무껍질이 벗겨졌다.

"여기 샤시를 봐요, 샤시를. 다 부서졌잖아요. 여름만 되면 신문지 붙이고 난리가 난다니까. 집주인한테 고쳐 달라고 했는데 소용없어. 말귀를 못 알아먹는 건지, 안 알아먹는 건지…. 샤시뿐인가. 옥상부터 올라가봐. 옥상은 우리도 무서워서 잘 안 가. 난간이 오래돼서 조금만 건드려도 부서진다니까. 천장 무너진 집도 수두룩해. 어쩌겠어. 돈 없으니까 사는 거지. 싼 게 비지떡이야."

남서울아파트에서 3년째 세 들어 사는 장정술(59)씨의 말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소장은 "저렴한 가격 탓에 (저소층득층이) 남서울아파트를 많이 찾는다"며 "가격에 비해 교통이 좋아 직장인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남서울아파트에서 가장 작은 평수는 17평. 17평의 전세금은 8500만원이다. 월세는 보증금 1000만 원에 50만 원이다.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에 4, 5층으로 올라가면 가격은 더 저렴해진다.

"여기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안전불감증이에요"

"여기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안전불감증이에요. 딱 봐도 알잖아요."

남서울아파트에 사는 김남균(61)씨는 "보시다시피 금이 많이 가고 오래됐다"며 "구청에서 위험 안내를 공고하지만 직장 다니느라 바쁜 사람들이 확인하겠나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집주인은 곧 재개발할 건데, 돈 쓰기 싫어한다"며 "세입자에게는 수리할 돈도 없다"고 말했다.

남서울아파트는 D등급을 받아 재난위험관리시설물로 등록됐다. 열화현상으로 인한 건물 노후가 그 원인이었다. 열화현상이란 건물의 부식을 지칭한다. 열화 현상은 전면 부식, 침식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 남서울아파트의 옹벽. 조금만 손을 갔다 대도 시멘트가 부서져 내렸다.
ⓒ 김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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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 대신아파트는 1971년에 지어졌다. 남서울아파트와 같은 이유에서 D등급 판정을 받았다. 재난위험시설물 현황 자료에는 응급조치로 위험 표시할 것을 제시해뒀지만, 위험 공고 안내문은 지워진 상태였다.

대신아파트에 사는 강석배(62)씨는 "보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지원금이 적어 보수가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인 고희선 새누리당 의원이 공개한 '2012 재난위험시설 현황'을 보면 건물 상태에 따라 해소 계획이 제시돼 있다. 재개발 또는 이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건물에 남아 있거나, 안전 표시가 안 된 경우가 많았다.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해도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26조 (재난관리책임기관 장의 재난예방 조치) 제1항 제5조에 의하면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은 재난 발생의 위험이 높거나 재난의 예방을 위하여 계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시설(특정관리대상시설)의 지정·관리 및 정비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서울시 한 관계자는 "D등급은 한 달에 한번, E등급은 한 달에 두 번 안전점검을 한다"며 "더 주의해야 할 곳은 하루에 한 번씩도 점검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인 안전 점검은 담당자가 육안으로 점검한다"며 "해빙기나 장마철 등 구체적인 검사가 필요할 때 전문가로 구성된 안전관리 자문단을 파견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안전점검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여전히 의문이다.

D, E등급에 거주하는 인원수를 파악하고자 서울시청 도시안전과에 자료를 요청했으나 "정확한 거주 인원까지는 파악하기 어렵다"며 "신빙성이 없어서 밖으로 내보내기 곤란하다"는 답변이 돌아 왔다.

주택관리과, 도시계획과, 재난예방과 등 여러 부서에서 재난위험시설물을 맡고 있다. 상당히 복잡한 관리 체계를 갖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건축법, 주택건설촉진법, 도시재개발법,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등 재난위험시설물에 얽혀있는 관련 법규들이 많아 효율적인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가고, 치안도 불안해"
 

▲ 금화시범아파트 3동 입구. 이주한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로 가득 차 있다. 아파트 관리는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았다.
ⓒ 김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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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화시범아파트 안을 둘러보고 내려 오는 길. 계단이 다 부서져 내려 가기도 힘이 들었다. 난간은 이미 부러져 누워 있었다.
ⓒ 김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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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점검이라 해봤자 형식적으로 1년에 한 번 오는 것 같아요. 엄청 위험하지. 서울 시내에 이런 아파트가 어디 있어요. 임대아파트 준다고 해도 살지도 못 해요. 형편이 어려우니까. 이사 비용가지고 되나. 갈 데가 없는데. 바람 많이 부는 날에는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가고 그래요. 치안이 불안해. 노숙자나 불량 청소년들도 많이 왔어. 그거 때문에 순찰차도 자주 오고."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 금화시범아파트는 1971년에 지어져 2007년 재난위험시설 E급을 받았다. E등급을 받은 지 5년이 지났지만 대책은 없다. 원래 총 10개동이었지만 현재는 3동, 4동 두 개동만 남았다. 세대수도 확 줄었다. 11세대만 남았다.

