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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상황이라면?"…신당역 살인사건 4년, 남은 이들의 두려운 질문

[신당역 살인사건 4주기 연속기고] ① 여성노동자는 왜 여전히 불안한가

박민주(가명)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역무본부 조합원 | 기사입력 2026.09.02. 04:57:29

서울교통공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입사 동기였던 남성 직원에 의해 숨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4주기가 되어간다. 비극의 반복을 막고, 젠더폭력과 괴롭힘 없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을 담아 공공운수노조가 보내온 글을 싣는다.

신당역 살인사건 발생 이후 4년의 시간이 흘렀다. 근무 중이던 여성 역무원이 일터 내에서 살해된 이 사건의 중대성과 사회적 충격에 비해, 나와 동료들의 일상은 이상스러울 만큼 빠르게 예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젠더폭력으로 여성이 죽는 일이 끊이지 않는 사회여서일까, OECD 산재 사망률 1위라는 씁쓸한 현실 때문일까? 국가도 사회도 회사도 나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불신과 동료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무력감 속에, 거듭되는 참사에 대한 감각마저 무뎌지고 있는 건 아닌지 두려워지기도 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상처가 사라진 건 아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역사 내 화장실을 이용하고 순찰을 돌면서 문득 기억이 떠오를 때면 누구에게 표현을 하진 않지만 분노와 슬픔, 두려움과 미안함 등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4년이 지난 지금 내가 그때의 고인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나는 과연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신뢰받지 못하는 사내 고충처리 시스템

고인은 무력한 피해자가 아니었다. 가해자의 불법촬영과 스토킹, 협박에 맞서 고소를 진행하며 정당한 처벌을 요구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비상벨을 눌러 본인이 처한 위험을 알렸고 가해자는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그러나 제도의 틀 안에서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정작 회사에는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사건 이전부터 공사에는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대응을 위한 매뉴얼이 갖춰져 있었고 고충을 신고할 수 있는 창구도 다양하게 존재했다. 매뉴얼과 제도 정비도 물론 중요하지만 매뉴얼의 존재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의 신뢰다. 철저한 비밀 보장과 조직 내 2차 가해로부터의 차단,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 등이 담보돼야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기능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

직장갑질119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매해 실시한 '직장 내 젠더폭력 경험 및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젠더폭력 피해 이후 대응 방식으로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응답이 4년 연속 1위였다.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는 '대응을 해도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와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가 압도적이었다. 회사와 법제도가 자신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는 낮은 신뢰를 보여주는 응답이다.

이러한 인식은 매년 공사에서 시행하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결과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성희롱 발생 시 대응체계에 대한 구성원 신뢰도' 항목에서 피해자에 대한 신변 보호와 비밀 보장에 대한 점수가 가장 낮았으며, 특히 '여성', '30대', '일반직원(임원 및 관리자 외)'의 신뢰도 점수가 다른 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신당역 사건 이후 위 항목에 대한 신뢰도 점수가 더욱 하락한 점('22년 3.35⟶'23년 3.30)은 회사의 방지책이 현장에 확신을 주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왜곡된 젠더의식과 조직 문화

앞선 질문으로 돌아가 4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사회와 회사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 신당역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처벌법이 강화되고 스토킹방지법이 제정되었지만 여전히 일터와 일상에서 스토킹 피해자가 살해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공사 내에서도 사회복무요원의 여성휴게실 불법카메라 설치 사건, 남성 직원의 여직원 침실 불법 촬영 사건, 취업준비생 대상 성비위 사건 등 성폭력 사건이 계속 발생했다.

공사 내에서 반복되는 성희롱, 성폭력 사건은 여성 노동자를 동등한 동료로 인식하지 못하고 성적 대상화하는 조직 전반의 젠더의식 수준을 반영한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여성 노동자를 반쪽짜리 인력으로 취급하거나 보호와 배려의 대상으로 보아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등 왜곡된 인식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다양한 신체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작업환경, 남성 위주의 작업공간과 작업방식,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여성 직원 기피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역무원들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각종 안전사고와 외부 폭력을 수반한 민원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충분한 인력이 확보되어 있다면 위험을 함께 나누고 대응할 수 있지만, 만성적인 인력 부족은 현장의 불안감과 압박을 극대화하고 이는 여성 노동자에 대한 불만으로 왜곡되어 나타난다. 야간 교대근무 시 여성 침실이 없어 인근 역으로 이동해야 할 때 발생하는 인력 공백, 2인 1조 출동이 불가능해 홀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 등 인력 부족은 그 자체로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협하지만 조직 내 젠더 갈등을 유발하고 강화하기도 한다.

인력 부족이 위협하는 안전, '2인 1조'는 생존의 최소 조건

2022년 신당역에서 여성노동자가 홀로 순찰 근무를 하던 중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하자 내외부에서 인력 부족 문제가 지적되었다. 순찰 근무를 혼자 하지 않았다면 가해자가 공격을 시도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공격당했다 하더라도 동료와 같이 대응했다면 죽음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노동조합에서는 그전부터 노동자 안전을 위하여 2인 1조 근무가 가능한 인원 편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었으나 공사와 서울시는 외면해왔다.

공사는 2024년 3월, 역무 안전인력 232명을 채용해 '근무조당 최소 3인 편성, 2인 1조 순찰'이 가능하다고 공표하였다. 그러나 2026년 7월 현재, 여전히 2인으로만 구성된 근무조가 214개 조에 달한다. 현장에서는 사실상 2인 1조 출동이 불가능한 구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2인 1조 근무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며, 2인 1조 근무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4년 전과 같은 비극은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서울교통공사의 여성 노동자들은 여전히 부족한 인력과 성차별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안전하지 못하다. 현장에서 실제 작동하는 보호 체계, 2인 1조 근무가 철저히 보장되는 인력 충원, 그리고 서로를 동등한 동료로 존중하는 성평등한 일터로의 대전환만이 제2의 신당역 사건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 지난해 9월 11일 오후 7시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서 열린 신당역 여성노동자 직장내 젠더폭력 사망사건 3주기 추모문화제.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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