남아 있는 세대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여기 살 수밖에 없다. 다른 곳으로 이주할 보증금이 없거나 임대아파트 분양 조건에 미달된다. 임대아파트는 서울시내 주민등록 등재, 실거주자, 최소 대피 명령 전 3개월 이상 거주, 철거되는 주택을 제외하고 무주택자인 사람에게만 공급된다.

금화시범아파트는 북아현 3구역으로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재개발이 꼭 명쾌한 답도 아니다. 금화시범아파트에 주택재개발사업 조합설립인가가 난 것은 2008년, 사업시행 인가는 2011년에 났다. 통상적으로 10년 정도 걸리는 재개발 사업, 언제 시작될 지 모를 일이다. 재개발이 되더라도 보상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 서울시에서 계획한 장단기 해소 추진안 (2017년까지 점진적 해소 - 5년간) 해소 세부계획으로는 보수 및 보강 72, 재개발 재건축 99, 철거 40을 내놓았다.
ⓒ 김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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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서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시 재난위험시설물 해소 계획을 세웠다. 현재 211개소인 재난위험시설물을 2017년에는 1개소만 남길 계획이다.

행정안전부 소속 새누리당 고희선 의원은 2012 국정감사를 통해 "전국 재난위험시설이 지난 2010년 658개소에서 올해 1,042개소로 무려 2배 가깝게 증가했다"는 자료를 내놨다. 여기서 사용을 금지하거나 개축이 필요한 E등급 시설은 3년 만에 300%나 증가하기도 했다.

결국 해법 찾는 게 쉽지 않다. 재난위험시설물에 사는 사람들은 대개 돈이 없어 들어온 세입자거나, 재건축을 막연하게 기다리는 서민들이다. 도대체 이들은 언제까지 이곳에 살아야 할까. 올 겨울에도 이들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덧붙이는 글 | 김다솜 기자는 오마이뉴스 17기 인턴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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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52명 참가한 은하3호 잔해분석결과

 

 

 

잔해에서 무엇을 발견하였을까?
 
[한호석의 개벽예감](47) 전문가 52명 참가한 은하3호 잔해분석결과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3/01/25 [21:55] 최종편집: ⓒ 자주민보
 
 

전문가 52명의 분석작업과 국방부의 ‘추정결과’ 발표

2013년 1월 21일 남측 국방부가 북의 위성운반로켓 은하 3호 잔해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남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남측 국방부는 은하 3호 잔해를 서해에서 건져 올린 뒤 2012년 12월 14일부터 2013년 1월 9일까지 29일 동안 분석작업을 진행하였다.

은하 3호 잔해 분석작업에는 전문가 52명이 참가하였다. <중앙일보> 2013년 1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그들 전문가 52명은 남측 국방부 산하기관들인 국방정보본부, 국군정보사령부, 국방과학연구소, 그리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소속된 인원들과 미국에서 급파된 미사일 전문가들이었다.

그런데 위의 보도내용을 다시 읽어보면, 두 가지 이상한 점이 눈에 뜨인다. 이상한 점은 은하 3호 잔해 분석작업에 왜 국방정보본부와 국군정보사령부가 끼어들었는가 하는 것이고, 또 다른 이상한 점은 남측 국방부가 분석작업을 2013년 1월 9일에 마쳤으면서도 12일 동안 길게 뜸을 들이다가 1월 21일에 가서야 조사결과를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은하 3호 잔해 분석작업에 왜 군사정보기관들이 끼어들었을까? 국방정보본부와 국군정보사령부는 국방과학연구소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분석한 결과에 대한 정보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전문가들이 은하 3호 잔해를 분석한 ‘정보’가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단속하면서, 그 ‘정보’를 어느 수준까지 언론에 공개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게 바로 그 두 군사정보기관의 임무였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분석작업을 마치고 나서도 12일 동안이나 시간을 끌면서 정보공개수위를 판단, 결정해야 하였을 것이고, 취재진 앞에서 발표할 대외공개자료와 언론에 공개하지 않을 대외비 조사보고서를 각각 따로 작성하였을 것이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남측 국방부가 은하 3호 잔해를 분석한 결과라고 하면서 언론에 공개한 것은 그들의 ‘정보판단’에 따라 별도로 작성된 대외공개자료다. 은하 3호 잔해를 분석한 ‘진짜 정보’는 그들이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대외비 조사보고서에 들어있다.

남측 국방부가 언론에 공개한 은하 3호 잔해 조사결과에 따르면, 은하 3호는 1단 추진체 15m, 2단 추진체 9.3m, 3단 추진체 3.7m, 위성탑재부 2m로 총길이 30m이며 총중량은 91t으로 ‘추정’되었다는 것이다. 남측과 미국의 전문가 52명이 29일 동안 은하 3호 잔해를 정밀분석했다는데, 고작 ‘추정’하였다고 하니, 그들이 언론에 공개한 것은 조사결과가 아니라 추정결과이었던 셈이다.

남측 국방부가 조사한 대상물이 손상되지 않은 물체가 아니라, 추락하는 순간 해수면에 충돌하면서 심하게 파괴된 잔해였으므로, 조사결과를 발표할 때 추정이라는 말을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으나, 그런 건 아니었다. 남측 국방부가 서해에서 건져 올린 은하 3호 잔해를 열거하면, 7.5m 길이의 산화제통, 3.9m 길이의 연료통, 2.7m 길이의 1단 추진체 로켓엔진, 2.1m 길이의 중간단, 0.9m 길이의 연결부 등 5종이었다. 이 정도 분량의 잔해를 입수하였다면, 남측 국방부가 은하 3호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중요부분 잔해를 충분히 조사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남측 국방부는 왜 ‘추정’이라는 모호한 말을 썼을까? 그 까닭은 그들이 언론에 공개한 조사결과가 추정이라는 모호한 말을 쓸 만큼 사실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남측 국방부가 언론에 공개한 ‘추정결과’가 아니라, 실제 조사결과는 어떤 것이었을까? 조사결과는 남측 국방부가 작성한 대외비 조사보고서에 담겨 있을 것이므로, 그 내용을 알 길은 없다. 하지만, 남측 국방부가 언론에 공개한 ‘추정결과’를 공정하게 재검토하면, 북의 위성운반로켓 기술수준에 관한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주축로켓엔진 4기와 보조로켓엔진 4기

위성운반로켓 기술수준을 평가할 때, 일반적으로 쓰이고, 또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은, 1단 추진체에 장착된 로켓엔진을 제작하는 기술이다. 1단 추진체에 장착된 로켓엔진을 제작하는 기술이 개발하기에 가장 어려운 고도의 기술이기 때문에, 어떤 나라가 그 로켓엔진을 자체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위성운반로켓에 들어가는 그 밖의 다른 부품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예컨대, 남측은 위성운반로켓 나로호 2단 추진체를 자체로 만들었다고 하면서도 1단 추진체는 러시아에서 비싼 값을 주고 완제품을 사올 수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된 까닭은 1단 추진체에 장착되는 강력한 로켓엔진을 만드는 기술이 남측에 아직 없기 때문이다. 위성운반로켓 1단 추진체 로켓엔진을 자체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우주강국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북이 강력한 로켓엔진을 독자적으로 만들어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한 것은, 북의 고도로 발달한 위성운반로켓 제작기술을 개발하였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면, 남측 국방부는 은하 3호 잔해를 조사하고 나서 1단 추진체에 장착된 로켓엔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였을까? <국방일보> 2013년 1월 21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북 미사일(은하 3호를 뜻함 - 옮긴이)은 발사 전 예측한 대로 25톤급의 노동 미사일 엔진 4개와 3톤급 보조엔진 4개를 결합한 120톤급 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조사결과를 언론에 공개할 때는 ‘추정’이라는 모호한 말을 쓰더니만,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로켓엔진에 대해 언급할 때는 말을 바꿔 ‘확인’이라고 했다. 이런 말바꾸기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것은 남측 국방부가 북이 1990년대에 개발한 ‘노동 미사일’ 4기를 한 다발로 묶어 은하 3호 1단 추진체로 사용하였다는 자기들의 기존 견해를 이번에 잔해 분석작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은하 3호 1단 추진체가 ‘노동 미사일’ 4기를 한 다발로 묶은 것이라는 남측 국방부의 ‘확인’은, 자기들의 기존 견해를 재확인한 것이 아니라 북의 위성운반로켓 기술수준을 깎아내리기 위해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그런 사실왜곡이 남측 언론을 통해 퍼져나가, 진실로 굳어져 버렸고, 북측 외부에서 아무도 그에 대해 논박하기는커녕 의문도 제기하지 않는다. 대북정보에 관한 여론조작은 그렇게 버젓이 자행되었고, 남측 독자들의 머릿속에 조작된 허상이 하나 더 주입된 것이다.

남측 국방부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는 27t의 추력을 내는 주축로켓엔진 4기가 장착되었으므로,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은 108t이다. 추력(推力, thrust)이란 물체를 밀어 올리는 힘을 뜻하는 전문용어다. 로켓엔진 성능은 추력강도에 따라 일차적으로 판정되므로, 은하 3호 1단 추진체의 추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남측 국방부는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이 108t이라고 추정했지만, 미국의 물리학자 데이빗 라이트(David Wright)는 2009년 3월 20일에 작성한 글 ‘북의 은하 2 발사체 분석(An Analysis of North Korea's Unha-2 Launch Vehicle)’에서 북이 3년 전에 쏘아올린 은하 2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을 112t으로 추정하였다. 원래 데이빗 라이트는 북의 위성운반로켓이나 미사일을 과소평가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 성향의 사람이 은하 2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을 이미 3년 전에 112t이라고 추정하였는데, 이번에 남측 국방부는 은하 2호보다 기술적으로 크게 진보한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이 3년 전보다 되레 더 줄어들어 108t이라고 추정한 것이다. 그런 추정결과는 누가 봐도 믿을 수 없는 엉터리로 보인다.

그렇다면, 은하 3호 주축로켓엔진 1기의 추력이 27t이라는 남측 국방부의 엉터리 추정은 무엇에 근거한 것일까? 은하 3호 분석작업에 동원된 남측 국방부 관계자들은, 북이 1990년대에 개발한 ‘노동 미사일’에 장착된 로켓엔진 추력을 26.7t이라고 밝힌 기존 자료에 근거하여, 소수점 이하를 반올림해서 27t이라고 ‘적당히’ 추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세계 각국의 위성운반로켓과 미사일에 관한 상세한 기술지표를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독일의 지구물리학자 로베르트 브뤼게(Norbert Brűgge)의 견해에 따르면, ‘노동 미사일’에 장착된 로켓엔진의 추력은 279.8킬로뉴턴(kN)인데, 이것을 질량으로 환산하면 28.5t이다. 킬로뉴턴(kilonewton)이란 세계 공용의 역량단위(force unit)인데, 예컨대 질량 1kg은 9.80665뉴턴(N)이다.

다른 한 편, 사이버공간에서 방대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웹싸이트 ‘위키피디아(Wikipedia)’에 게시된 정보에 따르면,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은 1,200킬로뉴턴이다. 물론 이것도 추정이지만, 주축로켓엔진 1기의 추력이 300킬로뉴턴이라는 점을 밝혀준 것이다. 300킬로뉴턴을 질량으로 환산하면 30.6t이므로, ‘위키피디아’의 추정자료에 따르면,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은 122t이다.

그런데 그와 달리 로베르트 브뤼게의 추정에 따르면,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은 1,255.2킬로뉴턴이며, 이를 질량으로 환산하면 128t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전에 로베르트 브뤼게는 ‘노동 미사일’에 장착된 로켓엔진 추력을 28.5t이라고 하였으므로, 만일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노동 미사일’ 로켓엔진 4기가 장착되었다면, 추력총량은 114t이어야 하는데, 브뤼게는 추력총량을 14t이 더 강한 128t이라고 추정하였다. 그는 왜 그런 덧셈을 했을까? 브뤼게의 덧셈은,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들이 ‘노동 미사일’에 장착된 로켓엔진과 달리 성능이 더 개량된 것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북이 1990년대에 개발한 ‘노동 미사일’ 로켓엔진을 20여 년이 지난 뒤에 보관창고에서 꺼내 은하 3호에 다시 장착하였을 리는 없으므로, 브뤼게의 그런 덧셈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을 두고, 위에서 논한 것처럼 네 가지 추정결과가 나와 있다. 다시 말하면, 남측 국방부는 108t으로 추정하였고, 데이빗 라이트는 112t으로 추정하였고, ‘위키피디아’ 자료에서는 122t으로 추정하였고, 로베르트 브뤼게는 128t으로 추정하였다. 남측 국방부의 추정결과과 브뤼게의 추정결과에서 나타난 차이값은 무려 20t이나 된다.

그런 네 가지 추정결과 가운데 어느 것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이 글에서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평소에 북의 위성운반로켓이나 미사일에 대해 과소평가하거나 왜곡해온 남측 국방부와 데이빗 라이트가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을 실제보다 적게 추정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므로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은 122t에서 128t 사이에 있는 추정값으로 보아야 합리적이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그 추력총량을 평균값인 125t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는 주축로켓엔진 4기만 장착된 것이 아니라, 그보다 작은 보조로켓엔진 4기가 더 장착되어 있었다. 이 보조로켓엔진들은 아래위로 36각도를 움직이도록 설계되었으며, 내부에 자이로체계(gyro-system)가 들어 있다. 자이로체계란 로켓이 비행할 때 위치를 바로잡아주는 장치다. 그런 자이로체계를 내장한 소형 로켓엔진을 만들려면, 당연히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남측 국방부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보조로켓엔진 1기의 추력은 3t이므로, 보조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은 12t이다. 그러므로 은하 3호 1단 추진체의 경우, 약 125t에 이르는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과 12t에 이르는 보조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을 합하면, 추력총량이 137t인 것으로 보인다.

그에 비해, 러시아가 만들어 남측에 완제품으로 수출한 나로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로켓엔진의 추력은 170t(1,670킬로뉴턴)이다. 1단 추진체 추력만 놓고 비교하면, 은하 3호 추력이 나로호 추력보다 33t 정도 약하지만, 2단 추진체 추력을 비교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은하 3호 2단 추진체 추력은 25.5t(250킬로뉴턴)이고, 나로호 2단 추진체 추력은 8.8t(86.2킬로뉴턴)이다. 2단 추진체 추력의 경우, 은하 3호가 나로호보다 약 3배 강한 것이다. 은하 3호 2단 추진체는 액체연료를 사용하는데 비해, 나로호 2단 추진체는 고체연료를 사용하므로 추력에서 그처럼 3배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나로호는 2단형이지만, 은하 3호는 3단형이므로, 은하 3호의 총추력을 추산하는 데서는 3단 추진체 추력이 가산되어야 한다. 물론 남측 국방부의 추정이지만, 은하 3호 3단 추진체 추력은 5.5t(54킬로뉴턴)이다. 은하 3호 3단 추진체는 고체연료를 사용하므로 추력이 그처럼 약하다.

위에서 열거한 정보를 종합하면, 은하 3호 추진체 총추력은 168t으로 추정된다. 그에 비해, 2단형 추진체인 나로호의 총추력은 178.8t이다. 중요한 것은, 은하 3호의 추력 168t은 모두 북측 과학기술자들이 자력으로 만든 것이라는 점이다.

분사구와 연소실은 어떻게 생겼을까?

로켓엔진에서 세 가지 주요한 구성부분은 주입기(injector), 연소실(combustion chamber), 분사구(nozzle)다. 북이 만들어낸, 은하 3호 추진체에 장착된 주입기는 어떤 것일까? 주입기는 연료주입기와 산화제주입기로 이루어지는데, 작동방식에는 펌프식과 압력식이 있다. 펌프식 주입은 터빈과 펌프를 설치하여 고압가스를 발생시키는 방식이고, 압력식 주입은 고압가스통에 고압가스를 넣어 두었다가 이를 배출하여 고압가스를 발생시키는 방식이다.

그런데 남측 국방부가 은하 3호 추진체에 어떤 주입기가 장착되었는지 말하지 않고 넘어가서, 주입기 성능에 대해 파악할 수 없지만,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분사구 안에 니켈(nickel)로 만든 모세도관(毛細導管, capillary tube)이 많이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그처럼 분사구 안에 정교하게 설치된 모세도관 다발은 천공평면판(orifice plate)에 뚫려있는 수많은 작은 구멍(aperture)을 지나 연소실로 연결된다. 위성운반로켓이 발사되면, 고압가스, 산화제, 연료가 모세도관을 통해 초당 15m의 속도로 연소실에 주입된다.

같은 양의 산화제와 연료를 도관을 통해 연소실에 주입한다고 가정할 때, 도관 1개를 사용할 때보다 그보다 작은 도관 2개를 사용하면 소열효과(heat dissipation effect)가 1.414배로 커진다. 그러므로 분사구에 모세도관을 많이 설치한 목적은, 연소과정에서 나오는 초고열로 달아오르는 분사구를 식혀주기 위한 것이다. 그와 더불어, 모세도관은 분사된 연료의 연소효율을 높이는 효과까지 낸다.

은하 3호 주축로켓엔진의 연소실은 어떻게 생겼을까? 남측 국방부가 공개하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주축로켓엔진 연소실은 초고압과 초고열에 견딜 수 있도록 특수제작된 금속공학기술의 최고 결정체다. 로켓엔진이 가동하면 연소실 내부온도는 섭씨 3,600도까지 올라간다. 강철이 녹는 용융점은 섭씨 1,530도인데, 연소실 내부온도가 섭씨 3,600도까지 올라가므로 상상을 초월한 초고열이 나오는 것이다.

또한 로켓엔진이 가동하면 연소실 내부압력은 20메가파스칼(MPa)까지 올라간다. 이것은 사람이 사는 지상 대기압보다 약 200배 정도 높은, 상상을 초월한 초고압이다.

로켓엔진 연소실은 그런 초고열과 초고압에도 녹아내리지 않고 파열되지 않는 특수합금을 개발하여 특수공법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그런 로켓엔진을 만드는 고도의 기술을 개발하면, 항공기 제트엔진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런데 북의 군사과학기술수준을 자꾸 깎아내리는 수구언론들은 이번에 은하 3호 잔해를 조사한 남측 국방부의 발표를 보도하면서, 북이 자력으로 위성운반로켓을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였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직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2012년 4월 15일 평양에서 진행된 태양절 100주년 경축 열병식에 화성 13호라는 공식명칭을 가진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6기가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실려 등장한 것을 영상을 통해 보았으면서도, 그리고 2013년 1월 초에 북이 화성 13호를 실은 자행발사대를 대거 동원하여 실전연습을 실시하였다는 미국 언론보도가 나왔는데도, 수구언론들은 북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아직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는 헛소리를 중얼거리고 있다. 북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아직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수구언론들의 ‘논거’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대기권 밖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대기권 안으로 돌입하면서 초고압과 초고열을 받게 되는데, 그런 초고압과 초고열에 견디는 재돌입체(reentry vehicle)를 만드는 고도의 기술을 북이 아직 개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데 있다.

그런데 ‘스페이스테더스 닷컴(SpaceTethers.com)’이 발표한 컴퓨터 모의실험(simulation) 결과에 따르면, 원뿔형 재돌입체가 고도 200km 상공에서 초속 7km로 낙하비행을 할 때, 재돌입체 표면온도가 섭씨 2,400도까지 올라간다는 것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대체로 고도 200km까지 상승비행을 한 뒤에 초속 7km로 낙하비행을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섭씨 3,600도까지 올라가는 로켓엔진 연소실을 만들어낸 북이 섭씨 2,400도까지 올라가는 재돌입체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정교하게 제작된 ‘완폭인신’과 10개의 소형모터들

남측 국방부 발표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것은, 은하 3호 잔해를 조사하였더니 ‘폭압형 외피파단방식'이 단분리(段分離, stage separation)에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국방일보> 2013년 1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은하 3호의 “단분리방식은 폭압형 외피파단방식(MDF)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단분리라는 것은, 3단형으로 이루어진 은하 3호 추진체가 비행 중에 일정한 고도에 이르면 1단 추진체를 떼어내고, 그 다음에는 2단 추진체를, 마지막에는 3단 추진체를 각각 떼어내고 지구궤도에 올라서는 기계작동을 말한다. 그런 단분리기술이야말로 아무 나라나 개발하지 못하는 고도의 기술이다.

남측 국방부가 말한 ‘폭압형 외피파단방식’이란 폭발력을 약하게 조절한 기폭신관(Mild Detonating Fuse, MDF)을 터뜨려 그 완만한 폭발력으로 추진체를 떼어내는 방식을 뜻한다. 중국 전문가들은 그것을 ‘완폭인신(緩暴引信)’이라고 번역하였는데, 중국어 번역이 더 정확해 보인다.

위성운반로켓의 단분리가 고도의 기술이라는 말은, ‘완폭인신’을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전깃줄처럼 생긴 ‘완폭인신’은 금속포피(metal sheath) 안에 선형폭약(linear explosive)으로 된 미세한 폭약심(explosive core)을 넣은 정교한 장치다. 또한 ‘완폭인신’은 철로 만든 아주 가느다란 철제도관(steel tube) 안에 들어가는데, 그 철제도관은 정중앙에 가느다란 틈새를 파놓은 절단판(confined severance) 위에 설치되고, 그 절단판 위에 철제덮개가 씌워진다. 그렇게 제작된 철제덮개는 파단조임쇠(break bolt)로 위성운반로켓 동체에 부착된다. 물론 거기에는 당연히 발화장치(pyrotechnic device)도 함께 부착된다.

그처럼 가느다란 철제도관 안에 들어가는 선형 폭약장치와 소형 발화장치를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가느다란 철제도관을 원통형 추진체에 부착하기 위해 추진체 형태에 꼭 들어맞는 원형으로 만드는 것도 힘들다. 다시 말해서, 고도의 기계공학기술이 없으면 ‘완폭인신’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속으로 상승비행하는 은하 3호에서 1단 추진체를 떼어내는 순간에, 비행속도를 상당히 줄여야 하므로 제동모터를 가동해서 속도를 줄이게 된다. 그래서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는 제동모터 6개가 부착되었다. 또한 은하 3호에서 발화장치가 작동되어 ‘완폭인신’이 터지면서 1단 추진체가 떨어져나간 뒤에는, 2단 추진체의 비행속도를 다시 높여야 하므로, 은하 3호 2단 추진체에는 가속모터 4개가 부착되었다.

제동모터 6개를 점화시켜 1단 추진체 비행속도를 줄인 다음, ‘완폭인신’을 폭발시켜 단을 분리하고, 다시 가속모터 4개를 점화시켜 2단 추진체 비행속도를 높이는 단분리 기술은 아무 나라나 흉내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러시아는 우주개발분야에서 미국과 경쟁하는 세계 최강의 우주선진국인데, 그런 러시아가 2001년에 개발하여 앙가라 로켓(Angara Rocket)에 장착하였던 로켓엔진 RD-191의 추력은 196t(1,920킬로뉴턴)이다. 러시아는 이 로켓엔진의 추력을 170t으로 줄여서 만든 RD-151을 나로호 1단 추진체에 장착하여 2009년 8월 25일에 쏘아올렸으나 실패하였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2012년 12월 12일에 성공적으로 발사된 북의 은하 3호 1단 추진체의 추력은 137t이므로, 러시아가 개발한 RD-191의 추력에 비하면, 54t 정도 약하다. 그러나 북의 위성운반로켓 개발을 담당한 과학자, 기술자들이 54t 정도의 기술격차를 따라잡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앞으로 몇 해 안에 북이 우주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세계 각국들이 연평균 15.6개의 상업위성을 계속 쏘아올릴 것인데, 국제사회에서 우주산업을 장악한 ‘지배자’들은 미국, 러시아, 서유럽 국가들이다. 그런데 북이 우주과학기술을 급속히 발전시켜 우주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면, 미국, 러시아, 서유럽 국가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낮은 가격으로 다른 나라의 상업위성들을 쏘아올려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난 날 거만한 우주강국들이 거들떠보지 않았던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저개발국들이 각자 자기의 위성을 보유함으로써 북을 중심으로 제3세계 위성보유국 대열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위성들로 이루어진 ‘은하’가 우주공간에는 뜨면, 세계는 우주개발에서 자주화의 궤도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2012년 12월 12일에 발사된 은하 3호는 그런 새로운 미래를 향한 ‘무언의 약속’이었다.(2013년 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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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야 미안해 너도 아팠구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01/25 08:18
  • 수정일
    2013/01/25 08:1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꽃게야 미안해 너도 아팠구나

 
조홍섭 2013. 01. 25
조회수 64추천수 0
 

게 실험 결과 고통 회피 위해 행동 변화 밝혀져

포유류 넘어 물고기, 문어, 새우까지 고통 느껴

 

Hans Hillewaert_640px-Carcinus_maenas.jpg » 유럽 해안에 널리 분포하는 꽃게과의 게 카르시누스 마에나스. 포유류처럼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사진=한스 힐러베르트, 위키미디어 코먼스

 

동물도 고통을 느끼느냐는 질문은 논쟁 많고 어려운 주제이다. 무엇보다 ‘아프다’는 건 주관적인 느낌이어서 동물이 그렇게 느끼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원래 고통은 신체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종의 경보 체계에서 출발했다. 뜨거운 냄비에 손을 댄 인간이나 손에 잡힌 지렁이 모두 손상을 피하려 반사행동을 한다.
 

우리가 말하는 고통은 이런 즉각적인 반사행동에 더해 뇌가 관여된 괴로움을 가리킨다. 아픈 감각을 뇌가 처리해 다음엔 그런 아픔을 겪지 않도록 행동을 바꾸어야 ‘고통을 느낀다’고 보는 것이다.
 

척추동물은 모두 뇌에 통각을 처리하는 부위가 있다. 사람이나 유인원은 사고영역인 신피질에서 심리적 고통까지 느낀다. 배우자를 잃는 등 통각을 자극하지 않는 고통도 느끼는 것이다. 최근엔 개나 고양이, 새도 심리적 고통을 느낀다는 보고가 있다.
 

대뇌피질이 고통을 인식하는 핵심 부위라고 한다면 그것이 발달한 순서대로 고통을 잘 느낄 것이다. 유인원,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순서가 그것이다.

 

peta2.jpg » 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럽 등에서 물고기는 동물복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진=페타
 

이 순서의 끄트머리에 있는 어류도 포유류처럼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예컨대, 낚시바늘에 찔리는 등의 자극을 받은 물고기는 호흡률이 증가하고 외부 자극에 무뎌지는 등의 생리적 반응을 보이는데, 모르핀을 투여하면 그런 증상이 사라진다.
 

문제는 고통의 하한이 어류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문어와 낙지는 척추동물이 아닌데도 놀라운 지적 능력을 보이고, 심지어 사람을 알아보기까지 한다. 게다가 게와 새우 등도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그림1.jpg » 문어가 바라본 사람. 문어를 이용한 실험에서 문어는 누가 자신을 괴롭히고 아끼는지 구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롤랜드 앤더슨 외, <응용동물복지학>

 

영국 과학자들은 해변 암초밭에서 흔히 보는 게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불을 환하게 밝힌 수조 양끝에 숨을 곳을 만들어 놓고 게 90마리를 풀어놓았다. 천적을 피해 게는 피난처로 모두 숨어들었다. 자기 취향대로 비슷한 수의 게가 양쪽으로 나뉘었다.
 

그런데 한쪽 피난처에는 약한 전기를 흘려 게가 고통을 느끼도록 했다. 이 게들을 모아 다시 풀어놓고 어떤 피난처로 가는지 보았더니 대부분 처음 골랐던 곳으로 향했다. 절반쯤은 어김없이 전기충격 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세번째로 풀어놓은 게들은 전기가 흐르는 피난처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연구자들은 게들이 두 번의 경험으로부터 고통을 회피하는 법을 학습했다고 보았다. 현재의 고통을 반사적으로 피하는 것은 모든 동물에 공통된 것이지만, 미래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중요한 자원(피난처)을 포기하고 행동을 바꾸었다면 포유류 등의 고통 인식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Robert Elwood, Queen's University Belfast2.jpg » 영국 벨파스트 퀸즈 대학 연구진이 게가 고통을 느낄 수 있는지 실험하고 있다. 사진=로버트 엘우드

 

이 연구자는 집게를 대상으로 한 이전의 연구에서도 고통을 피하기 위해 더 나은 집(소라 껍데기)을 포기하는 ‘회피 학습’ 능력을 확인한 바 있으며, 이런 능력이 게와 새우 등에 널리 퍼져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일련의 연구결과는 사실 받아들이기에 불편하다. 식탁에 자주 오르는 꽃게와 낙지까지 동물복지의 대상이 돼야 한단 말인가. 유럽연합은 물고기까지, 캐나다 동물보호협회는 문어까지 동물복지 대상에 넣고 있지만 아직 게와 새우는 포함돼 있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처럼 고통을 느끼는 동물의 영역이 점점 확장되고 있으며, 따라서 당장 게와 낙지를 먹지 말자는 게 아니라, 이런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어선 안 된다는 사실이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agee, B. and Elwood, R. W.(2013). Shock avoidance by discrimination learning in the shore crab (Carcinus maenas) is consistent with a key criterion for pain. J. Exp. Biol. 216, 353-358.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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